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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요결 수업 이후 모모카페에서 수박 수영장 팀 슈퍼비전을 받았습니다. 희나 님 이야기, 질병에 대한 우리의 편견, 편견 없지만 준비되어 있는 바람직한 사회사업가, 또 수박 수영장의 진행 상황. 함께 하고 있는 사회사업에 관한 다양한 주제로 슈퍼비전을 받았습니다. 갖고 있는 질문을 더 깊게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수민이가 불참하였습니다. 다음에 올 때 수민이가 혹시나 따라오기 힘들까봐 걱정이 됩니다. 건이는 어제처럼 먼저 와있었습니다. 저희 오기 전 10분 전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어제 힘들어 하며 끝나서 걱정했는데, 크게 크게 반기며 인사하니 활짝 웃어주었습니다. "선생님, 그럼 애들 모이기 전에 이 게임 하시면 딱이겠죠?" 김건 개발자님의 자연스러운 자체 PPL입니다.
잔칫날 어르신들과 함께 할 놀이들을 정해보았습니다. '전통' 놀이라는 틀에서 조금 벗어나더라도 어르신들도 즐기실 수 있을만한 게임을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했습니다. 몸으로 말해요, 수건 돌리기, 땅 따먹기, 오목 두기, 노래 맞추기.. 총 10가지의 후보가 나왔습니다. 한다면 어떻게 게임을 하면 될지 이야기하고, 그 게임의 장단점에 대해 토의한 뒤 투표를 했습니다. 아이들이 한 사람당 3번만 손을 들 수 있다고 정했습니다. 몸으로 말해요는 만장일치, 노래 맞추기 3명, 속담 맞추기 3명으로 이 세 가지 게임이 발탁되었습니다.
놀이를 정할 때, 현서가 손을 번쩍 들며 "제가 서기할래요!" 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현서의 초롱초롱한 눈을 보니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한편 희서는 오늘도 똑부러졌습니다. 경로당이 실내다 보니 그 게임을 실내에서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잔칫날을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며 게임마다 어떤 룰을 만들면 좋을지도 주도해서 이야기했습니다. "몸으로 말해요 단어 6개만 하면 너무 빨리 끝날거예요. 한 10개 이상 만들어 놓고 어느 팀이 더 빨리 맞췄나 대결하는거 어때요?"
게임 아이디어를 이것 저것 내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재능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 라희는 리코더를 잘한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아이들마다 '00박사' 라고 닉네임을 만들었는데, 라희는 '리코더 박사'라고 합니다.
- 현서는 몸으로 하는 활동들을 좋아하는 듯 보였습니다. 투표로 정한 게임들이 다 맞추기 게임이라서 아쉬워했는데, 생각해보니 현서는 몸으로 말해요, 수건 돌리기, 풍선 띄우기 등 몸으로 하는 게임들에 손을 들었습니다. 또 현서가 피아노를 잘한다고 합니다. 다들 악기 하나씩 자신 있어하는 것을 보니 나중에 다른 사업에서도 함께 할 수 있다면 장기자랑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건이는 코딩에 관심이 많습니다. 게임을 앱으로 직접 만드는 것만 봐도 그러합니다. 어떻게 만드는지 설명을 해주었는데 저는 따라가지 못하고 감탄만 했습니다.
- 희서는 오늘도 그림을 많이 그렸습니다. 그림 재료가 많지 않았는데도 희서는 사진과 똑같이 그릴 수 있습니다.
다음은 새들 경로당 할아버지께 드릴 수박 수영장 초대장을 만들었습니다. 건이, 라희, 현서가 이면지를 한 장씩 가져가 초안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아이들이 모두 집중해서 교실 안이 정말 고요했습니다. 그 정적이 너무 대견했습니다. 희서가 그림을 그리며 노래를 흥얼거렸는데, 어느새 아이들이 따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아름다운 세상' '숫자송'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 와 같은 동요를 다같이 불렀습니다. 그 순간이 너무 귀엽고 예뻐서 서연 선생님과 같이 입을 막으며 놀랐습니다. 아이들이 꼭 어르신들 앞에서도 불러줬으면 좋겠는데, 설득할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하나씩 만든 초대장은 저마다의 개성이 있습니다.
- 건이는 기본 정보에 대해서도 건이만의 재치로 한번씩 꼬아서 작성했습니다. '할아버지께' 대신 '사랑하는 부모님의 부모님께', '어르신들을 위해 준비했다'을 대신 '저희가 아름다운 추억의 행복을 비슷하게나마 전달하려고 합니다.' 글씨체도 계속해서 바꿔가며 화려하게 꾸몄습니다.
- 라희는 기본 정보들을 다 적고는 '저희의 웃음꽃이 가득한 우리 기획단으로 놀러오세요~!'라고 마무리 했습니다. 곳곳에 '재밌겠죠?', '꼭 오세요!' 라는 멘트도 넣었습니다. 어르신들이 라희의 귀여움을 놓치지 못하도록 만들었습니다.
