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윤리 강령과 일반인의 오해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한인 변호사로 일해 오면서 느낀 점은 많은 사람들이 변호사의 업무나 윤리에 대해 모르거나 많이 오해한다는 것이다. 오늘은 법률 써비스를 이용하는 의뢰인(고객)를 위해, 고객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 변호사의 윤리강령을 설명함으로써 일반 독자의 이해를 넓펴 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변호사가 법률전문가라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다. 전문가란 고도의 관련 지식이나 기술을 갖고 있고, 외부의 강제력 대신 스스로를 규제하는 자율적 협회나 단체에 속하며, 고도의 직업윤리로 무장된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법률 전문가라는 변호사도 위 전문가 정의에 따른 각종 협회나 법률의 제약 속에서 일하게 되어있다.
또 변호사가 되기 전 법률지식뿐만 아니라 반드시 범법 사실과 품행이 방정하다는 (good character) 확인을 거쳐 변호사로 등록 된다. 일단 변호사가 되고 나서도 매년 변호사 유지 자격을 새로 받아야 한다. 이곳 법대에서 가르치는 변호사 윤리강령을 살펴보면 변호사가 어떤 윤리강령에 따라 일하는지 알게 되고 일반인이 갖고 있는 변호사에 대한 오해를 풀기 쉽다:
* 법원에 대한 변호사의 의무- 변호사는 손님의 이해를 대변하는 의무뿐만 아니라, 법과 정의를 수호하는 법원의 수호자 역할을 해야 된다. 만약 의뢰인의 이익과 법원에 대한 변호사의 의무가 상충되는 경우, 손님의 이익보다 사법 및 정의 수호를 위한 변호사의 의무가 우선한다.
* 의뢰인에 대한 변호사의 의무는 다음과 같다:
- 법원에 대한 변호사의 의무 외에 고객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자신이 맡은 손님의 이익을 위해 어느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고 (법원, 국가, 강력한 상대) 고객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어야한다.
- 엄격한 고객 비밀 보장: 직무상 안 손님의 비밀을 법이나 손님의 동의 없이 유출하거나 이용할 수 없다. 여기에는 야간의 예외가 있는 데, 고객의 비밀 준수가 원칙이나 공공의 이익/안전 또는 어느 특정인의 생명이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경우, 손님에 대한 비밀 보호 보다, 안전이나 생명 보호가 더 우선한다. 이런 경우에는 관계 당국에 고객의 비밀을 신고할 의무가 있다. 예를 들어, 손님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어린 미성년자가 의붓 아버지한테 성추행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경우, 미성년자의 안전 및 인권 보호를 위해, 경찰이나 관련 기관에 알게 된 비밀을 신고할 의무가 있다. 이런 의무(비밀 공개 보장의 예외)는 변호사뿐만 아니라, 의사, 상담 치료사, 정신과 의사, 학교 선생 등에게 같은 의무가 부과 되어 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어린 자녀를 체벌한 것을 직무상 안 학교 선생이나 의사는, 관계 당국에 이를 신고할 의무가 있다. 이를 어기는 경우, 관련법에 의해, 징역을 포함한 처벌을 받게 된다. 필자와 상담한 고객 중에는 실제로 중학교에 다니는 딸을 구타하여, 생긴 상처로 인해, 이를 알게 된 학교 선생의 신고로, 법저에 서, 3개월의 징역(1년 집행 유예)형을 받은 사람도 있다.
_ 고객의 이익과 상충되지 않게 행동하기: 변호사가 한 손님의 일을 맡게 되면, 추후 그 손님과 상충되는 다른 고객의 일을 맡을 수 없다.
이것 외에도 많은 윤리강령이 있으나 위 내용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의 오해로 변호사가 겪는 고충에 대해 말해 보겠다.
