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집단의 세계관이 투영된 민속 신앙 -
무당을 찾아가 점을 보고, 아이를 낳으면 금줄을 쳐놓으며, 마을의 당사나무를 신성시하여 매년 제사를 지내는 것, 촌마을의 입구에 세워놓은 장승과 솟대…. 민속신앙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민속신앙은 한국 전통문화의 중요한 일부분이자 현재까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문화적 현상이기도 하다. 민속신앙을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라 이야기했을 때, 우리는 ‘무당에게 점을 보는 행위’를 이성적 판단으로 재단하기 이 전에, 그 행위가 사회적으로 담고 있는 의미와 그 행위를 통해 개인이 소망하는 욕구를 파악하려는 시각을 가져야 함을 의미한다.
민속신앙이란, 한 공동체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고 사회적 교류를 이루어나가면서 공통적으로 갖게 되는 믿음과 철학을 담고 있다. 전통적인 울타리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우주관과 세계관이 민속 신앙 속에 투영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민속 신앙은 이 땅에 뿌리내리고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그 역사를 함께 한다.
민속 신앙은 체계적인 형태를 띠지는 않지만 일반 민중의 생활 속에 전승되고 있는 주술적인 신앙 형태이다. 민속 신앙이라는 단어가 학문적으로 아직 명확하게 규정된 것이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이는 여전히 막연한 의미를 지닌 채 사람들에 따라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 그것은 민속 신앙 자체가 갖는 고유한 특성 때문으로부터 유래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민속신앙은 특정한 창시자가 없고, 계시적이 아니며, 신앙의 체계화가 이룩되지 않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신앙’이란, 창시자가 있으며 교리를 갖고 있는 종교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 이에 비해 민속 신앙은 조직체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으며, 어느 때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는 아득한 옛적부터 우리 민족이 믿어 왔던 계승적인 것이다. 이 신앙에는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도 있으나, 외국에서 건너온 종교의 신앙을 받아들이면서 우리의 풍토에 맞게 발전된 것도 있다. 새로운 종교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자연적 신앙과 외래의 신앙이 충돌하면서 재래의 민속 신앙이 파괴되어 해체되는 경우도 존재했다.
또한 민속 신앙은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지역적인 범위에 머물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각 지역별로 독특한 특색을 갖고 있다. 한국의 민속신앙은 개인 신앙을 강조하는 외래 신앙보다 훨씬 더 공동체적이면서 그것을 계승해온 주체가 지배 계급이 아닌 하층계급이라는 점에서 서민적인 특성을 보인다. 이는 민속 신앙이 이성적인 판단이나 제도적인 규율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전승되어 온 경험의 반복에 따른 판단에 그 신앙구조의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우리는 민속신앙을 우리 조상들의 세계관과 삶의 욕구를 투영하고 있는 하나의 문화로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며, 여전히 우리 삶속에 생명력을 갖고 있는 그 영향력의 파장을 감지해 볼 필요가 있다.
* 참고문헌
임병선, <우리가 정말 알아야할 우리 짚풀 문화>, 현암사,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