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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2014년 1월 공연총평
1월은 학생들의 겨울방학기간이라 아동과 학부형이 함께 관람할만한 공연이 많았다. 아시테지 겨울축제와 차세대 연극을 이끌어 갈 연극영화과 학생들의 연극 브리지 페스티벌에서의 그들의 열과 성을 다한 공연은 한국 연극의 발전과 가능성을 제시했고, 우리나라로 이주한 다문화가족의 어려운 삶을 그려낸 연극이 관객의 주목을 받으며 문제극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지방극단의 우수작이 대학로에서 공연되어 공감과 갈채를 받았다.
1월에 공연된 작품 중 특기할만한 작품을 선정해 평한다.
1, 극단 노을의 오세곤 예술감독, 강재림 작 연출의 <돌아온 오 박사>
노을 소극장에서 극단 노을의 오세곤 예술감독, 강재림 작 연출의 <돌아온 오 박사>를 관람했다.
<돌아온 오 박사>는 몰리에르의 <스카펭의 간계>에서 소재를 따고, 우리나라 청년실업자 100만 시대를 반영하듯, 고학력 실업자인 오 박사가 한 기업의 취직시험에 여러 차례 낙방을 한 후, 바로 그 기업가 집 자가용 운전자로 취업을 해, 예나 지금이나 당연하다시피 행해지고 있는 부호나 고급관료 자녀들 간의 사랑 없는 정략결혼에, 오 박사가 끼어들어 자식들 편에 서서 소동을 일으키고, 골탕을 먹여 파탄에 이르도록 만든다는 폭소희극이다.
무대는 정사각의 흑백 문양이 들어간 이중의 벽을 정면에 세우고, 중앙에 등퇴장 로와 무대 좌우에 등퇴장 로를 만들어 장면변화마다 의자와 소파를 출연자들이 들여다 적절한 장소에 배치한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서곡이 우렁차게 울려 퍼지면 주인공 오 박사가 무용하듯 등장해 면접시험을 치루는 장면이 소개된다. 일곱 번째라는데 주인공 오 박사는 번번이 낙방이다.
장면이 바뀌면 집에서 아버지에게 닦달을 당하는 오 박사의 출근모습이 펼쳐진다. 일하러 나가는 게 아니고, 그냥 아침 일찍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나가는 장면이다.
장면전환이 되면 조직 폭력배의 체력단련모습이 전개된다. 후에 그 조폭두목은 오 박사의 친구인 것이 알려지고, 오 박사를 위해 납치 극을 벌이게 된다.
오 박사는 학력을 대학중퇴라고 속여, 자신을 일곱 차례나 떨어뜨린 한 기업가의 집 자가용 운전자로 취직이 돼, 첫 출근을 한다. 기업가의 부인은 후취로 젊고 어여쁘고 관능미가 넘치는 여인이고, 휴대전화로 친구들과 해외여행타령이나 하는 여인이다.
기업가의 아들은 사랑하는 여인이 있고, 그 여인은 생활이 어려운지, 기업가의 집 가정부로 들어가 아들과 사랑을 나눈다는 설정이다. 그런데 그 기업가의 아들이 공교롭게도 바로 오 박사에게 대학입시학원에서 배웠고, 기왕에 오 박사가 아버지 자가용 운전자로 취업을 했으니, 자신의 사랑 없이 하게 되는 결혼을 막아달라는 부탁을 하게 된다. 오 박사는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한 후 기업가 아들 납치 극을 친구인 조폭두목과 벌이게 된다.
기업가의 부인은 오 박사의 행동거지가 남다르니, 뒷조사를 해, 그가 박사학위 소지자임을 알아낸다. 부인이 이를 폭로하겠다고 오 박사에게 위협을 하니, 오 박사는 오래전부터 부인을 연모해 왔고, 부인을 가까이 모시려고, 학위를 속이고 취업을 했노라고 변명을 한다. 부인은 오 박사의 말에 솔깃해 져서 귀를 쫑긋거린다.
장면이 바뀌면 골프장에서 기업가와 동료기업가가 만나 양측 자녀의 결혼에 관해 환담을 나눈다. 그때 휴대전화로 아들의 납치소식이 전해지고, 안절부절해 하는 기업가의 모습과 석방 대가로 거금이 요구된다. 당연히 대금이 납치범에게 전달된다.
결혼 때문에 유학중인 상대기업의 여식이 귀국을 한다. 물론 상대기업의 여식도 사랑 없는 결혼에 찬성할 리가 없다. 여기에 오 박사와 조폭이 등장해 여식을 설득한다. 이번에는 여식의 납치사건이 여식의 부친인 기업가에게 전해진다. 여식의 부친도 돈을 마련해 조폭이 요구한대로 가져다 바친다.
결국 기업가의 아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가정부 노릇을 하는 여인과 맺어지게 되고, 오 박사와 상대기업가의 귀국한 딸이 결혼을 하게 된다.
그런데 오 박사가 일곱 차례나 낙방한 것을, 시험관 노릇을 하던 여직원이 밝혀내고, 기업가가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간의 납치 극이 오 박사가 계획적으로 꾸민 일이라는 것이 들통이 난다.
대단원에서 아버지의 닦달을 받으며 아침 일찍 일자리를 구하러 집 밖으로 나가는 오 박사의 아침풍경과 함께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고훈목이 오 박사, 김남수와 김인수가 기업가, 김도연이 기업가의 후취부인, 임재명이 상대기업사장과 오 박사의 아버지, 이일균과 한명진이 기업가 아들, 임한나와 강아름이 아들의 연인과 비서, 장희재가 상대기업가의 딸, 유일한이 조폭두목, 서형석이 조폭단원과 면접관, 구성모가 조폭단원과 면접관으로 출연해, 각자 제대로 성격창출은 물론 호연으로 관객을 폭소로 이끌어 간다.
예술감독 오세곤, 협력연출 이동현, 조연출 김다솜 김정은 신수빈, 기획 박새롬 조장미, 그리고 스텝 모두의 힘이 하나가 되어, 강재림 작 연출의 <돌아온 오 박사>를 2014년을 폭소로 활짝 열어젖힌, 극단 “노을”의 희망찬 “아침햇살” 같은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2, 연극 브리지 페스티벌 국립인천대의 유미리 작, 백지수 연출의 <정물화>
예술공간 서울에서 대한민국 연극 브리지 페스티벌 국립인천대의 유미리 작, 박지수 연출의 <정물화>를 관람했다.
유미리(柳美里)는 일본의 권위 있는 아쿠타가와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재일교포 작가다. 1968년 일본 가나가와 현에서 재일 한국인 2 세로 출생했다. 부모의 학대와 폭력, 친구들의 집단 따돌림 등으로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으며, 이로 인해 실어증, 이지메, 자살 기도, 고교 자퇴 등 아픈 성장기를 보냈다.
