臨溪戱詠(임계희영) - 개울에서 장난삼아 읊다.
拪林無賴懶踈僧 천림무뢰나소승 僧-蒸
숲속에 살며 무뢰하고 게으르고 소탈한 중
臨水觀形影自稜 임수관형영자능 稜-蒸
물에 비친 모습 보니 그림자도 삐딱하네
飜笑稟天容若此 번소품천용약차
하늘에서 타고난 얼굴 이와 같거늘 웃어넘겨도 되지만
山中贏得倨公稱 산중영득거공칭 稱-蒸
산속에서는 넉넉하여 무념한 사람이라 부르네
拪林(천림) ; 숲으로 옮기다. 숲에 살다.
無賴(무뢰) ; 성품이 막되어 예의와 염치를 모르며 함부로 행동하는 사람.
稜(릉/능) ; 모나다. 글의 전후를 살펴보니 삐딱하다는 방언이 어울린다.
飜笑(번소) ; 웃음을 번역하다. 웃어넘기다.
稟天(품천) ; 하늘에 물어보다. 하늘의 결재를 받다. 하늘로부터 타고 났다.
贏(영) ; 가득차다. 넉넉하다.
倨(거) ; 거만하다. 아무생각 없는 모양.
보우대사는 금강산의 한 계곡에서 유유자적하게 자유롭게 노닐면서 자신의 모습이 물에 비친 것을 보고 읊은 시다. 보우대사의 특징은 자연 속에서 느낀 시상(詩想)을 선어(禪語)로 표현하는 점에 있다. 먼저 자신을 무뢰하면서 게으르다고 표현하면서 물에 비친 모습조차 모났다고 한다. 다음구절에서는 하늘이 내린 얼굴이라 하면서 스스로 호탕하게 웃는 모습에서 대사의 넉넉함과 여유로운 마음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