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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짐승’에 관한 다니엘의 환상(7:1~28)
1. 다니엘이 본 환상(7:1~3)
벨사살 왕이 즉위하던 해 어느 날 밤, 다니엘은 하나님께서 계시하신 환상을 보게 되었다. 그 환상 가운데는 하늘의 사방으로부터 큰 바람이 일어나 바다로 세차게 몰아닥쳤다. 그러자 큰 파도가 치는 바다로부터 네 마리의 커다란 짐승이 올라왔다. 그 짐승들은 제각각 특징이 있는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점은 문제의 발단이 위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하늘의 바람이 바다에 거센 파도를 일으켜 그 가운데 있던 짐승들을 밖으로 나오게 했다는 것이다. 이는 그 짐승들이 위로부터의 허락이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을 개시할 수 없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이처럼 구속사에 연관된 모든 사건들은 하나님의 섭리와 경륜 가운데 발생하게 된다.
다니엘이 본 큰 짐승들은 겉보기에는 사자 같은 짐승, 곰 같은 짐승, 표범 같은 짐승, 그리고 마지막으로 괴물처럼 보이는 짐승이었다. 그러나 그 짐승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사자, 곰, 표범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외관상 그렇게 보이기는 했지만, 그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예사롭지 않은 모습들이었다.
이 네 마리 짐승들은 이스라엘 민족의 주변에 존재하거나 존재하게 될 막강한 왕국들을 상징하고 있다. 그 짐승들이 강한 파도가 치는 바다에서 올라왔다는 사실은 막강한 세상의 왕국들이 요동치는 인간 세상 가운데서 일어났음을 말해 준다.
다니엘이 본 네 마리의 짐승에 관한 환상은 다니엘서 2장에 기록된 느부갓네살 왕이 꿈에서 보았던 큰 신상의 환상과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그 짐승들은 요한계시록 13장에 기록된 짐승에 관한 계시의 말씀과 더불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는 다니엘이 본 네 짐승에 관한 환상이 구속사에 연관된 역사적인 의미와 더불어 종말론적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스라엘 민족의 주변에는 항상 막강한 세속 왕국들이 시대에 따라 차례로 존재하고 있었다. 다니엘서 본문에는 인간들이 세운 막강한 왕국들 가운데 이스라엘의 메시야 왕국을 위해 구체적으로 역사하게 될 하나님의 놀라운 뜻이 계시되고 있는 것이다. 즉 메시야의 도래와 그의 사역을 통한 새로운 왕국을 앞두고 심각한 위기의 시대가 닥치게 된다. 그 위기의 상황들은 솔로몬이 건설한 예루살렘 성전이 바벨론 제국에 의해 파괴되고(BC 586년) 페르시아 시대에 다시 건립된 후 로마 제국에 의해 최종적으로 파괴된(AD 70년) 사건 사이에 발생한다. 그다음에 하나님의 ‘영원한 왕국’이 세워진다. 이처럼 다니엘서 7장에서는 ‘네 짐승’에 관한 환상을 통해 위기의 시대 끝에 세워지는 ‘영원한 왕국’을 예언하고 있다.
2. 네 짐승의 구체적인 모습(7:4~8)
다니엘은 환상 중에 바다에서 올라온 네 짐승들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 행동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그가 본 첫 번째 짐승은 사자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면서 독수리의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날개 달린 사자의 조각상은 바벨론 작품들에서 종종 발견된다. 독수리 날개를 가진 사자는 바벨론을 상징하는 동물로 볼 수 있다.
