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래미 산란
개천이나 계곡에서 편하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은 어항을 이용하는 것이다. 특히 플라스틱 투명어항은 주위로 몰려드는 고기와 더불어 어항으로 들어온 고기까지 확인하는 재미가 있어 자주 활용했다. 물고기 먹이도 비스켓을 넣으면 되니까 편리해서 좋고 남는 비스켓은 먹어도 되니 남길 일도 없었다. 사무실에 대형 수족관을 넣고 주로 잡은 물고기 대부분이 바로 어항을 이용한 방법이었다.
처음 플라스틱 어항을 구입하고선 과연 물고기가 광고대로 많이 들어갈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러다 용소계곡으로 쉬러 가서 작은 폭포가 떨어지는 곳에 어항을 던져 넣고 약 30분쯤 지나서 어항을 건져 올리니 갈겨니들이 어마어마하게 들어 있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물고기양에 그저 놀랄 뿐이었다.
작은 놈들은 골라 다시 물속으로 던져주고 큰 씨알만 골라 상하지 않게 배를 따 내장을 빼낸 후 바위위에 올려 말렸다. 그리고 계곡에서 다슬기를 잡으며 더위를 식힌 뒤 피리류를 들고와 매운탕을 끓였다. 직접 잡은 고기로 끓인 매운탕에 걸치는 소주는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한번은 기장으로 볼일이 있어 가는 도중 송정천 어느 지점에 어항을 살며시 설치하고 기장으로 향했다. 며칠 전 내린 비로 송정천으로 물고기가 많이 올라온 듯한 짐작 때문이었다.
1시간 정도 볼일을 마치고 걷어 올린 어항에는 물고기들이 요동치고 있었다. 얼마나 잡혔는지는 확인하지도 않고 대충 어항에 든 고기를 물통에 통째 부은 후 들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무실에서 물통에 든 고기를 수족관에 옮기니 그 수가 10마리가 넘었다. 게다가 그 중에는 숫컷 성체 피래미들이 4마리나 들어있었다.
수컷 피래미는 성체가 되면 혼인색이 뚜렸해진다. 암컷보다 더 큰 덩치를 가진 수컷 피래미는 입주변이 시커멓게 변해 시골에선 ‘먹지’라는 이름으로 불리웠다. 어릴적 동창천 옅은 물에서 노니는 먹지를 박수를 치며 요란하게 쫓으면 도망가다 이내 돌밑에 대가리를 처박는 습성으로 맨손으로 곧잘 잡곤 했다. 먹지는 또한 몸통에 붉은 빛이 반짝이는데 그 색이 유난히 아름답다. 물론 암컷 피라미도 반짝이는 은빛이 예쁘지만 수컷이 가지는 화려함이 더 빛난다.
때마침 산란기를 맞았는지 수족관에서 암수간 산란행위가 벌어졌는데 그 모습이 마치 TV에서 보던 연어들의 산란장면과 진배없었다. 피라미들은 얕은 돌들이 깔린 여울 대신 중모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 근처 수족관 바닥 모래위에서 주로 산란행위가 이어졌다. 또 피래미들은 걸핏하면 점프하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 피래미들은 수족관뚜껑을 덮지 않으면 다들 바닥에 나 뒹굴게 된다.
급히 뚜껑을 덥고 나니 미리 와있던 대형 참갈겨니와 영토다툼을 벌였다. 처음엔 피래미 숫컷들의 쪽수에 밀려 고전하던 참갈겨니가 점차 다시 수컷 피라미를 밀어내더니 자기가 수족관에서 가장 좋은 위치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 두 종류간 전투에서 지느러미에 부상을 입은 수컷 피래미들의 지느러미를 다른 피리들이 자꾸 공격을 해서 부상 정도가 더 심해졌다.
물속에서 한번 부상을 당한 놈은 그 부상부위를 집중으로 다른 피리들에게 공격당하게 되고 점차 부상범위가 확대되어 죽게 되었다. 그래서 참갈겨니와의 싸움으로 지느러미가 띁긴 파래미 숫컷들이 결국은 작은 놈들에게 다 희생당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