열여섯 살 때 '도쿄 키드 브라더즈' 극단에 연수생으로 입단하면서 극작가, 연출가로 활동하게 되었으며, 이때 만난 히가시의 격려로 문학을 하게 됐다. 1988년 희곡 <물속의 친구에게>로 데뷔하였고, 1993년 24살 최연소의 나이에 희곡 <물고기 축제>로 기시다구니오 희곡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후 <정물화(Green Bench)> 등의 희곡 작품과 <가족의 표본> <私語사전> <유미리의 자살> 등의 에세이를 출간하였다. 1996년에는 소설집 <풀하우스>로 제24회 이즈미교카 상과 노마분게 신인상을 연달아 수상했다. 제113회, 제114회 두 차례에 걸쳐 일본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올랐으며, 1997년 자전적 소재를 다룬 중편 <가족 시네마>로 제116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다. 당시 재일동포란 사실 때문에 극우 일본단체들로부터 테러위협을 받기도 했다.
1999년엔 그녀의 1994년작인 <돌에서 헤엄치는 물고기>가 친구(재일 한국인)의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출판금지 판결을 받았는데, 이로 인해 표현의 자유 한계를 둘러싸고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2000년 2월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한 유부남의 아이를 출산하여 충격을 주었고, 이어 3월에 적나라한 섹스묘사를 담은 소설 <남자>를 출간해 다시 한 번 일본사회에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유미리는 초기에는 주로 자전적 소재를 다루면서 파괴와 청소년의 방황과 같은 주제를 그려왔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 점차 사회적 이슈로 작품의 소재를 넓혀나가면서 인간 내면풍경의 황폐와 소통단절을 고발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소설 <풀 하우스> <가족 시네마> <골드러시> <타일> <루즈> <8월의 저편> <비와 꿈 뒤에> 등이 있으며, 에세이로 <물가의 요람> <물고기가 꾼 꿈> <세상의 균열과 혼의 공백> 등이 있다. <비와 꿈 뒤에>는 2005년 일본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무대는 여고 문예반 교실이다. 의자를 포개놓은 책상이 다섯 개가 놓여있고,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표어가 오른쪽 게시판에 잔뜩 붙어있다. 왼쪽에는 아크릴 판이 있어 칠판구실을 한다. 정면에 출입구와 창, 그리고 복도가 창밖으로 나있다. 창에 인물과 바다 등이 영상으로 투사된다.
연극 <정물화>는 암전 상태에서 울려 퍼지는 소녀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사과나무 꽃잎이 쉬지 않고 흔들리고 있는 그런 계절이었다.” “상쾌한 아침바람이 목도리를 풀어헤친 내 목덜미를 차갑게 도려낸다.” 객석 가까이 책상에 앉아 나나코가 글을 쓴다. “개는 개들과 함께 잠잔다. 꽃은 꽃들과 함께 잠잔다.” 4월의 마지막 날인 30일, 이곳은 여고문예부교실이다.
잠시 후 치하루, 나츠코, 카오리, 후유미가 문예부 교실로 들어온다.
소녀들은 유언비어 같은 소문에 집착한다. 중병을 앓고 있다는 교장선생님이나, 교정을 떠돌고 있다는 귀신들에 대한 소문. 그늘 한 점 없어 보이는 여고생들이건만, 틈만 나면 하는 이야기꺼리는 연애나 사랑이 아니고 죽음에 관련된 이야기다. 아이들은 과학실에서 실험도구를 가져다가 분홍빛 사랑의 묘약을 만들지만, 묘약은 사과나무 가지에 목을 매 자살한 소녀 귀신 이야기로 실패로 끝이 난다. 아이들이 떠나간 자리에 울려 퍼지는 바이올린 소리는 미남청년의 모습과 함께 영상으로 투사된다.
나츠코가 말한다. “지금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것도 몇 년이 지나면 앨범 속 사진처럼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 안 나는 일이 되는 걸까?” 이 대사는 관객 모두에게 지난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하도록 만들고, 또한 가출한 고양이 안소니의 행방을 찾는 치하루의 “어디로 가버린 걸까? 그것만이라도 알았으면……” 하는 대사는 한 번쯤 개나 고양이를 잃어버린 적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안타깝고 아쉬웠던 잃어버린 애완동물을 생각나게끔 하는 장면이다.
소녀들의 꿈과는 거리가 있는 현실, 그리고 소녀들의 고뇌와 사랑, 그리고 동성애, 이들의 생각이 학습시간이나, 교생실습시간처럼 펼쳐지면서, 나나코가 마지막으로 제안한 유서(遺書) 쓰기가 대미를 장식한다.
소녀들이 직접 쓴 유서는 노인이 되었을 때가 아닌 새 파랗디 새파란 나이에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의 입장에서 쓴 유서이기에, 소녀들 나름대로의 죽음을 상상하며 작성한다. 유서를 쓴 소녀들이 모두 귀가를 하고 마지막으로 정리할 게 있다며 문예부 교실에 남은 나나코....
한창 아름답게 꽃 피울 계절인 4월의 마지막 날에, 교정에 와르르 떨어지는 사과꽃잎처럼 나나코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김정아, 김현정, 김혜련, 손성, 신혜수, 이도해, 이지혜 등 출연자 전원의 예쁜 모습과 호연은 관객의 감성을 일깨우고, 과거 고교시절로 회귀하는 느낌이 드는 독특한 공연이다.
지도교수 하병훈, 구태환, 조연출 강솔, 국립인천대의 연극 브릿지 페스티벌 참가작, 유미리 작, 백지수 연출의 <정물화>를 관객의 기억에 길이 남을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3, 연희단거리패의 오세혁 작, 이윤주 연출의 <레드 채플린>
게릴라극장에서 연희단거리패의 오세혁 작, 이윤주 연출의 <레드 채플린>을 관람했다.
<레드 채플린>의 줄거리는 채플린이 미국에서 영화를 제작하고, 자신의 영화에 출연하는 등 활동을 벌였으나, 미국으로 귀화를 하지는 않는다. 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채플린은 공산주의자로 몰려 미국에서 추방된다. 낙담한 채플린은 꿈속에서 일제치하에서 해방된 한국의 만담가 신불출과 만난다. 채플린은 신불출의 재주에 감탄을 하고, 신불출도 채플린의 천재성에 존경을 한다. 채플린은 공산주의자로 몰렸지만, 신불출은 공산주의를 신봉하고 북으로 간다. 그러나 얼마 되지않아 북에서 냉대를 받고 숙청까지 당하게 되니, 동병상련의 채플린과 신불출은 우주로 나가 우주공간에서 유영을 한다. 그러나 우주라고 두 사람이 마냥 자유롭게 유영만 할 공간인가? 결국 두 사람은.....