다니엘은 환상 중에 사자 같은 모습을 지닌 짐승에게서 예사롭지 않은 일이 발생하는 것을 보았다. 그 사자 같은 짐승의 날개가 뽑히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그리고 그 짐승은 마치 ‘사람처럼 두 발로 일어서서 인간의 마음’(7:4)을 받는 것을 보았다. 이는 그 짐승이 세력을 잃게 되는 것과 마치 인간처럼 행세하게 될 것을 말해주고 있다. 여기에서 인간과 같은 마음을 받아 인간처럼 행세한다는 것은 인간이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배도 하듯이 그 사자 같은 짐승 역시 인격적으로 하나님을 배도 하여 그에게 저항하게 된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곰 같은 짐승은 몸의 한 편을 들었으며 입에는 갈비뼈 세 대를 물고 있었다. 이는 메대와 페르시아가 연합해 페르시아 제국으로 통합되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때 다니엘은 누군가 그 짐승에게 ‘일어나 고기를 많이 먹으라’(7:5)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를 통해 바벨론 제국을 패망시키고 애굽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을 침략하여 끝없는 정복욕을 채워가는 페르시아 제국의 속성을 볼 수 있다.
세 번째의 표범과 같은 짐승의 등에는 새의 날개 네 개가 달려 있었다. 이는 신속한 기동력을 말해준다. 그리고 그 짐승은 네 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누군가로부터 큰 권세를 받았다.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표범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띤 짐승이었다. 우리는 표범의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신속하게 날아갈 수 있는 네 개의 날개를 가진 네 머리의 짐승을 쉽게 상상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니엘은 그 짐승이 힘이 세고 재빠른 표범과 같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그 세 번째 짐승은 당시 엄청난 영역을 짧은 기간에 신속하게 제패한 알렉산더 대왕의 헬라 제국을 지칭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짐승에게 네 개의 머리가 있어 권세를 받았다는 것은 헬라 제국의 세력이 네 개의 왕국으로 분할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동방 원정에서 광활한 지역을 정복했던 알렉산더 대왕이 갑작스럽게 죽은 후 헬라 제국은 네 왕국으로 분할되었다.
다니엘이 본 네 번째 짐승은 무섭고 놀라운 모습을 가졌을 뿐 아니라 매우 강했으며 쇠로 된 큰 이빨로 닥치는 대로 먹고 나서 남은 것들을 발로 짓밟고 있었다. 그 짐승은 앞의 짐승들과는 달리 열 개의 뿔을 가지고 있었다. 다니엘이 그 뿔들을 유심히 보고 있는데 다른 작은 뿔이 그것들 사이에서 올라왔다. 그러자 앞의 열 뿔 중에 세 개가 그 앞에서 뿌리째 뽑혀버렸다. 그 작은 뿔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으며 사람의 눈처럼 보이는 눈과 입이 있어서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다니엘이 환상 중에 본 여러 짐승들을 보며 사도교회 시대 말미에 요한이 밧모섬에서 본 환상의 내용을 떠올리게 된다. 사도 요한 역시 바다에서 큰 짐승이 올라오는 것을 목격했다. 그런데 요한이 본 짐승은 여러 마리가 아니라 한 마리였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알 수 있는 점은 선지자 다니엘이 보았던 환상과 사도 요한이 보았던 환상 사이에 상호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환상에서 바다로부터 올라온 그 짐승의 얼굴 생김새는 표범과 비슷하고 발은 곰의 발 같았으며 입은 사자의 입같이 생긴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 짐승은 열 개의 뿔에 일곱 개의 머리를 가진 화려하고 위엄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내가 보니 바다에서 한 짐승이 나오는데 뿔이 열이요 머리가 일곱이라 그 뿔에는 열 왕관이 있고 그 머리들에는 신성모독 하는 이름들이 있더라 내가 본 짐승은 표범과 비슷하고 그 발은 곰의 발 같고 그 입은 사자의 입 같은데 용이 자기의 능력과 보좌와 큰 권세를 그에게 주었더라”(계13:1~2)
사도 요한이 환상 중에 보았던 그 짐승은 구약시대 다니엘이 보았던 사자, 곰, 표범 같은 짐승들을 통합해서 하나로 나타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즉 다니엘과 요한이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짐승을 본 것이 아니었다. 다니엘이 네 번째 본 괴물 같은 짐승에게는 열 뿔이 있었는데 그중에 셋은 다른 작은 뿔에 의해 뿌리째 뽑히고 일곱 뿔이 남게 된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사도 요한은 이에 관한 언급을 하면서 그 짐승의 열 뿔과 일곱 머리로 묘사하고 있다.
