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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당(大唐) 계빈국(罽賓國) 삼장 반야(般若) 한역
4. 무구성품(無垢性品)
이 때 지광 장자와 모든 장자들이 이미 출가하여 법복(法服)을 단정히 갖추고, 5륜(輪)을 땅에 대어 부처님 발에 예를 올리고 합장하여 공경히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부처님께 아직까지 듣지 못했던 것을 들었습니다.
집에 있으면 갖가지 잘못을 가지게 되므로 보리심(菩提心)을 내어 세간을 떠나 수염과 머리를 깎고 비구가 되었사오니, 오직 원하옵건대 여래·응공·정등각께서는 저희들과 모든 중생을 위하여 출가의 수승한 공덕을 연설하시어 얻어 듣는 이로 하여금 청정한 마음을 내서 멀리 여의는 행을 즐겨서 부처님 종자를 끊어지지 않게 하소서.
세존께서는 큰 은혜와 연고(緣故) 없는 자비로 중생을 어여삐 여기시기를 라후라(羅睺羅)와 같이 하시니, 출가한 보살은 응당 어떻게 머물러야 하며, 어떻게 때[垢] 없는 업을 닦아 익히며, 어떻게 샘[漏]이 있는 마음을 조복하겠습니까?”
이 때 세존께서 지광과 모든 비구들을 찬탄하였다.
“착하고 착하구나, 참된 불자(佛子)로다.
능히 미래의 일체 중생들을 위하여 여래께 이와 같이 큰일을 이러 이러하게 물었으니, 너희가 말한 대로 여래ㆍ세존께서는 중생을 평등하게 어여삐 여기시어 둘도 없는 외아들 같이 하시므로 너희는 이제 자세히 들어서 잘 생각하고 생각하라.
내가 마땅히 너희를 위하여 출가한 보살은 응당 이와 같이 머무르며, 이와 같이 때 없는 업을 닦아 익히며, 이와 같이 샘이 있는 마음을 조복시킴을 분별하여 연설하겠노라.”
“오직 그렇게 하옵소서. 세존이시여, 듣기를 원하나이다.”
이때에 부처님께서 지광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출가한 보살은 이와 같은 마음에 머물러 항상 이 관(觀)을 짓는다. 내가 사람의 몸을 얻어 모든 근(根)이 갖추어졌으니, 어느 곳으로부터 빠져나와서 이 세간에 태어났으며, 나는 3계 중에서 마땅히 어느 계(界)에 태어나며, 다시 4대주(大洲)의 어느 곳에 태어나며, 6도 가운데 어느 갈래에서 생명을 받을 것이며, 어떤 인연으로 부모와 처자와 권속을 떠나 출가하여 도를 닦아 8난의 몸을 면할 수 있을 것인가?
장엄겁(莊嚴劫) 가운데 과거 천 부처님이 모두 이미 열반하시고, 성수겁(星宿劫) 가운데 미래 천 부처님이 세상에 아직 나오지 않았으며, 현겁(賢劫) 가운데 현재 천 부처님께서 몇 분의 부처님ㆍ여래가 세간에 출현하시어 화신(化身)의 인연이 장차 다하여 열반에 드셨으며 몇 분의 부처님ㆍ여래께서 세간에 출현하지 않으셨는가?
이 모든 중생이 근기와 인연이 성숙하지 못하여 바른 법을 듣지 못하였나니, 다시 어느 때에 장차 미륵께서 도솔천으로부터 내려와 인간에 태어나시어 불도를 이루실 것인가?
나의 몸에 무슨 선업(善業)이 있어서 계(戒)·정(定)·혜(慧)를 배우면 어떤 덕이 있기에, 과거의 모든 부처님을 이미 만나지 못했는데 미래의 세존을 뵈올 수 있을 것인가?
내가 현재 범부의 자리에서 3업의 번뇌가 어떤 것이 가장 무거우며, 한번 태어난 이래로 무슨 죄를 지었으며, 어느 부처님 처소에서 일찍이 선근을 심었으며, 내 이 몸과 목숨이 얼마나 되는 시간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이 날이 이미 지나가니 목숨도 따라 감소되는 것이 마치 염소를 끌고 도살장으로 가는 것과 같아서, 점점 죽음이 가까워 도피할 곳이 없으니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다하면 어느 곳에 태어날 것이며 3악도(惡道)의 괴로움을 어떻게 벗어나 면할 것인가?
그러나 나는 이 몸을 사랑하고 즐거워해서 기르고 봉양하지만, 생각 생각에 노쇠해져 잠시도 그침이 없으니, 어떤 지혜 있는 이가 이 몸을 사랑하고 즐거워할 것인가?
지광이여, 마땅히 알라.
출가한 보살은 항상 밤낮으로 이와 같이 관찰하여 세간의 5욕락 받기를 탐하지 말고 부지런히 닦아 잠시라도 놓지 않기를 이마에 있는 돌을 버리듯이 하며 머리에 불난 것을 끄듯이 하여 마음으로 항상 과거의 죄를 참회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네 가지 때 묻지 않은 성품에 편안히 머무르며, 한마음으로 12두타(頭陀)를 수행하고, 그 마음 조복시키기를 전타라(旃陀羅)1) 같이 하면, 이와 같은 불자를 ‘출가했다’고 하는 것이다.
지광 비구여, 무슨 뜻으로 사문의 행을 진실히 닦음을 전타라(旃陀羅)와 같이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인가.
그 전타라는 항상 놀러 다닐 때 손에 석장(錫杖)을 잡고 감히 길에 나서지 않으며, 만일 사람이 가까워지면 석장을 움직여 들리게 하며, 대중 가운데서는 진심으로 겸손하고 낮추어 감히 업신여기고 거만하지 않으며, 욕하고 꾸짖음을 당할 때에도 진심으로 원망하고 한스러워함이 없어서 일찍이 갚으려 한 적이 많으며, 욕하고 때릴지라도 아무 말 없이 받는다.
