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달에 50시간을 도로에서 보낸다.』 영어영문학과 김상훈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있어 필수적인 존재지만 너무 일상이 되어버린 탓에 사람들이 잘
떠올리지는 않지만 의외로 사회 전체의 행복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있다. 서울에서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어딘가로 향해 바쁘게 발걸음을 옮긴다. 출퇴근 시간이 한창일 때의 지하철과 버스에서는 어떻게든
타보려 없는 자리에 몸을 던지는 사람들과 자신의 비좁은 자리를 지키려는 사람들 간에 몸싸움이 일어난다. 늦을
것 같아 택시를 타려고 하면 도무지 잡히지 않는데 어떻게 택시를 탄다고 해도 주차장이 되어버린 도로 위에서 차들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한 달에 약 50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통학시간으로 보낸다. 하루에 왕복 3시간이 걸리는 통학이 매일 반복되자 학교에서 집에
들어오면 너무 지쳐서 아무 것도 하기 싫어지는 의욕 상실에 시달리게 된다. 이러한 반복된 일상 속에서
나는 도로 위에서 보내는 시간은 곧 나의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존재이고 너무 일상이 되어버린 탓에 잘 인지하진 못하지만 행복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바로 ‘교통’인 것이다. 이처럼 나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도로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삶의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치는데, 도로 위의 삶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피할 수 없는 것이기에
이는 사회 전체의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부분인 셈이다.
각 시도와 정부는 모두에게 예외 없이 밀접해 있는 교통 문제가 사회의 행복과 관련돼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10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광역교통비전 2030’을 보면 광역급행 열차, 제 2 외곽순환도로와 같은 철도와 도로의 신설에 관한 해결책을 내놓으며
2030년까지 통근 시간을 서울 어디서든 30분 안으로 줄이려는
것을 목표를 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세히 보면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은
죄다 특정 시점을 목표로 세금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는 기반시설의 확충과 관련된 것들이다. 이러한 정책으로
미래 나의 통근 시간이 30분 이내로 줄어든다니 반가운 소리이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끊임없이 확충해온 도로망과 철도망은 교통량의 예상치를 늘 벗어나며 매번 정책이 목표한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확장되는 수도권에서 기반시설의 확충이 필수적이지만 확실한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나는 이런 확실한 해결책이 아니고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기도 한 정부의 기반적인 정책을
배제하고 우리 주변에서 비교적 쉽게 살펴볼 수 있는 교통 체증의 근본적인 원인인 사람들과 사람들이 만든 제도에 변화를 주는 방향으로 제시해보고
싶다.
교통 체증은 사람들이 특정한 시간에 집중되어 도로와 철도가 허용할 수 있는 수송량을 초과할 때에 일반적으로 발생한다. 사람들이 특정한 시간에 도로에 집중되는 이유는 출퇴근 시간과 통학 시간 등이 특정한 시간대에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인데, 이를 분산 시킬 수 있다면 교통 체증이 효과적으로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특정한 시간에 사람들이 집중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방법 중 하나가 ‘유연근무제’이다. ‘유연근무제’는
출퇴근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제도로 기존에 정해져 있던 출퇴근 시간을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율적인 영역으로 변환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기업체가 10시-16시 정도의 중점 근무 시간을 정해놓고 그 외의 시간만 자율로 맡기는 제한적인 유연근무제를 선택하고 있다. 특정 시간대에 사람이 집중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에서 더 나아가면 노동자가 집에서 업무를
보아 아예 교통에 영향을 주지 않아 정체를 해소할 수 있는 재택근무제도 고려할 수도 있다. 통근이 아닌
통학을 살펴보면 대학교의 통학 시간대는 자율적인 수강신청제로 인해 분산화가 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일괄적인 통학 시간대를 보이는 고등학교는 수업시간이 개인별로 달라지는 고교학점제가 점차 적용됨에 따라 대학교의 사례처럼 통학 시간이 분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연근무제가 제대로 시행될 경우 교통 정체를 해소한다는 장점 외에 자신의 개인적인 시간을 업무 중에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어 일과 삶에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더 큰 장점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주52시간 근무제와 같은 사회제도가 정비되고 제대로 시행되어야 유연근무제의 장점이 빛을 발할 수 있다. 주52시간 근무제와 유연근무제가 동시에 제대로 시행된다면 극단적으로
주4일에 하루 10시간씩 집중적으로 일을 한 후 주3일을 쉬는 자율적인 일정을 만들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짧은 여행
등 삶의 질을 높이는 다양한 활동들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행복을 높일 수 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가 펴낸 책인 『트렌드 코리아 2020』에 의하면 유연근무제는 국내로 짧게 호캉스와 같은 여행을 다녀오는 등의 새로운 소비방식을 만들었고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신조어인 소확행, 워라밸과 밀접하게 관련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이러한 삶을 잘 구현하고 있는 나라로 주37시간 근무제와 유연근무제를 동시에 시행하고
있는 덴마크를 꼽을 수 있다. 주37시간 근무제로 유연근무제의
유연성이 더욱 짙어진 덴마크의 직장인들은 보통 오후 3시가 되기 전에 퇴근하고 저녁 있는 삶을 즐기는데, 결국 덴마크는 유엔 자문기구에서 발표한 행복지수에서 1위를 차지함으로써
사회의 행복 증대에 효과가 있음을 자연스레 입증했다.
