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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랜만에 영광되고 좋은 자리에 참석하여 동문님들과 활에 대한 심도있는 대화를 했습니다.
한 동문님은 각궁에 대한 조의가 매우 깊으셔서 활을 잘 다룰 뿐 아니라 지식 또한 매우 박학다식하시며
저를 만날 때마다 항상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십니다.
저는 거의 듣기만 하는 입장이라 이번에도 많은 대답은 못했지만 할말이 이제와 생각이 나서 글로 몇자 적습니다.
활에 들어가는 재료는 모두 같지만 각 궁방 마다 들어가는
대소의 두께, 뿔의 두께, 활폭, 심단의 양이나 심판의 겹수와
풀의 농도, 재료의 출처, 해궁법 등등이 모두 달라
같은 각궁이라고 해도 사용법이나 성능, 손맛등의 차이점이
극심하며 개개인이 선호하는 궁장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요즘 트렌드는 궁도협회에서 제시하는 가격에 맞춰
제작하다 보니 심의 량을 줄일 수 밖에 없고
폭이 넓은 대나무와 뿔 또한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택한 방법은 활의 폭을 좁게하고 대소와 뿔을
두껍게 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면 같은 두께라도 심이 덜 들어가므로 원가 절감하기에
매우 유리합니다.
그 걸 대신하기 위해 대소와 뿔 또한 두꺼워 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심작용 보다는 나무와 뿔의 작용이 커서
플라스틱과 단풍나무를 사용하는 개량궁 만큼이나
강력한 충격이 들어옵니다.
사용했던 활이 다시 복원되도록 하는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심과 풀입니다.
우리가 활을 점화하는 목적은 두가지인데 건조와 복원이 그것입니다.
심이 적으면 사용 후 복원력이 떨어지므로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을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장점은 활을 얹거나 사용하기 편하고 해궁하기도 쉽습니다.
심이 많아지면 제 멋대로 비틀리고 돌아가는 성질이 강하므로 불을 대어 잡아놓아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복원되는 등
좀처럼 반듯하게 잡히지가 않습니다.
계절을 많이 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뿔을 아무리 깎아내도
장력이 좀처럼 줄어 들지 않는 특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되려 요즘 것들을 더 선호하시는 분들도 적잖히 계실 것 입니다.
심을 많이 넣었을 때의 장점은 화살음이 좋고 살채미가 경쾌하며 충격이 확 실 히 덜 들어옵니다.
그러므로 저는 심이 많은 활을 선호하며 이 것이 진짜 각궁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머지는 개량 각궁?)
다음에 궁장님을 알현하면 지금도 얇은 대소지만
조금만 더 얇게 해 달라고 요청드릴 생각입니다.
이유는 극한의 심맛을 보고 싶어서 라고 할까요?
심의 양을 늘리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심 또한 활의 세기를 특정짓는데 매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지요. 심이 많아지면 뿔을 극한으로 깎아 대소가 훤히 비쳐도 활이 약하지 않습니다. (제개 그런 활이 한 장 있어요.)
활을 가만히 보면서 어째서 심을 그렇게 많이 넣고도 복원 정도가 옛날 활에 못 미치는가 생각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오금을 많이 죽이다보니 그 곳의 심판이 늘어나고 대소 또한 변형되어 복원되는 기능을 상실했나… 생각하다가
그렇다면 옛날 활들도 분명 그런 미립인데 대체 왜 오래 보관하면 동그랗게 복원되는지 고심해서 생각한 끝에
대소와 뿔이 옛날보다 더 두꺼워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게 되었습니다.
활에 시위가 걸린 과정, 당겨지는 과정에서 심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나무와 뿔도 그 모양에 맞게 변형되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활이 세면 뿔을 깎거나 밟아서 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밟아서 펴는 과정에서 대소와 뿔은 더 극심하게 변형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나무와 뿔이 변형 되면 복원하는 힘을 방해하는 버티는 힘 생기는데 그 것이 심이 쪼그라들며 복원하려는 힘보다 강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응당 심은 많이 넣고 대소를 얇게하면 된다는 결과값이 나오게 되는것이죠.
애초에 해궁 전 뒤깎이를 할 때 부터 많이 구부러지는 오금을 가장 얇게, 삼삼이와 고자또한 지금보다 더욱 얇게 깎는다면 심하게 곡선을 유지하던 활이라도 만작 시 고집이 꺾이며 디귿자가 될 것이라 가정해봅니다.
굳이 세게 밟지 않아도 된다는 말입니다.
실제, 제가 부천에서 본 옛 활들은 하나같이 다 폭은 한치 정도는 될 만큼 넓지만 두께는 얇았습니다.
하지만 심줄은 소 한마리 반에서 두마리 분량이 들어갔다고 전해지니 두께의 주된 구성은 심줄이었다는 것이라 짐작 하게 된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연구가치는 분명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아니면 어쩔 수 없지만 실험이란 아닌것이 확실히 아니라는
데이터 또한 제공하기 때문에 실패 또한 가치가 있습니다.
궁장님께서 부러진다며 뜯어 말리셔도 부러뜨릴 각오라 전하며 간절하게 부탁드릴 생각입니다.
부러지고 버티는 임계점은 분명 있을텐데 이러한 데이터를 쌓으려면 부러뜨리는 건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대소와 상목을 극한(부러짐과 버팀의 임계점)으로 얇게 하면
심은 더 많이 작용하리라는 가정입니다.
어차피 뿔이란 그저 깎으면 그만이니까요.
특히 상목을 좀 더 연구해 볼 생각입니다.