왜 그런가 하면, 자신이 낮은 계급이어서 여러 무리와 평등하지 못함을 알기 때문이니, 이런 인연으로 성냄도 없고 갚음도 없는 것이다.
지광이여, 마땅히 알라.
출가한 보살도 또한 이와 같아서 수염과 머리를 깎았으므로 모습이 어린이 같으며, 응기(應器)2)를 가지고 남에게 의지하여 살며, 몸에 가사(袈裟)를 입은 것이 갑옷을 입은 것과 같고, 석장을 짚고 다니는 것이 창을 가진 것과 같나니, 지혜의 칼을 잡아 번뇌의 적을 파하고 어린이의 행을 닦아 일체를 이롭게 하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일체 3독(毒)의 예리한 화살이 진실한 사문의 몸에는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다.
출가한 보살이 세 가지 관문(觀門)으로 인욕행(忍辱行)을 닦는 것을 참 출가라고 하는 것이니, 모든 중생을 관찰하여 이들이 바로 부처님의 화신이라고 여기며, 자신을 관찰하여 진실로 어리석은 범부라고 여기며, 모든 중생을 관찰하여 존귀하다는 생각을 내고, 자신을 관찰하여 종이라고 생각하며, 또 중생을 관찰하여 부모라는 생각을 내고, 자기의 몸을 관찰하여 아들이나 딸과 같이 생각하는 것이다.
출가한 보살은 항상 이런 관을 지으므로 혹 때리고 욕함을 당할지라도 끝내 되갚지 않고 착하고 공교로운 방편으로 그 마음을 조복시키는 것이다.
지광 비구여,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무엇을 4무구성(無垢性)이라고 하는가 하면 의복과 침구[臥具]와 음식과 탕약이니, 이와 같은 네 가지는 있는 것에 따라 얻어서 거칠든지 섬세하든지 마음에 맞추어 탐하고 구하기를 멀리 여의니, 이것이 바로 무구성인 것이다.
모든 비구들이여, 무슨 인연으로 이러한 네 가지 행을 무구성이라고 하는것인가?
지광이여, 마땅히 알라.
모든 부처님 여래의 37품 보리분법(菩提分法)이 모두 이로부터 나와서 불보·법보·승보가 항상 끊어지지 않으니, 이런 까닭에 4무구성이라고 이름하는 것이다.”
이 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설하셨다.
지광 비구여, 너는 자세히 들어라.
출가한 보살이 지어야만 할 것은
연유 없는 대비로 중생들을 포섭하여
외아들처럼 다 평등이 여기는 것이니
보리심을 내어 정각을 구하되
응당 세 가지를 지어 불법을 이루어
마음이 항상 4무구성에 머무르며
열두 가지 두타행을 닦는다네.
마음을 전타라 같이 낮추어
네 가지 위의(威儀) 가운데 이 생각을 짓는다.
시방의 한량없는 보살들이
찰나 찰나에 성인의 길로 나아가니
저가 이미 닦아 증득하면 나도 그럴 것인데
어째서 3계에 유전(流轉)하여
항상 생사의 한량없는 괴로움에 사는고.
나의 이 몸도 어느 계에 머무를 것이며
6도에 윤회해 어느 길에 처하며
태(胎)·난(卵)·습(濕)·화(化) 어느 생을 받을는지
신(身)·구(口)·의(意) 3업에 무엇을 닦으며
짓는 죄 가운데 무엇이 중하고.
3성(性)의 마음에 어느 마음이 많은가
이런 것을 자세히 관찰 하고서
대자와 대비를 항상 이으며
먼저 대희(喜) 대사(捨)로 마음을 삼네.
인연 있는 이를 위해 묘법을 설하고
밤낮으로 마음 닦아 잠시도 머물지 않아
이마의 돌 버리듯 타는 머리 불 끄듯이
항상 3관문(觀門)을 생각해 떠나지 않고
모든 유정들이 바로 부처님 몸인데
나만 혼자 범부의 무리에 처했으며
일체 중생은 똑같이 존귀한데
나는 종이 되어 비천한 데 있으며
세간 중생은 부모와 한가지며
나는 아들ㆍ딸과 같으니 효도와 봉양을 행하여
남에게 때리고 욕을 당해도 성내지 않고
부지런히 인욕을 닦으면 원수가 없나니
4사(事)3)로 공양하고 마음에 집착하지 않으면
이것을 무구성(無垢性)이라 하며
37품 보리분과
여래 과보(果報)의 몸이라네.
이와 같이 수승하여 샘이 없는 법에
네 가지 무구성이 근본이 되나니
게으르지 않은 행을 항상 닦아 익히면
이것을 출가한 참 불자라고 한다네.
보리지혜의 종자를 생각마다 더하면
샘 없는 성인의 도를 모두 성취하며
속히 한량없는 겁을 뛰어넘어
화왕(華王) 법계 가운데 단정히 앉아
복과 지혜 두 장엄함이 모두 원만하여
끝없는 겁 바다에서 군생을 이롭게 하고
무구성으로 말미암아 다 성취하여
여래의 상주과(常住果)를 증득한다네.
“또 다시 지광 비구여, 출가한 보살은 입을 옷에 탐내고 집착하지 말아야하니, 곱거나 거칠거나 그 얻은 대로 다만 보시한 이에게 복전(福田)이 나기를 위하고, 좋고 나쁨을 혐오하지 아니하여 옷을 위해 널리 법요를 설하지 않는다.
