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춘(陽春)의 3월은 특정한 날의 풍속보다는 한 달 내내 봄을 음미하듯 다양한 풍속(風俗)이 산재한 시기입니다. 만물이 생동(生動)하는 시기답게 수 많은 산해(山海)의 진미(珍味)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시절음식(時節飮食)과 여러 놀이 풍속으로 생동하는 양춘(陽春)의 기운을 발산하는 달인 것입니다. 대표적인 몇 가지 풍속을 통해서 봄의 완성을 이루는 3월의 계절을 음미(飮味)해 보시기 바랍니다. 탕평채(蕩平菜-묵청포) : 녹두로 청포묵을 만들어 잘게 썰고 돼지고기를 미나리. 김과 함께 초장을 쳐서 봄날 저녁에 먹는 음식을 탕평채(蕩平菜)라 하는데, 탕평채는 차게 먹을수록 맛이 좋다고 합니다. 근래의 초나물에 녹말 묵을 썰어 넣고 섞은 음식인 묵청포(--淸泡)와 통용됩니다. [ 蕩(탕) 넓다,크다 菜(채) 나물 ] 애탕(艾蕩;쑥국) : 봄철 들에 무수하게 나는 쑥을 뜯어다 끓이는 국을 애탕(艾蕩)이라 합니다. 산병(*산餠:산떡)과 환병(環餠:환떡) : 봄철의 떡으로 산떡과 환떡이 있습니다. 멥쌀로 작은 방울 모양의 흰떡을 만드는데 그 속에 콩으로 소를 넣은 후에 머리 쪽을 오므립니다. 이 떡에 오색물감을 들여 다섯 개를 포개어 구슬처럼 꿴 것이라 해서 산떡이라 합니다. 또는 청.홍.백색으로 송편처럼 반달형으로 만들어 작은 것은 다섯 개, 큰 것은 두세 개를 대 꼬치에 꿰어 먹기도 합니다.{*산떡의 '산'자는 食변에 散을 쓴 글자. 의미는 '밥풀과자'의 뜻이지만 우리나라는 '산떡'으로 명사화되었음. 죄송합니다.} 환떡은 소나무의 속껍질인 송기와 제비쑥을 찧어서 오색의 둥근 모양의 떡으로 만든 것입니다. 이 중에서 큰 것을 말굽떡{마제병(馬蹄餠)}이라고 합니다. 소어(蘇魚)와 제어(*제魚) : 3월경에 소어(蘇魚;청어과의 밴댕이를 지칭함, 또는 반지,근어, 해도어 등으로 불림)는 경기도 안산(安山) 앞 바다에서 나고 제어(*제魚)는 한강 하류 고양(高陽)과 행주(幸州)지역에서 나는데,사옹원(司甕院:조선조에 궁중의 음식을 관장하던 관청)의 관리가 잡아서 임금께 진상(進上)을 했습니다. 특히 제어는 위어(葦魚:세어 또는 싱어로도 불림)라고도 불리면서 횟감으로도 많이 이용하는데, 이것을 파느라고 생선장수들의 왕래가 분주합니다. {*제어의 '제'자는 '此'머리 밑에 '魚'를 쓴 글자. 의미는 '갈치'의 뜻이지만 우리나라의 '제어'는 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에서 서식하는 30Cm가량의 칼 모양을 한 은백색의 '웅어(열어,멸어 등)'를 지칭합니다.} - 주로 봄철에 많이 빚는 맛 좋은 술로 전하는 전통주(傳統酒)는 개인 집이나 술집에서 직접 만들어 전통의 맛을 자랑하는 술들입니다. 