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빛학당 시대와 인물] 160511 조선의 마지막 꿈 정조 이산

[김덕영]

[바람빛학당 시대와 인물] 160511 조선의 마지막 꿈 정조 이산

조선의 마지막 꿈 정조 이산

대동법 시행이 전국화 된 시기의 왕, 숙종은 ‘환국정치’를 통해 강력한 왕권을 구축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지향과 이념 그리고 구체성이 결여된 환국정치는 권력 강화를 넘어 권위를 지닌 개혁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숙종이후 경종 그리고 영조와 정조에 이르는 동안 노론 일당독재는 더욱 강력해집니다. 영조와 정조는 ‘탕평책’을 통해 노론 중심의 일당독재가 아닌 다양한 정치세력의 공존을 모색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과제였습니다. 그럼에도 영조와 정조는 민생을 안정시키고 강력한 개혁군주의 면모를 보입니다. 정조는 특히 수원화성의 개혁모델제시, 규장각을 통한 인재 네트워크 구축, 신해통공(상인독점권 폐지) 등의 개혁조치를 연이어 실행하지만 1800년 갑작스런 죽음으로 개혁이 중단됩니다. 정조 죽음 이후 조선이 멸망하기까지 계속적인 하강곡선을 그리게 되는 이후 맥락을 생각하면 개혁군주 정조야말로 조선의 마지막 꿈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정조를 생각하면 당연히 사도세자를 떠올리게 됩니다. 참 사연이 많은 왕, 정조입니다. 사도세자는 정조의 친아버지로서 영조가 41세에 얻은 늦둥이 아들이었습니다. 그만큼 애지중지 아끼는 세자였지요. 영조가 밤을 새워 아들의 서책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토록 아낀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인 비극적 사건이 바로 사도세자의 죽음입니다. 영조는 무수리의 아들로 태어나 노론의 힘으로 왕으로 등극하였습니다. 영조는 정통성이 취약한 만큼 모든 것에 철저하고 예민한 왕이 되었습니다. 영조는 사도세자가 모든 면에서 반듯한 세자로 성장하기를 기대했고 그만큼 실망도 컸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사도세자는 문화적, 예술적 소양이 풍부했고 무예에도 능했다고 합니다. 아버지와 달리 매우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였지요. 더 중요한 사실은 노론의 지지에 힘입어 왕이 된 영조와 달리 사도세자의 주변은 모두 소론이었습니다. 영조 탕평책의 일환이기도 했지만 사도세자의 신념도 소론과 같아진 것이지요. 아버지와 아들의 정치적 충돌이 비극적 결말로 이어진 사례입니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시기가 정조의 나이 11살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정조는 결코 지울 수 없는 아픔을 가슴에 묻습니다. 정조의 할아버지 영조는 아들은 죽였지만 세손 정조를 깊이 아낍니다. 정조는 여러모로 영조의 마음에 드는 왕재였습니다. 학문을 사랑하고 사려 깊은 마음가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정권을 잡고 있는 노론에게 정조가 왕이 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연산군만 보아도 자신의 어머니의 죽음을 알게 되자 무수한 신하들을 죽인 사례가 있었지요.  더군다나 정조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상태입니다. 당연히 노론은 정치적 보복을 두려워했고 정조의 왕 등극을 결사반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조는 끝까지 노론세력으로부터 정조를 보호했고 1776년 정조는 왕으로 등극합니다.

즉위식 때 정조는 분명하게 자신이 사도세자의 아들임을 천명합니다. 당시 정조는 호적상 효장세자의 아들로 등록되어 있었습니다. 자신의 큰아버지가 호적상 아버지로 되어 있던 겁니다. 죄인의 아들은 왕이 될 수 없었기에 영조가 취한 조치입니다. 그럼에도 자신이 사도세자의 아들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지요. 그것은 정조의 한이 담긴 말이며 아버지에 대한 예의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 집권세력에게는 큰 위협이 되는 말입니다. 실제로 즉위 얼마 지나지 않아 존현각에 암살자가 들어서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정조는 늘 침실에 칼을 두고 늦은 시간까지 독서를 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고 합니다.

개혁군주, 정조 이산

정조에게는 개혁을 위해 인재가 필요했습니다. 정조는 즉위 후 곧바로 규장각을 만듭니다. 세종대왕이 집현전을 설립해 인재를 모으고 학문을 연구하는 터전을 마련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정조는 특히 당시 박제가, 유득공 등의 서얼출신 인재까지 폭넓게 등용하였으며 ‘초계문신제’를 두어 핵심적 인재를 과거 합격이후에도 규장각에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여러 문집을 발행하게 합니다. 개혁을 위한 분명한 방향성을 규장각에서 모색하게 했습니다. 이때 길러진 대표적 인물이 바로 다산 정약용입니다.    