모든 방편을 일으켜 탐하는 것을 주어 서로 응하게 하니, 세간 범부는 의복을 위한 까닭에 그른 법으로 탐하고 구하여 선하지 않은 업을 지어 악도에 떨어져 한량없는 겁을 지내도록 모든 부처님을 만나지 못하여 바른 법을 듣지 못하고 고통을 끝까지 받은 뒤에 다시 인간에 태어날지라도 빈궁하고 곤고하여 구해도 얻지 못하는 괴로움이 밤낮으로 핍박하여 옷은 형체를 가리지 못하고 먹을 것은 목숨을 부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모든 괴로움은 다 선세(先世)에 의복을 위한 까닭으로 산목숨을 많이 죽여 갖가지 죄를 지었기 때문이다.
출가한 보살은 곧 이와 같지 아니하여 그 얻은 것의 좋고 나쁨을 혐오하지 않고 다만 부끄러움을 품어 법의(法衣)를 충당하므로 열 가지 수승한 이익을 얻으니, 첫째는 능히 그 몸을 덮어 수치를 멀리 여의고 부끄러움을 구족하여 선한 법을 수행함이요, 둘째는 춥고 더움과 모기와 악한 짐승과 독한 벌레를 멀리 여의어 안온하게 도를 닦음이요, 셋째는 또한 사문의 출가한 모양을 나타내어 보는 이가 기뻐하며 삿된 마음을 멀리 여읨이요, 넷째는 가사는 곧 이 사람과 하늘의 보배 깃발[寶幢] 모양이어서 존중하고 공경하여 예배하면 범천에 태어남을 얻는 것이요, 다섯째는 가사를 입을 때 보탑(寶塔)이란 생각을 내면 능히 모든 죄를 멸하고 모든 복덕이 나는 것이요, 여섯째는 가사를 만들 때 물들임으로 빛을 없애 5욕(欲)의 생각을 여의어 탐하고 사랑함을 생기지 않게 함이요, 일곱째는 가사는 부처님의 청정한 옷이어서 영원히 번뇌를 끊고 좋은 복전(福田)을 짓는 까닭이요, 여덟째는 몸에 가사를 입으면 죄업이 소제되어 열 가지 선한 업(業)의 도가 생각마다 자라나는 것이요, 아홉째는 가사는 좋은 밭과 같아서 능히 잘 보살의 도를 자라나게 하는 까닭이요, 열째는 가사는 갑옷과 같아서 번뇌의 독한 화살이 능히 해지 못하는 까닭이다.
지광이여, 마땅히 알라. 이런 인연으로 3세의 모든 부처님과 연각과 성문이 청정히 출가하여 몸에 가사를 입고 삼성(三聖)이 함께 해탈의 보배 평상[寶床]에 앉아 지혜의 칼을 잡고 번뇌의 마군을 파하여 함께 한 가지 열반계(涅槃界)에 들었느니라.”
이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지광 비구여, 잘 들을지어다.
큰 복전의 옷은 열 가지 수승한 이익이 있으니
세간의 의복은 욕심에 물듦을 더하는데
여래의 법복은 이와 같지 않나니
법복은 능히 세간 수치(羞恥)를 가려
참괴함이 원만하여 복전을 내며
추위와 더위와 독충(毒蟲)을 멀리 여의고
도의 마음 견고하여 구경(究竟)을 얻으며
출가를 나타내어 탐욕을 여의고
5견(見)4)을 끊어 바르게 닦아 지니며
가사를 보배 깃발이란 생각으로 예배하고
공경하면 범왕의 복을 내며
불자가 옷을 입고 탑이란 생각을 내면
복이 생기고 죄를 멸해 사람과 하늘을 감동시키며
정숙한 얼굴로 참 사문에 공경하면
하는 바가 속진(俗塵)에 물들지 아니하며
부처님이 좋은 복전 됨을 칭찬하는 것은
군생을 이롭게 하는 것이 으뜸이 되며
가사의 신통한 힘은 생각할 수 없어서
능히 보리행을 닦아 심게 한다네.
도의 싹이 자라남은 봄의 움과 같고
보리의 미묘한 과보는 가을의 열매 같으며
견고한 금강 참 갑옷은
번뇌의 독한 화살도 해치지 못하네.
내가 이제 대략 열 가지 수승한 이익을 칭찬하였으나
겁을 지내고 널리 설하기란 끝이 없나니
만일 용의 몸에 한 실낱만 입어도
금시조(金翅鳥)5)왕의 먹이가 됨을 벗어나며
만일 사람이 바다를 건너면서 이 옷을 가지면
용과 고기와 모든 귀신의 난(難)이 두렵지 않고
우레·번개·벽력같은 하늘의 성냄도
가사를 입은 이는 두렵지 않네.
백의(白衣)6)가 만일 친히 받들어 지니면
일체 악귀가 가까이 함이 없고
만일 마음을 내어 출가를 구하여
세간을 떠나 불도를 닦으면
시방 마궁(魔宮)이 모두 진동하나니
이 사람은 속히 범왕의 몸을 증득하리라.
“또 다시 지광 보살이여, 출가한 불자는 항상 걸식을 행하나니, 응당 몸과목숨을 버릴지라도 이 마음을 끊지 아니해야 한다.