채플린은 영국인이었고 미국 시민권을 얻으려 하지 않았고, 영국에 대한 애국심이 깊은데다가 인도주의자였다. 대중 앞에서 연설하는 것을 좋아했기에, 샌프란시스코에 열린 소련의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지지협회에서 연설요청을 하자 그는 소련을 지지하는 즉석연설을 하였다. FBI는 채플린을 급진적이고 미국시민권도 받지 않은데다가 좌파 지식인들과 어울렸다는 의심을 하고, 그가 연설했던 문서들을 조사하다가 '동무' 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채플린을 공산주의자로 몰아가기 위해, 그가 공산주의자라는 자료가 소련 유명 신문사 '프라우다'에 실렸다고 발표했다.
결국 채플린은 미국에서 추방당하고 동시에 명예까지 잃게 되었다. 그러나 누구나 잘 아다 시피 찰리 채플린의 정치적 신념은 그저 자유주의자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몇 년 후에 채플린 사건은 미국 민주주의사회에서의 그릇된 매카시즘의 의한 결과였다는 비난을 받게 되었다.
채플린은 영국여왕으로부터 기자작위를 받았고, 미국으로 다시 가서 헐리우드에서 아카데미 영화공로상을 받았다.
신불출(1905~1976)은 경기 개성출생으로 만담가이자 연극인이다. 본명은 신흥식. 일제강점기 날카로운 정치풍자와 풍성한 해학으로 만담가로서 당대 최고의 인기를 얻었다.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20세 무렵 상경해 연극계에 입문했다. 당초 극작가 겸 배우로 활동을 시작했으나 1930년 '조선연극사'에 극작가로서 가담했고, 1931년 가을에 조직된 극단 '신무대'에서는 배우 겸 극작가로서 중추적 활동을 했으며, 악극단에 대본을 제공하기도 했다. 1930년 대 초 연극 〈동방이 밝아온다〉에 주연을 맡은 신불출은 이 연극의 마지막 대사를 자기 식으로 바꾸어 대한독립을 고무했다는 이유로 종로경찰서 고등계에 연행되어 철야조사를 받았는데, 이 사건은 그 뒤 수없이 되풀이된 연행·석방의 시작이었다. "다시는 서울에서 무대에 서지 않는다."는 각서를 쓰고 풀려난 뒤, '사대문 밖'이라는 뜻의 극단 '문외(門外)'를 조직하고 주로 서울 외곽에서 세태풍자 연극을 공연했다.
1930년대 중반부터는 만담가로 더 유명해졌다. 이 시기의 대표적 만담으로는 〈곰보타령〉·〈엿줘라 타령〉·〈망둥이 세 마리〉 등이 있는데, 그 중〈망둥이 세 마리〉는 일본의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독일의 히틀러,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를 풍자한 작품이다.
해방 후에는 조선영화동맹에 가담했다. 1946년 6월 11일 조선영화동맹과 일간 〈예술통신〉이 함께 주최한 '6·10만세운동기념 연예대회' 때 '실소사전(失笑辭典)'이라는 제목의 만담을 벌여 객석에 있는 우익청년 200명에게 폭행을 당하고 주최자인 조선영화동맹 서기장 추민과 함께 태평양미국육군총사령부 포고 제2호 위반으로 '체형 1년 혹은 벌금 2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1947년 월북한 뒤, 6·25전쟁 때 문화선전대 책임자로 서울에서 선무방송을 했다.
1957년 만담가로는 이례적으로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 중앙위원으로 선임되었고 같은 해 10월 노력 훈장을 받은 동시에 공로배우로 선출되었다.
1961년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 직속 '신불출만담연구소'를 설치하고 소장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이 시기 북한의 조직적 문예정책과 통제사회의 실상을 풍자한 탓에 1962년 한설야 등이 '종파주의자', '복고주의적 반동분자'의 혐의로 숙청될 때 같은 혐의로 모든 공직을 박탈당하고 협동농장으로 추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1962년 숙청설 이후로는 지방의 노동교화소나 협동 농장, 정치범 소용소로 추방되어 중노동에 시달리다가 1976년 경 사망했다는 소문만 전할 뿐, 사망한 시기도 분명치 않다.
한설야, 최승희, 심영 등 비슷한 시기에 숙청당한 문화예술계 월북 인물들과는 달리 복권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무대는 배경 막 가까이 스크린이 있어 찰리 채플린의 영화영상을 투사해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하수 쪽에 채플린이 제작한 영화 포스터와 영화장면을 커다란 판에 잔뜩 붙여놓았다. 상수 쪽에는 벽돌문양의 벽면이 있고, 이젤 위에 채플린이 만든 위대한 독재자의 포스터를 올려놓았다. 무대 중앙에 침대가 있어 장면변화에 따라 출연자들이 침대를 들여오거나 내간다. 하수 쪽에는 긴 탁자도 놓여있다.
오세혁, 김호윤, 김철영, 홍민수, 조지현, 허정윤 등이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찰리 채플린을 오세혁 작가가 직접 연기한다. 그의 호연은 마치 채플린이 실제로 등장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채플린에 방불하다.
홍민수가 신불출로 출연해 객석을 폭소로 이끌어 그의 연기력을 과시한다. 김철영, 김호윤, 조지현, 허정윤이 역시 호연으로 관객을 극에 시종일관 몰입시킨다.
움직임지도 이승헌, 안무 김하영, 조명 조인곤, 의상 가톨릭대 의류학전공 영상고증과, 무대 소품 홍민수, 김지현, 영상 김호윤, 음악 허정윤, 음향 김아영, 사진 이윤주 김미영 등 스텝 모두의 힘이 일치되어 연희단거리패의 익살광대극 오세혁 작, 이윤주 연출의 <레드 채플린>을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4, 아시테지 겨울축제 연희단거리패의 이윤택 예술감독, 김경화 대본, 김미숙 연출의 <산 너머 개똥아>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제10회 서울 아시테지 겨울축제 연희단거리패의 이윤택 예술감독, 김경화 대본, 김미숙 연출의 <산 너머 개똥아>를 관람했다.
<산너머 개똥아>는 민간설화와 박첨지 꼭두각시놀음을 합성해 마당극형식으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무대는 배경 막 가까이 높은 산과 소나무를 그린 대형화폭이 있고, 그 앞으로 꼭두 놀이의 휘장 대신 장지문이 있고, 그 양쪽에 십장생도의 배경화면 같은 그림이 벽면처럼 연결되었다. 장지문 위로 인형들이 움직이고, 장지문을 열고 등장하는가 하면, 벽면그림 좌우로도 출연한다. 무대 하수 쪽에 장구, 북, 징. 꽹과리 등의 연주석이 마련되어 있다.
연출을 한 김미숙이 해설자 겸 연주와 열창은 물론 능숙한 춤사위로 무대를 이끌어 가고, 박첨지 놀이에서처럼 늙고 흰 수염에 한복두루마기를 입은 우중중한 박첨지가 아니라, 중절모에 검은 정장 그리고 턱시도를 걸치고 맵씨있게 수염을 기른 이승헌이 매력적인 박첨지로 변신을 해서 바람둥이로 등장한다.
