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전집 제55권 / 제발(題跋)
《옥천유고》 발문〔玉川遺稿跋〕
옥천(玉川) 안 선생(安先生)은 정연한 예학가(禮學家)로 한강(寒岡) 정 선생의 벗이다. 한강이 창녕(昌寧)의 수령이 되었을 적에 팔리서당(八里書堂)을 세우고 선생을 맞이하여 사장(師長)으로 삼았다. 얼마 뒤에 또 옥천정(玉川亭)에 명을 짓기를 “손엔 주자서(朱子書) 쥐고, 머리엔 정자관(程子冠)을 썼네, 옥 같은 사람이여.”라고 하였으며, 한번은 옥천봉(玉川峯)이 우뚝이 서서 꼿꼿한 것을 바라보고는 말 위에서 깊이 읍하며 말하기를 “마치 그 사람을 보는 듯하다.” 하였다.
내가 일찍부터 한강의 높은 도를 사모하여 그 말씀을 중하게 여기므로 삼가 권말에 쓰노라.
[주-D001] 옥천(玉川) : 안여경(安餘慶, 1538~1592)이다. 본관은 광주(廣州), 자는 선계(善繼), 호는 옥천이다. 1570년(선조3) 사마시에 합격하였으나 고향으로 돌아와 학문에만 전념하였다. 이후 정구가 서당의 강장(講長)으로 삼았고, 김우옹(金宇顒)이 이조 판서로 있을 때 천거하였으나 응하지 않았다. 저서로 《옥천유고(玉川遺稿)》가 전하며, 창녕(昌寧) 관산서원(冠山書院)에 제향되었다.[주-D002] 한강(寒岡) : 정구(鄭逑, 1543~1620)이다. 본관은 청주(淸州), 자는 도가(道可)이다. 성주(星州) 출신으로 김굉필(金宏弼)의 외증손이다. 퇴계(退溪)와 남명(南冥)에게 모두 사사하였고, 학문이 뛰어나 남인의 영수로 활약하였다.[주-D003] 손엔 …… 사람이여 : 《한강집》 속집 권7의 〈옥천정명(玉川亭銘)〉이다. “도자연 가에, 두세 칸 정자 하나, 창 아래는 흐르는 물, 난간 위엔 청산인데, 손에는 주자서 쥐고, 머리엔 정자관을 썼네, 옥 같은 사람이여, 나의 벗 안공일세.〔道自淵上 有亭數間 窓含活水 欄挹蒼巒 手執朱學 頭戴程冠 其人如玉 吾友是安〕”라고 하여 안여경의 인품을 칭찬하였다.
ⓒ 한국고전번역원 | 김성애 (역) | 2010
玉川遺稿跋
玉川安先生。秩秩禮家。鄭寒岡之端友也。寒岡之宰昌寧。建八里書堂。邀爲師長。旣又銘玉川亭曰手執朱書。頭戴程冠。其人如玉。嘗望玉川峯屹立亭亭。馬上長揖曰如見其人。瀷夙仰寒岡之景行。得其言爲重。故敬書卷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