왜냐 하면 일체 중생이 모두 먹고 사는 데 의지하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걸식의 이로움이 다함없는 것이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출가한 보살이 항상 걸식을 행하는 것에 열 가지 수승한 이익이 있으니, 어떻게 열 가지가 되는가 하면, 첫째는 항상 걸식을 행하여 스스로 목숨을 살려서 나고 듦이 자유로워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 까닭이요, 둘째는 걸식을 행할 때 먼저 미묘한 법을 설함으로써 선한 마음을 일으킨 뒤에 스스로 먹음이요, 셋째는 보시하지 않는 사람에게 큰 자비심을 발하게 하기 위하여 정법을 설함으로써 희사(喜捨)하는 마음을 일으켜 수승한 복이 나게 함이요, 넷째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행에 의지하면 계품(戒品)이 자라나서 복덕이 원만하고 지혜가 다함이 없으며, 다섯째는 항상 걸식을 행하면 79가지 아만(我慢)이 저절로 소멸되어 대중이 공경하는 바이니 이것이 바로 좋은 복전인 것이요, 여섯째는 걸식할 때 여래의 무견정상(無見頂相)7)을 얻어 응당 세간의 광대한 공양을 받을 것이요, 일곱째는 너희들 불자가 이 법을 따라 배워서 3보를 주지(住持)8)하여 유정을 이롭게 함이요, 여덟째는 걸식할 때 먹기를 구하기 위하여 얻는 것이 아닌 까닭에 희망의 마음을 일으켜 일체의 남자와 여인을 찬탄함이요, 아홉째는 걸식을 행할 때 모름지기 차례차례 찾아가 가난하고 부유한 집을 분별하지 않음이요, 열째는 항상 걸식을 행하면 모든 부처님이 기뻐하여 일체의 지혜를 얻는데 가장 좋은 인연이 되는 것이다.
지광 보살이여, 내가 너희들을 위하여 대략 이와 같은 열 가지 이익을 말하였지만 만약 자세히 분별한다면 한량없고 끝이 없나니, 너희들 비구와 미래세의 불도를 구하는 이는 마땅히 이와 같이 배울지어다.”
이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지광 보살이여, 그대는 자세히 들을지어다.
출가한 대사는 응당 탐함을 여의고
마땅히 세간을 벗어나 수행하는 마음을 낼 것이니
걸식하는 두타행이 근본이 된다네.
범부는 샘이 있는 음식으로 살지만
성자들은 모두 샘이 없는 음식에 의지하나니
샘이 있고 없는 모든 성인이나 범부나
일체가 먹고 사는데 의지하지 않음이 없나니
내가 너희들 모든 불자를 위하여
출세의 두 가지 이로운 행을 연설하노니
3세 여래가 칭찬하는 바
걸식의 공덕에 열 가지 이익이 있다.
치우치게 이 행을 일컬어 가장 수승하다고 하는 것은
나고 드는 데 자재하여 속박됨이 없고
먼저 시주로 하여금 초심(初心)을 내어
보리에 나아가게 한 연후에 먹으며
탐심을 없애기 위하여 묘법을 설해
능히 대사(大捨)의 한량없는 마음을 일으켜
대사(大師)의 가르침에 의지해 걸식을 행하면
한량없는 모든 범행을 자라나게 하며
79가지 아만이 스스로 없어져서
모든 사람과 하늘의 존경을 받으며
여래의 정상(頂相)을 볼 수는 없지만
묘법의 바퀴를 굴려 시방을 교화하여
영원히 이 법을 전함으로써
3보의 종자가 끊어지지 않게 하니
혹 음식을 위해 망령된 마음을 일으켜서
마땅히 모든 남녀를 찬탄하지 말라.
큰 자비의 평등한 뜻을 일으키면
가난함과 부유함의 차별이 없으며
청정한 걸식은 부처님이 찬탄하신 바이니
일체 종지(種智)가 이로부터 난다네.
3세 여래가 세간에 나시어
중생을 위해 4식(食)을 말씀하셨나니
단(段)과 촉(觸)과 사(思)와 식(識)이니
모두 샘이 있는 세간의 음식이네.
오직 법희(法喜)와 선열(禪悅)의 음식이 있어
이는 성현(聖賢)이 드시는 바이니
너희들은 세간의 맛을 여의고
마땅히 출세간의 샘이 없는 음식을 구하라.
“또 다시 지광 보살이여, 출가한 불자는 모든 의약(醫藥)에 탐착하지 않아야 한다. 만일 병이 있을 때는 남이 달이고 버린 약인 아리비리(訶梨毘梨)와 아마륵(阿摩勒) 등 이런 약을 취하여 곧 먹으며, 평생 내버린 약을 먹어서 모든 약들에 만족하나니, 이런 이를 진실한 사문이라고 하는 것이다.
출가한 불자는 항상 버린 약을 먹어도 이런 사람은 열 가지 수승한 이익을 얻는 것이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하면, 첫째는 약초를 구하는데 다른 이를 가까이 하지 않으므로 탐내고 구하는 마음을 영원히 쉬어서 바른 생각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요, 둘째는 부정관문(不淨關門)을 쉽게 성취하여 세간을 벗어날 마음이 견고해짐을 얻음이요, 셋째는 모든 진귀한 맛에 항상 탐하고 집착하지않아서 빨리 바른 지혜를 증득하여 선열(禪悅)의 음식을 먹음이요, 넷째는 모든 세간 일체 재물에 항상 능히 만족함을 알아 일찍 해탈을 얻음이요, 다섯째는 세간의 일체 범부를 가까이 하지 앉고 세간을 벗어난 청정한 선우(善友)를 친근히 함이요, 여섯째는 모든 버린 약들을 혐오하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거친 음식에도 또한 해탈을 얻음이요, 일곱째는 소중한 약을 길이 바라지 않는 것이니 일체 세간이 높이지 않음이 없기 때문이요, 여덟째는 빨리 능히 모든 번뇌의 병을 조복시켜 여래의 항상 머무르는 법신(法身)을 증득함이요, 아홉째는 영원히 삼계의 일체 번뇌를 끊어 능히 중생의 몸과 마음의 중한 병을 치료함이요, 열째는 능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순종하여 보살의 행을 닦아 지혜가 원만하여 큰 보리를 얻음이다.
