치유의 글쓰기 112 – 식스센스 3 (사소)
또 한 예는 인지와 활용 속도가 10배 느린 학생의 일이다. 수학 교사에게 그 아이는 무척 당황스런 존재였다. 아이가 느리다고 조바심을 내며 옆에 딱 붙어서 문제를 푸는 것을 본다든지, 아까 가르쳐 준 것을 기억 못 하냐고 추긍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방식이었다. 하지만 학생의 특성에 대해 설명듣고 수학샘의 태도가 달라졌다. 학생의 기질에 의한 학습 원리를 들여다보니, 속도를 인정해 주고 존중해 주면 불안감이 사라져 어느 때부터는 속력이 붙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수학샘은 본 듯 안본 듯하면서 지나가면서 칭찬을 해주며 아이의 흐름을 지켜주면 될 일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전혀 다른 타인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다행히 그 아이는 다른 아이에 비해서 실수가 훨씬 적다는 장점이 있었다. 안정을 원했기에 불안했던 것이고, 완벽을 추구했기에 거북이형이었던 것이다. 아이의 발전에 대해 확신이 조금 생기던 선생님은 점점 그 아이에게 맞추는 연습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 나중에 이 아이는 수학 선생님에게 자랑할 만한 실력이 성장된 아이중 한 명이 되었다. 많이 느렸지만 멈추지 않았고, 성적이 떨어진 경우도 없이 계속 상승했던 것이다.
몇 년 전에 일이다. 학원 수학샘 두 분께서 하루가 멀다하고 원장실에 찾아와 상대가 업무를 너무 못한다고 매일처럼 하소연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도 성실하고 아이디어가 좋은 샘인데 상대의 업무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평가를 해대는 것이었다. 다른 샘은 나이가 어린 샘이 너무 네 가지가 없어서 같이 업무를 못하겠다고 불평하였다. 무척이나 순한 샘이 유독 그 샘에게만은 상당히 네거티브적 발언을 한 것이다. 식센 검사해 보니 이 분들은 유사도가 0%였다. 겹치는 게 너무 없었다. 그들은 서로 딴 나라 사람이고, 그래서 도무지 저 사람이 왜 저러는지 속이 터지고 울화통이 치미는 것이었다. 이것을 알고, 나중에 샘들을 분리해 각각 다른 업무를 맡긴 이후 충돌은 사라졌다.
하지만 유사도가 많다고 해서 서로 잘 이해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내가 정말 싫어하는 내 모습이 저 사람에게 보이면 끔찍해지고 더더더 싫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성숙된 인격이라는 게 있으면 다르든 같든 서로 갈등이 일어날 이유가 없다. 이런 면에서는 어디까지나 나를 포함해서 우리는 미성숙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그런 사람들 사이에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같은 점과 다른 점에 대한 이해는 유용했다. 서로 다른 영역에 있으면서도 서로 조화롭고 아름다운 멋진 커플도 있었다. 원래 매혹은 다르다는 느낌 때문에 올 수 있기도 하다. (매혹을 느끼는 것도 다른데 이것은 나중에 얘기하기로 한다.)
담양에 사는 후배는 남편과 유사도가 매우 적었다. 게다가 남편은 매우 분석적이고 정리가 명쾌하며 다른 것을 찾아내는 데 흥미를 가진, 매우 이성적이고 비판적 유형이었다. 후배는 매우 자유분방하고 생기 발랄 천진난만하지만 귀가 얇고 호기심 만발, 정리가 잘 안되는 유형이었다. 기질이 대각선에서 서로 대치하는 형국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매우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후배의 특성상 어디 진득하니 붙어서 오래 살기 힘든 유형인데 담양에서 정주를 하고 있으니 나는 의아했다. 어찌 잘 견디고 있냐고 물으니 남편이 " 안 그래도 다음 해에 다른 나라로 잠시 가서 사려고 해요. 안 그러면 저사람 좀이 쑤셔서 너무 힘들어 해요 " 하고 대답했다. 남편이 아내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맞추는 기준으로 삶의 판단을 내리는 모습이었다. 그러니 인간관계를 같다 다르다로 맞다 안 맞다를 가름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것을 연구하면서 샘들끼리도 서로 충돌할 때에도, 상대방의 다름이 공격의 이유가 될 수 없음을 설명할 수 있었고, 나중에는 미리 예견하고 서로 부딪지 않도록 업무 배치에 안배하기도 할 수 있었다.
나라에서 만든 커리어넷의 ‘진로 적성 심리 검사’는 크로스 체크로 활용했다. 식센의 결과는 실제 내담자가 거의 98% 이상 인정하는 것으로 일치도가 높았는데, 거기에 커리어넷은 오차 범위를 줄이는데 유용했다. 또한 객관화되지 못한 식센 이론에 신뢰성을 부여할 수 있었다. 적은 퍼센트지만 다른 결과가 나올 때는, 추적을 통해 꽤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매우 호기심이 많고, 창의적인 성향의 아이가 커리어넷 결과에서는, 관습적이고 수동적인 진로와 직업의 방향을 선호하는 결과가 나왔다. 설명할 수 없는 결과인 것이다.
그런데 면담으로 끈기있게 이유를 추적해 보니, 본인의 성향은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반면, 양육 과정에서 아동기 때부터 관습적인 세계관을 가진 부모님에게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세뇌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던 것을 알았다. 이런 경우 사춘기가 지나 진짜 진로를 결정할 때, 기존의 목표가 뒤집어질 수 있다. 더 늦게는 대학에 가거나 사회에 나가 갑자기 중단하고 이것했다 저것했다 자기에게 맞는 것을 찾기 위해 방황하기도 한다. 그래서 미리 예견하며 참고 사항을 반드시 주지시켜드린다. 해석이 막힐 때는 당황스러웠지만, 꽤 설득력 있는 이유를 찾아낼 수 있었는데, 아하! 하고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은 자체로도 흥미로웠다.
첫댓글 아하!^^
사소님께서 운영하는 학원이 잘 될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리고 누가 누구랑 궁합이 맞고 안 맞고는 식센을 넘어서는 어떤 신비스러운 이유가 있나 봅니다.
식센의 강의자로 나가시게 될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