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태교의 역사와 철학적 배경
3)모성전범의 전개와 전통의학
(1)『마누법전』과 여성의 다르마
변화된 여신들의 상징들 속에서 사띠제도의 이상화된 전범이후 여성들은 가정 내에 제한적인 의무와 역할이 법전을 통해 규정받게 된다. 인도의 전통적인 가치관은 현실과 이상을 잘 조화시키려는 노력으로 그들의 모든 철학체계와 종교는 삶의 현실을 까르마(업, karma)와 삼스까라(윤회, saṃskāra)에의 속박으로 보고, 이로부터 벗어나는 목샤(해탈, mokṣa)를 삶의 궁극적 목적으로 삼는다. 초기의 리그베다 시대(B.C. 2000-B.C. 7세기)에는 우주 삼라만상의 법칙을 '르따(ṛta)'라 여겼고, 좁게는 개인과 사회생활을 통제하는 도덕적 규범을 의미하며 후에 다르마(dharma)의 개념으로 이해되었다. 우빠니샤드에 이르러 보다 형이상학적 사색이 등장하면서 까르마와 목샤의 개념이 중심이 되었고 이후 리그베다 후기에서부터 『마누법전』 등에서와 같이 체계화된 다르마가 등장한다.
마우리아 왕조를 전후하여 정통 바라문들 사이에서는 베다에 입각하여 삶의 형태를 반영한 경전들을 제작하는데 그것은 『천계경(天啓經)』ㆍ『가정경』ㆍ『법률경』ㆍ『제단경』 등의 제사경(祭事經)이다. 이들 4종류의 경전 중에서 가장 중시된 것은 『법률경』이다. 이것은 발전하여 이 근거로 하여 기원전 200년경에서 기원후 200년 사이에 『마누법전』이 편찬되었다. 『마누법전』은 『아쥬르베다』의 전통에 속하는 것으로 보여지며 『마하봐파법경』을 기본으로 하여 여러 종류의 법경을 종합한 것으로 브라흐만의 생활 법규에 관계되는 부분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마누법전』에서 바라문 계층들이 개인적으로 추구해야 할 이상을 종교적 수행방법과 결부시킨 것이 아슈라마(āśrama)제도이다. 이 제도는 원래 수행처 또는 선거(仙居)를 의미했지만 이후 수행생활을 뜻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고대 인도인은 인생의 시기를 네 가지로 나누어 각각의 시기에 행해야 할 의무를 결정하는 것으로, 대략 인생의 시기를 100년으로 간주해 각각 25년씩 네 단계로 나누었다. 이것은 범행기(梵行期, Brahmacarya)ㆍ가주기(家住期, Gṛhasthāna)ㆍ임서기(林棲期, Vanaprasthā)ㆍ유랑기(流浪期, Sanyāsa)로써 삶에 대한 관점은 후기 베다 시대에 아슈라마 다르마와 이것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다. 사회 속에서의 역할과 신분(와르나, varṇa)에 따른 다르마와 개인의 다르마가 있다.
이 중 가주기는 '사마와르따나'라는 귀가의식을 지내고 결혼과 더불어 임신과 출산 그리고 자녀를 양육하는 시기이다. 이 주기는 경제활동과 자손번식에 의해 유지되기 때문에 삶의 네 단계의 다르마 중 『마누법전』 3-5장에 걸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인도인들은 사람이 태어남과 더불어 세 가지 빚을 즉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생명을 준 신들에 대해, 한가족의 구성원이 되게 해준 부모와 조상에 대해, 마지막으로 지식과 학문을 보존하고 가르침으로써 문화와 정신의 세계에 다시 태어나게 해준 스승들과 성자들에 대해서이다. 스승과 성자들에 대한 빚은 베다를 공부함으로써, 부모와 조상에 대한 빚은 자손을 낳고 키움으로써, 그리고 신들에 대한 빚은 제사를 드리고 공물을 바침으로써 갚을 수 있다. 가주기는 이 세 가지 빚을 동시에 갚을 수 있는 기간으로 보았다.
네 주기와 함께 인간의 삶을 통해 성취해야 할 목적을 네 가지 가치(purusartha)가 있는데, 그것은 첫째, 다르마(dharma, 法)로 인생 각 주기에 따른 의무가 있다. 둘째, 아르타(artha, 富)는 다른 단계들의 토대가 되며, 셋째, 까마(kāma, 慾)는 다르마가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허용되는 욕망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궁극적 목적인 목샤(mokṣa, 解脫)이다. 다르마 가운데서도 고대 인도에서 중요한 것은 이 세계의 질서와 기능을 유지시키는 관건인 제의였고, 제의는 인간을 르따와 연결시켜 주는 매체였다. 후대에 제사의 절대적 권위와 위력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면서 다르마가 르따의 개념을 대신하게 되었고, 베다시대에는 우주의 다양한 기능을 통제하는 것이 제사였다면, 사회적 관계와 역할이 중요시된 후대에는 인간관계를 통제하는 것이 다르마였다.