이는 다니엘서와 요한계시록이 동일한 의미를 지닌 종말론적인 하나님의 계시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즉 시대적 차이가 나지만 이 세상에서 발생하게 될 구속사 주변의 역사적 사건들에 관한 놀라운 예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구약시대 다니엘이 본 환상과 신약시대 요한이 본 환상은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가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바다에서 올라온 순서에 따라 다니엘은 네 마리의 큰 짐승을 보았으며, 요한은 바다에서 한 마리의 큰 짐승이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보건대 다니엘이 목격한 네 번째 짐승이 밧모섬에서 사도 요한이 보았던 그 짐승과 유사했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역사와 계시적 점진성에 따라 앞에서 언급한 전체적인 내용을 기억하는 가운데 네 번째 짐승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3. 천상의 나라와 여호와 하나님(7:9~10)
다니엘은 괴물처럼 생긴 네 마리 짐승들의 모습을 본 후 천상의 나라에 존재하는 거룩하신 하나님의 영화로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정결하고 놀라운 위력을 갖춘 하나님과 그에게 수종 드는 수많은 천사들과 인간들의 광경이 다니엘에게 보였다. 그것은 선과 악을 심판하는 엄위한 하나님의 심판대와 같은 모습이었다.
“내가 보니 왕좌가 놓이고 옛적부터 항상 계신 이가 좌정하셨는데 그의 옷은 희기가 눈 같고 그의 머리털은 깨끗한 양의 털 같고 그의 보좌는 불꽃이요 그의 바퀴는 타오르는 불이며 불이 강처럼 흘러 그의 앞에서 나오며 그를 섬기는 자는 천천이요 그 앞에서 모셔 선 자는 만만이며 심판을 베푸는데 책들이 펴 놓였더라”(단7:9~10)
이 말씀 가운데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내용은 하나님 앞에 심판의 책들이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공의와 연관된 하나님의 언약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죄인들과 배도자들을 결코 용납하지 않으실 것이다. 이는 하나님의 즉흥적인 결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창세 전부터 작정된 언약에 근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우리는 다니엘이 본 하나님의 모습과 유사한 내용을 요한의 기록에서 그대로 보게 된다. 요한은 밧모섬에서 환상을 보는 가운데 ‘인자 같은 이’의 정결하고 권세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구속사적 의미를 보여준다.
“촛대 사이에 인자 같은 이가 발에 끌리는 옷을 입고 가슴에 금띠를 띠고 그의 머리와 털의 희기가 흰 양털 같고 눈 같으며 그의 눈은 불꽃 같고 그의 발은 풀무불에 단련한 빛난 주석 같고 그의 음성은 많은 물 소리와 같으며”(계1:13~15)
우리가 여기에서 구속사적 의미를 본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왜냐하면 다니엘이 본 환상은 ‘여호와 하나님’이었던데 반해 요한계시록에 묘사된 분은 ‘인자 같은 이’ 곧 예수 그리스도였기 때문이다.
사도 요한이 본 ‘인자 같은 이’는 다니엘서에 기록된 ‘사람이 손대지 않은 돌’(2:34), ‘용광로 가운데 나타난 신들의 아들 같은 이’(3:25), ‘벨사살의 왕궁 벽에 나타난 손가락과 그 주인’(5:5), ‘다니엘의 사자 굴에 나타난 천사’(6:22)에 대한 예언 성취로써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와 동일한 존재이다. 다니엘과 요한은 환상을 통해 천상의 왕국에 계신 하나님 곧 그리스도를 보았던 것이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가 삼위일체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증거해 준다.