한 고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북의 황해도 봉산까지 유람을 하며 겪는 기상천외의 사건이라, 이 극에서는 스님이나, 무당, 맹인치료사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인물들이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해 관객의 폭소를 자아낸다. 그러나 악의 화신인 호랑이탈을 쓴 괴물이 등장을 해, 이들을 잡아먹으니, 원래 박첨지 놀이에서는 구렁이가 등장을 하고, 절대 절명의 순간에 벌거숭이의 천하장사 홍동지가 등장해 구렁이를 물리치지만, 이 극에서는 <산 너머 개똥이>가 커다란 양물을 덜렁이며 등장해, 호랑이탈을 쓴 괴물에게 폭포처럼 오줌을 싸 괴물을 쓰러뜨려 갈채를 받는다.
박첨지 놀이에서는 구렁이에게 잡혀 먹힌 사람들의 상여가 나가도록 되어있지만, 이 연극에서는 호랑이탈을 쓴 괴물은 물론, 모든 출연자들이 등장해 한바탕 마당놀이장면으로 극을 마무리를 한다.
<산 너머 개똥아>는 어린이를 위한 공연이라기보다 새해 정초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만든 흥미만점의 놀이공연이라 하겠다.
이승헌이 첨지, 김미숙이 할미, 배보람이 먹중, 정연진이 개똥이. 신승훈이 꼭두 무당, 이혜민이 꼭두 의원, 앙승일이 꼭두 의원2, 박민예가 꼭두 호랑이머리, 이은창이 꼭두 호랑이꼬리, 정종진이 꼭두, 이예선이 악사, 서민우도 악사, 김연지 등 출연자 모두의 열연과 열창 그리고 꼭두 놀이는 관객의 흥을 북돋아 갈채를 받는다.
예술감독 이윤택, 대본 김경화, 연출 김미숙 등 연희단거리패의 제10회 서울 아시테지 겨울축제 참가작 <산너머 개똥이>는 새해 벽두를 장식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흥미만점의 걸출한 공연이 되었다.
5, 연극 브릿지 페스티벌 한국영상대학교의 가네시타 다쓰오(鐘下辰男)작, 이일영 연출의 <어른의 시간>
연극 <어른의 시간>은 한 학교에서 왕 따를 당한 학생이 급우들을 살해하고, 복역 후 20년이 지나 출소해, 당시의 선생님과 부인, 살아남은 급우와 재회해 벌이는 과거사에 대한 갈등과 그 해결에 대한 모색이다.
무대는 마치 학교의 교실처럼 만든 건물이다. 정면에 교단과 책상이 있다. 중앙에 책상과 의자가 여러 개 놓여있고, 후에 책상을 붙여서 커다란 식탁으로 사용한다, 왼쪽 벽에는 낮은 장과 그 위에 양주병과 잔을 올려놓았다. 무대 상수 쪽에 실내로 들어오는 통로가 있다.
연극은 시작 전에 과거 담임선생이던 노 교사가 방 한 가운데의 책상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무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암전상태에서 동리 이장의 음성이 방송을 통해 들려나온다.
무대가 밝아지면, 왕 따로 인한 급우살해사건이 발생한지 20년 만에 당시의 담임선생과 그의 부인, 당시의 급우, 그리고 현재 그 학교 교사인 급우가, 출감하는 급우를 기다리고, 당시의 사건을 되새기며 조마조마해 하는 광경에서 시작된다.
그들의 이야기로는 인터넷에서 현재까지 당시의 사건에 관한 글들이 떠다니고 있고, 당시의 담임선생에게 편지가 계속 오는 것으로 소개가 된다.
급우들은 출소자를 반기지 않는 눈치지만, 담임선생은 이제 모두 어른이 되었으니, 다시 만나 한풀이를 하자고 제안해 모이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드디어 출소자가 동료 한 명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고, 선생과 급우는 애써 반기는 모습을 보인다.
선생부인이 깡통맥주를 들여오고, 선생은 건배제의를 한다. 그러나 출소자의 행동은 차갑고 마지못해 건배에 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선생은 출소자에게 당시 살해당한 급우들의 무덤에를 가서 절을 하라고 권한다. 출소자는 자신이 왜 절을 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급우들의 집단 따돌림에 대한 항거로 저지른 행동인데, 원인제공자에게 절을 왜 하느냐는 태도를 보인다.
선생은 이제는 어른이 되었으니, 어른다운 행동에 따른 고인(故人)에 대한 추모가 있어야한다는 설명이지만, 출소자는 납득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한다. 그러면서 당시 사회를 보았던 급우와 부호가 된 급우에게도 마음을 열어 보이지 않는다.
냉랭한 분위기 지속과 함께 과거 사건으로 인한 갈등이 노출되기 시작한다. 선생의 설명이나 설득이 출소자의 귀에는 당나귀 귀에 찬송가 부르는 격이고, 게다가 출소자의 동료까지 이 일에 참견을 하며 마치 폭력배 같은 행동을 보인다.
분위기가 차츰 폭발직전의 화약고처럼 변해가고, 이런 험악한 분위기를 바꾸어 보려는 선생부인의 노력이 계속되지만, 수습은커녕 악화일로로 치닫고, 출소자의 동료는 차츰 거친 행동과 말씨로 출소자의 편을 든다. 동료는 하나하나 트집을 잡고, 기물을 걷어차고, 이 건물을 지을 때 사용하던 전기톱을 휘두르기도 한다.
출소자는 당시의 사회 보던 급우에게 무덤에 가는 일을 다수결로 정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의한다.
이들의 옥신각신 실랑이가 한동안 계속이 되고 선생부인의 화해노력이 무산되는 듯싶을 때, 선생이 나이프를 뽑아든다. 선생은 폭력배 같은 출소자의 동료를 단숨에 제압을 한다. 동료는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사태가 바뀌자 급우의 분노가 폭발해, 전기톱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이지만, 한번 틀어진 분위기는 수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선생은 출소자에게 모든 게 자신의 탓이니, 자신을 용서하라고 빌기까지 한다. 그러나 출소자는 요지부동이다. 왕 따를 당해 절치부심(切齒腐心)의 심정으로 벌였던 급우살해가 출소자에게는 당연지사로 가슴과 뇌리에 새겨진 듯싶다. 출소자의 동료가 다시 한 번 행패를 부리니, 선생의 칼이 번뜩이고, 동료는 교탁 옆에 실신한 듯 쓰러진다.
선생의 부인이 약그릇을 챙겨들고 다친 출소자의 동료를 일으켜 약을 발라준다. 동료는 어린아이처럼 고분고분한 모습으로 상처를 맡긴다.