힌두법전에는 정형화된 전범은 발견되지 않으나, 『마누법전』은 삼종지도(三從之道)와 같은 규범을 여성들에게 제시한다. "어려서는 아버지가 보호하고, 젊어서는 남편이 보호하며, 늙어서는 아들이 보호하니, 여자는 독립하지 못한다(5.148; 9.3)는 내용과 함께 "남편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여성은 자칼의 자궁으로 들어가고 질병에 시달린다(9. 30)라는 규범이 제시되고 있다. 법전 안에서는 여성들은 가정과 사회로부터 요구되는 임신과 출산 및 양육과 종교적 실천에 대한 의무가 따르게 된다. 또한 이 시기는 여성에 대한 교육이 가정 내에서만 허용되고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성의 의무적인 행동지침이 5장 147절-169절, 9장 25-30절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고 태아에 관한 것은 2장 26-35절까지로 정화의식ㆍ탄생의식ㆍ작명의식ㆍ외출의식ㆍ음식수여의식ㆍ삭발의식을 제시하고 있다.
힌두의 가족제도는 일반적으로 일부일처제이며, 결혼은 성스러운 의식으로 결속된 관계로서 이혼은 허용되지 않는다. 가정 속에서 여성들의 역할과 의무는 매우 중시되었다. 『마누법전』에서는 "아이들과 종교의식의 수행ㆍ충성스러운 봉사ㆍ부부간의 행복, 그리고 조상과 남편의 기쁨은 전적으로 부인에게 달려있다고 말한다. 『마누법전』 IX. 96에는 "여자는 어머니로 창조되고, 남자는 아버지로 창조된다, IX.45에서는 "아내는 그 자신, 그리고 자식으로 이루어진 자, 오직 그만이 완전한 사람이다, 또한 VI. 37에서는 "베다를 익히지 않고, 자식을 생산하지 않고, 제사를 드리지 않고 궁극적인 해탈을 구하는 재생족은 아래로 떨어진다.고 말한다. 이처럼 법전에서는 여성이 자녀를 낳아야 하며, 가정에서 지켜야 할 다르마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두르가나 깔리의 독자적 여성상은 사라지고 모성이 강조되어 이상적인 여성인 '슈리'나 '락슈미'의 전범(典範)이 제시되며 남성의 역할도 소극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비슈누의 배우자인 락슈미는 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신 가운데 하나로 정숙함과 덕스러움을 표상하는 락슈미는 번성함ㆍ복지ㆍ부와 행운을 가져다주는 신으로 믿어진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성숙한 미의 여신으로 묘사되어 왔다. 초기에 성장과 풍요와 관련되던 락슈미는 서사시 시대 말엽(4세기)에 비슈누의 배우자로 나타난 이후로는 비슈누의 역할을 돕는 측면이 강화되면서 다시 남편을 주인으로 받들며 충실하게 순종하는 전형적인 힌두아내의 역할과 가정에 행운을 가져다 주는 여신의 이미지를 갖는다. 상층 카스트 여성들 사이에서 이 락슈미 여신이 축제에서도 숭배된다. 상층 카스트의 부인들은 가정의 불운을 막기 위해 락슈미가 비슈누에게 바친 헌신과 복종 행위를 그대로 따른다. 락슈미는 비슈누와 마찬가지로 비슈누의 화신인 여러 신들의 배우자로 화신해서 람의 아내인 시따, 끄리슈나의 연인인 라다 등으로 나타난다. 특히 앞서 살핀 시따의 여신으로서는 면모보다는 순종적이고 충실한 아내를 상징화시킨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점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서사시를 비롯하여 법전에서도 여신의 역할과 여신상의 변화가 이루어진 것으로 이해되며, 임신과 출산에 관계되는 여성성의 원형이 변형된 것과 그 흐름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원형의 전범화는 구체적인 예로, 전통의학의 기자(祈子)의례에서 여신숭배와 여신상에 대한 숭배가 남신으로 남신으로 대치되거나 남자 아이를 기원하는 의례가 당연시된 것으로 그 변화를 찾아볼 수 있다. 앞서 살펴본 CS.Śs. VIII.10의 의례에서 남아를 기원하면서, 여신 쁘리티위의 상징인 암소가 아닌 댜우스의 상징인 말과 황소를 바라보는 것, 혹은 성별전환 의례들은 전통의학으로 전승되어 온 구체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인도전통의 태교사상과 실천방법 연구/ 조혜숙 원광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 철학박사 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