신해통공을 통해 시전 상인들의 독점권을 폐지하기도 했는데요. 대동법이후 공인이라는 상인을 두어 모든 특산물 거래는 조정과 공인이 직접 하게 됩니다. 상업이 발달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이때 특권을 가지게 된 상인이 바로 ‘시전 상인’입니다. 국가는 시전 상인에게만 거래 허가권을 주게 되었는데 시간이 지나자 이것이 바로 특권화된 것입니다. 정조는 이 특권인 ‘금난전권’을 폐지하고 소상인에게도 거래권을 확보해줍니다. 자연히 물가가 안정되고 소상인들의 생존권이 보장되게 되었습니다.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지위를 복권하는 노력을 지속했습니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풍수 지리적으로 명당으로 꼽는 지금의 수원으로 이장합니다. 그리고 수원을 새로운 개혁모델의 이정표로 제시합니다. 수원 화성을 건축하기에 이르는데요. 수원 화성은 정약용이 설계였고 당시 최고의 기술을 집약시켜 단기간에 완성됩니다. 단순히 수원 화성을 아버지 사도세자를 위해 건축한 것이라면 역사적 의의는 크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조는 수원 화성을 개혁의 이정표로 삼고자 했고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수원 화성의 건축은 모든 백성에게 체계적인 임금을 제공하여 건축했습니다. 이것은 당시로서 매우 획기적이고 이레적인 조치였습니다. 조선의 세금제도 가운데 하나인 부역제도를 통해 노동력 납부의 의무가 있었기에 조정은 임금을 제공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정조는 민생을 안정시키고 새로운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화성의 건축은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구상과 함께했습니다. 인구유입을 위한 여러 조치중 하나로 화성건축 때부터 노동에 비례하는 임금을 제공하였고 근처 자주 범람하던 하천인 신목천을 정비하고 만석거라는 저수지를 만들었습니다. 만석거 옆에는 버려진 땅을 개간하여 대유둔이라는 국영 농장을 만들었습니다. 국영 농장은 만석거를 통해 안정적인 수원을 확보할 수 있었고 노동력의 상당수는 '장용영', 당시 화성의 정조 친위부대가 제공합니다. 여기서 확보한 재정은 수원화성의 운영비로 쓰이게 했습니다. 대유둔은 당시 대부분의 토지를 대토지소유자가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라가 개간을 해 새로운 토지를 만들어 낸 사례입니다. 오늘날의 토지공공임대제와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정조가 당시 규장각을 통해 발행한 수많은 문서를 보게 되면 정조의 개혁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정조 또한 고대 역사와 문헌을 편집하고 재발행하면서 개혁의 정당성과 정신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주목되는 문집중에는 ‘이충무공전서’와 ‘삼봉집’이 있습니다. 정조 역시 선대의 역사를 통해 오늘의 과제를 풀고자 했는데요. 주목했던 인물 중에 이순신과 정도전이 있었습니다. 민생을 향한 마음을 오늘날 우리가 배우고 있듯이 정조도 이순신과 정도전을 주목하고 배우고자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성찰하는 군주  정조의 안타까운 죽음

1795년 화성이 완공되고 정조의 왕권도 어느 정도 안정기에 이릅니다. 점진적 개혁을 추진한 정조는 때가 무르익어 이제부터 본격적인 개혁을 시도하고자 했습니다. 정조의 개혁조치가 후세에 지속적으로 지탱될 수 있도록 정조는 자신은 화성에 거하며 태상왕자리에 머무르고 순조를 일찍이 즉위시켜 안정적인 개혁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이는 세종대왕을 즉위시키고 자신은 태상왕자리에 올라 군사권과 인사권을 쥐고 안정적인 왕권을 물려준 태종 이방원의 조치와 같은 의도였지요. 특별히 정조는 이러한 계획의 시작으로 1800년 5월 ‘오회연교’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밝힙니다. 물리적인 탕평책이 아니라 정조의 의도와 방향에 맞게 인사를 배치시키고 강력한 민생을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지요. 대표적으로 정조의 개혁을 지지한 남인세력을 대거 등용할 계획이었습니다. 남인은 이가환, 이승훈, 정약전, 정약용 등이지요. 그러나 바로 한 달 뒤 정조는 갑작스럽게 서거합니다. 이후 남인은 모두 죽거나 귀양을 가게 되지요. 반동의 정치가 시작되고 조선의 마지막 몸부림이 좌절되는 순간입니다.