지광은 마땅히 알라.
내가 너희들을 위하여 대략 버린 약의 열 가지 수승한 이익을 말하였으니, 이와 같은 미묘한 행은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출가한 보살이 모두 한가지로 닦고 배운 것이다.
너희들은 응당 모든 중생을 위하여 연설하고 널리 퍼뜨려서 끊어짐이 없게 하라. 이것이 바로 여래께 널리 공양을 베푸는 것이 되나니, 세간에 있는 재물로 공경하여 공양함으로도 능히 미치지 못할 것이며 보살의 행에서 다시 물러나지 아니하여 빨리 무상정등보리(無上正等菩提)를 증득할 것이다.”
이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거듭 말씀하셨다.
지광 비구여, 그대는 자세히 들을지어다.
출가한 이가 먹는 때[垢]없는 약은
보살의 미묘한 행에 으뜸이 되나니
중생의 병 있음이 나의 병과 같아
큰 자비로운 은혜로 모든 괴로움을 구원하고
다시 자비로운 마음으로 안락함을 베풀어
최상의 미묘한 약은 남을 주고
남이 버린 것은 자기가 먹는다네.
보살은 귀하고 천한 약을 가리지 않고
다만 모든 병을 치료해 편안하게 하며
남이 버린 남은 약을 취하여
마셔서 아픈 데를 치료하나니
버린 약을 취함에는 열 가지 이익이 있다고
삼세 여래가 한가지로 칭찬하셨으니
비록 의약을 구하되 남을 가까이 않고
길이 추구함이 없이 바른 생각에 머물러
부정관문(不淨觀門)을 쉽게 성숙하여
능히 멀리 보리의 인(因)을 지으며
단 맛에 집착하지 않아 모든 탐욕을 여의고
마땅히 법희와 선열의 음식을 구하며
세간의 재보에 능히 만족함을 알아
샘이 없는 7성재(聖財)를 얻으며
저 범부로 어리석은 이를 버려 함께 머무르지 않고
성현을 친근히 하여 어진 벗을 삼으며
버린 약을 혐오하지 않음으로써
또한 음식도 탐내지 않으며
진귀한 음식과 미묘한 약을 희망하지 않으므로
세간에서 모두 존중하는 바 되며
능히 몸과 마음의 번뇌병을 치료하여
진여(眞如)의 법성신(法性身)을 깨워 얻으며
길이 3계의 모든 습기(習氣)를 끊어
위없는 참 해탈을 증득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순종하여 보리에 나아가면
복과 지혜가 원만하여 보신과(報身果)를 이루나니
너희들 불자는 모두 닦고 배워서
마땅히 금강의 참된 도량에 앉을지어다.
“또 다시 지광이여, 출가한 보살은 지껄이는 시끄러운 곳을 멀리 떠나 아란야(阿蘭若)에 머물러 그 마음을 한량없는 천년 동안 부처님의 도를 구하는 것이니, 삼세 여래께서도 모든 시끄러운 곳을 떠나 고요하고 한가히 계시면서 만행을 더 닦아 보리과를 증득하셨으며, 연각과 성문의 일체 성현도 성과(聖果)를 증득하는데 또한 이렇게 하였으니, 그 아란야에 열 가지 덕이 있으므로 능히 세 가지 보리과를 증득하도록 하는 것이다.
무엇이 열 가지 수승한 덕인가 하면, 첫째는 자재함을 얻기 위하여 아란야에 머무르는 것이니 네 가지 위의(威儀) 가운데에 다른 사람에게 속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요, 둘째는 나와 나의 것을 떠난 것을 아란야라 하니 나무 밑에 있을 때는 집착이 없기 때문이며, 셋째는 침구에 애착함이 없어서 이로 말미암아 사무외상(四無畏床)에 눕는 것이요, 넷째는 아란야라는 곳은 3독(毒)이 적으니 탐하고 성내고 어리석음에 반연된 경계를 떠난 까닭이요, 다섯째는 아란야를 좋아해서 멀리 여의는 행을 닦나니 사람과 하늘의 5욕락(欲樂)을 구하지 않는 까닭이요, 여섯째는 시끄러운 곳을 버리고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 머물러 불도를 닦아 익히되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음이요, 일곱째는 고요함을 애락하고 세간의 말을 떠나나니 범부와 어리석은 이를 버리어 산란함이 없기 때문이요, 여덟째는 세간과 출세간의 일체 사업을 쉽게 성취하니 장애가 없기 때문이요, 아홉째는 아란야라는 곳은 곧 삼매의 집이니 능히 백천의 큰 삼매를 얻기 때문이요, 열째는 청정함이 허공과 같아 집으로 삼아도 마음에 장애가 없으니 큰 지혜를 얻기 때문이다.
지광이여, 마땅히 알라.
아란야라는 곳에는 이런 한량없는 공덕이 있으므로, 이런 인연으로 출가한 불자가 몸과 목숨 버리기를 맹서하고 산 숲을 떠나지 않는 것이니, 만일병든 사람과 스승과 스님과 부모에게 법공양을 들여 주기 위하여 아란야에서 나와 취락(聚落)에 들어갈지라도 마땅히 빨리 아란야로 돌아와야 하며, 만일 인연이 있어 돌아오지 못하거든 응당 다음과 같이 ‘이제 이 취락도 산의 숲과 같아서 얻는 재물은 허망하고 거짓되어 꿈과 같으니 만일 얻는 바가 있더라도 탐내고 집착하지 않으리라’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불자가 바로 마하살이니라.”
이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거듭 말씀하셨다.
지광이여, 너희들은 잘 들어라.