4. 하나님의 심판과 ‘인자 같은 이’(7:11~18)
하나님께서는 이 세상을 지배하는 모든 왕국들에 대해 엄격한 심판을 행하신다. 더구나 하나님의 특별한 언약 백성인 이스라엘 민족을 지배하며 억압했던 여러 왕국들에 대해서는 그것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공의로운 하나님께서는 자기 자녀들을 악의 세력으로부터 구원해 내시기 위해 그 심판을 반드시 감행하신다.
다니엘은 환상 가운데서 나중에 올라와 짐승의 열 뿔들 가운데 셋을 뿌리째 뽑아버린 작은 뿔의 거만한 소리에 주목하는 동안 짐승이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짐승의 시체는 크게 상해를 입어 타는 불 가운데로 내던져졌다. 그리고 그 외의 다른 짐승들도 모든 세력을 완전히 박탈당하게 되었다. 그 짐승들은 생명만 보존한 채 정한 시기가 이르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인자 같은 이’가 ‘하늘 구름’을 타고 오셔서 옛적부터 항상 계신 하나님 앞으로 인도되어 나아왔다.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권세와 나라를 주고 모든 족속들로 하여금 그를 섬기도록 했다. 그 권세는 영원한 것이었으며 그와 그의 왕국은 결코 멸망하지 않는 영원한 나라였다.
“내가 또 밤 환상 중에 보니 인자 같은 이가 하늘 구름을 타고 와서 옛적부터 항상 계신 이에게 나아가 그 앞으로 인도되매 그에게 권세와 영광과 나라를 주고 모든 백성과 나라들과 다른 언어를 말하는 모든 자들이 그를 섬기게 하였으니 그의 권세는 소멸되지 아니하는 영원한 권세요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아니할 것이니라”(단7:13~14)
다니엘은 환상 중에 하나님께서 ‘하늘 구름’과 더불어 오신 ‘인자 같은 이’ 곧 그리스도께 모든 것을 위임하는 광경을 보게 된다. 이는 또한 사도교회 시대의 말미인 AD 70년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는 사건과 연관되는 것으로 보인다. 배도에 빠진 자들이 성전을 장악하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는 이방인들인 로마 제국의 군사력을 동원해 예루살렘 성전을 파괴하셨다. 그것은 악한 자들에 대한 심판임과 동시에 아브라함과 모세와 다윗의 언약에 대한 성취를 의미하고 있다. 이는 또한 사도교회를 이은 보편 교회의 출현과 연관된다. 이 사실은 세상 왕국에 대한 하나님의 왕국 승리를 예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광경을 목격하고 들은 후에 다니엘은 마음에 근심하며 번민하게 되었다. 이 말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다니엘은 그것을 보고 나서 기뻐해야 했던 것이 아닐까?
다니엘이 근심하고 번민했던 까닭은 전체적인 환상의 내용이 엄청난 싸움을 동반하게 된다는 사실과, 그 환상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니엘에게 보인 환상의 내용이 매우 중요한 것임은 틀림없는데 그것을 정확하게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하나님의 도우심 없이는 아무도 그것이 상징하고 있는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은 분명했다.
“그 네 큰 짐승은 세상에 일어날 네 왕이라 지극히 높으신 이의 성도들이 나라를 얻으리니 그 누림이 영원하고 영원하고 영원하리라”(단7:17~18)
하나님께서는 다니엘에게 포악한 짐승의 모습으로 상징화된 네 왕국들은 결국 멸망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말씀하셨다. 그러나 성도들은 하나님으로부터 영원한 왕국을 얻게 된다. 그것은 이방인들의 억압 가운데 살아가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엄청난 소망이 아닐 수 없었다.