주 명(酒名) | 주 원료(原料) 및 산지(産地) | 비 고 | 과하주(過夏酒) | 소주와 약주를 섞어 빚은 술, 주로 여름에 먹음 | 여름을 잘 견뎌냄 | 소국주(小麴酒) | 찹쌀로 담근 막걸리의 일종 | 麴(국)누룩 | 두견주(杜鵑酒) | 진달래꽃{두견}을 넣어 빚은 술{진달래술} | 鵑(견)두견이 | 도화주(桃花酒) | 복숙아꽃을 넣어 빚은 술 | 桃(도)복숭아 | 송순주(松筍酒) | 소나무의 새 순을 넣고 빚은 술 | 筍(순)죽순 | 감홍로(甘紅露) | 내릴 때 지치 뿌리를 꽂고 꿀을 넣어 밭은 붉은 소주로 달고 알콜 도수가 높음 (평안도) | 甘(감)달다 | 벽향주(碧香酒) | 매우 맑고 향기가 좋은 술 (평안도) | 碧(벽)푸르다 | 이강주(梨薑酒) | 배즙과 생강즙을 꿀에 넣어 빚은 술 (황해도) | 薑(강)생강 | 죽력고(竹瀝膏) | 푸른 대쪽을 불에 구어서 받은 기름을 죽력(竹瀝)이라 하는데, 이 죽력을 넣어 빚은 소주. 생지황,꿀, 계피, 석창포 등을 넣음 (전라도) | 瀝(력)물방울 膏(고)기름 | 계당주(桂當酒) | 소주에 계피와 당귀를 넣어 삭힌 술 (전라도) | 桂(계)계수나무 | * 사마주(四馬酒) | 새해 오일(午日:말날)마다 네 번 거듭 빚어 봄 내내 익힌 술, 해가 지나도 변하지 않음 | 午는 12지에 馬 |
[麴(국)누룩. 鵑(견)두견이. 筍(순)죽순. 露(로) 이슬. 碧(벽) 푸르다. 薑(강) 생강. 瀝(력) 거르다. 桂(계) 계수나무 ] 서울 풍속에 화창한 날 경치 좋은 물가나 산과 들에 음식을 준비해서 노는 꽃놀이를 화류(花柳)라고 합니다. 이 꽃놀이는 본래 3월 삼짇날에 답청(踏靑:봄에 파란 풀을 밟고 거니는 놀이)하는 풍속에서 온 것으로 필운대(弼雲臺:현 종로구 필운동)의 살구꽃, 북둔(北屯:현 성북구 성북동)의 복사꽃, 흥인지문(興仁之門:동대문) 밖의 버들이 가장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현대의 봄철 벚꽃놀이는 왜색(倭色)의 잔재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전통의 화류(花柳)를 되찾고, 올바른 상춘(賞春)의 자세가 필요하리라 봅니다. [ 踏(답) 밟다. 弼(필) 돕다,도지개. 屯(둔) 진치다, 모이다. 어렵다 ] 강릉(江陵)지방 풍속으로 노인을 공경(恭敬)하여 해마다 좋은 계절에 70세 이상의 노인들을 초청해서 명승지(名勝地)로 모셔다가 위안잔치를 벌여주는 것을 청춘경로회(靑春敬老會)라고 합니다. 비록 종 노비(奴婢)라 할지라도 70세가 되면 모두 이 잔치에 나오도록 초청을 합니다. 어린 소녀들이 풀을 뜯어다가 머리를 땋거나 틀어 올려 낭자(娘子)를 만들고 그것에 나뭇가지를 깎아 붙인 다음 천 조각으로 치마와 저고리를 만들어 입힌 것을 풀각시{초각씨(草閣氏)}라고 합니다. 여기에 이부자리와 머릿병풍을 쳐놓고 그것을 가지고 노는 것을 각시놀음[각씨희(閣氏戱)]이라 합니다. 일종의 인형극(人形劇) 놀이라고 할 수 있는 이 풀놀이는 장난감이 없는 시절에 직접 손으로 만들어 놀았던 기지(機智)가 엿보입니다. 또한 아이들은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피리를 만들어 불었는데, 이것을 호드기{유생(柳笙);버들피리}라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