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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살인(殺人)과 보검(寶劍) 해로공이 말했다. "네가 너무 형편이 없으면 황상께서는 너와 싸울때 재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옛말에 강한 장수 밑에 약한 병졸이 없다고 했어요. 어르신은 명사이고 강장(强將)이니만 큼 제 자 역시 형편 없지는 않겠죠. 어르신께서는 마음 놓으셔도 좋을거에요." 해로공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큰소리 치지 말아라. 탁자 위의 밥과 찬이 다 식었다. 빨리 가서 먹고 마시도록해라." 위소보는 말했다. "제가 어르신께서 국을 드시도록 시중을 들께요." 해로공은 말했다. "나는 국을 마시지 않는다. 국을 마시게 되면 기침을 하게돼." 위소보는 말했다. "알겠어요." 그는 식사를 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꼬마 어르신께서는 국을 아무리 마셔도 기침은 안하지) 이후 몇 개월동안 황상과 위소보는 제각기 초식을 배워서 매일 시합을 했다. 두 사람은 진짜로 싸운느 것이 아니었다. 각기 전력을 다해 승부를 가리겠다는 마음이 없어진 것이다. 그렇게 되니 시합은 점점 재미가 없어졌다. 해로공은 물론 이지만 황상의 사부도 수박 겉핥기 식으로 가르치는 모양이었다. 강희는 위소보가 감히 자기의 엉덩이를 심하게 발길질로 차지 않자 그의 머리를 힘주어 내려치지 않았다. 위소보는 황제를 상대로 장난을 치기 위해서만 대충 대충 무공을 익혔을 뿐이었다. 뒤의 초식을 배우게 되면 앞의 초식을 잊어 버리곤 했다. 강희의 사부 역시 아 무렇게나 가르치는지 강희제의 진전은 매우 느렸으며 무공을 겨루는 흥취도 크게 떨어지게 되 었다. 나중에 가서 강희는 며칠 만에야 위소보와 한번 대련을 갖게되었다. 강희는 위소보와 무공을 겨루는 일 외에도 종종 그를 데리고 서재로 가서 책을 읽는 동안 옆에서 지켜보도록 했다.황궁의 시위와 내시들은 모두 어린 태감인 소계자가 지금은 황제에게 가장 총애를 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그를 보고도 감히 소계자라고 하지 못하고 하나같이 계공공으로 부르며 매우 공 손하고 다정하게 굴었다.위소보는 해로공의 환심을 사기 위해 사십이장경을 훔쳐내어 해로 공에게 주려고 했다.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시종 보이지 않았다.이날 강희는 위소보와 무공을 겨 룬 후 심각한 표정으로 나직이 말했다. "소계자. 우리는 내일 큰일을 치뤄야 한다. 좀더 일찍 서재로 와서 나를 기다려 다오." "예." 그는 황제가 말이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의젓하게 대답했다. 무슨일이냐고 함부로 물어 볼수도 없는 일이었다.이튿날 아침 그는 서재로 가서 시중을 들 게 되었다. 강희는 그를 보자 나직이 말했다. "네게 한 가지 일을 시키고 싶은데 그만한 용기가 있을지 모르겠다." 위소보는 말했다. "황상께서 시키는 일을 왜 두려워하겠어요?" "이 일은 보통 일이 아니야. 잘못 했다가는 너나 나나 모두 목숨을 잃게돼." 위소보는 놀라 물었다. "기껏해야 저의 목숨이 달아날 우려가 있겠죠. 그대는 황제인데 누가 감히 해치겠어요? 더 군다나 황상께서 저를 돌보신다면 저의 목숨을 잃을 염려는 없을거에요." 그는 자기에게 목숨이 잃을 우려가 있을 때는 황제에게 구원을 요청할 수 밖에 없으니 그 때 못 본채 말라고 미리 못을 박았다. 강희는 말했다. "오배란 녀석은 오만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으며 마음에 흉심이 있어. 오늘 우리가 그를 잡아야 하는데 네게 그만한 용기가 있겠니?" 위소보는 궁안으로 들어온지 오래 되었으나 무공을 연마하고 강희황제를 상대하느라고 재 미있게 놀 여유가 없었다. 이 몇 달 동안 해로공은 그에게 도박을 하지 못하게 했다. 그는 몰래 한 두번 놀음을 했을 뿐이다.그리고 강희와 무공을 겨루는 것도 갈수록 재미가 없어졌다. 그러던 참 에 오배를 잡아야 한다는 말을 듣자 크게 기뻐서 재빨리 말했다. "그거 참 잘 됐군요. 나는 벌써부터 우리 두사람이 힘을 합해서 오배를 상대로 싸워 보고 싶었어요. 그가 만주 제일의 용사라하더라도 그대와 나의 무공이 어느정도 연성되었으니 그를 두 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강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황제이기 때문에 친히 손을 쓸 수가 없어. 오배라는 녀석은 모든 병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궁중의 시위도 모두 그의 심복들로서 내가 그를 잡으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십중팔구 반란 을 일으키고 말거야. 