예전에는 분명 오금을 최대한 죽여서 디귿자로 만들어서 썼습니다. 대신 상목으로 들어가는 삼삼이와 고자는 살렸습니다.
제가 공부 한 바로는 이렇게 만들면 확실히 영축이 줄어듭니다.
즉, 일정한 힘이 나오므로 관중하기 용이하다는 말입니다.
단, 조건은 강하게(맹렬하게) 당겨서 더이상 당겨지지 않을 때 그 힘을 온전히 유지하며 방사 할 경우 그렇습니다.
저는 이 것이 조선의 궁술이 전하고자 하는 맹렬함이라 생각합니다.
오금이 살면 활은 민감해집니다.
바가지활은 1센티만 더 당겨내도 살걸음이 5미터 이상 차이납니다.
그러므로 촉을 눈에서 뗄 수 없을 뿐 더러 세게 떼면 영축이 나는 것을 알기때문에 무의식적 두려움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강하게 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점점 소심해져서
연삽해지기 시작해 결국 힘이 잠기게 되면 두벌 뒤나 조막깍지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결국 사법은 활이 정한다는 것이 선생님의 가르침에서 비롯된
저의 이론입니다.
저는 온깍지 사법을 배우게 된 이래로 촉이나 상사를 안본지 오래됐습니다.
그냥 제 힘 닿는 대로 쏘면 그 나머지는 활이 알아서 다 해줍니다. 많이 빗나가 봐야 1~2미터 입니다.
신경 쓸 부분이 하나 줄었으니 당연히 자세잡는데 집중 하기에 더 쉽습니다.
그런데 무작정 이렇게 디귿자를 만들면 오금의 성능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살걸음이 짧아서 활이 좀 강해야합니다.
일곱돈 화살 기준으로 적어도 40후반에서 50파운드 정도는 되어야 적당한 반구비를 그립니다.
연약한 여성 분들은 꿈도 꾸기 어려운 세기입니다.
그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대소와 상목의 두께는 더 얇아야하는 것이 불가피하며 활은 더 약해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금이 디귿자를 그리며 임계점을 넘어 만작이
되었을 때 힘을 보태 줄 수 있는 다른 부분이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요즘 활은 오금의 성능에 많은 의지를 하여 삼삼이와 고자의 힘이 필요없으므로 그낭 다 밟아 펴내서 성능을 최대한 죽여 없앱니다. 게다가 뒤집힐 것을 염려해서 오금 위치를 통상 두치정도 더 뒤로 뺐으니 오금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대림 삼삼이까지
살려 놓으면 천하장사도 못당깁니다.
제가 부천 활 박물관을 부리나케 찾아갔던 진짜 이유는
옛날 활의 그 것이 제가 생각했던 그것인가 확인하기 위해서였는데 그것이 바로 고자의 형태입니다.
역시나 제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옛날 고자는 확실히 요즘 고자와 확연히 다릅니다.
눈으로 딱 보아도 힘께나 쓰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 형태가 성능과 직결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심증이기 때문에 정확히 뭐가 어떻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그 부분의 복원을 통해 성능이 향상되는지
직접 증명 해 볼까 합니다.
한 가지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재료입니다.
아카시아 나무는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상목의 상은 뽕나무 상짜 입니다.
전통적으로 사용했던 산뽕나무나 구찌뽕나무가 필요합니다.
구하기가 힘든데 어찌 구할지 고민이네요.
연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성공한다면
잘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이왕 이 길을 걷기 시작한 거 앞으로 우리나라 전통 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싶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하지 않습니까?
제가 직접 움직이고 노력해야 제 손에도, 그리고 제 주변 분들에게도 좋은 활이 들어온 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첫댓글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네에.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훌륭하신 선배이십니다.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거의 확실한 추측이라서 궁장님께서 수긍만 해주신다면 실패 확률은 적을거라 생각합니다. 올해는 재료를 구해와서 말리고 그러다 보면 내년에나 만들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
반갑습니다. 좋은 글도 감사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전에는 대나무 두께가 1mm~2mm 정도 였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5mm~6mm 정도 된답니다.
예전 활이 살아있듯이 이리저리 뒤틀리는 것을 바로 잡는게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정확한 수치까지 알려주시며 큰 도움이 되는 좋은 답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단순히 전통만을 생각하여 과거의 활을 재현하고 싶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기 보다는 과거보다 현재 활의 발전방향이 진보가 아닌 퇴보되었다 판단되어 가지게 된 생각입니다. 저도 대소와 뿔이 아주 얇고 낭창 거리는 활을 사용해보아서 무슨 말씀인지 조금은 압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고자도 넓고 도고자도 넓었지요. 그런 문제도 염두에는 두고 있습니다. 활량으로서 자기가 원하는 활을 만나 좋은 손맛을 볼 수 있다는 것 만큼 영광된 만남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개량궁이 출현하면서 개량궁으로 시작한 사람들로 말미암아 각궁이 거꾸로 개량궁을 닮아버렸고 사법또한 변질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선의 궁술을 추구하고자 하는 저로서는 활 또한 조선의 궁술이 집필된 당시의 제원으로 만들어진 활을 만나는 것이 참으로 가치있다고 생각되었고 그 생각을 이어나가는 중입니다.
@온깍지신사 응원 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경험 해보고 싶습니다.
@해암 김동원 마음을 먹고 그 생각을 구체화 한다면 그 꿈은 언젠가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저는 그동안 그렇게 제 꿈을 현실화 하며 살아왔습니다. 해암님의 동영상을 통해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특히 고 박문규 사범님의 말씀이 큰 도움이 되었네요. 이자리를 빌어서 감사인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