이윽고 밤이 찾아온다, 얼음 짱 같이 냉랭한 분위기는 긴 밤을 지새울 듯싶다. 선생의 부인이 흩어진 책상들을 모아달라고 이르고, 책상을 합쳐 원래 모습대로 식탁처럼 모아놓는다. 의자도 가지런히 놓이니, 선생부인은 커다란 쟁반에 저녁밥과 반찬을 들여온다. 식탁에 내려놓으며 모두들 둘러앉아 저녁을 들자고 한다. 늦게까지 난동을 부렸으니 다들 배가고플 것은 다시 이를 것도 없다.
모두 식탁에 둘러앉는다. 선생은 출소자에게 어서 식탁으로 오라고 권한다. 한동안 뜸을 들이다가 출소자도 식탁 가까이 다가간다.
다 함께 식탁에 앉아 먹기를 시작하는 데서 암전이 되면, 도입에 암전상태에서처럼 동리이장의 방송 음이 흘러나오면서 연극은 끝이 난다.
학교에서의 왕 따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이고, 평생 동안 영향을 끼치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연극이자 한 편의 문제작이기도 하다.
홍준상, 최하연, 홍대표, 박건욱, 윤병선, 이관복 등 출연자 전원의 독특하고 탁월한 성격창출과 열연이 돋보인 연극이다.
지도교수 송형종, 조명 서영은 정가람 김병준, 영상 유남곤, 소품 권태현, 무대 박세권 이여울, 음향 정민철, 분장 유하영, 등의 열정이 일치해 연극 브릿지 페스티벌 초청작 한국영상대학교의 가네시타 다쓰오(鐘下辰男) 원작, 이일영 연출의 <어른의 시간>을 우수작으로 만들어 냈다.
6, 전북극단 연극하는 사람들 무대지기의 김정숙 작 연출의 <959-7번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전북극단 연극하는 사람들 무대지기의 김정숙 작 연출의 <959-7번지>를 관람했다.
이 연극은 칠순을 맞은 어머니와 다섯 명의 자녀, 그리고 그 사위와 며느리의 이야기다.
노모는 일찍 남편을 여의고 어렵게 다섯 자식을 키웠고, 앞으로 일주일 후면 칠순을 맞는다. 노모는 남편과 고생해 처음 마련한 959-7번지 집에 살며 자녀들이 가정을 이뤄 하나 둘 떠날 때까지 이집에서 계속 살고 있다. 장남과 장녀는 어머니의 칠순잔치를 잘 차려드리려고, 그럴듯한 음식점을 찾아다닌다. 가족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친척과 친지들을 초대해 제대로 잔치를 치를 계획을 한다. 장녀가 맏딸이라, 장녀의 의견을 동생들이 존중한다.
장녀보다 연하인 장남이 금전적인 문제를 책임지려 하고, 하객과 하객에게 줄 선물에 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누이동생 두 명과 막내인 아들도 누이와 형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며 따르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소개된다. 집안 어른이면 대부분이 그렇듯이 노모는 가족들만 모여 식사나 하자는 소리를 하지만, 내심이냐 쩍 벌어진 잔치를 어찌 싫어하랴?
어쨌건 가족은 사진관에 모여 노모의 칠순기념촬영을 한다.
그런데 자녀들 모두가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풍족하지는 못하다. 장녀는 주점을 경영하며 연하인 남편과 사는데, 연하남편은 사고뭉치에다가, 젊은 여자에게 한눈을 파는 인물이고, 장남 역시 젊은 나이에 결혼한 지가 얼마 되지를 않아 아직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다. 둘 째 딸은 작가 지망생인데, 아직 등단조차 못해 결혼은커녕 제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형편이고, 막내딸은 회사를 나가지만 미혼의 몸으로 현재 임신 중이라, 가족에게 알리기도 그렇고 안 알리자니 그렇기에 사정이 딱하기가 말로써 형언하기가 어렵다.
작가지망생 딸이 막내딸에게 펀드투자대금 명목으로 맡은 돈을 사기를 당하고, 막내딸은 임신중절을 해야 할 돈이 필요한데, 언니에게 맡긴 돈을 사기를 당했다고 하니, 어머니 잔치치를 돈도 보태야 하는데, 설상가상으로 어려움에 처한다. 게다가 막내아들은 오토바이 매매 문제로 사고를 일으키니, 칠순잔치를 할 돈도 부족한데다가 혼전 임신한 막내딸 문제, 막내아들의 오토바이 문제까지 급작스레 들어갈 돈이 밀려닥치니, 자녀들 간에 분란이 일어나 서로 치고 받기에까지 이른다.
이런 와중에 칠순 날이 가까워 오고 노모는 미장원에서 모처럼 단장을 한다. 집으로 돌아온 노모는 친지들에게 자신의 칠순잔치에 오라고 전화를 한다. 그리고 혼자 사는 노인이면 대부분 그렇듯이 먼저 간 남편 사진에 대고 이야기를 한다. 칠순전날 노모가 사는 959-7번지 집에서 함께 모이기로 자녀들을 노모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그런데 날이 저물도록 자녀들은 한명도 나타나지 않는다.
장면이 바뀌면 노모의 영정사진을 든 장남이 검은색 정장차림으로 등장을 하고, 뒤 따라 검은 상복차림의 가족들이 뒤따라 들어온다. 벽에 포장한 커다란 액자로 보이는 포장한 물건을 기대어 놓는다.
노모의 영정사진 앞에서 막내아들이 잘못했다며 울음을 터뜨리자 자녀들이 하나하나 차례로 울음을 터뜨리며 어머니 영정 들여다보며 잘못을 사과한다. 그러다가 벽에 기대놓은 포장한 물건을 끄른다. 사진관에서 찍은 노모의 칠순기념사진이다. 미소를 띤 노모의 모습과 굳은 표정의 자녀들의 사진이 대비가 되어, 가족들은 자신도 모르게 한 사람 두 사람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가족들은 웃음을 터뜨리다가 참지를 못하고 방바닥에 뒹굴기 시작한다. 가족들의 웃음이 계속되면서 연극은 마무리를 짓는다.
권지인, 김광용, 안혜영, 백호영, 홍자연, 양상아, 이빛나, 송승석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관객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기도 하고, 폭소로 이끌기도 한다.
무대감독 권순재, 무대디자인 서공희, 조명디자인 김보미, 분장 강지영, 사진 박주혜 서정훈, 그래픽디자인 우지은, 오퍼 문병주 이주호, 홍보마케팅 한강아트컴퍼니 대포 김 현, 이창훈 박철오 표유리 이수진 김시내 신보화 김지현 등 모두의 노력이 드러나, 극단 연극하는 사람들 무대지기 제작, 김정숙 작 연출의 <959-7번지>를 근래 보기드믄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7, 한국공연예술센터 엠제이 플래닛 극단 오징어의 오미영 작 작사 연출 조선형 작곡 음악감독 김정윤 안무의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한국공연예술센터, 엠제이 플래닛, 극단 오징어 제작 오미영 작 작사 연출, 조선형 작곡 음악감독, 김정윤 안무의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를 관람했다.