시위들이 동시에 반란을 일으키게 된다면 목숨을 지킬수 없을 뿐 아니라 태황태후(太皇太后)와 황태후마저도 화를 당하게돼. 이일은 위험하기 짝이 없단 말이야." 위소보는 가슴을 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궁 밖에서 기다렸다가 그가 방비하지 않는 틈을 타서 단칼에 찔러 죽이죠. 그를 찔러 죽이지 못한다 해도 그는 황제의 뜻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 아니겠어요?" 강희는 말했다. "그 자의 무공이 매우 뛰어나고 또 너는 나이가 어려 그의 적수가 될 수 없어. 더군다나 궁 문 밖에서는 그가 많은 위사를 거느리고 있기 때문에 너는 좀처럼 가까이 갈 수도 없을거야. 설 사 그를 찔러 죽였다 하더라도 너는 그의 위사들에게 죽음을 당하고 말거야. 나에게 달리 방법 이 있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래요?" "나중에 그가 이곳으로 와서 어떤 일을 알릴거야. 그때 나는 먼저 소태감들을 이곳에 와서 기다리도록 하겠어. 너는 나의 손에서 찻잔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즉시 그를 움켜잡으란 말이 야. 그러면 십여 명의 소태감들도 동시에 달려들어 그의 손을 잡고 발을 당겨 그가 무공을 펼ㅊ 못하도록 할거야. 그래도 네가 실패하면 부득이 내가 나서서 도와주는 수밖에 없지." 위소보는 기뻐서 말했다. "그 계책은 정말 묘하군. 그런데 황상께서는 칼이 있나요. 이 일을 그르칠 수는 없어요. 만 약 그를 잡지 못한다면 나는 그를 한 칼에 배고 말겠어요." 강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탁자 설합을 열고 두 자루의 황금으로 만든 비수를 꺼내 한 자루를 위소보에게 주고 한 자루는 자신의 신발 속에 넣었다.이때 청나라의 궁중에서는 요즘의 장화같 은 신발을 신고 다녔다. 그렇기 때문에 비수를 장화 옆으로 숨길 수가 있었다.위소보 역시 비수 를 신발속에 감추자 흥분이 되어 전신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겼고 자기도 모르게 큰 숨을 내쉬게 되었다. "좋아요. 그를 해치웁시다." 강희는 말했다. "너는 가서 열 두 명의 소태감들을 불러 오도록 해라." "예" 위소보는 급히 밖으로 나가서 그들을 불렀다. 이들 소태감을 이끌고 방에서 씨름을 익힌지 이미 수개월이 됐다. 무공을 지녔다고는 할 수없으나 손발을 잡고 늘어지는 재간은 어느 정도 익히게 되었다.강희는 열 두명의 소태감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몇 달을 두고 연마를 했는데 얼마나 진보했는지 모르겠구나. 나중에 대신이 들 어오게 될 것이다. 이 사람은 우리 조정에서 뛰어난 고수라 할 수있다. 나는 그로 하여금 너희들의 재간을 시험해 보고자 한다. 너희들은 내가 찻잔을 땅바닥에 떨어뜨리면 즉시 달려들어 상대 방에게 공격할 틈을 주지 말고 열 두사람이 함께 그 한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다. 만약 그를 잡아서 땅바닥에 쓰러뜨려 꼼짝 못하게 하면 내가 큰 상을 내리겠다." 그는 탁자 설합에서 열 두개의 원보를 꺼내며 말했다. "그를 이긴다면 한 사람에게 원보 하나씩 주게 되고 만약 지게된다면 너희들 열 두 사람은 모조리 참수형을 당하게 될 것이다. 그와 같이 게으르고 쓸모없는 녀석들을 남겨서 무엇하겠느 냐?" 열 두명의 소태감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말했다. "소신들은 황상을 위해 온힘을 바치겠습니다." 강희는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에게 모든 힘을 바치라고는 하지 ㅇ아. 다만 나는 너희들을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그리고 누가 열심히 배웠고 누가 게으름을 피웠는지 보고 싶은 것이다." 위소보는 속으로 탄복했다. (그는 소태감의 앞에서 전혀 내색을 않하는구나. 그렇지 않으면 이 꼬마들은 성질을 누르지 못해 그의 면전에서 마각을 드러내고 말 것이다.) 소태감들이 몸을 일으킨후 강희는 탁자 위에서 한권의 책을 들어 펼쳐보기 시작했다. 위 소보는 그가 나직이 싯귀를 읊조리고 손 한번 떨지 않는 것을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와 같은 큰 일을 앞에 두고 이처럼 침착하니 뜻밖의 일이었다. 위소보 자신은 손아귀에 식은 땀이 흥건이 젖는 걸 느꼈다. 그는 속으로 자기자신을 욕했다. (위소보. 이 후레자식아. 이번에댜말로 너는 소현자에게 뒤떨어진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너 는 무공도 그만 못할뿐 아니라 정신력에 있어서도 그를 따르지 못해.) 