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25
밤 사이 비가 촉촉히 내리더니 아침까지 흩날리더군요.
날씨가 그다지 매섭지 않아 아직까지는 가을이라지만,
뜨뜻한 구들장에 둘러 앉으면 언제나 몸도 마음도 노곤노곤해 집니다.
오늘 수업은 황토방에 모여 앉아 시작해 봅니다.
메주콩은요?
몇 시간째 솥에서 뭉근하게 잘~ 익어가고 있습니다.ㅎㅎ
한 번씩 가서 뒤적여주면 된답니다.
(콩물이 넘지 않게 하는 비법은 지난 시간에 들어서 알고 계시죠?)
날씨가 좋으면 너른 마당에서 솥을 3개 걸고, 시간 차를 두고 장작불에
콩 삶고, 메주 쑤고, 메주 말리고를 다 할텐데,
오늘은 날씨가 궂은 관계로 실내에서 솥 하나에만 콩을 삶기로 했습니다.
그런관계로 우리 엉덩이가 호강한 날이 된 거지요.^^
메주콩은 콩 양의 3배의 물에 24시간 불립니다.
불리는 시간이 부족할 때는 미지근한 물에 불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계약 재배한 '청대' 로 메주를 만들 겁니다.
콩 물 양은 밥물 잡듯이 물을 부어 삶습니다.
콩을 삶을 때는 처음 끓어오를 때를 놓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김이 오르면서 신호를 보내면 자리를 비우지 말고 끓어 넘치지 않게 불 조절을 잘 해야 합니다.
끓기 전에는 뚜껑을 절대 열면 안 됩니다. 자칫 잘못하면 비린내가 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두어 시간 센 불에 콩을 삶다가
나머지 서너 시간은 은근한 불에 푹 삶아야 합니다.
너무 강한 불에서 급속으로 삶으면 황토 진흙처럼 진득한 메주가 되어 맛이 떨어집니다.
한 번씩 저어가며 긴 시간 콩을 삶습니다.
삶는 중에도 물이 부족하면 조금씩 추가해 주면 됩니다.
끓을 때 물이 없다는 건 너무 센불에서 삶아서 입니다.
구들장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건 된장 푼 물 때문인 거 아시죠?
자리 비울 때 마다 조금씩 솥에 부어주면 콩물이 넘지 않습니다.
콩이 막바지 뜸들이기를 하는 동안 점심을 먹었습니다.
잔칫집 같지요?
※ 간장이 맑고 좀 더 단맛이 도는 된장을 원한다면
마지막 뜸들일 때 우리밀가루 한 바가지를 물에 개어 넣습니다.
메주의 단맛을 올려주고 엉김이 좋아 장 가르기를 할 때 메주덩이가 풀어지지 않습니다.
제대로 삶은 메주콩은 주황색 도는 황금빛입니다.
손 끝으로 살짝 힘을 주면 으깨지는 정도가 적당합니다.
삶은 콩은 광목으로 만든 주머니에 넣어서
발로 밟아 으깰 겁니다.
디디는 발이 젖지 않게 비닐을 깔고,
발이 뜨겁지 않게 수건을 두 장 정도 깝니다.
그리곤 아주 자근자근 밟습니다.
메주를 제법 크게 모양을 냅니다. 그래야 맛있게 발효가 되니까요.
메주 크기에 따라 장맛이 달라지고,
메주를 밀도 있게 단단하게 디딘 것이 확실히 맛있습니다.
고초균이 단단한 메주 속으로 번식하는 힘이 좋은 맛을 내는가 봅니다.
고초균 번식에 반드시 있어야할 짚을 가지런히 추립니다.
짚을 깔고 메주가 겉부터 꾸덕꾸덕 마르기를 2~3일 합니다.
자주 위 아래를 뒤집어 줍니다.
좀 단단해지면 양파망에 짚과 함께 넣어 매달아 말리면 편합니다.
볕 좋은 날 낮에는 밖에서 말리고, 밤에는 안에 들입니다.
행여 추운 날씨에 메주가 얼면 장 맛이 떨어집니다.
이 정도면 대략 8kg 정도(일반적인 1말) 로 한 가정 일 년치 된장이 나옵니다.
삶은 콩 밭치고 내린 콩물을 식혀서
묵은 장 위에 섞어주면 겉이 마르고 짠 장맛이 살아납니다.
오늘 집에 가셔서 메주거리 준비들을 하시겠지요?
바로바로 실천하시는 여러분들이 계셔서
이 시간이 늘 활기차는 것 같습니다.
다음주에도 저마다의 메주 이야기를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