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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근 시인ㆍ시낭송가ㆍ한국문화예술교육원장
`줬으면 그만이지`는 김주완 작가가 쓴 책의 제목이다. 이 책은 김주완 작가가 오랫동안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선생님을 취재해 오면서 `어른 김장하 선생`의 삶을 기록한 책이다. 지인의 권유로 `줬으면 그만이지 북 콘서트`에 가서 이 책을 만났다.
필자는 자본주의 계산법에 연연하지 않고 시낭송문화를 뿌리 내리는 일에 내 삶에 가치를 두고 15여 년을 열심히 뛰었다. 그러나 수도 없이 흔들렸다. `흔들리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고 스스로 위로해 보아도 불면의 밤은 이어졌고 몸도 마음도 아팠다. 이처럼 삶의 방향을 잃고 주저앉아 있을 때 이 책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밤새 밑줄을 그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읽었다. 진주에 이런 어른이 계신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존경심을 넘어 경이로웠다.
김장하 어른은 19세 때 한약업사 자격증을 취득해 고향 사천에서 한약방을 하다가 진주로 이사해 남성당 한약방을 50년간 운영하며 번 돈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많은 기부를 했다. 1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세운 명신고등학교를 국가에 헌납했고, 30억 원이 넘는 재산을 모 대학에 기증했으며, 1000명이 웃도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남몰래 장학금을 주며 길을 열어줬고 진주의 인권단체들을 도와줬다. 자신처럼 가난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조건 없이 꿈을 이루도록 도왔다. 언제가 가장 행복했느냐는 질문에 "베푸니 매일매일이 행복했다"고 말씀하신다. 그렇게 베풀면서도 정작 자신은 승용차도 가지지 않았다. 바쁘면 택시를 타고 평소엔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며 아주 검소하게 살고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이 베푸는 분이 진주에 계신다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 더 놀라운 것은 절대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북 콘서트에서도 나타나지 않아 선생님을 뵐 수가 없었다.
이 책은 여는 말부터 눈을 뗄 수 없다. 202쪽에 앉은 글에 밑줄을 그으며 다시 눈물이 났다. "한약업에 종사하면서 내가 돈을 번다면 그것은 세상의 병든 이들, 곧 누구보다도 불행한 사람들에게서 거둔 이윤이었기에 그것은 나 자신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341쪽에 멈추어서 선생님의 어록을 몇 번이나 소리를 내어 읽었다. "똥은 쌓아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어버리면 거름이 돼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는다. 돈도 이와 같아서 주변에 나눠야 사회에 꽃이 핀다." 김장하 어른의 이런 철학이 나눔을 실천하는 삶의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줬으면 그만이지 뭘 칭찬을 바라는가"라는 김장하 선생님이 인용한 말씀이 나를 부끄럽게 했다. 열 개를 줬으면 한 개라도 돌려받으려 은근히 바랐고 무슨 일을 추진하고 나면 칭찬을 듣고 싶어 한 나를 후려쳤다. 나는 줬으면 그만이 아니었고 지금도 무엇을 바라는 나를 보니 깊은 성찰이 일어났다. 작은 내 마음의 평수를 조금은 넓혀야겠다.
나도 "뭐 필요한 것이 없느냐"고 묻는 어른이 돼야겠다. 김장하 선생님의 선한 영향력을 닮고 싶다. 그 어른의 집착 없이 베푸는 삶을 살아가고 싶은 꿈이 생겼다. 나는 돈을 많이 가지지 못했기에 물질적인 기부보다는 내가 가진 최고의 것, 시낭송을 세상과 나눠 사회에 선순환이 일게 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다가 딜레마에 빠져었는데 이 책을 읽고 다시 용기가 생겼다. 단, 앞으로는 주었으면 조금이라도 바라는 마음을 버리도록 힘껏 노력해야겠다. 은근히 대가를 바라는 그 마음 때문에 무수히 흔들리고 아팠다는 것을 이제야 깨우쳤다. 줬으면 그만이지 무엇을 바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