그는 다시 생각을 돌렸다. (그는 황제이니 맘이 나보다 크겠지. 그거야 당연한 일이라고 내가 황제라면 그보다 더 나 을런지 누가 알아?) 얼마후 밖에서 발자욱 소리가 들렸다. 어떤 시위가 알렸다. "오소보께서 황상께 문안을 드리러 오셨습니다." 강희는 말했다. "들어오라고 해라." 오배는 휘장을 걷고는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큰 절을 했다. 강희는 웃으며 말했다. "오소보 마침 잘왔소. 이 십여명의 소태감들은 씨름을 배우고 있소. 소문에 들으니 그대는 만주 용사 가운데 무공이 제일 간다고 하더구료. 그대가 그들에게 무술을 가르쳐 주는 게 어떻 소?" 오배는 미소했다. "황상께서 흥미를 느끼신다면 소신은 응당 힘을 써 보겠습니다." 강희는 웃으며 말했다. "소계자. 너는 밖의 시위들에게 물러가 쉬도록 전해라. 그리고 부르지 않을 때는 시중들 것 도 없다고 해라." 그리고 그는 빙그레 웃으며 오배에게 장난스런 표정을 지어보였다. 위소보는 그 표정을 보 고 껄껄 웃었다. 위소보는 걸어나가 분부를 했다. 강희는 나직이 말했다. "오소보 그대가 나에게 한나라 사람들의 책을 읽지 말라고 한 말은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 오. 우리는 역시 이 서재에서 씨름이나 하면서 노는 것이 좋다고 여겨지거든. 하지만 남이 그러한 기척을 알면 부끄럽지 않겠소? 만약 황태후께서 아신다면 또 나보고 공부를 하라고 다그칠 것이 오." 오배는 크게 기뻐서 연달아 말했다. "맞습니다. 맞습니다. 황상의 그와 같은 생각은 정말 고명하십니다. 한나라 책은 읽어서 무엇에 쓰겠습니까?" 위소보는 서재로 들어와 말했다. "시위들은 황상의 은혜에 감사드리며 물러갔습니다." 강희는 웃으며 말했다. "참 잘했다. 우리들끼리 놀아보자. 너희 태감들은 두사람씩 여섯 쌍으로 나누어 시합을 해 보아라." 열두명의 소태감들은 소매자락을 걷어붙이고 허리띠를 제법 졸라메더니 여섯 조로 나누어 서 서로 어우러졌다.오배는 빙글빙글 웃으며 그 모양을 지켜보았다. 소태감들의 솜씨가 평범한 것을 보고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강희는 찻잔을 들고 한 모금의 차를 마신후 말했다. "오소보 이들의 재간이 그럴듯 하오?" 그는 웃으며 말했다. "보기에는 무난 하군요." 강희는 웃으며 말했다. "물론 그대와 비한다면 천지차이지." 그리고 약간 몸을 기울였다. 그 순간 그의 손에서 찻잔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쨍그랑' 하 는 소리와 함께 놀라 부르짖었다. "어이쿠" 오배는 어리둥절해져서 말했다. "황상...."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뒹굴던 태감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그의 팔을 쥐거나 손을 잡고 늘어졌다. 한 명의 태감은 허리를 얼싸안았고 한 태감은 다리를 붙잡았다. 그들은 일시에 공격을 한 것이었다.강희는 껄껄 소리내어 웃으며 말했다. "오소보, 조심하시오." 오배는 소년 황제가 소태감들에게 지시하여 그 재간을 시험해 본다고 생각했다. 빙그레 웃 고 두팔을 한 번 휘두르자 네 명의 소태감들이 나가 떨어졌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몸에 힘을 줄 수가 없었다. 혹시나 소태감들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곧이서 오소보는 왼쪽 다리를 들어 뒤로 슬쩍 걷어찾다. 그러자 두 명의 소태감이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소태감들은 황상이 만약 진다면 모조리 참수하겠다는 말을 기억하고 온 힘을 다해 그 의 허리와 다리를 꼭 붙잡았다. 위소보는 그의 등뒤로 돌아가 있었다. 그리고 태감들을 노리고 있 다가 한대의 주먹을 내질렀다. 오배는 그 순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 는 속으로 화가나는 것을 금할수 없었다. (이 소태감들은 너무 무례하구나.) 그는 왼팔을 들어 세 명의 소태감들을 밀어냈다. 그리고 등을 돌렸다. 그 순간 위소보의 주 먹이 그의 가슴을 쳤다. 위소보는 두 번이나 암습을 가했는데 그 수법은 상당히 빠른 편이었으니 힘이 실려있지 않았다. 얻어맞은 오배는 급소를 맞았으나 끄떡도 없었다. 오배는 자기를 암습한 사람이 바로 황제 가 심복하는 태감인 것을 보고 은연중 뭔가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그러나 이 태감을 시켜 자기 를 사로잡으라고 하리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그는 왼손을 뻗어 위소보를 내려치려고 했다. 위소보는 각후공공(覺後空空)의 초식을 써서 왼손으로 오배의 얼굴 앞에 내밀고 두번 흔들 었다. 