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의 방식 ①

[해운대라이프]

유언의 방식 ①

필자는 얼마 전 법률상담을 하면서 A4 용지에 볼펜으로 부동산 소유권을 자식 중의 1인에게 유증한다는 내용으로 기재된 유서를 보여주며 법적으로 효력이 있는지에 대하여 상담한 일이 있다. 

민법상 유언의 방식으로는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와 구수(口授)증서에 의한 유언 등 5가지 방식으로 한정하고 그 요건을 엄격히 정하여 이에 위배되면 무효로 하고 있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유언내용을 자필로 작성하는 방식이다. 

녹음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그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고 이에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을 구술하고 녹음하여 하는 유언이다.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증인 2인이 참여한 공증인의 면전에서 유언의 취지를 말로 전하고 공증인이 이를 글로 쓰고 낭독하여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하여 서명 또는 날인하여 하는 유언이다.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필자의 성명을 기입한 증서를 봉투에 넣어 봉해 놓고 날인하고 이를 2인 이상의 증인의 면전에 제출하여 자기의 유언서임을 표시한 후 그 봉서 표면에 제출 연월일을 기재하고 유언자와 증인이 각자 서명 또는 날인하여 하는 유언이다.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로 자필, 녹음, 공정,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에 의할 수 없는 경우에 유언자가 2인 이상의 유언의 참여로 그 1인에게 유언의 취지를 말로 전하고 그 취지를 들은 자가 이를 글로 쓰고 낭독하여 유언자의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여 하는 유언이다.

상담받은 사항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서 요건을 갖추었느냐가 문제 되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은 효력이 없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내용 전부에 대해 자필로 써야(컴퓨터로 작성하여 출력한 경우는 자필증서가 되지 않는다)할 뿐만 아니라, 작성 연월일, 유언자의 주소 및 성명을 직접 쓰고 유언자의 도장을 찍어야 한다. 또한 문자를 삽입, 삭제 또는 변경을 할 때에는 유언자가 자필로 쓰고 그 부분에 도장을 찍어야 한다. 이 중의 일부라도 지키지 않으면 그 유언은 무효이다. 상담받은 사항은 작성 연월일 및 유언자의 주소가 빠져 있었고, 도장도 찍혀 있지 않았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는 증인이 필요 없으나 나머지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와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에는 모두 증인의 참여가 필요하고 그 요건도 민법에 엄격히 정해져 있다. 이와 같이 유언의 방식을 엄격히 하는 이유는 유언은 유언자의 사망으로 효력이 발생하므로 사망한 유언자의 속마음을 유언 이외에는 확인할 방법이 없는데, 유언자의 사망 전의 말이나 글을 모두 유언으로 인정한다면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일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으로 단순히 부동산을 특정인에게 유증하는 경우에는 유언자가 사망한 이후 유언을 집행하면서 등기함에 이상이 없으나, 나머지 자필증서, 녹음, 비밀증서와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의 경우 유언집행자를 지정해 놓지 않으면 상속인이 유류분 등을 이유로 유언의 집행에 협력하지 않는 경우에 등기 등 유언의 집행에 문제가 생긴다. 유언집행자를 지정하지 않으면 상속인이 유언집행자가 되기 때문에 상속인이 유언의 집행에 협력하지 않으면 수증자(유증을 받은 자)가 유언집행자인 상속인을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법적인 사항이 아니고 단순히 자식 등에게 당부하는 내용의 유언을 하고자 한다면 굳이 그 방식 등을 문제 삼을 필요는 없을 것이나 재산이나 가족관계 등에 대해 법적인 효력이 발생되어야 할 사항에 대하여 유언을 하고자 한다면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구하여야 할 것이다. 

법률사무소 해운대 / 변호사 김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