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 이상률
2023년 1월부터 우리나라의 달 궤도선 다누리가 공식적인 임무를 시작하여 달 주위를 돌고 있다. 밤하늘에서 늘 보던 달 이 지 만 이 제 우 리 에 게 는 또 다른 의미가 생긴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가 처음 달 탐사선을 계획한 2007년 11월 이후 4번의 기회에 걸쳐 인연을 맺었던 사업의 결실이라 더욱 감회가 새롭다.
대한민국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는 공식적으로 2016년 1월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하였으나 많은 기술적 어려움과 2차례 이상의 사업 기간 연장 등 우여곡절을 거친 후 마침내 2022년 8월 5일(오전 8시 8분) 발사되어 지금까지는 모든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내면서 대한민국의 우주탐사 시대를 열어나가고 있다. 1992년 8월 11일(오전 8시 7분) 우리별 1호를 통해 우주를 향한 첫걸음을 시작한 이래, 다누리의 성공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지구 중력을 벗어나면서 이룩한 쾌거이며, 세계적으로도 7번째 달 탐사국 대열에 합류했음을 의미한다.
당초 연료 부족에 따른 대안으로 도입되었지만, 다누리가 탄도형 달 전이 궤적(BLT: Ballistic Lunar Transfer)을 따라 심우주 공간을 항행하면서, 그리고 2022년 12월 27일 달 임무 궤도에 진입하여 보내온 다양한 사진들을 보면서 개발에 참여한 연구진은 물론이고 많은 국민 여러분께도 큰 기쁨과 함께 미래를 향한 진전이라는 성취감을 함께 느끼셨기를 바란다.
지금도 다누리는 달 임무 궤도를 하루에 열두 번씩 돌면서 5종의 과학 탑재체(고해상도 카메라, 광시야 편광카메라, 지가장 측정기, 감마선 분광기, NASA 섀도우캠)가 촬영한 다양한 관측 결과를 보내오고 있고 유일한 기술검증 탑재체인 우주 인터넷 성능 검증기기에 대한 검증시험도 병행하고 있다.
다누리의 개발과 운영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총괄하였지만, 이번의 성공은 항우연만이 아니라 40여 개에 이르는 국내 산학연의 노고와 기여도 큰 역할을 하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다누리는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대학의 연구진, 우리나라 우주산업체 종사자가 모두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이룩한 성과로서, 향후 우리나라가 달을 넘어 더 먼 심우주로의 탐사를 시작할 때 더욱 귀중한 인적·기술적 자원으로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우리나라가 다누리를 통해 얻은 성과 중에 가장 의미 있는 사실 중 하나일 것이다.
다누리는 우리나라의 우주탐사는 물론 미국 NASA의 달 유인 착륙 계획인 아르테미스에도 기여함으로써 우주탐사 분야의 국제협력 확대라는 성과도 얻게 되었다. 다누리에 탑재되어 NASA의 섀도우캠은 달 극지방의 영구음영지역을 촬영하고 있다. 섀도우캠은 향후 NASA가 유인 달 탐사의 주요 활동 지역을 선정하는 데 활용될 것이므로 우리나라에도 지속해 국제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확대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2022년 6월 누리호 발사 성공에 이어 달 탐사까지 성공함으로써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자력으로 우주로 진출할 우주 수송 능력을 확보하였고, 지구 궤도가 아닌 더 먼 우주를 향해 나아갈 우주탐사의 길을 열게 되었다. 물론, 우주탐사를 먼저 시작하고 기술과 경험에서 앞서 있는 우주 선진국들에 비하면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 하지만 우리도 우주 경제 로드맵이나 제4차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 등에 필요한 기술을 꾸준히 확보한다면 우주탐사 분야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시작점은 누리호 발사와 다누리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우리가 다누리의 성공을 간절히 기원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필자소개
서울대 항공공학과 졸업
프랑스 폴사바티에 대학 박사(자동제어 전공)
천문우주과학연구소, 항우연 부원장
다목적실용위성, 정지궤도복합위성,
달탐사개발 사업단장(2019) 역임
국민포장, 과학기술훈장 웅비장을 수상,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