오배는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쿵'하고 가슴을 채이고 말았다. 그런데 비명을 지른 사람 은 위소보였다. 그의 가슴을 걷어찼으나 담장을 걷어찬 듯 자기의 발이 아프고 져려왔던 것이다. 오배는 그가 잇달아 살수를 펼치자 놀람과 분노를 함께 느꼈다. 황제가 무슨 뜻이 있는지 생각 해 볼 여유도 없이 소태감이 덤벼드는 것보다 위소보를 먼저 처치하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태 감들은 그의 허리를 잡거나 다리를 잡고 늘어지는 바람에 좀처럼 떨쳐버릴 수가없었다. 한두 명을 떨쳐버리면 나머지 소태감들이 붙잡고 늘어지고 하는 것이다.강희는 웃으며 말했다. "오소보, 이번에는 아무래도 그대가 질것 같군." 오배는 힘을 주어 위소보를 내려치려고 했다. 이때 강희의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나와 장난을 친것이군. 어린애들과 똑같이 싸울 수는 없는 일이지.) 그는 몸을 옆으로 기울였다. 그리고 위소보의 어깨를 내려쳤다. 이 한 주먹에 일 성의 힘만을 사용했다. 그러나역시 그는 힘이 엄청나게 쎈사람이었다. 과거 그는 명나라 군사와 싸우게 되었을때 두 손으로 명나라 군사들을 잡아서 사방으로 던지며 질풍처 럼 전쟁터를 누볐던 적이 있었다. 그의 앞을 가로막는 군관들은 낙옆처럼 나가 떨어지지 않았던 가? 위소보는 몇 달 동안 얼렁뚱땅 무공을 배웠을 뿐이고 또 어린애였다. 소태감들이 도와준다 고 하나 그를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그에게 한 대를 얻어맞은 위소보는 휘청하고 쓰러졌다. 그 는 그 자세로 오배의 허리를 걷어찼다. 오배는 웃으며 말했다. "너 꼬마녀석은 정말 교활하기 짝이 없구나." 그러면서 위소보의 등을 살짝 밀었다. 위소보는 퍽 쓰러지며 비수를 뽑아 들었다. 그는 오배에게 달려들려고 했다.오배는 그의 손 에 한 자루 비수가들려진 것을 보고 놀라서 부르짖었다. "너는....너는 무엇을 하는 것이냐?"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난 칼을 들고 당신은 맨손으로 우리 싸워봅시다." 오배는 호통을 내질렀다. "빨리 칼을 거두어라. 황상 앞에서는 흉기를 사용해선 못써."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그렇다면 내려놓죠." 그리고 몸을 수르리고 비수를 신발 속에 다시 꽂았다. 이때 소태감들이 여전히 오배를 붙들 고 늘어졌다. 위소보는 갑자기 앞으로 쓰러질 것처럼 휘청거렸다. 제대로 서있을 수 없다는 듯 몸 으로 오배에게 부딪쳐왔다. 그 순간 그는 비수를 뽑아들고 오배의 배를 찌르려고했다. 그러나 오 배가 민첩하게 몸을 움츠리게 되자 그 칼을 오배의 허벅지를 찌르게 되었다. 오배는 한 소리노해 부르짖으며 두 손으로 세명의 소태감을 던지고 위소보의 목을 껴안았다. 강희는 위소보와 소태 감들이 오배를 어떻게 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형세가 불리하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는 오배의 등 뒤로 돌아가서 비수를 뽑아들고 그의 등을 찔렀다. 오배는 갑자기 등이 아픈것을 느끼고 즉시 등의 근육을 움츠렸다. 강희의 한 칼은 비틀어져 급소를 찌를 수 없게 되었다. 오배는 위소보를 내던지고 몸을 돌렸다. 눈 앞에 서있는 소년은 바로 강희 황제가 아닌가? 오배는 어리둥절해졌다. 강희는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오배는 크게 한 소리 부르짖었다. 끝내 황제가 자기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었다.그는 강희를 때리려고 했 다. 강희는 몸을 날려 피했다. 오배는 두 명의 소태감을 붙들어서 그들의 머리를 부딪치도록 만들 었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소태감들은 두개골이 부서져 축 늘어졌다.오배는 왼손의 주먹으로 한명 의 소태감 가슴을 내질렀고 오른 발을 잇달아 걷어차서 네명의 소태감이 나가 떨어져 서로 부 딪치고 말았다. 네명의 소태감들은 하나같이 뼈가 부러져 신음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죽은 것이다. 곧이어 그는 왼발로 오른쪽 발을 붙잡고 있는 소태감의 배를 걷어차자 소태감은 즉시 배가 터져 죽고 말았다.삽시간에 여덟 명이나 죽이게 된 것이었다. 나머지 네명의 소태감들은 놀라서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위소보는 비수를 들고 오배에게 달려들었다. 오배가 왼손을 내뻗자 그순간 한 줄기 차가운 기운이 얼굴에서 느꼈다.숨이 막혔다. 재빨리 비수를 들어 그의 팔을 노리고 찌르자 오배는 손 과 팔을 비스듬히 치켜 비수를 피하더니 곧이어 주먹을 쥐고 위소보의 왼쪽 어깨를 내려쳤다.위 소보의 몸이 탁자 위를 가로질러 향로가 있는 곳으로 날아 떨어졌다. 