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따뜻한 봄은 온다. 사람마다 봄을 맞이하는 방법이 다르듯이 봄나물을 바라보는 시각도 각각 다르다. 건강을 생각하며 먹는 건강식류 봄나물, 추억을 생각하며 먹는 추억의 봄나물과 어린 시절 춘궁기에 먹기 싫어도 먹어야 하는 봄나물들도 있다.
나물은 우리나라 식문화에서 발달한 독특한 채소의 조리 양식으로 요리를 위해 채집하고 수확한 재료 그 자체를 뜻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먹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식물은 나물이라 할 수 있다.
봄에 나는 나물은 어떤 종류가 있고 내가 알고 있는 봄나물은 몇 개나 될까? 내 고향 경주에서 보고 채취해서 먹어본 나물을 중심으로 생각해 본다.
된장국이 생각나는 냉이, ‘고추 먹고 맴맴, 달래 먹고 맴맴’이라는 동요 가사가 생각나는 달래, 물김치가 생각나는 돌나물, 꽃으로만 생각했던 민들레, 상처가 났을 때 찧어 바르던 쑥 그리고 맛있게 먹던 쑥떡, 고향의 집 텃밭과 담벼락 부근에 고개를 내밀던 취나물(부지깽이와 비슷)과 향이 진해 먹기 힘들었던 가죽나무 새순, 초장에 찍어 먹으며 입맛을 다시던 두릅, 마당 모퉁이에 있던 제피나무의 새순, 잎이 큰 엄나무잎 등이 있다.
조용히 봄비가 내리는 오늘은 어머니 제삿날이다. 아내와 함께 시골집 텃밭에서 가져온 취나물을 다듬으면서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했다. 들판을 정신없이 헤집고 다니다 어둑어둑한 골목길을 느릿느릿 집으로 들어가던 시절, 나는 무우밥이나 나물밥을 무척 싫어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춘궁기에 쌀이 부족해서 밥솥 바닥에 이름 모를 나물이나 무우를 썰어서 깔고 보리쌀이나 쌀을 올려놓고 밥을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별 탈 없이 육남매를 키워낸 아버지, 어머니가 신기하기도 하고 존경스럽다.
작년에 은퇴한 후 두 달간의 국내 여행 중 울릉도 3박 4일 여행이 생각난다. 하늘과 날씨의 도움 덕분에 독도 접안에 성공한 후 대한민국의 땅 독도를 딛고 감격했었다.
저동항으로 돌아와 내친김에 성인봉을 등반하기로 했다. 울릉도 KBS 중계소에서 성인봉을 돌아 나리분지로 내려왔다. 올라가는 길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내려가는 사람에게 무엇인지 물어보니 명이나물이라고 했고 오늘이 명이나물 채취 기간의 마지막 날이라고 한다(4월20일). 옛날에는 살아남기 위해 명이나물을 먹었는데 지금은 몸에 좋다고 소문이나 잘 팔린다고 한다. 과거에는 생명을 이어주는 나물이었다가 지금은 건강을 지켜주는 나물인 샘이다. 나리분지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막걸리 한잔과 함께 먹은 울릉도 부지깽이나물(섬쑥부쟁이) 무침이 맛있었다. 고향집 텃밭이나 마당 가장자리에 자라고 있는 나물이 취나물인지 부지깽이나물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생김새와 맛은 거의 같다.
다음 달 13일에는 초등학교 때 같이 축구선수를 했던 친구들(공찬 아이들)과 함께 토암산 남쪽 줄기인 동대산으로 봄나물을 뜯으러 간다. 해마다 있는 부부 동반 모임으로 나물에 대한 지식을 총동원해 나물을 채취한 뒤 한곳에 모여 뜯어온 나물을 자랑하고 나누고 함께 밥을 먹는다.
공차며 뛰어놀던 초등학교 때의 추억과 은퇴한 지금의 생활, 사업을 하는 친구들의 엄살 등을 들으며 하루를 산속에서 보내다 산나물 한 보따리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봄나물은 영양이 많고 특별하다고 한다. 얼어붙은 겨울을 이겨내고 싹을 틔우며 따스한 봄햇살과 함께 아침저녁으로 차가운 바람을 맞아가며 자라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도 봄비와 함께 찾아온 봄나물은 추억이 되고 건강이 되고 행복이 된다.
2024.3.28. 김주희
첫댓글 오래전 꽤 괜찮은 식당에 가면 명이 나물이 나오곤 했는데 울릉도에서만 자란다고 주인 아지매들이 너스레를 뜨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봄나물 정리를 잘 했습니다. 읽고 또 읽으면서 퇴고를 하면 더 좋은 글이 됩니다. 울릉도 산채는 맛이 특별하지요.
선생님의 봄나물 이야기에 군 침이 돕니다.
봄나물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