정조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자신을 다스리고 성찰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좌절하지 않고 쉽게 분노하고 절망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한 마음의 힘이 어디서 왔을까요. 정조는 세손시절부터 ‘일성록’이라는 일기를 씁니다. 매일 스스로 세 번 성찰하였다라는 증자의 구절에 감동을 받아 자신을 성찰하는 일기를 어려서부터 썼다고 합니다. 아버지에 대한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백성을 향한 사려깊은 마음으로 승화시킨 힘이 여기서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정조 이후 일성록은 이제 후대 모든 왕들의 의무사항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자신을 깊이 돌아보며 지금 현실의 과제에서 최선을 다하는 친구들도 일기를 쓰며 자기를 수양하고 있습니다. 정조의 마음과 자세를 배워 오늘 일상에서 우리의 훈련에 더 마음을 기울이고 정성을 다하기를 기대합니다.

[석현수]

정조 - 빼어난 자질 그러나....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오' 이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모른다. 이 말은 자신이 죄인의 아들임을 동시에 모든 신하들에게는 공포를 안겨주는 발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는 연산군처럼 정치적 복수를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은 또다른 세상을 원했다. 백성을 사랑하고 개혁을 추구했던 세종대왕의 사대부나라를 원한게 아닐까 싶다. 역사속의 정조는 실재로 군왕으로써 완벽하고 그에 걸맞는 정치를 펼쳤다. 실제로 정조는 지금껏 조선에서 실천과 본질을 정확히 잡은 군주라고 부를 수 있다. 백성의 피해는 어디서 속출하는지 그리고 법전에서는 어디가 문제인지 확인하고 수령을 감시했다. 그리고

[석현수]

대신들의 토지문제와 화성건설, 규정각등 여러가지 자신의 개혁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실시한다. 역사속에서 보면 실제로 정조는 백성들을 위한 개혁을 마련해 놓는데 그 개혁은 현실에 맞추어 실시하고 편안께 하므로 충분히 뛰어난 자질을 가진 왕임을 보여준다. 나는 이를 보고 세종을 뛰어넘는 왕임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본다.
정조의 개혁은 사실 좀 더 뒤에가서 이루어진다. 사도세자에 대한 애통함을 풀기 위해 여러 정치를 펼쳤고 그후에는 척신을 제거하고 영조가 실행했던 탕평을 이루려고 노력한다. 암살당할 수 있었던 그 시기에도 정조는 끝까지 가려는 그의 모습은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큰 배움인 것 같다.

[석현수]

정조의 자질은 명백히 뛰어났고 그 뜻도 세상을 바꾸기에는 충분했으리라. 하지만 그가 죽고 난 후 세상은 뜻대로 되지않았으니 그를 보고 마지막 개혁군주라 불러도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조선은 후에 갈 수록 세상을 보는 시선이 부족했다고 본다.
정조는 자신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나아갔다. 멀지만 천천히 황소같은 걸음으로 나아갔다. 점진적개혁으로 정조는 자신만의 정치로 개혁을 해나갔다. 그가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돌아보았기 때문에 또 돌아볼 수 있었던 이유는 나아가면서 개혁의 문제점과 부딪치면서 다시 돌아보는 것이다. 정조는 이 두 가지의 의미가 같음을 알았고 그렇기 때문에 이루어 낼 수 있었던게 아닐까

[석현수]

나는 살아가면서 그런 모습을 배웠으면 한다. '나아감과 돌아봄' 현실에서는 나아가기 급급해 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렇기에 겉으로만 보이는 거짓됨이 우리의 개혁을 막아서는게 아닐까 싶다. 좀 더 천천히 돌아보고 성찰하므로 무엇시 실수되고 있는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어던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런 모습으로 살아간다면 분명 정조가 실시했던 개혁처럼 현실의 대한민국도 바뀌진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보다 뛰어난 자질을 가진 왕, 정조 그 개혁의 흔적은 지금도 우리가 보고 배워야할 가장 큰 과제이자 배움이라 생각한다

[이동원]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정직하게 현실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데 겉으로만 보이는 그 허례허식과 거짓됨이 우리 개혁을 막아선다는 말이 가슴 깊이 와닿는다. 우리 함께 그 말 그대로 나를 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가며 살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