향로안의 먼지가 자욱이 떠올 랐다. 강희는 시종 매우 침착했다. 팔괘유룡장을 펼쳐 오배와 지구전을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강 희의 이 장법은 대단치 않았다. 오배같이 천성의 신력을 타고난 맹장을 상대로 할수는 없었다. 오 배는 그에게 등이나 얼굴을 얻어맞게 되었으나 조금도 개의치 않는듯 했다. 왼발을 뻗어 강희의 오른쪽 다리를 걷어찼다. 강희는 서있지 못하고 앞으로 쓰러졌다. 오배는 우뢰와 같은 호통소리 를 내질렀다. "모두들 함께 죽자." 그는 주먹을 불끈 쥐고 강희의 머리를 내려치려고 했다. 강희는 위소보와 매일 시합을 가 져왔기때문에 방안에서의 임기응변은 무척 익숙하고 민첩했다. 그는 오배가 주먹을 휘두르자 즉시 몸을 굽혀 탁자 밑으로 굴러들어 갔다. 오배는 왼발을 들어 탁자를 차서 뒤쪽으로 밀고 오른발을 잇따라 들어강희의 몸을 걷어차려 고 했다. 별안간 먼지가 날아오르는 가운데 두 눈에 잿가루가 마구 들어왔다. 오배는 소리를 지 르며 두 손으로 눈을 비벼댔다. 그리고 적이 이 기회를 틈타 대들까봐 오른쪽 발을 들어 앞으로 재빨리 내찼다.위소보가 사태가 위급한 것을 보고 향로에서 재를 쥐어 오배에게 뿌렸던 것이다. 향로의 재는 고운 가루라서 오배의 두 눈으로 들어가 눈동자를 따라 이리저리 굴러다녔다.그 순 간 오배는 왼팔이 뜨끔한 것을 느꼈다. 위소보가 비수를 던졌는데 가슴의 급소를 찌르지 못하고 그의 팔에 꽂힌 것이다. 서재 안은 의자가 뒤집어지고 탁자가 쓰러져 수라장이 되어있었다. 위소 보는 오배의 등 뒤에 의자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황제가 평소 앉았던 의자였다. 그 는 즉시 힘을 다해 향로를 쳐들고 의자 위로 올라가 그의 뒷머리를 겨냥해서 내려쳤다. 이 향로는 당나라때의 물건 이었다. 적어도 삼십근은 되었다. 오배는 눈으로 사물을 볼 수 없으니 어찌 피할 수 있겠는가?쿡 하는 소리와 함께 오배는 몸을 흔들거리더니 땅바닥에 쓰러져 기절을 했다.향로는 깨어지고 말았는데 오배의 머리 뼈는 부서지지 않은 모양이었다.강희는 크 게 기뻐서 부르짖었다. "소계자. 정말 멋진 솜씨다. " 그는 이미 우근(牛筋)과 밧줄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그는 재빨리 쓰러져 있는 탁자에서 우 근과 밧줄을 꺼내더니 위소보와 함께 오배의 손과 발을 묶었다. 위소보는 놀라서 온 몸에 식은 땀이 나고 손과 발이 떨렸다.밧줄을 묶는데도 전신이 떨려 손을 쓸수가 없었다. 하지만 강희와 서로 쳐다보며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오배는 얼마후 정신을 차리고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나는 충신이다. 나는 죄가 없다. 이와 같은 음모로 나를 해치다니 나는 죽어서도 보복을 하겠다." 위소보가 호통을 쳤다. "너는 역모를 꾸민 것이다. 칼을 지니고 서재로 들어왔으니 만번 죽어 마땅하다." 오배는 부르짖었다. "나는 칼을 가지고 들어오지 않았다." 위소보는 호통을 쳤다. "네 몸에서 분명히 두자루의 칼이 나왔다. 등에 한자루 있고 팔에 한 자루 있었는데도 칼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이냐?" 위소보는 억지를 썼다. 오배로서는 말로써 그를 당해낼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오배는 머리 를 심하게 얻어맞았고 손과 팔은 칼에 찔려 있는 상태였다. 그러니 치명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 만 그 상태는 가볍지 않았다. 다급해진 그는 고함을 질렀다.강희는 열 두 명의 소태감 가운데 모 조리 죽고 네 명밖에 남지 않은 것을 보고 말했다. "너희도 친히 보았겠지. 오배 녀석은 역모를 꾸미고 나를 죽이려고 했다." 네 명의 소태감들은 가까스로 놀란 가슴을 진정하게 되었으나 얼굴은 흙빛이 되어있었다.한 소태감이 자빨리 말했다. "녜,녜 그렇습니다." 강희는 말했다. "너희들은 나가거라. 나가서 내가 그러더라고 강친왕(康親王)걸서(傑書)와 색액도(索額圖) 두 사람을 불러 들이도록해라 조금전의 일은 한 마디도 들먹이면 안된다. 조금이라도 누설을 했 다가는 너희들은 목이 남아있지 못할 것이다." 네 명의 소태감이 대답을 하고 나갔다. 오배는 여전히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억울하다! 억울해. 황상이 친히 고명대신을 죽이려 하다니. 선황께서 아신다면 널 용서하 지 않을 것이다." 강희는 안색을 굳히고 말했다. "무슨 방법을 강구해서 그가 터무니 없는 말을 지껄잊 못하도록 하게" 위소보는 대답하고 왼손을 뻗어 오배의 코를 쥐었다. 오배가 숨을 쉴려고 입을 벌리자 위 소보는 오른손으로 그의 팔에 꽂혀 있었던 비수를 뽑아들고 그의 입안에 집어넣고 마구 찔렀다. 그리고 땅바닥에 두 웅큼의 항로재를 집어서 그의 입속에 쳐넣었다. 