- 현서는 소리동화 동화책 제목, 먹거리 메뉴는 무엇인지, 장소 시간은 물론이거니와 이 편지를 전달하는 날짜와 아동기획단 이름들까지 나이순으로. 아주 꼼꼼하게 작성했습니다. 현서의 초대장 밑에는 희서가 수박 관련 캐릭터들을 그려 더 알차졌습니다.
초대장을 만들던 중 건이가 누군가와 통화를 했습니다. "월드비전 교회 5층으로 오면 돼. 아니야~ 너가 오면 우리는 더 좋아! 일손이 느는 거잖아! 선생님도 다 널 예뻐하실거야. 그쵸?" 일단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알고보니 건이의 친구(13)와 친구의 동생(11)이었습니다. 기획단 활동 전에 놀자고 건이가 전화를 걸었는데, 이제 연락을 받고 건이가 초대한 모양입니다. 두 아이들이 쭈뼛쭈뼛 들어와 얌전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기획단이 아닌 동네 아이가 왔다는 것이 신기했고, 낯설어 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괜히 더 반겨주었습니다. 새로 온 아이들은 현서와 희서랑도 안면이 있는 사이라고 합니다. 라희가 옆에서 "선생님 제 친구 00이도 불러도 돼요?"라고 말했습니다. 모두 바자회 날에 불러오라고 했습니다.
"너네 혹시 금요일에 시간 돼?" "네." "우와~ 그럼 우리가 새들놀이터에서 바자회를 할거거든. 건이도 오는데, 그날 올래?" "네!"
"우리 새들경로당 어르신들이랑 게임도 하고 화채도 만들어 먹을 건데 거기도 와볼래?" "네." "8월 13일이야, 올 수 있어?" "네!"
두 형제가 이구동성으로 '네'만을 외쳤습니다. '뭐 안될 거야 없지' 하는 표정입니다. 스카웃이란 이런건가 싶은 마음이 들며 설렜습니다. 이렇게 두 아이가 신림동 아동기획단 부원으로 이어지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건이가 "그냥 이렇게 회의하고 재료 준비하고 그러는거야. 편히 있어. 쌤~그래도 얘네들이 왔는데 뭐라도 할 거를 줘야하지 않을까요." 라며 손님 맞이를 했습니다. 아직 현서 라희 희서는 초대장을 더 꾸미고 싶어해서, 그렇게 서연 선생님과 남자아이 셋이 함께 남은 포스터를 붙이러 떠났습니다. 그동안 초대장도 모두 완성하고, 아이들이 돌아오자 오늘의 아동기획단 활동을 마무리했습니다.
3. 실습 일정 평가
1) 배운 점
오늘은 이가영 부장님께서 월평빌라 사례집을 준비해주셨습니다. '허락받았어요?'라는 제목의 옥선님의 이야기였습니다. 옥선님과 담당 사회복지사선생님은 장애인전용 스포츠센터가 아닌 일반 스포츠센터를 찾아가 옥선님의 수영 수업을 등록했습니다. 처음에는 수영 강사가 사무실에서 허락 받고 오는거냐며 마땅찮게 물어보기도 하고 수업 시간에도 옥선님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달쯤 지난 어느 날부터 강사가 옥선님을 위해 개인 교습을 해주었고, 수강생들도 계모임을 주선하여 옥선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수영장 계원끼리 체육대회를 열어 옥선님을 위한 종목을 고심해주었고, 옥선님도 집에 계원들을 초대하여 대접하기도 했습니다.
'제 마당 제 삶터 그 한가운데서 대면하면 어떻게 말을 걸고 어떻게 어울리는지 자연히 알게 됩니다.'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복지가 때로는 장애인을 분리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그러니 사람들의 삶에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보완점
남자 아이들이 가고, 희서 현서 라희와 함께 있었을 때, 희서보다 라희와 현서가 먼저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시간은 20분 가량 남았었고, 남은 이면지도 없었고, 다른 아이들 없이 둘이 진행할 수 있는 회의 안건도 딱히 없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현서가 핸드폰을 보기 시작했고, 라희도 핸드폰 사용을 허락받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급히 끝말잇기라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끼리 활동을 끝내는 속도가 달라서 몇몇 아이들이 대기를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이들과 실내에서 시간이 남을 때, 가볍게 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이왕이면 기획단 활동과 관련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생각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3) 슈퍼비전 요청 사항
- 내일은 수민이와 일주일 만에 만납니다. 아직 저희에게 낯을 가리던 상태에서 헤어지기도 했고, 그동안 아동기획단 활동이 꽤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수민이가 내일 뭔가를 놓치고 있는게 있다고 느끼면 더 참여할 의지가 줄어들까봐 걱정이 됩니다. 수민이를 잘 맞이할 팁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