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드래곤 백 트레일-1
‘아시아 최고의 하이킹 트랙’, ‘용의 등’을 걷다
홍콩여행 하면 대개 야경과 빌딩숲, 쇼핑, 먹거리 정도를 생각하는데, 이는 홍콩의 일부에 불과하다.
홍콩은 70%가 산으로 이뤄져있고, 나머지 평지에 고층건물들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홍콩은 내륙인 구룡반도가 바다에 둘러싸여 있고, 바다에는 260개의 크고 작은 섬이 떠있다.
홍콩에 가면 불쑥불쑥 솟은 산봉우리들과 파도 부서지는 푸른 바다, 기암절벽들이 경계를 이룬 해변과 결 고운 백사장 같은
자연미 넘치는 풍광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러한 홍콩의 절경을 마음껏 즐기며 걸을 수 있도록 트레킹 코스가 만들어져 있다.
홍콩 트레일은 크게 4개 코스로 이뤄져있다. 홍콩섬을 동서로 잇는 홍콩섬트레일 8개 구간(50km),
구룡반도를 남북으로 연결하는 윌슨 트레일 10개 구간(78km), 구룡반도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맥리호스트레일 10개 구간(100km),
홍콩에서 가장 큰 섬인 란타우섬을 순환하는 란타우트레일 12개 구간(70km)이 그것이다.
우리는 홍콩의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는 트레일 코스를 걷기 위해 4박 5일 일정으로 하늘을 날아왔다.
세상살이 60년을 갓 넘긴 우리 세 부부는 함께 걸으며 몸과 마음을 살찌우기를 5년 이상 해오고 있다.
최소한 1년에 한 번은 해외트레킹도 떠난다. 작년 일본 규슈올레에 이어 올해는 홍콩 트레킹이다.
어제 홍콩에 도착한 우리는 빅토리아피크에서 야경을 바라보며 홍콩에서의 첫날밤을 즐겼다.
화려한 홍콩의 야경을 바라보며 건배도 했다. 하늘높이 솟은 빌딩에서 뿜어내는 휘황찬란한 불빛들이
우리의 마음을 우아하게 해주었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빌딩들이 화려한 불빛을 내뿜을 때
홍콩시내를 둘러싸고 있는 산봉우리들은 실루엣을 이루어주고, 바다는 어머니처럼 불빛을 품어주었다.
어젯밤 빅토리아피크에서 바라본 홍콩의 야경이 현대문명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이라면,
오늘부터 걷게 될 트레일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가져다줄 것이다. 호텔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이동을 한다.
평일 출근 시간이라 차창 밖으로 보이는 홍콩시민들의 발걸음은 마냥 바쁘다. 지하철도, 시내버스도 만원이다.
홍콩은 인구 750만 명에 관광객이 많아 시내가 늘 붐비는 편이다. 홍콩의 면적은 서울의 1.8배 크기인 1,104㎢에 달하지만
산지가 많기 때문에 상가든 주거시설이든 초고층건물이 대부분이다. 홍콩은 중국 청나라 시절 영국과의 아편전쟁에 패하면서
1842년 맺었던 난징조약에 따라 영국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었다. 영국의 통치를 받게 된 홍콩은 영국의 문물과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국제도시로 변모해갔다. 홍콩은 1941년 12월부터 1945년 8월까지 일본이 점령하기도 했지만 2차 대전 후
다시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그리고 1997년 7월 1일, 영국의 식민통치가 종식되어 중국에 반환되었다.
이후 홍콩은 1국가 2체제 형태의 특별행정구로 지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홍콩은 중국 땅이지만 다른 화폐를 사용할 정도로 상당한 독자성을 갖고 있다.
우리는 호텔을 출발하여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홍콩섬으로 들어섰다.
지하철을 타고 해저터널을 통해서 바다를 건넜기 때문에 언제 홍콩섬으로 들어왔는지도 모르게 섬에 도착했다.
홍콩섬에서 2층 시내버스를 타고 ‘드래곤 백 트레일’ 입구로 향한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달리는 버스가
고개를 넘자 언제 그랬느냐 싶게 빌딩숲의 도회지 풍경은 사라지고 울창한 숲과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드래곤 백 트레일 출발지점인 토테이완(土地灣) 정류장에 내리니 바로 아래로 에메랄드빛 바다가 눈부시게 아름답다.
오늘 트레킹 내내 보게 될 풍경의 예고편이다.
초입에서 ‘홍콩 트레일 드래곤 백(Dragon’s Back, 龍脊)’이라 쓰인 이정표가 길안내를 해준다.
길은 오르내림이 있기는 하지만 크게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다. 아열대성 상록활엽수로 이뤄진 숲은
우리의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다. 잠시 숲길을 지나는가 싶으면 어느새 호수 같이 잔잔한 바다가 발아래에서 출렁인다.
홍콩섬 가장 남쪽에 위치한 타이탐완(大潭灣)은 건너편 스텐리반도와 이쪽의 아귈라반도에
길게 둘러싸여 호수 같은 느낌이 드는 만(灣)이다.
타이탐완 건너 스텐리(赤柱)에는 아름다운 만(灣)과 드래곤 백을 바라보며 자리 잡은 지중해식 고급 빌라들이
난공불락처럼 해안절벽 위에 길게 늘어서 있다. 호수처럼 안온한 타이탐완 안쪽에는 타이탐항(大潭港)이 있고,
항구에는 요트와 작은 배들이 떠 있다. 타이탐완 위쪽 내륙에는 골짜기에서 모인 물이 고여 있는 인공호수가 푸르다.
길을 걷다가 능선을 바라보면 용의 등을 닮은 드래곤 백이 파도치듯 출렁거린다.
하늘에 듬성듬성 떠있는 흰 구름을 제외하고는 바라보이는 대부분의 풍경은 푸르다.
그러나 산과 바다, 하늘의 푸른색은 각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 오히려 풍경미를 고조시킨다.
길을 걷다가 종종 외국인을 만난다. 스위스에서 여름휴가를 왔다는 부부와 두 딸 등 4명의 가족도 만나고,
뉴욕에서 왔다는 중년의 여인들과도 허물없이 농담을 한다.
이들을 도심에서 만났다면 스치듯 지나쳤을 테지만 산길에서 만나니 외국인이든 아니든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처럼 다정하게 얘기를 나눈다.
자연은 자연과 사람을 하나 되게 해주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도 공동체의식을 갖게 해준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방학 중인 대학생을 제외하고는 드래곤 백 트레일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은 외국인, 그것도 서양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