오배의 목에서 헉헉하는 소리 가 흘러나왔다. 위소보는 다시 그의 등에 꽂힌 비수를 뽑아서 한 쌍의 비수를 탁자 위에 나란히 놓았다. 만약에 그가 조금이라도 이상한 행동을 한다면 즉시 칼을 뽑아 몇 번이라도 찌를 참으 로 그의 옆에 서있었다. 강희는 대사가 이루어진 것을 보고 여간 기뻐하지 않았다. 오배의 건장한 체구와 얼굴 가득 히 피로 물들인 흉칙한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속으로 놀람과 두려움을 느꼈다. 조금 전의 행동이 너무 위험했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자기와 소계자가 그 동안 무공을 배웠으니 힘을 합하고 열두 명의 씨름을 배운 소태감을 보탠다면 반드시 오배를 처치 할 수 있으리라고 판단을 했다. 그러나 진짜 용사를 만나게 되자 열 두 명의 어린 태감들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자기와 소계자의 무예도 결코 고명하지 못하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만약 소계자가 재를 뿌리지 않았다면 자 기 자신은 오배에게 살해를 당하게 되고 말았을 거다. 오배란 녀석은 태황태후와 황태후마저도 해쳤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궁정의 대신들과 시위들은 모두 그의 심복들이니 오배란 녀석이 사사로이 어린 군주를 새 운다해도 감히 나서서 그의 죄를 따질 사람이 그 누구이겠는가? 이와 같은 생각이 들자 자신도 모르게 크게 부르르 몸을 떨었다. 한참후 네 명 소태감의 부름을 받고 강친왕과 생액도가 들어왔다. 두 사람은 서재로 들어오자마자 시체가 널려있고 곳곳이 피로 얼룩져 있는 것을 보고 깜짝놀랐다. 그들은 재빨리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부르짓었다. "황상께서는 만안 하십니까?" 강희는 말했다. " 오배는 대역무도하게도 칼을 들고 궁안으로 들어와 집을 해치고자 했다. 다행이 조상께서 보호하시고 상승감의 소태감인 소계자가 소태 감들과 더불어 완강히 역적에게 항거하여 끝내 그를 사로잡을 수 있었 다. 어떻게 선처할 것인지 드대들이 알아서 하시오." 강친왕과 생액도는 평소 오배와는 좋지 않은 사이였다. 오배로 부터 배척을 받은지 오래되었다. 그런데 궁 안에 이와 같은 변고가 있게 되자 놀람과 기쁨을 금 할 수가 없었다. 재차 그들은 황제에게 문안을 드렸다. 그리고 경계를 게을리 한 점에 크게 죄를 지었다고 하면서 다행히 황제께서는 하늘같이 높은 복을 타고났고 또 신들이 보호하시 어 오배의 흉칙한 계책이 실패하게 되었다고 치하를 했다. 강희는 말했다. "짐을 찔러 죽이려고 한 것은 외부에 알리지 않도록 하시오. 그렇게 되면 태황태후와 황태후께서 놀라게 될 것이고 소문이 나게 된다면 오 히려 한(漢)나라 백성들의 비웃음을 살것이오. 오배는 지극히 큰 죄를 지은 자로서 오늘일이 아니라도 주살할 예정이었소. " 강친왕과 생액도는 머리를 조아렸다. "예,예 옳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속으로 의심을 했다. (오배란 녀석은 무서운 힘을 타고난 몸으로 우리 만주의 제일 용사 인데 정말 황제를 찔러 죽이려고 했을까? 그런데 어쩌다가 몇 명의 소 태감들에게 사로잡히게 되었을까? 이 가운데는 반드시 사정이 있을 것 이다.) 다행히 두 사람은 오배가 중한 벌을 받기를 바라는 사람이었다. 따 라서 그 사정을 어떻든 따질 필요가 없었다. 더군다나 황제께서 그와 같은 말을 하시는데 누가 감히 더 묻겠는가? 강친왕은 말했다. "황상께 알립니다. 오배 녀석의 패거리가 무척 많으니 반드시 일망 타진하여 다른 변고가 없도록 방비해야 합니다. 색대인으로 하여금 이 곳에서 황상을 돌보시도록 하고 한 걸음도 떠나지 않도록 하십시오. 소신은 내려가 성지를 전하여 오배의 일당을 모두 잡아들이겠습니다. 황상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매우 좋소." 강친왕은 물러갔다. 생액도는 자세히 소계자를 훑어보더니 말했다. "소공공, 그대가 오늘 황상을 지킨 공로는 정말 대단한 것이었네." 위소보는 말했다. "황상께서 타고난 복이죠. 저희들 소신이 무슨 공을 세웠겠습니까?" 강희는 위소보가 공을 내세우지도 않을 뿐 아니라 조금 전 싸움에 대해서도 일언반구도 들먹이지 ㅇ은지라 속으로 무척 감탄했다. 그는 자기가 친히 손을 써서 오배의 등을 한 칼로 찌른 사실이 드러나게 된 다면 황제의 위신이 크게 떨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위소보의 공로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소계자의 오늘 공로는 형언 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나의 목숨을 구 해준 셈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는 태감이다. 