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난카이(南海) 트로프 대지진' 주의보
지난 8일 일본 미야자키현에서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난카이 트로프(남해 대협곡) 대지진’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난카이 대지진은 일본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시코쿠 남부와 규슈 동부 해역까지 이어지는 난카이 해곡에서 발생하는 거대 규모의 지진을 뜻한다.
발생 주기는 100~150년으로 알려졌으며, 전문가들은 규모 8~9 사이의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맞먹거나 혹은 능가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정부는 이날 '난카이 트로프 지진 임시정보'를 발표하고, 대지진 발생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1)2) 일본 토목학회는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발생 시 직접적인 피해액이 동일본대지진 대비 5~10배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본이 최빈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3)
한편 이번 미야자키현 지진에 따른 인근 원자력발전소의 이상 현상은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현지 발전사업자들은 '영향 없다'는 말만 반복하는 중이다. 만약 난카이 대지진이 실제 발생한다면 원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2. "사실상 일본 전역이 지진대 영향권…원전 영향 예측 쉽지 않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지난 12일 유튜브 방송4)을 통해 "일본은 호기당 약 2조원을 투입해 재가동을 위한 보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문제는 지진이 원전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라며 "일정 수준의 보강을 하면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수준을 뛰어넘는 지진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원전 안전에 최악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상 중 하나가 난카이 대지진이라는 것.
2000년 이후 일본에서 발생한 주요 지진을 살펴보면 980gal(=1g) 이상 규모의 지진은 17회 발생했다. gal(갈)은 중력가속도를 나타내는 단위다. 아래 표에서 '미쓰이홈'에 영향을 미친 지진의 규모는 5.23g로, 이는 중력가속도의 5.23배 영향이 작용한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몸무게 60kg의 사람을 몸무게 대비 5.23배의 힘(약 300kg)을 가해 흔들어버리는 셈"이라며 "원자로 건물이 1만t이라고 가정했을 때 이곳에 5배 이상의 힘이 작용한다면 이는 어마어마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오이 원전의 경우 부지에 가해진 지진 규모는 0.71g, 0.41g로 나타났다. 0.7g 이상의 지진은 총 30회로 기록됐다. 내진설계값 단위인 지반가속도는 g로 표현하는데, 중력가속도 개념을 사용한다. 원전 부지가 흔들리는 가속도 값을 의미하며, 가장 기본적인 가속도로서 이를 기반으로 구조물 설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설계지진으로 지칭한다.
그는 "원자로 자체는 견고하더라도 원자로 연결 부위가 지대한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종합 평가가 필요하다"며 "몇 g로 설계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데 현재 일본에서는 비용 등의 문제로 들쑥날쑥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래 표의 하마오카, 이카타, 센다이 원전은 난카이 대지진 발생 시 영향권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원전들이다. 이 대표는 "건설 당시 하마오카 원전은 600gal로 설계됐는데 동일본대지진 이후 800gal로 조정됐다가 4호기의 경우 재가동을 위해 1200gal~2000gal로 보강하는 중"이라며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카타 1,2호기의 경우 폐로를 결정했고, 3호기는 건설 당시 설계치인 473gal에서 650gal로 조정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한국 원전(신규 원전 기준 0.3g) 대비 일본은 내진설계값이 2배 이상이지만 이마저도 위험한 셈"이라고 전했다.
3. 한국 영향 가능성은?…"중수로 월성 원전 위험"
난카이 대지진 발생 시 한국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고리 원전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월성 원전이 훨씬 더 위험하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CANDU-6 모델의 핵심 부품은 핵연료 압력관인데 내경 10cm, 두께 4mm 정도의 굉장히 얇은 배관“이라며 ”380개의 압력관 양단이 이음부에 용접되지 않고 ‘롤확장법(Roll Expansion Joint)’으로 연결되어 있어 매우 취약한 부위“라고 설명했다.
‘엔드 피팅(End Fitting)’, 즉 압력 경계 부위가 용접되어 있지 않으므로 0.2g를 초과하는 지진 발생 시 엔드 피팅이 떨어져 나가면서 내부에 있던 핵연료가 외부로 튀어나오는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미국기계학회 압력용기 NB-3649.1 코드 기준에서는 원자로 배관의 롤확장법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Expansion joints shall not be used in piping)"며 "캐나다 설계사가 미 핵규제위원회(US NRC)에 핵연료 압력관 채널 설계를 인허가 신청하는 등 3년 동안 로비 활동을 벌였지만 결국은 안전성 이유로 거부됐다“고 말했다.
그는 ”0.2g 지진이 발생했을 때 압력관의 주막응력(Primary Membrane Stress, Pm)의 안전여유도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0.3g로 가정했을 때는 안전정지계통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해도 이론적으로는 핵연료가 외부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대규모 파단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제대로 된 대책이 없다면 월성 2~4호기는 수명연장을 하면 안 된다는 것. 파단사고에는 원자로냉각재상실사고(Loss of Coolant of Accident, LOCA) 등이 포함된다. 이 대표는 ”LOCA 발생 시 안전주입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안전주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취약한 상태가 우려되지만 경주 지진 후속 대책에 압력관 관련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각주>
1) ‘난카이 대지진’ 불안한 일본, 5호 태풍 상륙도 겹쳐 (hani.co.kr)
2) '동일본대지진급' 난카이 대지진 공포…기시다 해외 순방도 취소 | 중앙일보 (joongang.co.kr)
3) [종합] 일본, 규모 7.1 미야자키현 지진에 사상 첫 ‘난카이 지진 임시정보’ 발령 - 이투데이 (etoday.co.kr)
4) [【240812】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화재! 난카이대지진이 오면 영향받는 일본 원전은?! (youtube.com)](https://www.youtube.com/watch?v=RY1cAZxwI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