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리나 졸리가 출연한 영화 <툼 레이더>를 보았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마치 흘러내린 촛농이 자신의 몸에 기이한 흔적을 남기듯,거대한 나무뿌리가 사원의 돌을 감싸고 있는 캄보디아 씨엠립 앙코르와트의 타 프롬 사원이다.
지금까지도 수많은 여행객들은 앙코르와트의 다른 사원보다 이 사원을 많이 찾는 이유는 사원을 감싼 거대한 나무뿌리 때문이다.
캄보디아 정부는 이 나무를 제거하고 원형보존도 고려했지만,사원과 한몸이 된 이 나무도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문화재로 간주하고 있는 그대로 두기로 한 결과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만일 이 나무를 완전히 제거했다면 타 프롬 사원은 오늘날 많은 여행객들이 찾지 않았을까 싶다.
여행객은 문화재만을 보러 타국 여행을 하지 않는다.
그 나라의 풍습,먹거리,즐길거리,볼거리 등 다양한 경험을 위해 해외여행을 한다.
만일 타국의 문화재만 관람한다면 그는 역사가이거나 학예사,또는 이를 취미로 연구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문화재와 기타 경험 거리를 연결하는 것이다.우리나라의 경우 고궁관람이나 북촌 등을 여행하는 많은 여행객들은 저마다 어울리는 한복을 입고 나들이 한다.
언뜻보아서는 한국인인지 일본ᆞ중국ᆞ동남아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경복궁의 별궁인 창경궁은 사계절 수많은 여행객들이 붐빈다.
특히 이곳은 연인의 데이트 장소 및 야외 웨딩 사진 출사 장소로도 유명하다,
어떤 때는 살짝 그들이 부러울 때도 있지만,
나의 창경궁 나들이는 오직 잘 보존된 자연림과 조우하는 것이다.
그래도 부러운 감정을 숨길 수는 없다.
왜냐하면 눈 뜨면 그 장면이 보여서다.
자연을 감상하는 사람이 눈 감고 있을 수 없는 노릇.
높고 긴 전통담으로 창경궁과 창덕궁은 둘로 나눤다.
바로 그 담에 오늘 이야기할 거목 하나가 있다.
느티나무다.
느티나무는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나무지만,수백 년 된 거목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시골 마을 입구의 당산나무나 신목으로 유명하다.
서울시의 경우 각 자치구에 있는 이 나무는 보호수로 지정ᆞ보호하고 있어,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담 모서리 한 쪽 작은 계단에 있는 느티나무는 그 받침돌을 껴안고 있다.
느티나무가 계단 돌보다 오래되었는지,아니면 계단을 만든 다음 이 나무를 식재했는지,자세히 알 수 없다.
어떻든간에 느티나무는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벗어나 계단 영역까지 침범했다.
다른 쪽 느티나무는 베어진지 오래인데,이는 거대한 그것이 넘어갈 가능성이 있어서다.
문화재 관리청에서는 살짝 고심하지 않았을까 십다.
거목의 본존이냐,관람객의 안전이 우선이냐를 두고.ㅎ
만일 느티나무와 돌계단이 사고능력이 있었다면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
우리 주변을 생각해보자.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과 옆의 누가 거주하는 그것 사이에는 서로 침범 불가능한 담이 있다.
담은 서로의 왕래를 거절한다.
또한 외부의 누군가의 침입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한다.
무엇보다 각 주택 거주자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게 만드는 게 담이다.
이런 담을 침범하는 것은 대단히 중대한 범죄에 해당되어 처벌이 무겁다.
또한 이웃간의 다툼은 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다.
자기 집 앞에 누군가 차를 주차했다하면~~.ㅎ
상상에 맏기겠다.ㅎ
이렇듯 이성을 가진 인간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면 인정사정없이 다투거나 법으로 해결한다.
하지만,그 둘은 사고능력 즉 이성이 없다.
느티나무가 계단 영역을 침범했든,인위적으로 계단을 만들 때 느티나무 영역을 침범했든,그 이유를 묻지 않고
서로는 공존ᆞ융화되어 있다.
느티나무와 계단돌은 서로를 원망하지도 않는다.
나의 영역 너의 그것도 가리지 않고 공유한다.
비록 느티나무 뿌리에 의해 계단돌은 살짝 자신의 자리를 이탈했을 뿐,그 형태는 그대로 남아있다.
캄보디아의 타 프롬 사원이 아니라도 나무와 돌의 자연스런 동거를 한국의 창경궁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어떤 관광객은 이 사원의 나무만을 보러간다고 하는 이도 있다.
인공미와 자연미의 조화는 우리가 자연과 더불어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하다.
오늘도 느티나무와 돌은 서로를 믿고 포옹하고 있다.
서로의 운명이라 생각한 듯.ㅎ
충북 음성 무극터미널에서.ㅎ
■느티나무의 꽃말은 운명이다.
ㅡ참고ㅡ
■느티나무 사진은 서울시 창경궁에서.
첫댓글 눈썰미있게 관찰하셨네요
ㅎ
감사합니다.
이제 고궁가면
전각엔 관심없고
쓸데없는데 눈길이 가네요 ㅎ
춥습니다
감기조심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