내용은 후취로 들어간 여인이 전실 소생 아들을 친자식처럼 키웠는데, 이 여인이 70대에 이르러 병약해진 몸과 당뇨로 노인병원에 입원한 사이에, 아들은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고, 전혀 관계가 없는 주소지를 아들의 부동산인양 속여 어머니를 그리로 찾아가도록 만든다. 그래서 나이든 여인이 찾아간 집은 방 두 칸에 쪽마루가 놓이고, 창호지 문과 플라스틱 지붕을 한 할머니 한 사람이 평생 살고 있는 시골의 초라한 집이다. 마당에는 조그마한 평상이 놓여있고, 무대 왼쪽으로 광이 있고, 무대 오른쪽에는 집과 떨어져 변소가 있다.
장면이 바뀌면 동물출연자들이 바위산을 병풍처럼 펼쳐놓고, 돌을 주워 탑처럼 쌓은 풍경을 보이기도 한다.
빨래 줄에 널어놓은 빨래에 영상을 투사해 극적효과를 높인다.
이 집에는 중국집에서 기르다가 개 도살장으로 끌려간 개가 그곳을 탈출해 할머니 집으로 들어와 살고 있고, 애완고양이로 사랑을 받다가 주인이 실증이 나서 버린 고양이 한 마리도 할머니 집에서 살고, 그리고 가끔 알을 낳는 암탉 한 마리도 여기서 함께 산다.
공연이 시작되면 개, 고양이, 암탉 세 마리의 노래가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연극 속으로 끌어들인다. 개는 남성음성으로 노래하지만 고양이와 암탉 두 명의 남성 출연자는 보이소프라노 음성과 여성보다 더 여성다운 몸짓으로 관객을 폭소로 이끌어간다.
원래 집주인 할머니와 자신의 집이라며 찾아온 할머니가 한동안 소유권을 두고 티격태격하는 일이 벌어진다. 집주인 할머니는 경상도 말씨를 쓰고, 자신의 집이라며 찾아온 할머니는 전라도 말씨를 사용하기에 두 노인의 말씨가 맛깔스럽다.
이런 와중에 중국음식배달원, 파출소순사, 사진관 촬영기사 등은 동물배역을 연기한 출연자들이 번갈아 가며 대역을 한다.
결국 주소가 적힌 종이를 들고 찾아온 할머니가 자신을 성장시켜준 의붓어머니를 버리고 외국으로 이민을 간 아들이 속인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니,
두 할머니는 함께 살기로 한다. 두 할머니는 함께 만든 도토리묵과 산나물, 그리고 농사지은 것을 장에 내다 팔면서 노년을 보내며, 함께 영정사진을 찍기도 한다.
사진관에서 나이 들어 자신의 외모에 무관심한 집주인 할머니에게 화장을 해주고 머플러를 둘러주며, 예쁘다고 치사를 하는 장면은, 필자처럼 나이든 관객에게는 공감이 가는 정겨운 장면이라, 객석 여기저기에서 백발의 관객이 손수건을 꺼내 눈으로 가져가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후반부에 집주인 할머니가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 광에서, 열 살 무렵 집주인 할머니의 자식이 죽고 남긴 학용품과 일기장을 꺼내온 일 때문에, 집주인 할머니는 함께 살기로 한 할머니를 내 쫓는다.
할머니가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천둥번개가 울리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집주인 할머니는 깜짝 놀라 떠나간 할머니를 찾아 떠난다. 그리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산중 돌탑을 쌓아놓은 장소에서 집 떠난 할머니를 만나 우산을 씌워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에서 음악극은 마무리가 된다.
주은, 김현정이 두 할머니로 출연을 해 호연으로 연극을 이끌어 간다.
유정민과 백현주가 더블캐스트로 출연한다.
이성욱이 개, 김태경이 고양이, 이상은이 암탉으로 출연해 열연과 열창, 그리고 1인 2, 3역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무대 김경희, 조명 공연화, 음향 김성욱, 영상 오진아, 의상 오미정 고혜영, 분장 김진숙, 소품 양당회 등 스텝진과 그 외 스텝 모두의 열정이 하나가 되어, 한국공연예술센터, 엠제이 플래닛, 극단 오징어 공동제작, 오미영 작 작사 연출, 조선형 작곡 음악감독, 김정윤 안무의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극으로 만들어 냈다.
8, 극단 고리의 최지은 작 고광시황(高光施皇)빈 연출의 <괜찮냐>
정보소극장에서 극단 고리의 최지은 작, 고광시황(高光施皇)빈 연출의 <괜찮냐>를 관람했다.
이 연극은 우리나라로 이주한 동남아 여성의 비극적인 삶을 다뤘다.
무대는 블록벽돌 담장이 있고, 단칸방에 부엌이 달린 작은 집이다. 길 아래쪽에 자리를 잡아 블록담장 너머로 통행인의 모습이 보인다. 무대 왼쪽에 변소가 있고, 그 앞에 수도와 대야, 그리고 바가지가 놓여있다. 방 앞에 두 사람이 밥상을 놓고 마주앉을 정도의 마루가 놓여있다.
연극은 도입에 마을 이장인 김 아무개의 음성이 방송을 통해 흘러나온다. 조명이 밝아지면 변소에서 나온 이 집 가장이 손 냄새를 맡고, 수돗가에서 손을 씻은 후 부엌으로 들어가 옷 칠을 한 원형 나무밥상을 들고 와 마루에 놓고, 닫힌 창호지 문에 대고 밥을 먹자고 부른다.
방에서 아내가 나오는데 방안은 초배나 도배를 안한 신문지로 벽을 발랐고, 방바닥엔 얇은 담요 한 장이 깔렸다. 아내는 눈이 먼 여인이라, 손으로 하나하나 더듬으며 거동을 한다. 남편이 밥을 먹여주고 반찬도 숟갈에 올려놓는다.
남편은 허겁지겁 밥을 입으로 가져가는데 아내는 몇 술 뜨다 마당을 향해 돌아 안는다. 남편의 고걸 먹고 어떻게 견디느냐며 말은 하지만 더 먹일 생각은 않고 연신 자신의 입에다 밥을 퍼 넣는다.
잠시 후 이장이라는 사람이 블록담장너머로 모습을 보이며 이 집으로 들어온다. 남편을 그를 반겨 맞는다.
이장이 남편에게 손에 무엇인가를 쥐어준다. 남편은 받고 거스름을 주는 것이 돈을 주고받은 모양이다. 아내가 방으로 들어가고, 이장은 마루로 올라서 방으로 들어가 창호지 문을 닫는다.
남편은 조그만 포터블 라디오의 음악소리를 높여 튼다.
얼마 후 이장이 나온다. 그러면서 아내를 가리키며 아래를 씻기라는 소리를 하며 나간다. 남편은 배웅을 한다. 그리고 수돗가에서 물을 가져다가 방으로 들어가 아내의 아랫도리를 씻기 시작한다.
