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아홉시..김별 선생님께서 오셔서 신림동팀의 미팅을 제안하셨습니다. 어제 큰 과제 하나를 해낸 졸업여행팀과 함께 그동안의 실습진행 상황과 느꼈던 점들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겨우 일주일 한 실습인데도 어제 하루 졸업여행팀을 못 보았는데 아침에 유리선생님과 하은선생님을 보니 같은 신림동팀이라 그런지 유난히 반가웠습니다. 역시 사람은 소속이 중요한가봅니다.
졸업여행팀 선생님 두분과 김별선생님은 당일에 아이들과 즐겁기도 했지만 고생도 무척 했나보던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습 중 큰 산 하나를 넘어서인지 마음은 평안하고 즐거워보였습니다. 특히 김별 선생님은 수퍼바이저로서 그 모두를 지켜보며 안전히 귀가할때까지 긴장하시고 그들을 따르듯 인도하셨을텐데 두분 선생님을 보자마자"괜찮아요?"하고 물으시니 참으로 대단하심을 느꼈습니다. 두분 실습선생님들 또한 아이들을 인도하지만 아이들이 인도하는대로 따라야하는 긴장되는 외부활동이라 몸보다 정신이 더 힘들었을 것 같은데 잘 치르고 돌아온 두 선생님들을 보니 저보다 더 어른처럼 든든해보입니다.실습 중의 서로의 소소한 의견을 공유하며 각자의 작은 성과나 의문점을 나누고 서로의 의견에 박수를 쳐 주며 응원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김별선생님께서 졸업여행팀 선생님 두분께 다음주 월요일에 있을 우리 행사를 도와줄 수 있는지에 두분 선생님은 기쁜 마음으로 도와주실 것을 약속했습니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입니다.
오늘은 공유공간에서 아이들과 이름표,양해문,현수막 등을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정아가 오늘 일정때문에 빠지고 하늘이는 영어캠프로 요번주 빠지고 강우는 독감으로 빠지고 서연이는 학원일정으로 요번 행사 참여가 어렵게 되는 등 여러 사정으로 오늘은 희서와 현서 자매만 참여했습니다. 이 둘은 강우와 함께 신림동 기획팀의 핵심인물인데 어느 모임이나 마찬가지로 이렇게 성실한 핵심인물 몇으로 그 모임이 유지되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이 아이들은 자라면서 어디서든 자기몫을 톡톡히 해 낼 아이들이란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우리에게 동장님과 15통 통장님께 인사를 드리게 하시려고 김별선생님께서 뛰어오셨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쓴 감사와 부탁을 적은 편지를 들고 동장님과 통장님을 뵈러 갔습니다. 희서는 동장님께 행사날 먹거리를 데울 때 공원에서 부루스타를 두시간정도만 잠깐씩 사용할 것을 부탁드리는 편지를 썼는데 말로도 부탁드릴 것을 연습해가자 했으나 쑥스러운지 자꾸 아무렇게나 말을 해서 우리 세 어른의 속을 태웠습니다. 하지만 동장님을 뵈러 주민센터 테이블에 앉자 의젓하게 자기 소개와 함께 본인이 원하는 바를 또박또박 잘 전달해 동장님께서 흔쾌히 허락해주시는 것을 보자"역시 희서!"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주민센터에서 나오며 음식을 도와주실 수도 있다는 15통 통장님께 전화를 드리니 마침 주민센터 앞으로 오시는 길이시라고 하여 보니 멀리서 우리를 향해 바쁘게 걸어오시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번에는 현서차례입니다. 현서가 손으로 쓴 예쁜 편지를 드리니 읽어보시고 떡볶이를 만들어주시겠다며 흔쾌히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옆에 지나가시는 분을 보시더니 "어? 7통 통장?"하시는 것이었습니다
15통 통장님께서 우리의 이야기를 전해주시니 7통통장님도 주민센터 지하에 식기류가 무엇이 있는지 보고 빌려달라고 하면 빌려줄 것이라며 두분은 떡볶이 재료가 뭐가 필요할지 묻는 김별선생님께 이것저것 사올 재료를 불러주십니다. 김별선생님도 떡볶이재료쯤이야 모르지 않을텐데도 마치 처음 듣는 재료인양 진지하게 마을 주인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적습니다.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기..강감찬 복지관 모든 선생님들의 자세..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기..저도 자꾸만 속으로 되새깁니다.
돌아오는 길에 너무 늦어 새들놀이터 옆에 살고 있는 희서,현서 자매를 데려다 주는데 아이들이 놀이터 중앙에 붙여놓은 포스터의 참가쪽지를 다 떼어간것 같다며 뛰어갑니다.
정말 아이들 말이 맞습니다. 두 아이는 신이 나서 새들경로당도 가 보자고 청하였습니다. 우리 모두 발걸음을 재촉하여 경로당으로 향했습니다. 거기도 많은 쪽지를 뜯어간 흔적이 보입니다.
우리는 서로 쳐다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모든 일이 다 잘 될 것 같고 힘이 절로 났습니다. 그날 날씨가 좋게해 달라고 빌기로 약속하며 김별 선생님은 먼저 가시고 우리 넷은 무지개 놀이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한주간 소원선생님과 슈퍼바이저님의 조언을 통해 열심히 뛰었지만 아이들과의 라포형성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둔것 외에는 모든 문제가 명확하지 않고 말그대로 계획인 채로 불투명한 상황이었습니다.게다가 가장 큰 먹거리 문제는 메뉴도 계속 바뀌기도 했을 뿐더러 불을 사용하는 일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새들경로당 회장님의 오뎅국물에 힘을 입어서인지 순식간에 신림동 지역 주민들을 통해 해결이 되었습니다. 처음은 복지관과 아이들과 실습생일 뿐인 소원선생님과 저뿐이었는데 왠지 오늘을 기점으로 우리 손을 떠난 행사인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이제는 신림동 마을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을 스스로 분담해 우리는 그저 행사당일 땅따먹기 부스를 지키고 해주시는 간장떡볶와 오뎅을 맛있게 얻어먹기만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정말 기분 좋은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