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이 몸살을 앓고
김규리
항상 말없이 푸르다
빠쁘다 재촉함도 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늘상 청솔향기 내어주니
산길따라 코를 실룩이며
산행소리 요란하다
향기가 있음도 잊은 채
숨이차다
괭음소리에 산새들 퍼득인다
청솔모도 그네를 내린다
산이 발가벋겨진다
허옇게 속살을 드러내고
살을 애이고 있다
시면트 바닥이 누워있다
살을 헤집고 터널이 뚫렸다
2)
양구 옥시기
김 규리
왠지 난. 옥시기가 더 맛있다
옥수수는 30대 아들이다
사나흘 더 야물어 버린 딱딱함이
그러하고 매몰차고 당돌하다
그런 옥수수엔
내 주름 잡힌
가쁜 가슴이 저벅거리며
숨을 몰아 세운다
겹겹 세월을 층층 쌓아
옥시기 알갱이로 엮었다
돌돌 말아 옷을 입혔다
하늘이 열린다
옥시기 수염이 문을 밀면
텃밭에 안개 숲이
도란도란 피어 오른다
3)
커피 향기
김 규리
새벽잠에서 빠져 나온다
몽롱한 눈을 부비며
하릴없이 밖으로 나간다
둑방마다 풀벌레 잰 걸름
꽉 조여있던 신발끈이 느슨해진다
숨죽여 잠들었던 콧잔등
가시 돋힌 텁텁한 입안
어둠에 잠긴 생각또한 생각
이슬로 행궈낸다
새벽이 눅눅해질 무렵엔
쌉쌀한 미소 방긋 담아내는
시크한 향에
가베. 커피ㅡ
무채색 아침이 기지개를 편다
4)
양구 수박
김규리
양구 흙의 향기에 뿌리를
내리고
찬 봄바람
녹녹치 않아도
옹골차게 세줄기 키운다
맑은 어느날
마중물 햇살 빌리어
벌들이 놀다 간 자리에
여린 수박이 방긋이 웃는다
싱그런 양구 햇살
줄기마다 땀방울 떨어지면
속살이 꼭꼭 차 오른다
동트는 이른새벽
동내 어귀마다
땀방울 닦는 웃음이
트럭 한가득 넘쳐 흐른다
카페 게시글
김규리
문학지 27집 --시4편
우효순
추천 0
조회 22
24.09.24 23:17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