다음에는 동사무소 직원, 보건소 의료원까지 아내를 성매매를 시키는 남편의 모습이 전개된다.
남편은 아내에게 몸은 주되 키스를 하지 말라는 금기사항을 어겼다고 아내를 폭행하는 모습과, 시시 때때로 이유를 들어 폭행을 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남편이 보건소 의료원 말대로 뜨끈뜨끈한 쑥 기운을 아내의 하체에 씌워주려고 플라스틱 버킷을 들여다 아내를 버킷 위에 앉히는 장면도 보이고, 남편이 출타한 후, 동리아낙인 이장의 처가 오렌지를 몇 개 가져다가 이집 여인에게 먹이는 장면은 지옥 골에 천사가 들어오는 장면처럼 느껴진다.
이 집 아내는 동남아에서 남편과 자식 셋을 데리고 우리나라로 이주를 했는데, 화재로 남편과 자식을 모두 잃고, 자신은 시각장애인이 된 것으로 소개가 된다.
이런 와중에 아내가 임신을 한다. 남편은 자신의 씨가 아닐 것이라 확신을 하며, 임신을 했다며 아내를 무자비하게 폭행한다. 아내는 실신할 정도로 두드려 맞는다.
남편이 자신의 넓적다리를 베고 잠이든 사이에 아내는 비녀를 뽑아 악마보다 더 나쁜 남편의 눈을 사정없이 찌른다.
결국 두 부부는 시각장애인이 되고, 이번에는 아내가 더듬으며 남편에게 밥을 먹여주는 장면이 펼쳐진다.
출산일이 다가오고, 아내와 성매매를 한 동리사람들과 보건소 사람은 자신의 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출산일에 모여 여인의 출산을 거든다.
이장 내외, 보건소 사람, 동사무소 직원 등이 합심을 해서 출산을 돕는다.
아기가 태어난다. 그런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사산을 한 것이다. 아기가 아비를 꼭 빼어 닮았다고 남편에게 이야기를 한다. 남편을 자신의 씨임을 알고 하늘을 우러러 후회하는 모습을 보인다. 행여 자신의 씨일까 하고 출산을 도왔던 사람들이 실망한 듯, 하나 둘 흩어져 돌아가 버린다.
장면이 바뀌면 이장처가 등장하고 이장에 재선된 이장이 들어온다. 그런데 사람이 부르고 이집의 방문을 두드려도 꼭 닫힌 방문은 열리지를 않는다. 잠시 후 타는 내가 나고, 드디어 화재가 발생한다. 이장 내외는 자신들이 방화책임을 지는 것이 두려워 허둥지둥 이 집을 떠난다.
타오르는 불길 속에 남편과 아내가 어린이를 번쩍 들고 좋아하는 모습이 창호지 위에 그림자로 비춰지면서 불은 확산되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김동현, 김강현이 남편, 최지은, 박윤서가 아내, 차명욱과 차순배가 이장, 이장부인으로 유미란과 장순미, 등이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하고, 신문성과 김도균이 보건소 의료원과 동사무소 직원 등 1인 2역을 맡는다.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성격창출이 돋보이고, 각자의 호연이 관객을 연극에 몰입시킨다.
기획 한강아트컴퍼니, 무대감독 문경태, 무대디자인 진송희, 기술감독 최윤석, 조명감독 정현기, 분장 최선 조이슬, 홍보 윤성필 정상훈, 조연출 이새윤 이예나, 진행 정민성, 김도연 등 스텝 모두의 노력도 돋보여, 극단 고리의 최지은 작, 고광시황(高光施皇)빈 연출의 <괜찮냐>를, 우리나라로 이주한 다문화가족의 어려운 삶과 그들에 대한 처우에 관해 곰곰이 생각토록 하는, 한편의 문제작으로 창출시켰다.
19, 극단 예락의 석성예 작 연출의 <햄릿 두 병사 이야기>
상상화이트 소극장에서 극단 예락의 석성예 작 연출의 <햄릿 두 병사 이야기>를 관람했다.
이 연극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탄생배경을 <두 병사의 이야기>를 통해 유추해 냈다.
무대는 배경 막 가까이 엷은 흰색 천을 커튼처럼 늘어뜨려 휘장을 쳐놓고, 무대 앞쪽에도 흰색 천을 긴 줄에 매달아 늘어뜨려 놓았다. 휘장을 젖히면 무대 왼쪽에 침상으로 사용할만한 넓적한 평상형태의 조형물이 있고, 무대 오른쪽에는 탁자와 의자가 놓여있다. 무대 왼쪽을 등퇴장 로로 사용하고, 배경 막 가까이에 있는 휘장 뒤로 출연자들이 가서 휘장 사이로 얼굴을 내밀기도 한다.
연극은 도입에 덴마크 성의 파수꾼 병사 한 명이 햄릿 부왕의 망령을 보고 놀라서 동료 병사에게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망령을 본 병사는 어눌한 표현으로 동료에게 이야기를 하니, 동료병사는 상상력을 발휘해 망령의 등장과 부왕이 독살을 당한 사실, 그리고 숙부인 클로디어스의 흉계임을 유추해 낸다.
동료병사는 글을 쓰는 병사로 앞으로 작가가 될 의지를 품고 있다.
두 병사는 햄릿의 근래 동태를 마치 배우가 연기를 하듯 표현해 내고, 폴로니어스와 그의 딸 오필리어의 행동도 상세히 표현해 낸다.
글을 쓰는 병사는 제대로 연기해 내는데, 동료병사는 표현이 서툴러 객석의 폭소를 자아낸다.
폴로니어스와 오필리어, 그리고 레어티즈를 두 병사가 연기로 표현하면서 연극은 햄릿의 줄거리를 하나하나 따라간다.
대단원에서 햄릿과 레어티즈의 결투장면에 이르기까지 두 병사가 연극 햄릿의 주요배역을 모두 연기로 표현해 내고, 마지막 왕비 거트루트가 독배를 마시고 죽고, 레어티즈가 자신이 독을 바른 칼날에 베어 죽어가며 모든 것이 숙부가 꾸민 흉계임을 고백하니, 햄릿은 마지막 힘을 다해 칼로 숙부를 깊이 찌른다.
장면이 바뀌면 글을 쓰는 병사는 영국으로 떠나며, 동료병사에게 자신의 작품을 준다. 동료병사는 글 속에 자신의 이야기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는데도 자신의 이야기인줄을 전혀 모르고 감탄을 하며 책을 덮으면, 영상으로 배경에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라는 영어자막이 투사되면서 연극은 끝이 난다.
김성겸 김현중, 박경주 박주용, 설재근 이승원, 이윤덕 이정수 등 두 명의 배우가 각기 짝이 되어 1시간 30분 동안 연극을 이끌어 가며 관객을 극에 몰입시킨다. 짝을 이룬 출연진이 서로 상반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객석의 갈채를 이끌어 낸다.
