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이 곰보인 까닭은?
골프공은 15세기 영국에서 처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말과 같은 동물들의 가죽에 깃털을 넣고 꿰맨 정도였습니다. 어느 정도 단단한 공을 만들기 위해서 깃털을 꼭꼭 채워 넣어야 했기 때문에 공 하나에 꽤 많은 양의 깃털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1845년경부터는 천연나무 수액을 틀에 넣어 굳힌 구타베르카 볼이 만들어졌는데, 깃털 공(페더볼)보다 더 멀리 날아가고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근대적인 골프공은 1910년대 이후 공의 규격을 통일하여 던롭 사가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골프공은 탄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전에 고무 한 겹으로 이루어져 있던 공은 최근 들어 탄성이 좋은 합성 커버를 한두 겹으로 덧씌운 여러 종류로 생산되고 있습니다. 고무와 수지의 복합 탄성체만으로 이루어진 원피스볼, 경질고무 위에 강화 커버를 씌운 투피스볼, 그리고 두겹의 커버 때문에 타구감이 좋은 쓰리피스 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과학 기술의 발달로 탄성이 아주 좋은 코어와 커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반발력이 높아 비거리가 증가하기 때문에, 공에 일정한 힘을 가했을 때 공이 변형되는 정도와 초속도가 기준 이내에 들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골프협회에서는 질량 45.93g 이하, 지름 42.67㎜ 이상으로 골프공의 규격을 정해놓고 있습니다. 공이 작고 무거울수록 멀리 날아가기 때문입니다. 또한 테스트를 했을 때 초속도는 76.2m/s 이하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골프공의 표면에 원형으로 움푹 패인 자국을 딤플이라고 합니다. 초기에 사용된 구타페르카 공은 경기를 하다보면 표면에 여러 흠집들이 생겼습니다. 골퍼들은 자연스레 흠집난 볼을 사용하면서 볼 표면에 흠집이 생긴 공이 더 멀리 날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딤플은 이 사실에 착안하여 일부러 표면에 흠집 모양을 낸 것입니다. 요즘은 꼭 원형이 아니라 사각형이나 육각형 모양의 딤플도 있습니다.
딤플은 야구공의 실밥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공기가 공의 표면에 더 오래 머무르도록 하여 뒤쪽에 생기는 소용돌이의 크기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딤플이 있는 공은 공기의 저항을 줄이고 양력이 커져서 체공 시간(공중에 머물러 있는 시간)을 늘리기 때문에 비거리가 증가합니다.
공이 날아갈 때 공의 표면에는 공기가 달라붙어 얇은 막을 형성하거나 작은 난류와 함께 공의 뒤쪽에 소용돌이가 발생합니다. 소용돌이는 공의 뒤쪽으로 밀리는 힘을 받아 속도가 줄어들게 됩니다. 그런데 공의 속도가 아주 빨라진다면 공표면에 발생하는 난류는 증가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공 뒤쪽에 생기는 소용돌이를 줄여주어 공이 더 잘 날아갈 수 있게 합니다. 따라서 딤플은 일부러 공의 표면을 울퉁불퉁하게 만들어 공이 충분히 빠르지 않더라도 공 표면에 발생하는 난류를 증가시킬 수 있도록 고안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무조건 딤플이 많다고 해서 공이 잘 날아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딤플 의 수는 300여 개에서 500여 개 정도로 일정합니다.
그리고 딤플의 배열에 따라 스핀 효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예전에는 가운데 부분에만 띠처럼 딤플을 배열한 공이 개발된 적도 있었습니다. 이 공을 딤플이 세로 방향을 향하게 티 위에 세워 놓고 치면, 원하는 방향보다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날아가는 슬라이스나 훅이 발생할 확률이 크게 감소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즉, 공이 날아가는 방향의 정확성을 안정적으로 높여주는 공이 개발된 것입니다. 하지만 경기에 사용되는 골프 기술을 감소시킨다는 이유 등으로, 골프 협회는 이 공의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이후 골프공은 모든 방향으로 동일한 공기역학적 특성을 가져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생산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참고: 손영운, 김은선 선생님의 스포츠 속에 과학이 쏙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