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국 답사반과 함께 한 해운대 마을 여행
지난 6월 29일 토요일 1시 30분에 시작된 장산국 답사반 모임. 그 전날만 해도 하루 종일 비가 내린 터라 내심 불안했는데, 정작 답사일 당일에는 화창한 날씨가 펼쳐졌다. 하늘에는 옥색 구름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고,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 색깔이 구름 사이로 보였다. 그날 해운대역에는 어른 29명과 아이들 8명 등 총 37명이 참석했다. 주로 가족단위로 온 분들이 많아 마을 여행의 의미가 더욱 풍부해졌다.
그날의 답사는 해운대역에서 동해남부선 열차를 타고 송정역으로 간 다음에 구덕포, 청사포, 미포 까지는 도보로 가는 일정이었다. 답사 길잡이는 여행작가이자 부산의 스토리텔링 전문가인 김대갑씨가 맡았다. 김대갑씨는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등을 쓴 작가이다.
오후 2시가 가까워오자 답사반은 플랫폼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멀리서 무궁화호가 서서히 역내로 진입했다. 사람들은 흥겨운 마음으로 열차를 올라탔다. 기차가 곧 출발하는 가 싶더니 어느새 청사포 철길로 접어들었다. 영화 파랑주의보를 찍기도 했던 철길 아래에는 에메랄드 빛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모두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11월 말이면 철길이 없어진다는 생각에 사진이나 남기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일까?
송정역에서 내린 답사반은 간단한 기념촬영을 한 후, 본격적으로 길잡이의 설명을 들었다. 송정역은 194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며 2006년에 문화재청의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이다. 크게 본관과 창고로 이루어져 있는데, 본관은 기와집이며 창고는 그 철골양식이 아르누보양식이란 특징이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이야기도 몇 개 나왔다. 통근열차였던 통일호에 대한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추전역(해발 855m)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답사반원들은 모두 재미있다는 표정이었다. 무심코 지나쳤던 송정역사에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이제 송정역사에서 출발해 본격적으로 해운대 삼포로 가는 도보 여행이 시작되었다. 태양이 약간 뜨겁긴 했지만 시원한 바다 바람이 불어와서 그리 덥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오후였다. 멀리 윈드서핑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몸놀림이 시원함과 세련됨을 풍겨주었다.
1km 정도 걸어서 도착한 구덕포 마을. 150년 전 함안 조씨에 의해 처음 조성된 구덕포 마을은 적은 가구가 살고 있는 한적한 어촌이다. 이곳은 송정의 끝자락에 해당되며 반대쪽 끝에는 죽도가 자리하고 있다. 구덕포 마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영화 “친구”의 촬영지와 태품 매미이다.
송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답사반은 청사포로 가는 해파랑길로 접어들었다. 구덕포에서 청사포로 가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동해남부선 철길이고, 또 하나는 해안가 바위길, 마지막으로는 해파랑길이다. 그날은 아이들도 많고 해서 해파랑길을 거쳐 청사포로 가기로 했다.
해파랑길은 동해남부선을 왼편에 끼고 숲속에 길게 드리워 있는 편편한 길이다. 울창한 나무에 둘러싸여 시원한 그늘이 있고, 향긋한 솔 향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온다. 이 해파랑길을 통해 오륙도에서 동해안 최북단인 고성까지 올라갈 수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마침내 도착한 청사포. 해운대 삼포 중에서 가장 마을의 규모가 크고 역사도 오래된 곳이다. 수많은 횟집과 조개구이 집으로 유명하다. 푸른 바위를 배경으로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마주보고 있어, 아련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청사포에는 수령 300년 된 당산나무가 있는데, 이 나무에는 푸른 뱀과 관계된 애틋한 전설이 서려 있다.
답사반은 잠시 하얀 등대로 가서 간식과 물을 먹기로 했다. 등대가 만들어준 그늘 아래 상쾌한 바다 향을 받으면서 먹는 간식. 떡과 빵, 감자와 고구마가 여기 저기 흘러나와 나눠먹기도 하면서 유쾌한 휴식시간을 가졌다.
이제 청사포에서는 문탠로드를 거쳐 해월정으로 가는 방법을 택했다. 약간의 오르막을 올라가서 샛길로 접어드니 다시 숲길이 시작되었다. 이 숲길에서 미포항까지는 그 유명한 해운대 문탠로드가 이어졌다.
발걸음도 경쾌하게 문탠로드를 거쳐 달맞이 고개, 어울마당을 지나 도착한 해월정. 청사포 처녀와 오산마을 도령님의 사랑 이야기가 구수하게 펼쳐진 다음, 해월정 앞바다가 동해와 남해의 경계점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리고 곧 이어 벌어진 즐거운 퀴즈시간. 여태까지 해설한 내용 중에서 퀴즈가 나왔고, 그 퀴즈를 맞춘 사람에게 길잡이의 책을 선물하기로 했다. 몇 가지 퀴즈 끝에 초등학생이 퀴즈를 맞춰 책을 받아갔다. 엄마와 아이가 모두 함박웃음. 허허.
이제 모든 일정을 마치고 미포항으로 경쾌하게 출발. 해월정에서 내려가는 길인지라 모두들 발걸음도 가볍다. 몇 분 후에 도착한 미포항. 방금 지나온 곳이 와우산인데, 이 말은 소가 누운 산이라는 뜻이다. 이 소의 얼굴 부분은 장산을 향해 있고, 해월정은 등허리에 해당된다. 그리고 그 꼬리부분이 미포항인 것이다. 그래서 꼬리 미자를 써서 미포가 된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주민들은 절로 고개를 끄덕끄덕.
답사를 마친 해운대 주민들의 얼굴에는 기쁜 표정이 피어났다. 아는 만큼 보인 말이 있다. 무심코 지나쳤던 길에도 다양한 이야기와 역사가 숨어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장산국 답사반은 많은 코스를 개발해서 다양한 스토리와 함께 재미있는 답사 여행을 계속할 것이다. 장산국 답사반에 많이 놀러오세요~.
다음 답사 코스 : 동백섬 입구 ~ 해안가 출렁다리 ~ 해운대 석각 ~ 최치원 동상 ~ 운촌마을 ~ 간비오산 봉수대( 25분 정도 완만한 등산) ~ 해운정사
일시 및 모임 장소 : 2013년 7월 27일 토요일 2시. 조선비치 호텔 앞, 장산국 답사반 깃발 아래~
회비 : 성인 5,000원, 초등생 이하 3,000원(강사료 및 자료집)
이벤트 : 퀴즈를 맞히면 한 분에게 책을 선물로 줍니다!
주최 : 장산국 답사반(010-4841-3614), 참가자는 미리 문자 바람.
인터넷 : 다음 카페에서 “장산국답사반(http://cafe.daum.net/wwt2010)” 검색
첫댓글 재미있네요. 책을 아무나 내는것이.아니다라는 것을 느낍니다
해운대 속살파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