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부르크에서 배우는 생태도시 만들기
배문호 / 도시계획학 박사 (주거복지연대 이사, LH부장)
베이비부머들의 은퇴시기와 맞물려 귀농·귀촌, 도시농업, 생태도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는 경제발전과 환경보전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도시측면에서 환경친화적인 도시와 주택 등 사람이 살만한 다양한 대안들을 지속적으로 찾고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생태도시(Eco City) 만들기에 대한 노력이다.
생태도시는 미래세대가 스스로의 욕구를 충족하는 능력을 손상함이 없이 현재세대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에 기초한 도시발전 모델이다. 이는 환경을 보전하면서 개발과 조화·균형을 달성하고자 하는 해결방안의 하나이다. 이를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도시가 바로 독일 남서부에 있는 프라이부르크(Freiburg)이다. 독일의 ‘환경수도’라고 불리고 있다. 세계 각지 지방정부 관계자의 견학이 끊이지 않고 있다. 1460년에 개교한 프라이부르크 대학이 있는 중세풍의 역사도시이다. 프라이프르크 음악대학까지 합해서 학생 수가 3만 여명에 이른다. 또한, 黑林(Schwarzwald)이라는 유럽 최대의 삼림이 있고 일조량이 많고 따뜻한 기후 때문에 포도밭으로 유명한 관광도시이다. 독일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이 도시에는 약 224천 명이 거주하고 있다.
프라이브르크가 환경도시가 된 배경에는 원자력발전소 건설계획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과 투쟁과정이 있었다. 1970년대 초 도시인근 숲과 포도밭이 많은 지역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려는 계획이 수립되었다. 이 계획은 ’70년대 당시 오일쇼크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흑림을 비롯한 이 지역의 풍요로운 자연은 훼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학생, 지식인들과 시의회가 반대하였다. 그러면서 에너지를 많이 쓰고 쓰레기를 대량으로 내놓는 기존 생활방식에 대한 반성이 자연스럽게 ‘에너지 줄이기 운동’으로 변화해 갔다. 또한, 자동차 배출가스로 인한 대기오염이 있어 흑림지역의 산성비로 인한 피해가 심각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여 환경보전의식이 점차 나타났다.
프라이부르크시가 생태도시 만들기를 위해 진행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우선 자전거와 자동차가 함께하는 교통체계이다. 자동차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착안하여 도심에 자동차억제정책을 시행하였다. 도시의 쾌적성과 안정성을 위하여 전차노선(LRT)을 늘리고 자전거도로망 확충, 보행자전용구역 설치, 시내중심지 자동차도로의 축소 및 진입제한, 주차요금 인상, 승용차 함께 타기(Car-Sharing) 등 정책을 시행하였다. 현재 시내 모든 주택가는 자동차 주행속도가 시속 30㎞ 이내다. 프라이부르크에서 가장 편리한 교통수단은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이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160㎞가 넘는다.
둘째, 1986년 4월,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계기로 탈원전을 주장하면서 시와 시민들이 에너지 자치도시를 추구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는 에너지자립을 통한 생태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전력 소비량을 줄이기 위한 에너지절약(절전전구 보급, 에너지절약 주택)과 에너지효율화(천연가스를 이용한 지역발전), 에너지다양화(태양광발전, 풍력, 수력, 지열 이용)라는 3가지 정책을 꾸준히 진행시켰다.
셋째, ‘쓰레기는 모두 리사이클 한다’는 ‘쓰레기 제로’에의 도전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①규격화된 재활용병을 사용한다. ②페트병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③상품은 포장을 하지 않고 가능한 한 그대로 사용한다. ④공적인 모든 행사는 일회용품의 사용을 금한다. 심지어는 학교에 설치된 음료의 자동판매기에도 각자가 지참한 개인용 컵으로 마시도록 하고 있다. 2005년부터 ‘순환경제폐기물법’으로 독일에서 음식물쓰레기 매립은 불가능하게 돼 있다. 궁극적으로 쓰레기소각장으로 인한 다이옥신 공포로부터 해방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프라이부르크 생태도시 힘의 원천은 학생과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환경교육을 통한 시민의식을 높인 것이다. 풀뿌리 환경단체인 ‘분트’를 비롯한 시민단체들과 녹색당이라는 정당이 도시행정을 이끌고 있다. 결국은 사람들의 깨어있는 의식이 생태도시를 조성해 나가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