제작 김민섭, 기획 경제민 이재걸, 음향 이이림, 조명 김현철, 장치 최병훈, 의상 이상숙, 안무 김종우, 조연출 배현정 변민경, 등 모두의 열정이 합하여 극단 예락의 석성예 작 연출의 <햄릿 두 병사 이야기>를 독특하고 흥미로운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10, 한국공연예술센터 (주)쇼플레이의 서광현 원작, 조선형 작곡 편곡, 박툴 극작 작사 연출의 뮤지컬 <백설 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한국공연예술센터, (주)쇼 플레이, 생각나무 툴의 서광현 원작, 조선형 작곡 편곡, 박툴 극작 작사 연출의 뮤지컬 <백설 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를 관람했다.
<백설 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는 화가 파울 클레의 아틀리에에서 벌어지는 느낌의 뮤지컬이다.
프로시니엄 아치에서부터 중간 막, 출연자들이 들여오고 내가는 가리개, 사다리 같은 대도구와 사각의 입체조형물, 배경 막의 조명 색감까지, 화가 파울 클레의 그림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시종일관 공연이 계속된다.
무대 전면 객석 가까운 곳에 펼쳐진 안개꽃밭과 등장인물들의 주름이 많이 잡힌 바지에 들어간 부드러운 색감의 천과 회색 저고리, 그리고 조끼는 물론 대형 인형에 이르기까지 무대전체가 한편의 움직이는 화폭처럼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파울 클레 (Paul Klee, 1879- 1940)는 스위스 출신의 화가로 국적은 독일이다. 그의 작품은 표현주의, 입체파, 초현실주의 등 여러 다양한 예술 형태의 영향을 받았다. 러시아의 화가 칸딘스키와 친분이 두터웠다.
스위스 베른 교외에서 태어난 파울 클레는 어려서부터 회화와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음악과 미술 사이에서 진로의 고민 후, 그림을 선택했으나 평생에 걸쳐 음악을 연주하고 감상하는 것을 즐겼다. 음악이 클레의 그림을 이해하는 하나의 열쇠라고 말하기도 한다. 1912년 ‘청 기사 파(The Blue Rider)’ 전시회에 참가하였고, 1914년 튀니스 여행을 계기로 색채에 눈을 떠 새로운 창조 세계로 들어갔다. 1921년 바이마르 바우하우스의 교수, 후에 뒤셀도르프 미술학 교수가 되어 1933년까지 독일에 머물다 후에 베른으로 돌아갔다. 클레는 평생 9천여 점의 작품을 남겼으며, 2005년 6월에는 고향인 베른에 파울 클레 센터(Zentrum Paul Klee)가 세워졌다.
연극은 도입에 안개 숲속의 일곱 난장이들의 노래와 춤이 펼쳐진다. 잠시 후 이 숲으로 들어온 백설 공주와 난장이들이 첫 대면하면서, 그들 중 말 못하는 일곱 번째 난장이 반달이가 안개꽃을 공주에게 선물하고, 공주로부터 감사의 키스를 받는다. 그때부터 반달이의 공주를 향한 사랑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거울을 통해 공주의 생존을 확인한 계모인 왕비의 계략에 공주가 호수에 빠지기도 하고, 독장미의 가시에 찔려 의식을 잃기도 하지만 이때마다 반달이의 노력으로 공주는 구해진다. 구해지면 공주는 반달이에게 키스로 고마움을 표시하고, 공주를 사랑하는 반달이의 마음은 차츰 커져간다. 그러나 또 다시 왕비의 주술이 걸린 사과를 먹고 쓰러진 백설 공주.
다행히 왕비의 주술을 엿들은 큰 부리 새에 의해 먼 이웃 나라의 왕자의 키스가 공주를 깨어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반달이와 큰 부리 새는 다른 난쟁이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안개 숲을 떠나 이웃 나라에 도착한다.
말을 못하는 반달이는 손짓 몸짓으로 자신의 의사를 피력하지만, 이웃나라 사람들은 반달이에게 호감을 표하지만, 반달이의 의사를 받아들이거나 이해하지를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청년이 반달이의 손짓 몸짓을 이해하고 알아듣는다. 그는 인물도 뛰어나고 총명하기 그지없는 이웃나라 왕자 바로 그였다. 반달이와 함께 왕자는 안개 숲으로 오게 되고, 자신의 키스로 깨어난 공주에게 반한 왕자는 공주에게 그 자리에서 청혼을 하고 공주가 난장이들의 의사를 묻자 모두 수긍을 하고 반달이도 승낙의 고갯짓을 한다. 공주는 왕자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반달이는 두 사람을 위해 춤을 춘다. 그 춤은 원래 공주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었으나 축복의 춤으로 바꿔 춘다. 그러나 반달이의 상심이야 어찌 다 말로 표현하랴?
백설 공주의 결혼에 상심한 반달이는 곧 병들어 눕게 되고 얼마 후 세상을 떠난다. 긴 세월이 흐른 후 왕비가 된 백설 공주는 마법의 거울에게 묻는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지?” 거울은 대답한다. “이 세상에서 백설 공주님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지금의 남편, 왕자님이십니다. 하지만 백설 공주님을 가장 사랑했었던 분은…안개 숲의 안개꽃밭… 그곳에 잠들어 있는 난장이 반달이었습니다.” 공주는 마법의 거울을 통해 안개꽃밭에 묻힌 반달이를 보게 된다.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공주를 사랑하는 반달이는 마지막으로 공주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춤을 춘다.
“바람의 언덕을 지나 호수를 건너 이곳 안개 숲에 오신 백설 공주님을 반달이는 진심으로 사랑합니다.”라는 긴 제목의 춤을 손짓과 몸짓으로 표현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최보영, 윤석현, 이나영, 나유진, 오정훈, 윤나리, 강연정, 이경진, 이예린, 정휘 등이 출연해 일곱 난장이와 동물, 계모인 왕비와 이웃나라 사람들, 백설 공주와 왕자 등 1인 다 역으로 호연과 열창, 그리고 춤사위를 벌인다. 게다가 무대 장치까지 적절하게 이동시키며 열정을 다한다.
주최 한국공연예술센터, (주)쇼 플레이, 제작 생각나무 툴, (주)쇼 플레이, 기획 비누 인터미디어, 무대 임건수, 음향 김지현, 조명 박연용, 의상 소품 이시내, 무대감독 정승재, 음악감독 제갈윤, 안무 류장현 조성주, 그 외 스텝 모두의 기량이 돋보여, 한국공연예술센터의 서광현 원작, 조선형 작곡 편곡, 박툴 극작 작사 연출의 뮤지컬 <백설 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를 친 대중적이면서도 예술성이 높은 고품격 뮤지컬로 탄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