교통 체증을 해소할 수 있는 또 다른 효과적인 방법은 기존 택시 산업을 지키기 위한 보수적인 법적 제재를 철회해
‘카셰어링’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다. 여기서의 ‘카셰어링’이란
쏘카와 같은 초기 단계의 카셰어링이 아니라 우버와 같이 개인 운전자가 다른 동승자와 카풀을 하는 것과 쓰지 않는 자가용을 타인에게 일정 기간 동안
대여를 해주는 재화공유를 뜻한다. 먼저 우버와 같이 개인 운전자가 다른 동승자와 카풀을 하면 대중교통과
택시를 타던 인구가 교통 체증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카풀이라는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분산되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그만큼 교통 체증이 해소가 된다. 기사의 역할을 하는 개인 운전자는 금전적 이득을 승객의 역할을 하는 동승자는 버스, 지하철과 택시의 중간 정도 요금으로 편하게 목적지로 갈 수 있고 교통수단 선택지가 늘어난 셈이니 편의상 이득을
볼 수 있는 사회적으로 공리적인 제도이다. 쓰지 않는 자가용을 타인에게 일정 기간 대여를 해주는 카셰어링은
우선 활성화가 될 경우 쓰는 시간이 적은 사람들이 자가용을 구매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자가용의 숫자가 줄어들며 교통 체증이 완화될 수 있다. 카풀과 마찬가지로 차량을 대여해주는 사람과 대여를 하는 사람 모두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으니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말할 수 있다. 다양한 ‘카셰어링’은 경제 효율성을 높이고 교통 체증을 완화시킬 가능성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기존 업계의 노동자들과 같은 사회 특정 계층의 반발로 인해 보수적인 법적 제도가 운영 중에 있어 아직 ‘카셰어링’의 활성화는 기대하기 힘들다.
이렇게 사람들이 만든 제도에 변화를 주는 ‘유연근무제’와 ‘카셰어링’을 교통
체증의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은 제도들이 시행된다면 당장 내일 우리의 실생활에 직접적인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과 사회기반적 해결책에 초점을 맞추는
정부의 주류 정책에 배치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교통 체증의 해결책인 유연근무제가 행복과
관련해 워라밸과 같은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에서 필수적이고
일상적인 존재인 교통이 현대 도시인들의 삶에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터넷에서
교통이 삶의 행복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찾아보니 우메오 대학의 데리카 산도우 교수가 연구한 “힘든 일은 우리를 둘로 가른다: 장거리 통근의 사회적 오류”라는 연구를 볼 수 있었다. 이 연구는 스웨덴에서 약 200만 명의 삶을 10년 동안 추적해 통근시간이 이혼율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한 것으로 출근에 40분
이상 걸리는 사람은 보통 사람보다 이혼율이 40% 더 높았다고 한다.
조금 충격적이지만 이는 실제로 교통이 행복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강력하게 입증한 셈이다. 어쩌면
현재 한국에서의 사회갈등과 문제들은 모두 도로 위에서의 시간이 줄어 삶의 행복도가 올라가면 자연스레 줄어들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