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건청궁 – 향원정 건달불 (乾達火)
향원정은 궁궐 건물로는 드물게 육각형 초석, 육각형 평면, 육모지붕 등 육각형의 공간을 구성하여 섬세하고 미려하게 다듬었어요. 모든 구성요소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정자로 역사적, 예술적, 건축적으로 가치가 높아요. 고종이 건청궁을 지을 때 함께 조성한 걸작품이기도 합니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향원정에 1887년 3월 6일 저녁, 작은 불빛 하나가 깜빡깜빡 하는가 싶더니 처음 보는 눈부신 조명이 갑자기 주위를 밝혔습니다. ‘아~!’ 주위에 모여든 남녀노소들이 모두 감탄사를 터트립니다.
마침내 우리나라 최초의 전등이 점화된 것입니다. 에디슨이 백열전등을 발명한 지 고작 8년 만에 머나먼 조선 땅에 전등이 켜졌으니 당시로는 획기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전기는 문명의 총아라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전등 가설에는 큰돈이 들었습니다. 궁궐에 제일 먼저 전기불이 켜진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죠.
향원정 연못가에 세워진 발전설비는 당시 동양에서 가장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16촉광 백열등 750개를 켤 수 있는 규모였어요. 이때 사용된 발전기의 조립, 설치, 전등은 미국 에디슨 전기회사의 윌리엄 멕케이(William Mckay)라는 전기기사가 가설했다고 해요.
향원정 연못에서 물을 얻어 석탄을 연료로 발전기를 돌렸는데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어찌나 우렁차던지 마치 천둥이 치는 듯 했다 하네요. 발전기 가동으로 연못 수온이 상승해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후로, 그 전등을 일러 물고기를 끓인다는 뜻인 ‘증어’(蒸魚)라 부르기도 했구요. 또 성능이 아직 완전치 못한 탓에 자주 불이 꺼지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게 꼭 건달 같다 해서 우스갯소리로 ‘건달불’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 건달불은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유지하기가 너무 힘들고 부작용이 많아 아쉽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용도 폐기되었다고 합니다.
별첨 사진 1 :
3년에 걸쳐 해체 복원 수리를 마친 향원정의 모습 (2021년 10월 23일) ⓒ 신홍식
별첨 사진 2 :
향원정의 최초 전기불 상상도 ⓒ 한국전력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