5. 꿈에 대한 해석과 예언(7:19~28)
(1) 느부갓네살의 큰 신상과 다니엘의 짐승들에 대한 환상
하나님께서는 다니엘의 환상을 통해 앞으로 전개될 구속사 주변의 역사적 형편을 계시해 주셨다. 다니엘이 차례로 보았던 네 짐승들은 이스라엘 민족의 주변에서 일어나 부정적인 역할을 감당하게 될 막강한 세력을 지닌 세상 왕국들이다. 그러나 다니엘은 흉측한 모습을 한 짐승들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그것이 그로 하여금 매우 불안하게 한 것이었다.
다니엘은 그 곁에 서 있던 자에게 나아가 그 모든 환상에 관한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실상을 물었다. 그러자 그는 다니엘에게 그것이 가지는 구체적인 의미를 설명해 주었다. 특히 마지막 네 번째 짐승이 상징하는 나라는 느부갓네살 왕이 꿈에서 본 철로 된 왕국으로 막강한 힘을 가진 나라와 동일한 왕국이었다. 막강한 세력을 가지고 이스라엘 민족을 억압하던 그 왕국은 메시야를 통해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된다.
(2) 심판당할 네 번째 왕국의 발악
다니엘에게 말한 하나님을 모신 자는 네 짐승이 지상의 네 왕국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 왕국들이 세상을 통치하는 중에 하나님의 백성들이 영원한 왕국을 얻어 삶을 누리게 된다는 사실을 말해 주었다. 이는 네 짐승에 대한 하나님의 크고 무서운 심판이 동반될 것을 말하고 있다.
그 네 마리 큰 짐승들은 구체적으로 바벨론, 메대-페르시아, 헬라, 로마 제국을 상징적으로 지칭하고 있다. 그 가운데 네 번째 나라, 즉 로마 제국 시대에 메시야께서 강림하실 것이며, 그때 성도들이 얻을 하나님의 영원한 나라가 구체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그것은 다니엘 2장 44절의 예언과 조화되는 예언이다.
“왕께서 쇠와 진흙이 섞인 것을 보셨은즉 그들이 다른 민족과 서로 섞일 것이나 그들이 피차에 합하지 아니함이 쇠와 진흙이 합하지 않음과 같으리이다 이 여러 왕들의 시대에 하늘의 하나님이 한 나라를 세우시리니 이것은 영원히 망하지도 아니할 것이요 그 국권이 다른 백성에게로 돌아가지도 아니할 것이요 도리어 이 모든 나라를 쳐서 멸망시키고 영원히 설 것이라”(단2:43~44)
다니엘은 막강한 세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직접적인 심판을 받게 된다는 말을 듣고 네 번째 짐승에 대한 실상을 알고자 했다. 그 짐승은 앞의 세 짐승에 비해 훨씬 강하고 무섭게 보였기 때문이다. 다니엘은 괴물과 같은 그 짐승이 철로 된 강한 이빨을 가진 입으로 닥치는 대로 집어삼켰으며 놋으로 된 발톱을 가진 발로 나머지를 포악하게 짓밟아버리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머리에 열 개의 뿔을 가지고 막강한 세력과 더불어 영화로운 상태를 보여주고 있을 때 조그만 다른 뿔 하나가 나와 그 짐승의 머리에 달린 열 뿔 가운데 세 뿔을 뿌리째 뽑아버린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 조그만 뿔이 열 뿔을 가진 짐승의 명성을 훼손한 것은 기이하게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작은 뿔에는 눈과 큰 소리로 말하는 입이 달려 있었으므로 다른 뿔들보다 훨씬 강하게 보였다. 그런데 그 작은 뿔이 하나님의 성도들과 맞서 싸웠으며 결국 성도들이 패하게 되었다. 그것은 다니엘에게 매우 충격적이었다. 다니엘이 그 광경을 지켜보며 궁금한 상태에 빠져 있을 때 하나님을 모신 자가 그에게 네 번째 짐승의 실상에 관한 상징적인 설명을 해 주었다.