선대부터 엄하게 법 구를 정해 태감으로 하여굼 정사를 보지 못하도록 했으니 그에게는 많 은 은자를 내려줄 수 밖에 없구나.) 강친왕은 일을 처리하는 것이 매우 신속했다. 얼마후 그는 몇명의 믿을 수 있는 왕궁대신들을 몇명 데리고 와 문 안을 드리게 했다. 그리고 오배의 일당을 거의 모조리 사로잡았으며 궁안의 시위들을 궁 밖으로 쫓아 보냈으니 황상께서 달리 믿을 수 있 는 시위를 뽑아서 어가를 호위하도록 했다. 강희는 무척 기뻐하면서 말했다. "매우 수고가 많았소." 몇몇 친왕(親王)과 패륵(貝勒) 그리고 문무대신들은 여덟명의 소태 감들이 두개골이 깨지고 창자가 튀어나오고 뼈가 부러져 죽은 참상을 보고 경악했다. 그리고 일제히 오배의 대역무도함을 통렬히 매도했다. 즉시 형부상서가 친히 오배를 압송하여 감금했다. 왕공대신들은 황제가 무사한것을 치하하고 물러가 오배의 죄를 다스 릴 것을 상의했다. 강친왕은 강희의 뜻을 모든 사람에게 알리고 당부했다. "황상께서는 인자하시고 효성이 대단하십니다. 많은 사람을 죽이게 되면 태황태후와 황태후께서도 놀라시리라 걱정을 하셨소이다. 오배의 이 대역무도한 짓을 들출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가 평소 정사를 자기 멋대로 처리한 죄상을 일일이 열거하면 될 것입니다." 황공대신들은 일제히 성덕(聖德)을 칭송했다. 황제를 찌르려고 했던 오배의 행위는 큰 역적죄였다. 능지처참을 당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의 전가족과 일당과 일족들도 무사하기를 바랄 수 없었다. 이 사건이 처리되자 연루된 자가 엄청나게 많았다. 적어도 천 명 이나 되는 무리가 떼죽음을 당할 것이다. 강희는 오배가 날뛴 것은 가증스럽게 생각했으나 함부로 그에게 죄 명을 씌우려 하지 않았으며 무고한 사람에게 해가 가는 것도 원치 않 았다. 이날 오배를 사로잡게 되자 왕공 대신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강희에 게 많이 공손해지고 두려워하는 표정이었다. 강희는 이때서야 황제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위소보는 한쪽 모퉁이에 움츠리고 서서 아무 말도 하지않고 있었다. (저 녀석이 말을 하지 않은 것을 보면 퍽 착해.) 대신들이 물러간후 색액도는 말했다. "황상 서재는 깨끗하게 청소를 해야겠습니다. 그러니 황상께서는 침 궁(寢宮)으로 가셔서 쉬시는게 어떻겠습니까?" 강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친왕과 색액도가 그를 모시고 침궁으로 향하게 되었다. 위소보는 자기가 따라가야 하런지 몰라 망설였다. 이때 강희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말했다. "너는 나를 따라오너라." 강친왕 색액도는 침궁 밖 수백 걸음을 두고서 물러갔다. 황궁의 내 원에는 공주, 귀빈 외에 태감과 궁녀를 제외하고 는 외부의 신하들이 발걸음을 할 수 없는 곳이었다. 위소보는 강희를 따라 들어갔다. 원래 황상의 침실은 금빛이 찬란하 고 곳곳에 비취와 백옥을 박았으며 벽에는 적어도 야명주가 이삼천 알 은 박혀있어 방에 불을 켤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침궁 안 으로 들어가 보니 역시 한 칸의 흔히 볼수 있는 방에 지나지 않았다. 다만 이불 요 벼개 등이 노란 비단으로 만들어져 용봉과 꽃무늬로 수 놓아져 있는것이 다를 뿐이었다. 위소보는 그와 같은 환경을 보고 크게 실망하여 생각했다. (우리 양주 여춘원의 방안 보다 별로 나을게 없구나.) 강희는 궁녀가 올린 한 그릇의 삼 탕을 마시고 길게 숨을 내쉬며 말 했다. "소계자 너는 나를 따라 황태후를 뵈러 가자." 이때 강희는 아직도 혼례를 올리지 않은 몸이었다. 그리하여그의 침 궁과 황태후가 거처하는 자녕궁(紫寧宮)과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황태후의 침궁에 이르게 되자 강희는 혼자서 안으로 들어갔고 위소보 는 문 밖에서 기다렸다. 위소보는 한참 동안을 기다렸다. 그는 이생각 저 생각에 잠겼다. (나는 해로공의 대자대비천엽수를 배웠고 황상께선 팔쾌유룡장을 배 웠다. 그러나 오늘 오배와 싸우게 되었을때 천엽수고 유룡장이고 아무 런 쓸모가 없었다. 역시 소백룡 위소보가 향로의 재를 뿌려서 성공했 다. 향로의 재를 뿌린다는 것은 비열한 수단이라 했지만 크게 성공한 게 아닌가. 따라서 그런 무공들을 더 배워봤자 별로 소용이 없고 황궁 에서 언제나 태감으로 가장하고 소현자에게 절이나 꾸벅꾸벅하는 것은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오배는 이미 잡혔고 소현자도 나에게 도움을 청할 일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니 내일 나는 궁에서 빠져나 가 들어오지 말아야지.) 