비교적 작은 한인 사회라 하지만 사람들 간에 다툼이 없을 수 없고, 따라서 손님이 일을 맡기는 순간 변호사가 손님이 부탁한 일을 최선을 다해 할 의무가 있다. 이때 변호사의 편지가 상대편에 가면, 편지에 대한 반박이 오는 것이 아니라, 상대편에 의해, 나쁜 편을 대변하는 변호사임으로, 사건을 맡은 죄로 졸지에 나쁜 변호사 놈으로 격하되고, 아무 근거도 없는 변호사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이어 지는 수도 있다. 설사 의뢰인이 나쁜 사람이라도 이런 주장은 할 수가 없다. 상대의 인권 보호 측면에서도 그렇고 민사사건의 대개의 경우, 나쁜 사람이란 자신의 이익과 상치되는 사람일 뿐, 절대로 본인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나쁜 사람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깡패들 끼리 싸움하다, 부상당한 깡패를 의사가 치료하면, 나쁜 사람을 치료했으니까, 깡패를 동정하는 나쁜 사람으로 치부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변호사는 의뢰인이 도덕적으로 좋던 나쁜 던, 일단 일을 맡으면 최선을 다할 의무가 있다. 이는 의사가 병자를 치료할 때, 병자의 도덕성을 묻지 않고 최선을 다해 치료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자신의 반대편에 서 있는 변호사라고 근거도 없이 사기꾼 편이니, 일을 크게 하려고 부추기니, 음해성 발언을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변호사를 고용하던가, 본인이 상대편을 논리적으로 반박하여 이기는 것이 법의 순리인 것이다.
하지만 요즈음은 위에 언급한 무지한 일반인도 문제이지만, 변호사로서 상식을 넘어서는(?), 행동을 하는 변호사도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몇 년 전 한국의 대 재벌 기업인 삼성 법무 팀에서 수년간 재직하면서, 직무상 알게 된 자신의 고용주의 비리 및 비밀을 언론 매체에 폭로한 모 변호사 사건이 대표적인 경우라 하겠다. 물론 공익을 위해 그렇다고(대 재벌의 위법, 탈법, 정치 자금 마련, 비자금 마련에 대한 폭로) 자신의 입장을 강변했지만, 많은 금전적 혜택을 받는 수년 동안은 침묵을 지키다가, 일자리를 잃게 된 후, 언론사 등에 자신의 전직 고용주의 비밀을 폭로한 행태는 그런 강변을 말 그대로 순순히 받아 들 일 수 없게 한다 (필자의 개인 의견임). 또 이런 사람 들이 자주 인용하는 말은 자신이 하는 말이나 행동이 합법이고 정의를 위해 이런 일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도덕적으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합법(legal)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식 이다. 이른바 법 만능 시대의 현대판 변호사의 세계관이자 주류 설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의 개인 의견으로는 아무리 합법이라도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이제 호주에서는 법적으로 “매춘은 합법”이 되어 처벌할 수 있는 범죄 목록에서 빠졌다. 하지만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신의 자녀 중 하나가 18세가 되자(성년), 매춘을 직업으로 하겠다고 선언하면, 이를 합법이니 괜찮다고 받아 들 일 부모가 얼마나 되겠는가? 같은 논리로 변호사가 법을 따져 합법성을 강조하는 것도 좋지만, 궁극적으로는 어떠한 합법성도 인간이 기본적으로 인정하는 건전한 도덕, 윤리 등을 무시하는 합법성은 그리 좋은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아득한 옛날, 약 2,500년 전, 공자가 말하기를 (논어, 위정편), “법률에만 의지하여, 백성을 규제하는 정치를 하면, 백성은 법만 피하면(합법이면), 무엇을 해도 좋은 것으로 잘 못알고, 부끄러움을 모르게 된다.”고 설파하였다. 결국 법치주의의 이런 단점을 극복하려면, 건전한 도덕을 중시(덕치주의)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요즈음처럼 양심이나 염치가 점점 없어져 가는 세태에 사는 사람 들(필자 포함)을 보며, 변호사는 변호사의 윤리 강령을 준수하는 것 이상이 필요하고, 일반인은 이런 변호사의 윤리나 의무를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피력해 보았다.
출처 : 저작권 소유: 민재홍 변호사(호주 멜번)-Solomonslawyers; Email: jae@solomonslawy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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