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8일 수요일
해파랑길 걷기 9일째. 11코스와 12코스를 걸었다.
어제보다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잘 적응해 가는 몸이 고마웠다.
아침을 컵라면으로 간단히 먹고, 일출을 보려고 나아해변으로 갔다. 몹시 추운 날씨였다. 바람도 거셌다.
해변의 화장실에서 찬바람을 피하다가, 수평선이 붉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할 때쯤 밖으로 나와 사진을 찍었다.
160번 버스를 타고 봉길터널을 지나 봉길정류장에서 내렸다(걷기 힘든 구간). 바람이 몹시 거세고 추웠다.
경주문무대왕릉을 한참 구경하고, 근처의 무인카페에 들어가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몸을 녹였다.
해파랑길 코스를 걷다가 감은사지 삼층 석탑으로 가는 샛길로 빠졌다. 국보 제112호인 이 쌍탑은 삼국 통일 이후 나타나는 신라 가람 쌍탑 배치의 효시라는 점에서 그 의의와 가치가 크다고 하는데, 동탑은 보수 중이었다.
이견정, 나정고운모래해변을 지났다. 아름다운 바다와 파도소리가 걷는 내내 나의 시청각을 순화시켰다.
작은 항구의 방파제 벽에 '만파식적(萬波息笛)'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어부들에게는 거센 파도를 가라앉히고 싶은 간절한 주술적인 바람이 있었나 보다.
전촌항을 지나 사룡굴과 단용굴을 구경하였다. 오랜 세월에 걸쳐 파도와 지층의 상승이 만들어낸 해식동굴이었다.
11코스 종착지인 감포항에 도착해서 복어탕을 주문해 천천히 점심을 먹었다. 약국에 들러 밴드, 면롤반창고, 피부 연고제 등을 샀다. 일정이 애초의 계획보다 길어질 거 같기에…. 트럭 좌판상에서 사과 2개도 샀다. 좀 비싸게 값을 불렀지만 모르는 체하고 그냥 샀다.
송대말등대를 돌아보고, 척사마을과 고아라해변을 지났다.
연동마을 앞 바다의 높은 파도는 장관이었다. 지나가는 관광객의 눈에는 멋진 파도로 보였지만, 해안가의 주민들에게는 불편한 존재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비록 큼지막한 테트라포드 더미가 어부들 집 앞 10m 거리에 높이 쌓여 있기는 하지만….
오후 5시 10분쯤 12코스의 끝인 양포항에 도착했다.
아귀탕으로 저녁을 먹고, 편의점에 들러 맥주와 요구르트, 아침거리 등을 사서(아침 먹을 마땅한 식당이 없으므로) 예약해 둔 숙소 양포등대펜션으로 갔다. 7시가 거의 다 되어가고 있었다.
주인은 없고, 예약된 방 하나에 불만 켜져 있었다. 주인과 통화로 확인하고 들어갔다. 펜션 시설을 살펴보고, 일정 정리와 점검, 빨래 등을 했다.
내일은 구룡포까지 걷는 좀 긴 거리의 13코스이다. 오늘 많이 걸어서 잠자리가 한결 편안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