그는 어떻게 궁을 빠져나갈까 생각하고 있는데 한 명의 태감이 다가 오더니 웃으며 말했다. "계형제 황태후께서 들어와 절을 하라시네." 위소보는 속으로 욕을 했다. (제기랄! 또 큰 절을 해야하나? 빌어먹을 황태후는 왜 나에게 절을 하지 않지?) 그러나 공손히 대답했다. "예." 그리고 그는 태감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두 곳의 마당을 지나자 태감은 문의 휘장이 쳐진 곳을 향해 부르짖 었다. "태후께 알립니다. 소계자께서 뵈오러 왔습니다." 가볍게 휘장을 들치며 위소보에게 기리켜 보였다. 위소보는 그 문 안으로 들어갔다. 맞은 편에 또 발이 쳐져 있었다. 그 발은 진주를 꿰어 만든 것이었다. 부드러운 광채를 내쏟고 있었다. 한 명의 궁녀가 주렴을 밀었다. 위소보가 고개를 숙이고 안으로 들어 가니 삼십세 되는 귀부인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감희제는 바로 그의 곁에 서있었다. 앉아 있는 그 여인이 황태후라 생각하고 위소보 는 무릎을 꿇고 큰 절을 올렸다. 황태후는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어나거라." 그리고 위소보가 일어나자 말했다. "황상의 말을 듣건데 오늘 너는 역적 오배를 사로잡는데 큰 공을 세 웠다고 하더구나." 위소보는 말했다. "태후께 아룁니다 저는 충성으로 주군을 보호하겠다는 생각 뿐이었 습니다. 황상께서 어떻게 하라고 분부하시면 소신은 성지를 받들고 일 을 처리할 뿐입니다. 소신은 나이가 어려 아무것도 모릅니다." 위소보는 궁에서 세월을 보낸지 몇 달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무 공을 할때 태감들의 궁 안과 조정의 규칙을 들어 일일이 머리 속에 기 억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주군이 가장 꺼리는 것은 신하들이 공 을 내세우는 사실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공로가 크면 클수 록 아무 공로도 없는 것처럼 해야만 주군이 좋아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공을 세우고 건방진 빛을 보이게 된다면 살 신지화를 당하게 될지도 모르고 주군의 혐오감을 받게 된다면 총애를 받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도 이미 터득한 바였다. 그래서 그는 이와 같이 대답을 하자 황태후는 매우 흡족해 했다. "어린 나이에 철이 들었구나. 소보라는 지위에 올랐고 일등 초무공 (超武公)에 봉해진 오배보다도 났구나. 애야 황상 저 아이에게 무슨 상을 내렸으면 좋겠소?" 강희는 말했다. "태후께서 분부하십시오." 황태후는 생각하더니 말했다. "너는 상승감에서 일을 보지만 아직도 품급이 없지? 해로공이 오품 이었지? 해로공이 오품이니 너에게 육품의 품급을 내려 수령태감(首領 太監)으로 올려 주겠다. 그러니 황상의 곁에서 시중을 들도록 해라."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빌어먹을 육품이고 칠품은 고사하고 나에게 일품의 태감을 시킨대 도 나는 내키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얼굴에 잔뜩 웃음빛을 띄우고 큰 절을 하며 말했다. "황태후, 망극하옵니다. 그리고 황상의 성은에 감사드립니다." 청나라 궁전의 정해진 사례에 따르면 궁중의 총관태감(總管太監)은 모두 열 네명 이었다. 부총관은 모두 여덟 명인데 수령 태감은 백 팔 십 구명이나 되었다. 태감들의 수는 일정하지 않았으며 청나라 초기에 는 천여명이었고 그 후에는 이천명이나 되었다. 그리고 직위가 있는 태감 가운데 가장 높은 사람은 사품이었고 가장 낮은 사람은 팔품이었 다. 보통 태감들은 품급이 없었다. 위소보는 품급이 없는 태감에서 껑 충 육품으로 뛰어 올랐으니 궁중에선 보기 드문 영광이라 할 수 있었 다. 황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하도록 해라." 위소보는 잇달아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몸을 일의켜서 뒤로 걸음을 옮겨 물러났다. 궁녀가 주렴을 쳐들었을 때 그는 몰래 황태후를 훔쳐 보았다. 그녀의 안색은 지극히 창백하고 그녀의 눈초리는 형형한 빛이 감돌 고 있었으며 살짝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것이 무슨 근심이라도 있는 것 같았다. 위소보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황태후가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다니 이상하구나! 아, 그렇군 그녀 의 남편이 죽었느니 낙이 없을게 당연하지.) |
첫댓글 잼 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