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1년 5월 19일
*********************************************************
가끔 전에 근무하던 직장 동료들과 이메일도 주고 받으며 서로 안부를 전하던차에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던 부하직원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왔습니다.
“ 보스, 은퇴하고 심심하시면 우리랑 같이 배타고 새우 잡으러 가실래요 ?”
새우와의 인연이라고 해야 가끔 가게에서 사다먹거나 뉴스에서 새우잡이 배 노예 이야기를 흘려들은게 전부 인터라 조금은 생소했지만 잊지않고 생각해주는 마음씨가 너무 감사했습니다.
“ 올해는 새우시즌이 단 4일 오픈합니다. 5월 19일이 첫날인데 배들이 무척 몰려들겁니다. 그래서 저는 전날 미리가서 배에서 잘 테니 보스는 아침 7시까지 항구로 오시면 됩니다. “
그래서 오늘 새벽 5시에 일어나 먹거리와 면허를 챙겨들고 다른 동료 2명과 만나 101번 하이웨이를 1시간 반을 넘게 운전하여 항구에 도착했습니다.
일년에 단 4일 그것도 오전 9시에서 오후 1시까지 4시간만 허용되기 때문에 항구는 수많은 배들과 배를 매달고 온 차들로 엄청나게 복잡했지만 간신히 차를 세우고 마중나온 배에 올라탔습니다.
9시가 되려면 아직 시간이 있었지만 미리 새우잡이 망을 내릴곳으로 이동을 해야했기때문데 배들이 줄지어 항구를 빠져나갑니다. 잠시 임진왜란때 이순신 장군님이 전선들을 이끄시고 출정하는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항구를 뒤로하고 멀리 올림픽 국립공원이 보입니다. 이곳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곳입니다. 올림픽 국립공원의 높은 산들이 바다로 내려꽂혀 산과 바다를 함께 즐길수 있고 바다는 open sea 가 아닌 canal 이라 파도가 잔잔하고 어족이 풍부하여 정말 아름다운곳입니다.
새우 망 입니다. 배 한척당 4개까지 허용됩니다. 철망의 간격은 1인치 이상이어야 합니다. 옆으로 새우가 미끼를 먹으러 들어가는 구멍이 있어 한번 들어가면 못나옵니다.
미끼는 고양이 사료
Cod Liver oil
그리고 정어리 , 조갯살, 내장 등등을 곱게 갈아 함께 섞어준다음
캡슐같이 생긴 플라스틱 통에 넣어
망에 매달아줍니다.
그리고 물속 깊이를 확인하여 수심이 300 피트 정도 되는곳 바닥에 망을 내립니다. 줄 길이는 400 피트 정도로 여유있게 장만했습니다.
망은 내리는 곳은 새우가 잘 모이는 바닥이 모래인곳이 좋으며 망은 추가로 납을 달아 물살에 움직이지 못하게 합니다. 망이 움직이면 새우가 놀라 도망갑니다.
망을 내린곳에 배 주인의 이름이 적힌 부이를 띄어놓고 40분 정도 기다립니다. 기다리는 동안 그동안에 못보고 못만났던 회포도 풀고 이야기도 하다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갑니다.
300 피트가 넘는 줄을 무거운 망과 함께 끌어오리는건 중노동입니다. 모터가 달린 윈치를 사용하여 줄을 감아 올리는데 윈치가 망가졌다고 해서 힘 쓸 각오를 단단히 했습니다만 다행히 고치는 바람에 아주 쉽게 망들을 끌어 올렸습니다.
윈치를 사용하여 망을 끌어올리는 모습입니다. 표정이 아주 즐겁죠 ? ㅎㅎ
줄을 끌어 올릴때는 반드시 장갑을 낍니다. 맨손으로 하다가 간혹 같이 딸려 올라오는 해파리 촉수에 찔리면 고통이 심합니다.
첫 망이 물위로 모습을 드러낼쯤이면 모두 긴장이 되어 뱃전으로 몰려듭니다.
