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독서클럽 ⑨
철학하는 과학자 시를 품은 물리학 『김상욱의 과학공부』
학문의 융합, 문이과의 통합이 요즘 학문과 교육의 화두가 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학을 교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김상욱 교수는 과학이 인문학과 평등하게 우리가 마땅히 익혀야 할 교양이 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그의 과학 지식과 인문학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인간과 우주를 들여다본다.
‘우주는 텅 비어 있다. 지구가 모래 알갱이만 하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태양은 오렌지 크기가 되고, 지구는 태양에서 6m 거리에 위치한다. (중략) 결국 부산역을 중심으로 반경 1,600km 이내에 오렌지 한 개랑 모래 알갱이 몇 개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생명체는 지구에서만 발견되는 아주 특별한 물질이다. 그 수많은 생명체 가운데 나와 같은 종을 만나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다른 인간을 사랑해야만 하는 우주론적 이유이다.’
제1, 2장에서 저자는 과학적 지식과 사고방식으로 세상의 문제점을 나름대로 진단한다. 인간 DNA의 90% 가량이 쓸모없는 것이지만 진화를 통해 이를 활용하고 있다면서, 자연에서 잉여란 그 자체로 필수불가결한 것인 만큼 우리가 추구하는 복지사회는 그 잉여를 누리는 사회임을 강조한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대량실업의 위험에 대해서는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자리를 어떻게 대체할까 걱정하기보다 인공지능을 소유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까를 걱정해야 한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 그리고 ‘지구의 역사를 1년이라고 한다면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한 것은 12월 31일 23시 36분이다. 선사시대는 20만 년이고 역사시대는 5천여 년에 불과하다’고 정리하고는 국가와 민족을 뛰어넘는 인류라는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것이 21세기의 역사관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제4장 물리의 인문학에서 저자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인류의 본질적 질문에 ‘우주’로 답한다. ‘우주는 그냥 성실히, 아니, 어찌 보면 바보 같이 이웃과의 관계만을 생각할 뿐이지만, 그 결과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간다.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와 맞닿은 사람들의 관계를 하나씩 확인하고 공고히 해나갈 때, 먼 미래나 과거가 아니라 바로 앞의 일을 향해 법칙을 따르듯 가야 할 곳으로 정확히 한 걸음을 내디딜 때 우리는 우주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김상욱 교수는 양자물리학자이다. 그런 만큼 이 책 여기저기에서 물리학이나 양자물리학 이론들이 등장한다. 쉽게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우주와 지구의 생성과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양자물리학에 대한 기초지식을 배우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참으로 과학이 교양임을 알게 해 준 책이었다.
/ 박동봉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