번뇌 없는 사람이 머무르는 곳은
시끄러운 곳을 멀리 떠나 적정한 곳에 처하나니
여기가 바로 신선이 사는 곳이다.
3세 보살이 보리를 구하여
아란야에서 정각을 이루고
연각과 성문 모든 성중(聖衆)도
또한 이곳에서 보리를 증득했다네.
아란야에 머물면 열 가지 이익을 얻어
능히 그로써 3승의 과보를 증득하나니
자재롭게 놀러 다님이 사자와 같아서
네 위의(威儀) 가운데 얽매임이 없으며
산 숲의 나무 밑은 성인의 즐기는 곳으로
나와 내 것이 없어 아란야라 하는 것이며
옷이나 잠자리에 집착함이 없어서
4무외(無畏)의 사자좌(獅子座)에 앉으며
모든 번뇌를 여읨을 아란야라 하나니
일체 탐욕에 집착한 바 없으며
항상 사물 밖에 거하여 진로(塵勞)9)를 싫어하고
세간의 5욕락(欲樂)을 즐기지 않으며
멀리 시끄러운 곳을 떠난 적정(寂靜)한 이는
목숨 버려 불도를 구하는 것이며
능히 적정에 머물러 사람 소리가 없으면
마음속에 모든 산란함이 일어나지 않으며
세간과 출세간의 모든 선업이
마음에 장애가 되지 않으므로 모두 성취하며
이로 말미암아 아란야가 근본이 되어
능히 백천의 삼매를 모두 나게 하여
큰 공적(空寂)으로 빈 방을 삼으므로
수행자의 몸과 마음에 장애가 없나니
이와 같은 열 가지 수승한 이익을 구족하였으므로
모든 성인이 항상 계신다네.
지광이여, 너희들 모든 불자가
만일 빨리 일체지(智)를 이루려면
꿈속에서도
아란야에 처하여 보리도를 여의지 말라.
내가 멸도한 뒤에 마음 낸 이로써
능히 아란야에 머무른다면
오래지 않아 화왕보좌(華王寶座)에 앉아
법신의 상락과(常樂果)를 증득할 것이다.
세존께서 이 법을 말씀하실 때에 한량없는 백천의 처음으로 마음을 낸 이가 위없는 도에서 물러나지 않음을 얻었다.
이 때 지광 등 모든 보살의 무리는 다라니를 얻어 큰 신통을 갖추고 백만의 사람과 하늘이 보리의 뜻을 발하여 3해탈(解脫)10)을 깨쳤다.
이 때 여래께서 모든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청정히 믿는 선남자와 선여인이 있어 이와 같은 사무구성(四無垢性)의 매우 깊은 법문을 듣고서 받아 지니고 읽고 익히며 풀어 말하며 쓴다면, 이와 같은 사람들은 태어나는 곳에서 선지식을 만나 보살행을 닦아 영원히 물러나지 않고, 일체 모든 업의 번뇌에 흔들리지 않아 현세에 큰 복과 지혜를 얻어 3보를 주지하고 자재력을 얻어 부처님 종자를 이어 끊어지지 않게 하며, 목숨을 마치면 반드시 지족천궁(知足天宮)에 태어나 미륵을 받들어 뵈옵고 불퇴전의 지위를 증득하며, 용화수(龍華樹) 아래의 첫 모임에서 정법을 듣고 보리의 수기를 받아 빨리 불도를 얻을 것이요, 만일 시방 불토에 태어나길 원한다면 그 원하는 바에 따라 태어나 부처님을 뵈옵고 법을 들어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5. 아란야품(阿蘭若品)
이 때 모임 가운데 한 보살마하살이 있는데, 이름이 상정진(常精進)이었다.
부처님의 위신을 이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어 합장하고 공경히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아란야가 바로 보리의 도량이니 만일 마음을 발하여 보리를 구하는 이가 있다면 응당 아란야를 버리고 떠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이 아란야 가운데는 많은 중생들이 있으니 호랑이ㆍ표범ㆍ늑대ㆍ여우와 독충(毒蟲)과 악한 짐승과 나아가 나는 새와 사냥꾼들인데, 이들은 여래를 알지 못하고 바른 법을 듣지 못하며 또 승가를 공경하지 않으므로 이 모든 유정들은 선근이 없어서 해탈을 멀리 떠났거늘, 어찌하여 여래께서는 닦고 배우는 사람에게 아란야에 머무르면 빨리 부처님의 도를 얻는다고 하시는 겁니까.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모든 중생을 위하여 분별하고 해설하시어 의심을 깨침으로써 기꺼이 보리심을 발하여 물러나지 않게 하소서.”
부처님께서 상정진(常精進)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도다. 선남자여, 네가 큰 자비로 여래께 청정한 해탈을 물어 미래의 모든 수행하는 이를 이롭게 하니, 공덕이 한량없을 것이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생각하고 생각할 것이니, 내가 이제 너를 위하여 아란야라는 곳의 갖가지 공덕을 분별하여 연설하겠노라.”
“그렇게 하십시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기꺼이 듣고자 하나이다.”
이 때 부처님께서 상정진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말한 바와 같이 아란야라는 곳이 성인이 되는 곳이라면 산 숲 가운데 많은 중생들은 무슨 인연으로 성불하지 못하였는가. 이 말은 맞지 않으니, 왜냐 하면 저 모든 중생들은 3보를 알지 못하며, 만족함을 알지 못하며, 선악을 알지 못하며, 산 숲 가운데 비록 세간의 갖가지 진귀한 보배가 있어도 묻혀있는 곳을 알 수가 없지만, 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지 않기 때문이다.
