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이 필요하다고요? 야생화 천국으로 오세요!"
두문동재~금대봉 트레킹
한강 발원지 검룡소를 품은 강원도 태백의 금대봉(1418m)은 가뿐한 '야생화 트레킹'부터 산꾼들의 제대로 된(?) 산행까지 다양한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기점이다. 트레킹 시작점인 두문동재(1268m)까지 차량 이동이 가능해 부담도 덜하다. 꽃피는 5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금대봉 꽃길을 찾아 길을 나섰다.
금대봉 꽃길에서 만난 쥐오줌풀
일단 출발점인 두문동재(1268m)로 향했다.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서 태백시 화전동으로 넘어가는 고개인 두문동재는 '두문동'이라는 마을과 닿는다. 구불구불 두문동재까지 올라오면 이미 해발 1000m가 넘는다. 여기까지 차량으로 닿는다.
향긋한 꽃길 산책, 두문동재~금대봉 트레킹
[왼쪽/오른쪽]이 일대는 금대봉․대덕산 생태경관보존지역으로 두문동재 감시초소에 이름을 적어야 입장할 수 있다. 대덕산 까지 가려면 사전예약 필수 / 꽃길 곳곳에 안내 지도가 있다
두문동재 감시초소가 있는 쪽이 금대봉(1418m)과 대덕산(1307m)으로 향하는 길이다. 건너편은 은대봉과 함백산으로 이어진다. 야생화로 유명한 이 일대는 '금대봉․대덕산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1일 출입인원을 3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미리 예약을 하거나 일찍 움직여야 한다. 1993년, 환경부와 전문가들은 조사를 통해 금대봉․대덕산 일대가 우리나라 자연생태 자원의 보고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120만 평이 넘는 이곳을 자연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사전예약제도 같은 맥락이다.
대체 어떤 식생이 자리하기에 '자연생태 자원의 보고'라고 했을까. 야생화의 'o'도 모르는 야생화 문외한조차 궁금해지는 이곳의 식생. 전문가와 동행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게 여의치 않더라도 문제될 것은 없다.
꿩의다리, 기린초, 터리풀, 홀아비바람꽃, 미나리냉이, 앵초, 노루오줌 등 이름도 생소한 한국특산식물이 곳곳에 자리한다. 대성쓴풀과 모데미풀, 한계령풀 등 이곳에서 처음 발견된 희귀식물도 빼놓을 수 없다. 겨울을 뺀 나머지 계절에는 철마다 새로운 꽃을 피워내는 통에 '산상화원'이라고도 불린다고. 이 길에 들어서면 저절로 이해하게 된다.
걸어야 제맛이라면 분주령․대덕산 코스
태백 금대봉(1418m)~분주령~대덕산(1307m) 야생화 트레킹은 크게 두 코스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남녀노소 모두 가뿐하게 야생화 감상을 즐길 수 있는 두문동재~금대봉 트레킹이고 다른 하나는 여기에 대덕산 트레킹을 더하는 것이다. 금대봉만 걷는 것이 야생화 산책이라면 대덕산은 본격 트레킹이랄까. 금대봉은 왕복 2시간이면 원점회귀가 가능하다. 아이나 어른과 동행한다면 금대봉까지가 좋다. 산행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라면 그 편이 낫다.
분주령으로 향하는 길, 낙엽송 군락지가 펼쳐진다 대덕산으로 향하는 길 만나는 백두대간 줄기
반면, 산행을 즐긴다면 금대봉을 지나 분주령 대덕산까지 걸어보는 것도 좋다. 다만, 대덕산까지 갔다 다시 두문동재로 원점회귀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덕산에 올랐다 검룡소까지 보고 검룡소에서 택시를 타고 두문동재로 돌아오면 된다. 두문동재~금대봉~분주령~대덕산~검룡소 전 구간 트레킹은 최소 6시간 이상 필요하다. 물과 행동식, 간식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만약 대덕산 트레킹이 우선이라면 검룡소~분주령~대덕산~검룡소 이렇게 움직이면 된다. 분주령과 대덕산 일대에도 야생화가 가득이다.
[왼쪽,가운데/오른쪽]금대봉을 지나 대덕산으로 향하는 길 / 고목나무샘
봄에는 선괭이눈, 얼레지, 갈퀴현호색, 꿩의바람꽃, 애기괭이밥과 피나물을 여름에는 이름도 재미난 요강나물과 할미밀망, 하늘나리, 큰앵초, 태백기린초, 일월비비추, 동자꽃을 볼 수 있다. 가을도 야생화 천국이다. 개쑥부쟁이, 큰제비고깔, 흰물봉선, 넓은잎노랑투구꽃, 물매화풀 등이 사람들을 반겨준다. 아이와 함께 찾는다면 미리 공부해 두는 편이 좋다. 전문적인 야생화 트레킹 가이드를 원한다면 1주일 전에 태백시청 환경보호과(033-550-2061)에 신청하면 된다. 트레킹 가이드 없이 이 길을 걷고 싶다면 전화로 예약하는 편이 좋다.
앵초․노루오줌․미나리냉이…지금 우리를 반겨주는 금대봉 야생화
[왼쪽/오른쪽]미나리아재비 / 전호 [왼쪽/오른쪽]노루오줌 / 앵초
두문동재 감시초소에서 채 1km를 못가 이곳이 야생화 보호구역임을 알리는 입간판이 나온다. 고목나무샘(이어 분주령과 대덕산)과 금대봉 갈림길이다. 일단 금대봉을 보고 난 후 상황과 컨디션에 따라 동선을 정하기로 했다. 오늘 트레킹의 주인공은 야생화이기 때문이다. 이미 여름이라도 된 것처럼 타오르는 태양도 한몫 더했다.
임도에서 벗어나 금대봉으로 난 숲길로 들어선다. 보드라운 흙길이라기에는 거친 돌이 많다. 키 작은 신갈나무들이 흔해지면서 야생화는 점점 모습을 감춘다.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무난한 길만은 아니다. 고도로 따지면 200m 조금 넘게 올라가면 금대봉과 닿는 셈이지만 계속해서 자작한 오르막이 지속된다.
[왼쪽/오른쪽]금대봉 정상. 대덕산, 두문동재, 매봉산으로 길이 나뉜다 / 수십년 만에 한번 핀다는 산죽꽃
힘들다, 는 말이 나올 즈음 금대봉 정상에 닿는다. 널찍한 공터인 금대봉 정상에서 길이 갈린다. 대덕산(4.9km), 분주령(3.5km), 고목나무샘(0.9km)이 한 방향, 삼수령(7.6km)과 두문동재(1.2km) 각각 한 방향씩이다. 분주령~대덕산 이정표를 따라 가면 좀 전에 헤어졌던 임도와 닿는다.
전문적인 산행을 원한다면 분주령~대덕산을 거쳐 검룡소 입구로 가면 된다. 야생화 구경은 물론 백두대간 능선을 조망할 수 있는 제법 근사한 산행이 기다리고 있다. 다만, 자가차량으로 움직이는 경우 산행 시작점인 두문동재까지 돌아오는 원점회귀는 어렵다. 방법은 검룡소 주차장에서 콜택시를 타고 두문동재로 오는 것 뿐. 마땅한 대중교통이 없기 때문이다. 콜택시 비용은 3만원이다. 카드 가능 차량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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