그리고 망에 담긴 60-70 마리가 되는 싱싱한 새우들을 보고 모두 환성을 지릅니다.
Washington 주 Hood Canal 에서 자라는 Spot Shrimp 입니다.
통에 옮겨 담고 갯수를 확인한 다음
머리를 제거하고 손질을 합니다. 머리를 제거하는 이유는 머리부분에 내장도 함께 있는데 새우가 먹었던 미끼가 그대로 남아있어 머리를 제거해야 깨끗해지고 새우에서 미끼냄새가 안납니다.
1차로 내렸던 망 4개를 걷어올려 새우들을 빼 내고 다시 물속에 집어넣고 기다리는 동안 갓잡은 싱싱한 새우들로 레몬과 토마토 등등 을 곁들인 새우 샐러드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새우의 크기는 6인치- 8인치 정도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머리부분에 검은게 보이는데 내장과 미끼가 있는곳입니다. 그래서 머리를 제거해줍니다.
애피타이저로 새콤 달콤한 샐러드를 먹고나면 두번째로 내렸던 망들을 걷어 올릴시간입니다. 이번에도 풍년입니다.
이번에는 메인 코스로 가져간 스토브를 이용하여 스캠피 링귀니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맥주한잔과 함께 친한 동료들과 함께 즐기는 이 신선한 새우요리는 정말 어디에 비교할 수 없습니다.
먹고 마시고 얘기를 나누다 보니 마감 시간인 오후 1시가 다 되었고 남은 새우들은 쿨러에 넣어 6시간의 즐거운 항해를 마치고 항구로 귀환했습니다.
배에서 내리자 마자 아내에게 만선의 기쁜 소식을 전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싱싱한 새우로 감바스 아히요 로 와인을 곁들인 저녁식사로 긴 하루를 마쳤습니다. (너무 맛있어 먹다보니 사진 찍는걸 깜빡 했습니다. )
한국에서 산 시간보다 이곳에서 살아온 시간이 더 길어서인지 이제는 이곳이 고향과 다름없이 생각됩니다. 겨울에 비가 오고 푸른 하늘이 그리운 날들이 있지만 따뜻한 커피와 인정 넘치는 사람들 때문에 마음 붙이고 살기가 어렵지 않은 곳입니다. 이곳 저곳 다니다 저도 새우잡이 배까지 탈 줄은 몰랐습니다. 사시사철 뭔가 꾸준히 할 거리를 만들어 주는 재미있고 활력있는 곳입니다.
첫댓글 다양한 취미활동에 바쁘시네요 어제는 피카소 화가로 오늘은 새우잡이 어부로 신들린 일정으로 동에번쩍 서에번쩍 부럽네요 갑자기 이주해 보고픈 충동이… ㅎㅎ^^! 갓잡아 즉석요리 새우샐러드 파스타 보기만도 왕식욕 오르는데 당장 뭐라도 팔아 어선하나 사야하나? 갈등케 하는데 우짜노? 가진거라곤 물어뜯는 이만 서말이니 ㅋㅋ^^
새우잡이 환상이네요,
고무보트 게잡이는 해 봤지만 새우는 보고 듣기도 처음~ 시애틀은 살만한 곳이예요...
문어도 한마리 새우망에 딸려 올라왔었는데 금지어종이라 눈물을 머금고 도로 놔줬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까워요.
@청산녹우 아이고 아까비 ~ 직접 잡으면 엄청 싱싱할텐데 , 허락해 주는것만도 엄청 많기는 하지만요...
아는 지인분들과 배타고 게잡이와 가자미는 잡아봤는데 (힘차게 나아가는 배를 타는 맛이 정말 좋았어요) 새우잡이는 처음 들어보고 직접 배에서 요리를 해서 먹는다니 환상입니다
기회가 있으면 꼭 해보고 싶네요^^
와우. 대박 입니다
새우가 화려해요
꿈속에서도 그립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