선남자여, 보살은 불보·법보·승보가 바로 세간을 벗어난 보배이며 일곱 가지 진귀한 복장(伏藏)이 바로 세간의 보배임을 능히 알아서, 모두 능히 그 갖가지 빛깔과 모양을 분별하며, 그 있는 곳을 알지만 탐하여 구하지 않으며, 또한 즐겨 보지도 않는데 하물며 손으로 취할 것이냐.
보살은 출가해서 견고한 마음을 발하여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부모와 육친(六親) 권속을 떠나 산 숲에 살기를 즐겨하며 항상 이렇게 ‘만약 삼천대천세계도 겁이 다할 때면 일곱 개의 해가 함께 나와서 불꽃이 치열하여 만물을 불살라 태우며, 해와 달과 별과 묘고산왕(妙高山王)과 칠금산(七金山)과 철위산(鐵圍山)들도 때가 이르면 모두 흩어지는 것이며, 삼계의 꼭대기인 비비상천(非非想天)도 8만 겁이 다하면 도로 땅에 내려와 태어나 전륜성왕으로 천 명의 아들이 둘러싸며, 7보 권속과 4주(洲)가 다 굴복할지라도 수명의 과보가 다하면 잠시도 머무르지 못하나니, 나도 이제 또한 그러하여 설령 수명이 1백세가 되며 7보가 구족하여 모든 쾌락을 받을지라도 염마사(琰魔使)가 이르면 덧없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또 다음과 같이 ‘내가 이제 그 부모와 모든 중생을 대신하여 보살행을 닦아 마땅히 금강의 무너짐이 없는 몸을 얻어 다시 3계로 돌아와 부모를 제도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는 생각을 일으킨다.
이 서원을 일으키고 나서 아란야에 머물러 모든 중생을 위하여 큰 서원을 발하는데, 상근기(上根機)의 보살은 이 서원을 내어 말하기를 ‘원컨대 내가 성불하지 못한다면 항상 맨땅에서 오래도록 앉아 눕지 아니하리라’고 하며, 중근기(中根機)의 보살은 이 서원을 내어 말하기를 ‘원컨대 내가 성불하지 못한다면 나뭇잎 가운데 항상 앉아 눕지 아니 하리라’고 하며, 하근기(下根機)의 보살은 이 서원을 내어 말하기를 ‘원컨대 내가 성불하지 못한다면 석실 가운데 항상 앉아 눕지 아니 하리라’고 한다.
이와 같이 세 가지 근기의 출가한 보살이 세 가지 자리에 앉아 각기 다음과 같이 ‘과거에 보살이 이 자리에 앉아 능히 다라니의 문(門)을 증득하여 공덕이 자재하였으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보살들이 모두 이 자리에서 다라니를 얻어 자재(自在)로움을 닦아 증득하였나니, 나도 또한 이와 같이 이제 이곳에 앉아 기필코 다라니를 성취하여 자재함을 얻으리라. 만일 자재로움을 성취하지 못한다면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않겠다’라고 생각한다.
어떤 보살은 아직 원만하게 4무량심(四無量心)11)을 얻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아직 원만하게 5통신력(通神力)을 얻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6바라밀(波羅蜜)을 원만하게 얻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아직 원만하게 선교방편과 방편을 얻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능히 일체 유정을 조복시키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원만하게 4섭법(攝法)을 얻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능히 6념법(念法)을 닦아 익히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다.
어떤 보살은 능히 지혜를 많이 들음을 성취하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능히 견고한 신력(信力)을 성취하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능히 62견(見)을 끊어 없애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능히 여덟 가지 바른 길을 닦아 익히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능히 두 가지 업장의 습기(習氣)를 영원히 끊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능히 병에 따라 약을 주는 미묘한 지혜가 원만하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능히 큰 보리심이 원만하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다. 어떤 보살은 능히 항사(恒沙) 삼매에 원만하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능히 한량없는 신통을 성취하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다.
어떤 보살은 정통력(定通力)으로 18공(空)을 보아도 마음이 놀라지 아니해야 하는데 이 같은 큰일을 만일 성취하지 못한다면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않겠다고 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일체 지혜에 원만치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원만하게 일체 종지(種智)를 얻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37가지 보리분법(菩提分法)을 닦아 익힘을 얻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다.
어떤 보살은 원만히 십지만행(十地萬行)을 얻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백겁 가운데 능히 상호(相好)의 업을 수행하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원만하게 여래의 4지(智)를 얻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능히 원만하게 큰 열반을 얻지 못하여 끝내 아란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금강좌에 앉아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치 못하여 항상 앉아 일어나지 않는 이도 있나니, 이런 것을 보살의 아란야행이라고 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출가한 보살이 보리심을 발하여 산 숲에 들어가 세 가지 자리에 앉아서 몸과 마음을 연마하되 3대겁(大劫)이 지나도록 만행을 닦아 위없는 정등보리(正等菩提)를 증득하는 것이다.”
이 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거듭 말씀하셨다.
옛적 여래께서 인지(因地)12)로 계실 때
아란야에 머물면서 세속 떠나
번뇌장(煩惱障)과 소지장(所知障)을 조복시켜서 끓고
3계를 뛰어넘어 보리를 증득 하셨으며
과거 보살이 서원을 수행할 적에
아란야로 집을 삼아
아승기겁(阿僧祇劫)에 복과 지혜를 닦아
10지(地)의 구경(究竟)에 3신(身)을 증득하셨으며
미래 보살이 불과(佛果)를 구하여
깊은 산에 들어가 미묘한 행을 닦아
두 가지 장애와 생사의 인연을 끊고
항상 3공(空)의 참 해탈을 증득할 것이며
현재 시방 모든 보살이
만행을 닦아 공적하고 한가함[空閑]에 머물러
목숨을 아끼지 않고 보리를 구해서
생각마다 무생지(無生智)를 증득한다네.
