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하늘 외 4
정 인 숙
하늘을 향해‘엄마’하고 불러본다
엄마를 땅에 묻던 그날
울다 지쳐 올려다 본 하늘은
이쁘고 평온했다
엄마의 영혼이 그렇게 평온했으면 하는
간절한 내 마음처럼
엄마는 벌써 하늘에 가 계셨다
엄마 일 다니시던 길 옆 하얀 찔레꽃
찔레꽃 따먹으며 내가 놀던 그 곳
어스름 저녁 염소 몰고 가던 언덕길
당신이 바라보고 계시던 그 곳
오늘도 파아란 하늘 바라보며
불러본다
엄마
쑥버무리
전주 가는 길
차창 밖을 바라보며 재잘거리던
다섯 살 우리 아들
‘엄마’ 저기 소나무에 눈이
엄마가 만들어 준 쑥떡 같아요
와, 정말 그러네
그 떡 이름이‘쑥버무리’란다
정말 쑥처럼 파란 소나무 이파리 위에
하늘에서 내린 하얀 쌀가루가 뿌려져 있다
내 엄마가 만들어 주시던
우리 엄마 떡
봄이 되면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만들어 주었던 그 떡
먼 훗날 아이들도
쑥버무리를 보며 나를 생각할까
들린다. 그 소리
봄이 오는 저 소리
쑤우욱 쑥, 쑥
어 머 니
어머니가 계시는 병원에 들어서는데 옥신각신 시끄럽다
“내가 우리 며느리도 모를까?”
병원을 들어서니 간호사에게 쏘아부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한층 상기되어 있다.
“할머니 저 분은 저쪽 할머니 따님이세요, 할머니 며느리 아니예요“
모든 상황이 짐작이 간다
“어머니, 저 왔어요 여기 있잖아요, 저기 저 사람이 어머니 며느리에요?”
“응~ 아니구만.”
금새 어린아이처럼 풀이 꺾여 얌전해지신다
창가 쪽 할머니의 자녀들이 찾아와 이야기 나누는 뒷모습에서 내 모습이 보이셨나 보다. 숟가락으로 어머니께 죽을 떠 먹여드렸다
“우리식구가 이렇게 좋은 건디 참말로 몰랐다”
식사하시다 갑자기 목이 메어 눈물을 훔치신다.
“큰 며느리가 온께 좋은개비네?”
울컥함을 달래며 너스레를 떨어본다.
“눈이 빠지게 기다렸제,
함께 살 때도 그랬지만 여그 있어봉께 참말로 니가 젤이여!”
오늘따라 더 약한 모습을 보이신다.
“아, 천천히 꼭꼭 씹어서 드세요”
많이 드시지도 못하시면서 마음만 바쁘시다.
영락없는 애기 모습이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가 갈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한 말씀 또 던지신다
“느그들 온다고 혀서 닭 한 마리 시켜 놨는디 아직도 안 온다”
“예 어머니, 저희들이 가면서 찾아가서 먹을께요” 하고 눈치를 채고 대답 했더니
“응, 그래라.” 하시면서 잇속까지 드러내며 환히 웃으신다.
전화도 안하고 왔는데.. 가끔 이처럼 딴 소리를 하신다.
자꾸만 철없는 애기가 되어가는 어머니
“어쩌야 쓰까, 우리 엄니”
오른손에게
생강청, 모과청, 유자청, 김장까지
겨울 준비에 한참을 열심이더니
오른팔이 병이 나서 찻잔을 들기조차 힘들어 한다
안타까운 마음에 조금씩 거들어 보지만
답답하고 어설픈지 아픈 것도 잊은 채
어느 샌가 또 오른 손이 가로채버린다
그렇구나
모든 것을 너 혼자만 어려운 일 궂은 일 들을 도맡아서
당연처럼 묵묵히 해내고 있었구나
왼손이라는 이유로
나는 언제나 네가 하는 것만 지켜보고 미루고
너를 돕는 척 따라다니기만 했을 뿐
염치없이도 그랬었구나
모든 것이 둔하고 어설픈 나는
오늘따라 새삼
너 오른손에게 미안하다
그래도 너는 언제나 나를 사랑으로 감싸준다
나는 다시 또 너를 따라 나선다
영희에게
- 쾌유를 빌며
북카페 작은 시화전에서
나는 너와 함께 또 하나의 작은 여행을 한다
너의 사랑 영기씨가 요렇게
너를 향한 화첩 기행을 선물하고 싶었나 보다
영희야
아픔의 전쟁터에서도
새싹 같은 시의 깃발을 높이 들고 있구나
여린 너의 순수함이
이렇게 이쁜 시들로 피어나고 있구나
저 뜨거운 햇빛을 받으면서도
해맑은 웃음 웃는
푸른 들판의 곡식들처럼
꿈틀거리는 너의 시어들이 그렇게
초록의 물결로 출렁거리고 있구나
참새 떼처럼 저 들판을
훨훨 함께 날아보자
늘 소녀 같은 감성으로
아직 채우지 못한 너의 노트에
희망찬 앞날의 노래를 다시 써 보자
연필을 쥐어주듯 너의 손을 잡는다
통학 버스에서
승희의 손을 잡아준 것처럼
어느 순간 힘을 얻어
벌떡 일어나기를 기다리며
오늘도 나는 너의 손을 잡는다
2018년 7월 21일 인숙 언니가...
정인숙
2017 한국문화예술진흥협회 시낭송대회 대상.
시낭송지도자.
웃음, 건강체조, 전통놀이, 다도, 인성예절 강사.
남원교육문화회관 문예창작반.
https://blog.naver.com/mini_rloveu/221560064666
첫댓글
은옥...
정민...
고마워~^^
카페가 정말로 멋있어져서 좋아~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