이는 AD 70년 예루살렘 성전 파괴와 더불어 사도교회 시대를 마감하고 보편 교회 시대에 들어선 초대교회 성도들이 로마 제국에 의해 엄청난 박해를 받은 사실과 연관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성도들을 고통스런 패배의 자리에 영원히 머물게 하지 않으셨다. 그러한 역사적 과정을 통해 이 땅에 메시야 왕국이 확장되어 간 것이다.
그 넷째 짐승은 곧 땅의 네 번째 등장한 나라인데 그 나라는 앞서 있었던 다른 나라들과 달라서 천하를 집어삼키고 발로 짓밟아 부서뜨리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열 뿔은 네 번째 일어나게 될 그 나라에 세워지게 될 열 왕들이며, 그 후에 한 왕이 나타나게 되는데, 그는 먼저 있던 자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 권력을 가지고 있어서 세 왕을 복종시킬 것이라 말했다.
원래 짐승이 가지고 있던 열 뿔을 초대부터 십 대까지 있었던 열 명의 로마 황제로 보는 자들은 그 작은 뿔이 로마 제국의 도미티안 황제를 가리키는 것으로 여긴다. 그 견해를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그 작은 뿔로 상징된 도미티안 황제가 로마 제국의 열한 번째 황제로서 엄청난 세력을 가지고 예루살렘 성전 파괴와 더불어 도래한 보편 교회를 무자비하게 박해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 왕은 장차 큰 말로 여호와 하나님을 대적하며 그의 성도들을 심하게 괴롭히게 된다. 하지만 하나님의 심판을 눈앞에 둔 그는 극도의 발악을 한다. 또한 그는 때와 법을 제 맘대로 뜯어고치고자 할 것이다. 그는 자신을 하나님보다 높은 위치에 두게 되는데 그것은 세상 왕국들의 속성을 대표하는 성격을 띤다. 그렇게 되면 하나님의 성도들은 그의 손에 붙인 바 되어 ‘한 때와 두 때와 반 때’를 그 가운데서 지내게 된다. 이 기간을 문자적으로 이해한다면 삼 년 반을 가리키지만, 햇수로 삼 년 반이라는 말이라기보다 ‘정해진 기간’이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
“그가 장차 지극히 높으신 이를 말로 대적하며 또 지극히 높으신 이의 성도를 괴롭게 할 것이며 그가 또 때와 법을 고치고자 할 것이며 성도들은 그의 손에 붙인 바 되어 한 때와 두 때와 반 때를 지내리라”(단7:25)
하나님께서 다니엘에게 환상과 더불어 특별한 예언의 말씀을 주신 것은 앞으로 그런 일이 반드시 발생하게 된다는 사실과 장래 성도들로 하여금 그것으로 말미암아 놀라지 말라는 격려의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하나님의 교회가 악한 자들에 의해 엄청난 고통의 때가 도래하게 된다 할지라도 이미 예언된 바이기 때문에 성도들은 그리 당황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있는 신자들은 괴로운 환경 가운데서도 절망하지 않고 승리를 가져오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3) 영원한 하나님 나라의 승리
세상에 속한 왕국들은 하나님의 왕국 도래를 방해하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사탄의 통치영역 아래 존재하는 세속의 권력들은 본능적으로 하나님께 저항하게 된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자녀들은 이 세상에 살아가면서 환난과 핍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속성을 지닌 상태에서 온전한 조화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언약 백성과 지리상 근접한 위치에 있으면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다니엘이 본 네 마리의 짐승들은 한결같이 포악한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각각 상이한 짐승들로 묘사되고 있는 그 왕국들은 하나님의 자녀들을 심하게 박해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특히 네 번째 등장하게 될 포악한 짐승의 때에는 신약시대 교회에 속한 하나님의 백성들에 대한 박해가 더욱 심해질 것이다. 때문에 교회와 그에 속한 성도들은 그 엄청난 고통을 참아내기 힘들겠지만, 영원한 천국을 바라보며 소망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자기 자녀들이 당하는 고통과 그것으로 인해 신원하는 음성을 듣고 저들에게 영원한 나라를 허락하신다. 그 나라는 세상에 존재하면서 일시적인 위세를 떨치던 인간들이 세운 왕국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다니엘은 그에 대한 하나님의 놀라운 예언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했던 것이다.
