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이 전력 계통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전 교수는 웨비나에서 “첫 번째는 원자력발전기가 고장이나 사고로 불시 정지할 경우 그 영향을 다른 발전기가 커버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태양광이 출력이 증가하다가 줄어들었을 때 다른 발전기가 출력변화의 슬로프(slope)를 쫓아갈 수 있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안정적인 계통 운영을 위해선 이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해야 한다는 것.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서로 밀어내는 관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 교수의 설명이다.
앞서 2020년 5월 2일 오후 7시부터 이튿날 자정까지 신고리 3‧4호기를 대상으로 출력 감발이 이뤄졌다. 연휴기간 전력수요가 최저 4100만kW까지 낮아지면서 발전기 1기 고장 시 계통주파수가 기준치(59.7Hz) 아래로 떨어질 것을 예상해서다.17)
원전은 발전기 1기의 용량이 커 고장 시 계통 안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력계통에서 주파수 안정도는 발전기 용량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주파수는 발전기 용량이 클수록, 수요가 낮을수록 발전기 고장 시 크게 떨어진다.
전 교수는 “1000MW 용량 발전기 50대와 상대적으로 용량이 작은 500MW 발전기 100대를 운전하는 경우를 비교해보자. 발전기 1대 고장 시 어느 쪽이 훨씬 더 안정적이냐의 문제”라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면 계통에 남아있는 발전기 단위 용량 크기가 상당히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면 부하가 줄어들게 되고, 운전하는 발전기 숫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1대가 정지했을 시 미치는 영향이 기존 대비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 가운데 1400MW의 경우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1대가 고장 혹은 사고에 의해 불시 정지할 시 전체 계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2030년 기준 1400Mw 신고리 3호기(시나리오 1)와 신고리 3‧4호기(시나리오2)가 동시에 탈락하는 경우를 가정하여 계통 주파수 영향을 검토했다. 그는 “2030년 저관성에서 최대 용량 발전기 1대가 탈락할 경우 주파수는 59.7Hz로 최저 주파수 유지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게 된다”며 “2대가 탈락하면 59.2Hz로 마찬가지로 주파수 유지기준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발전기가 출력변화 슬로프(slope)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전 교수는 “수요만큼 발전을 하지 못한다면 관성이 가진 운동에너지에서 에너지를 뺏기게 되고 속도가 줄어든다. 속도가 계속 줄어들면 발전기가 탈락되는데 발전기가 모자란 상황에서 탈락시키면 전력시스템 전체가 무너지는 것”이라며 “실제 주파수가 떨어지면 부하를 자동으로 차단하고 정전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원전 숫자가 많아도 출력을 조정할 수 있다면 순수요의 슬로프는 쫓아갈 수 있다”며 “그러나 단위 용량이 클 경우 발전기 1기가 탈락할 때 최저주파수 유지 기준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래 자료는 원전의 경직성으로 인해 슬로프를 쫓아가지 못하는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한 것이다. 신속한 출력조절에 위험성이 따른다면 출력변동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는 아예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릴 수 있다.
201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원전 부하추종의 기술·경제적 측면’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원전에 최소 분당 3~5%의 출력변동이 가능한 설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원전의 부하추종 운전이 가능한 것이다.18)
최근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량이 단일 계통 안에서 동시에 늘어나면서 서울시 내 일부 교육시설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20kW 초과)조차 다음달 2일까지 매주 토‧일 가동을 중지해야 하는 상황이다.19)
이는 모든 석탄·가스발전기와 일부 비중앙발전기 출력을 최소수준으로 낮추거나 정지해도 원전 가동량이 20GW 이상으로 평년 대비 많고, 태양광의 한낮 순간 발전량이 20GW를 넘어서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원전 공급능력은 지난해 4월말 19기 19.4GW에서 지난달 기준 24기 25GW로 5기 5.6GW 증가했다. 또 봄철 수급대책기간 경직성 전원 설비용량은 지난해 봄 47.9GW에서 올해 51.3GW로 3.4GW 증가했다.20)
<각주>
17) ”2일 오후 7시부터 분당 0.04%씩 출력을 낮춰 3일 오전 3시부터 1기당 발전량을 300MW씩 낮췄고, 이렇게 13시간을 유지하다 같은날 오후 4시부터 다시 서서히 출력을 높여 자정께 정상 출력으로 복귀하는 수순을 밟았다.“
https://www.e2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22424 전력계통 초유의 원전 출력 감발 (이투뉴스)
18)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03359.html 출력 조절하려는데 멈추는 원전…탄소중립 가는 길 어쩌나 (한겨레)
19) https://www.e2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7908 원전 버티기에 봄철 출력제한 위태 (이투뉴스)
20) 각주 19)와 동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