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마음 제10차 백일릴레이명상 제 9일 (1002 일)
몇 주 전 딸 아이는 오매불망 기다리던 가수 아이유 콘서트장에 다녀왔습니다. 김호중 노래를 좋아하는 친정 어머니는 지인이 티켓을 구해준 덕에 오늘 오후 콘서트장에 가신다며 들떠 계시네요. 오늘 아침 커피 타임을 하는 자리에서 손녀가 생애 처음 경험한 콘서트 현장의 감흥을 자세히 들려주는 사이, 외할머니는 틈새를 놓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 이야기를 꺼내 놓습니다. 팬심이 뜨거운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남편이 한마디 거듭니다. “그런데 옛날에 술집에서 나훈아 팬과 남진 팬이 만나면 서로 패싸움을 했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이 말에 열띤 대화의 핑퐁은 흐려지고 모두 깔깔 웃고 말았습니다. 팬덤에 기꺼이 몰두하는 두 사람을 보고 있으면 저는 그저 신기하기만 합니다.
피 끓는 십대 때, 저 역시 음악을 끼고 살았고 좋아하는 가수와 그룹이 있었지만, 그저 그들의 노래가 좋아 즐겨 들었을 뿐, 그들을 보며 ‘꺄악’ 소리를 내 본 적은 없습니다. 내한 공연으로 서울에 온 해외 아이돌 그룹을 보고 흥분해서 실신하는 십대 청소년 무리는 당시에도 9시 뉴스에 나왔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뉴스로 받아들였고요. 헌데, 어느 남자 가수를 좋아해서 그 사람 이야기를 할 때면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다 울어버리는 친구가 중학교 때 저와 한 반이었습니다. 멀쩡하게 있다가 어느 순간 훅 다른 세계로 차원 이동을 하는 것 같았던 그 친구는 제게 천연기념물 같은 존재였지요.
저라는 사람은 제 딸아이처럼 흠뻑 열광할 수 있는 신체가 아닙니다. 호기심과 흥이 많은 친정 어머니와도 다르지요. 굳이 나누자면 저는 조금 물러나와 관조하며 바라보는 과에 속합니다. 열띤 현장 속으로 침투해 그 안에서 같이 환호성 지르고 고조된 열정의 리듬에 몸을 맡기는 건, 제가 흔쾌히 감당할 수 있는 에너지 장이 아님을 지난날의 경험이 증거해 줍니다.
한 때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못나 보이고 싫었지만, 노력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아니 애써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타고난 기질과 운을 극복해 보려던 시기를 지나, 어느덧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인생의 여정 속에 있게 된 것일테지요. 다만, 나라는 사람은 아직 더 깊이 탐험해야 할 미지의 영토가 무궁무진한 존재라는 것을 믿을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과 화해한 사람이 시작한 새로운 여행이지요.
‘아모르 파티 (Amor Fati; 운명을 사랑하라)’로 나아가는 길 위에 선 자로서, 오늘 아침 딸 아이와 어머니의 대화를 들으며 저 자신을 비춰봅니다. 또한, 저와는 다른 딸 아이의 타고난 기질과 특성을 존중해 주고, 무언가에 몰입하는 일상의 즐거움을 찾은 어머니의 취미를 응원해 주자 합니다. 열정 충만한 딸 애와 어머니를 통해 얻는 경험이 제게도 새로운 발견과 기쁨이 되기를 바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