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009) 밤낮으로 낫을 가는 사람들(200610 연중10주간 수요일)
“계명들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어기고
또 사람들을 그렇게 가르치는 자는
하늘나라에서 가장 작은 자라고 불릴 것이다.”(마태 5,19).
외고조와 외증조는 해미 한티고개에서 살았다.
초기박해시대에 외현조모는 천주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외현조부한테 소박맞고 쫓겨났다.
대술 숯골(예산송석저수지) 교우촌에서 살다가 외고조부모는 박해가 일자 등하불명격으로 해미 한티고개로 피신하였다.
후(1845)에 산 너머 개산에 흥선대원군의 부친 남연군묘가 생긴다.
칡뿌리도 나무껍질도 흉년이 들자 외증조는 면천으로 머슴살이를 떠났다.
밥술이나 먹는 외교인집 머슴과 식모가 된 두 분은 불을 끄고 입전으로 조만과를 바쳤다.
어느 날 두 분의 만과 소리가 안채까지 들렸는지 안마당이 갑자기 고요해졌다.
두 분의 기도도 순간 멈추고 안채의 동정을 살폈다.
주인이 우물가에 앉아 숫돌에 석석 낫을 갈고 있었다.
창밖 멀리에서 횃불을 든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남연군묘 파묘로 독이 오른 무진박해(1868)가 내포 일대를 휩쓸던 때였다.
천주교신자라는 것이 발각 나면 누구나 잡혀 죽었다.
두 분은 뒷문으로 나와 콩밭을 기어서 삼십 리 야밤도주를 하였다.
천신만고 끝에 도망쳐 온 곳은 다시 해미 한티고개 움막이었다.
그 후로 두 분은 어둠 속에서 낫 가는 소리를 들으면 소스라쳤다.
아무리 잡초 풍년이 들어도 어둠 속에서는 낫을 갈지 않았다.
하지만, 천주를 공경하는 이들은 늘 마음으로 심검(尋劍), 곧 낫을 찾는다.
평화가 아니라 낫을 주러 왔다(마태 10,34)는 주님 말씀대로 천주를 공경하는 이들은 낫을 받는다.
남을 베기 위해서가 아니라 잡초를 ― 천주공경을 막는 번뇌를 베는 낫을 가지고 있다.
하늘과 땅이 없어지기 전에는,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한 포기도 한 뿌리도 남기지 않고 베어버리는 낫을(마태 5,18) 가지고 산다.
그리스도인은 율법과 예언서의 본질, 곧 애주애린(愛主愛隣)을 위해서 미상불 자아를 베어버리는, 살자살아(殺自殺我)의 낫을 밤낮 갈아 날을 세운다.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은 양심성찰로 매일 아침과 저녁을 맞는다.
첫댓글 너무 무뎌져서 잡초는 커녕 검불도 못 벨 제 낫을 봅니다. 이젠 갈기도 어려워 진 것 같습니다. 저를 불쌍히 여기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