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웃으면 따라 웃고, 내가 찡그리면 함께 얼굴을 찌푸린다. 한 걸음 다가가면 그도 다가오고, 내가 돌아서면 그도 등을 보인다.
그런데 가끔은 거울 속의 내가 낯설다.
마음은 여전히 젊은 날 어디쯤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데 거울은 참 야속할 만큼 솔직하다. 어느새 눈가에는 주름이 자리 잡았고, 입가에도 세월의 흔적이 있다.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매만지다가 문득 생각한다.
'나는 언제 이렇게 변했을까.’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더 이상한 일이 생긴다.
분명 내 얼굴인데 그 안에서 어머니의 얼굴이 보인다.
젊은 날에는 몰랐다. 어머니와 나는 별로 닮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를수록 눈매에도, 입가에도, 웃을 때 생기는 작은 표정에도 어머니가 있다.
어머니를 닮아가는 것인지, 어머니가 내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던 그 순간, 마음이 참 묘했다.
이번에는 딸의 얼굴에서 내가 보인다. 웃는 모습도, 무심코 짓는 표정도 나를 닮았다. 딸을 바라보다가 나를 발견하고, 거울 속 나를 바라보다가 어머니를 발견한다.
어머니에게서 내게로, 내게서 다시 딸에게로 이어지는 얼굴. 세월이 흐르면 닮음은 희미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거울이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있다.
내가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누군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힘든 날들을 어떻게 견디며 여기까지 왔는지는 거울에 비치지 않는다.
어머니의 얼굴에 새겨진 세월도 그랬을 것이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어머니의 기쁨과 눈물, 사랑과 인내가 그 얼굴 어딘가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내 딸도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얼굴에서 나를 발견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 딸은 어떤 마음일까.
이제는 거울 속 주름을 오래 들여다보며 속상해하지 않으려 한다. 주름 하나에도 내가 살아온 시간이 있고, 그 시간 속에는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니라 나를 낳아 준 어머니의 시간이 있고, 내가 낳아 기른 딸의 시간도 함께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거울 앞에 선다.
거울 속에는 분명 나 혼자 서 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혼자가 아니다.
어머니도 있고,
나도 있고,
딸도 있다.
세 사람의 시간이
내 얼굴 하나에 겹쳐 있다.
나는 거울 속 그 얼굴을 향해 살짝 웃어 보았다.
그러자 어머니를 닮은 내가 웃고,
나를 닮은 딸의 얼굴도 따라 웃는다.
세월도, 닮음도, 사랑도…
거울은 그저 가만히, 그 모든 것을 품어 안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