“지극히 높으신 이의 성도들이 나라를 얻으리니 그 누림이 영원하고 영원하고 영원하리라”(7:18)
“옛적부터 항상 계신 이가 와서 지극히 높으신 이의 성도들을 위하여 원한을 풀어 주셨고 때가 이르매 성도들이 나라를 얻었더라”(7:22)
“나라와 권세와 온 천하 나라들의 위세가 지극히 높으신 이의 거룩한 백성에게 붙인 바 되리니 그의 나라는 영원한 나라이라 모든 권세 있는 자들이 다 그를 섬기며 복종하리라”(7:27)
하나님께서는 연약한 성도들로 하여금 영원한 나라를 얻도록 하신다. 그렇지만 그 나라는 세상의 방법대로 무력으로 싸워 쟁취하게 되는 나라가 아니다. 오히려 세상에 의해 모진 박해를 당하는 성도들을 위해 신원하는 것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은혜의 왕국이 세워진다. 그 나라는 하나님의 계획과 작정에 의해 세워지게 된다. 그 나라의 권세는 세상에서 막강한 세력을 지닌 천하 열국에 비할 비가 아니다. 세상의 왕국들은 일시적으로 세력을 펼치다가 결국 다른 나라에 의해 패망하게 된다. 나중에 세워진 나라들이 앞선 왕국을 정복하는 일이 끊임없이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인간들이 세운 왕국들의 역사적인 흐름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세운 나라는 영원하며 그에게 속한 백성들도 영원하다. 그러므로 세상의 왕국들과 통치자들은 그 앞에 굴복하지 않을 수 없다. 그에 관한 환상을 지켜본 다니엘은 마음이 혼란스러워 안색이 변했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본 환상을 사람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그러던 중 다니엘은 하나님의 계시를 통해 그 내용을 말씀으로 기록하였다.
6. ‘인자 같은 이’(7:13)와 ‘하나님의 나라’(7:18,22,27)
다니엘서 7장에 기록된 하늘 구름과 더불어 오시는 ‘인자 같은 이’와 ‘하나님의 나라’는 약속된 메시야와 앞으로 도래하게 될 그의 왕국과 직접 연관되어 있다. ‘인자 같은 이’로 묘사된 메시야 곧 그리스도는 세상 왕국들의 권세에 대한 심판을 시작하여 그의 완벽한 나라를 세우게 된다. 그것이 이스라엘 민족에 있어서 유일한 소망이었다.
하나님께서는 로마 제국 시대에 이 땅에 메시야를 보냈으며 나중에는 저들의 군사력을 동원해 배도에 빠진 유대인들이 장악하고 있던 예루살렘 성전을 파괴하도록 하셨다. 그것은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일어난 사건이며 악한 세력에 대한 심판과 더불어 아브라함과 모세와 다윗 언약에 대한 역사적 성취를 의미하고 있다.
이로써 구약시대에 허락된 하나님의 언약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역과 사도교회 시대를 지나 보편 교회의 출현으로 이루어졌다. 보편 교회는 세상과 적대 관계가 되어 구체적인 싸움을 하게 될 것이 예고되는데, 맨 처음 교회를 무자비한 박해의 대상으로 여겼던 인물이 도미티안 황제였다. 그가 통치하던 시대에 교회에 대한 엄청난 박해가 시작되었다. 그는 공포정치를 하면서 하나님을 따르는 성도들에게 ‘황제’와 ‘예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했다.
하지만 다니엘은 하나님께서 메시야를 통해 세우신 완성된 나라로서의 하나님 나라가 인간들이 세운 막강한 로마 제국에 궁극적으로 승리하게 될 것을 언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