만일 빨리 깊은 삼매를 증득하려면
미묘한 선정을 닦음으로써 신통을 일으켜
마음에 다툼이 없이 아란야에 있으면
대지(大地)를 7보로 변하게 한다네.
만일 시방 국토에 유희(遊戱)하여
자재하게 왕래하여 신통을 운전하려면
부처님을 공양하고 중생을 이롭게 하며
아란야 두려움 없는 곳에 머물러야 한다.
있다ㆍ없다 하는 허깨비 같은 지(智)를 증득하려면
모든 법이 본래 공(空)한 것을 깨달아
아란야 보리도량에 머물러
중생들을 참해탈에 들도록 하라
만일 빨리 여여지(如如智)를 증득하려면
모든 법의 여여한 본성을 증득해 알아
큰 겁해(劫海)가 다하도록 중생을 이롭게 하고
마땅히 아란야 공적한 곳에 머물라.
만일 생각하기 어려운 지혜를 얻으려면
묘고산왕(妙高山王)이 겨자(芥子)를 받아들여
산왕과 겨자가 서로 모양을 무너뜨리지 않아야
아란야의 신통한 집에 들어간다네.
만일 막힘없는 지혜를 얻으려면
한 묘음(妙音)으로 법을 연설하여
유(類)에 따라 중생이 각기 해탈을 얻게 하고
난야에 머물러 묘관(妙觀)을 닦아야 한다.
만일 태어남도 없고 없어짐도 없으려면
시방 모든 국토에 좇아나서
빛을 놓고 법을 설해 중생을 이롭게 하고
아란야 공적(空寂)한 방을 떠나지 말라.
만일 발가락으로 대지(大地)를 어루만져
시방세계가 모두 진동하게 하려면
모양에 따라 일어나는 삿된 견해를 없애서
마땅히 난야에 머물러 자기 마음을 관하라.
만일 모든 부처님이 출현할 때
맨 처음 미묘한 공양을 드리려면
보시 바라밀을 다 원만히 하여
난야에 머물러 미묘한 행을 닦을지어다.
만일 어떤 사람이 부처님 열반하실 때
맨 나중에 공양하여 보시의 뜻을 이루어
길이 빈궁과 8난(難)을 끊으려면
서원하여 난야 가운데 머무르라.
만일 복과 지혜가 다 원만하려면
미래에 부처님께서 열반에 임하셨을 때
부처님 부촉 받아 널리 선전해
아란야에 머물러 6념(念)을 닦아라.
만일 모든 부처님 열반하신 뒤에
남기신 법을 결집하여 중생을 제도하려면
모든 부처님을 도와 진승(眞乘)을 찬하고
아란야의 공적한 방에 머무를지어다.
사람과 하늘의 큰 스승이신 부처님은
만나 뵙기 어려움이 우담(優曇)13)보다 더하니
만일 받들어 뵈옵고 공양하려면
마땅히 난야에 머물러 크게 원하라.
모든 보배의 존귀한 것 가운데 법이 으뜸이 되므로
성불하여 남을 이롭게 함이 모두 이로 말미암나니
만일 사람이 항상 법을 듣고자 한다면
아란야에 머물러 범행을 닦아
이제 이 몸으로부터 불신(佛身)에 이르기까지
항상 마음을 내어 크고 바른 가르침을 원하여
큰 보리를 얻지 못해서는
생각마다 아란야를 놓지 않아야 한다.
만일 사람이 부모의 은혜를 갚으려면
부모를 대신해 서원을 발하여
아란야 보리도량에 들어가서
밤낮으로 항상 미묘한 도를 닦아라.
만일 현세에 복과 지혜를 자라게 하여
다가올 미래에 8난(難) 속에 떨어지지 않으려면
이와 같은 유정(有情)은 선한 마음을 내어
아란야에 머물러 서원을 닦아야 한다.
3세 보살이 진각(眞覺)을 구해
도와 열반을 난야 가운데서 얻었나니
그러므로 큰 도량이라 이름하여
3승의 성중(聖衆)이 한곳에 머물렀네.
보살이 괴로움을 싫어해 산 숲에 들어가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성인의 도를 구하여
자기는 성불하지 못하더라도 먼저 남을 제도하여
6도(道)의 4생(生)을 모두 불쌍히 여기네.
상근기의 보살은 맨땅에 거처하고
중근기의 보살은 잎 속에 거처하며
하근기의 보살은 돌집에 거처하여
불도를 이루지 못하고는 항상 눕지 않는다네.
3세 보살이 난야에 머물러
다라니의 자재한 힘을 얻었나니
이제 나의 서원도 보살의 마음과 같아
총지(摠持)를 얻지 못하면 항상 여기에 머무르리라.
큰 보리를 얻음이 난야에 있고
큰 원적(圓寂)에 드는 것도 사는 곳으로 말미암나니
보살이 금강 지혜를 일으켜
의혹을 끊고 진실을 증득하여 묘각(妙覺)을 이루어
널리 중생을 교화하여 마을에서 놀고
적멸(寂滅)을 구하기 위해 산 숲을 즐겨
만행의 인과 과가 원만하여
미래세가 다하도록 중생을 제도한다네.
이 때 세존께서 이와 같이 출가한 보살의 아란야행을 연설하실 적에 한량없는 보살이 극희지(極喜地)를 증득하였고, 항하사와 같은 수없는 보살이 영원히 미세한 번뇌를 여의어 부동지(不動地)를 증득했으며, 말 할 수 없고 말할 수 없이 많은 보살마하살들은 일체 업장을 끊고 묘각의 자리에 들었으며, 끝없는 유정들은 비할 데 없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였고, 9만 7천 중생들은 속세를 멀리하고 번뇌[垢]를 여의어 법안(法眼)이 청정해짐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