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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고약한 기연 다시 저녁이 되었다. 능조운은 현무호 가에 머물러 있었다. 그는 길다란 죽간(竹竿)을 호수에 걸쳐 놓고 있었으며, 자신의 그림자를 호수에 담그기 시작 한 지 한 시진째였다. 쓰으으… 쓰으으……! 안개가 피어 오르고 있다. 어딘지 모르게 귀기 어린 안개였다. 능조운은 호수에서 여러 개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 얼굴들은 그가 잠룡비전에서 얻은 친구들의 얼굴이었다. '천하의 반골(叛骨)들! 그러나 가장 다정(多情)한 친구들이다.'능조운은 어두워질 때마다 호 숫가에 드리운 채, 세월(歲月) 한조각을 낚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가 상혼(商魂)을 얻지 못했더라면 지금의 나날 가운데에서 괴로움을 떨치지 못했을 것이 되, 그는 늘 웃을 수 있었다. 여유있게 웃는다는 것. 그것은 그가 가진 재산 가운데에서 가장 큰 정신의 재산이었다. 완전히 어두워질 때였다. 이제까지 능조운의 뒤쪽에 서서 포검한 채 시립해 있던 단류흔은 갑자기 눈살을 잔뜩 찌푸 렸다. '묘하군.' 그는 능조운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한 붉은 안개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 안개는 단류흔의 몸과 능조운의 몸 사이를 혈해(血海)처럼 감추어 버리기 시작하는 것이 다. '갑자기 핏빛 안개라니?' 단류흔은 흠칫한 기분에 사로잡혀 소매를 가볍게 휘저었다. 그는 철수진기(鐵袖眞氣)의 힘을 발휘하여 소매 바람으로 안개를 날려 버릴 생각이었다. 하나 핏빛 안개는 보다 자욱해졌으며, 능조운의 모습은 일순 그의 안개에서 사라져 버렸다. "어엇? 소야(爺)?" 단류흔은 자지러지게 놀라며 몸을 이동시켰다. 그는 이형환위보(移形換位步)로 몸을 미끄러뜨리기 시작하는데, 바로 앞에 머물러 있던 능조 운의 모습이 한참 가도록 보이지를 않았다. "소야, 대체… 어찌 된 일이오?" 그는 목이 터져라 소리를 치는데, 대체 어찌 된 일인지 그가 외치는 목소리가 그의 귓속으 로도 들어오지 않았다. 휘리리링-! 바람이 노호하기 시작한다. 사위에서 질풍이 몰려들었으며, 단류흔은 멀건히 눈을 뜨고 있음에도 한 치 앞도 바라볼 수 없었다. 갑자기 시작된 혈풍(血風). 대체 그 무엇이 나타났기에……? 푸르르르……! 능조운의 오른손이 경련을 일으켰다. 은사(銀絲)가 팽팽히 당기어지는 기분 때문만은 아니었다. 잉어 한 마리가 은사에 걸려들었기에 오른손이 떨리는 것은 아니었다. "진(陣)이다!" 능조운은 검미를 잔뜩 찌푸렸다. 사방에서 핏빛 안개가 바람을 타고 밀려들었다. 호수가 갑자기 산악(山岳)으로 화했으며, 허공에서부터 푸른 번갯불이 토해지기 시작했다. 하늘은 땅이 되고, 땅은 하늘이 되고, 모든 것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동서남북 방향이 구분되지 않았으며, 귀기 어린 바람 소리가 사납게 들려 왔다. 신음하는 듯, 포효하는 듯……. 휘이이잉-! 골수를 갈아 버릴 듯한 삭풍 소리 가운데, 사방에서 귀영이 속출했다. 수라(修羅), 나찰(羅刹), 염라(閻羅)들이 대지를 쩍쩍 가르며 치솟아 오르고… 형체를 구분하 지 못할 반투명한 유귀(幽鬼)들이 쭈욱쭉 치솟아 오르며 군무를 추기 시작했다. 살인음파(殺人音波)가 뇌를 바수어 버리는 듯하며, 뭉클뭉클 일어나는 안개가 몸을 완전히 휘어 감아 버렸다. 대혼돈혈영진(大混沌血影陣). 절전된 지 오래인 진식이다. 당세에서 그것을 시전할 수 있는 사람은 전무하다고 소문이 난 바 있었다. 카아아… 카아아……! 노호하는 바람 소리. 한순간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듯하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능조운의 눈빛은 맑은 호수처럼 투명해졌으며, 그의 입가에는 화사한 연꽃의 느낌을 주는 미소가 피어 오르지 않는가?"어떤 고인(高人)인지 모르나, 나 대혼돈혈영진으로 나를 시험하 지 마시오. 시험받는 것은 지겨운 일이기 때문이오!"그의 두 눈, 무공이 폐쇠당했다고는 하 나 안력만은 여전했으며, 두 눈에 담기어 있는 정신의 힘은 잠룡비전 시절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그의 눈을 한참 들여다본다면 아득한 기분에 사로잡힐 것이다. 그의 목소리가 여운을 맺을 때. "카카카… 역시… 대단한 재목이다." 허공 높은 곳에서 광폭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능조운 일대에 일순간적으로 기문진을 펼친 자. 그는 허공을 부유하고 있었으며, 듣기만 하면 내장이 자리를 바꿀 정도로 강력한 음파절기 를 발휘하고 있었다. "좋아, 무조건 합격이다. 프핫핫! 반년 안에 너는 천하제일마(天下第一魔) 천하제일살(天下第 一煞)이 될 것이다."대지가 흔들리고, 호수가 출렁거렸다. 하나 능조운은 상체를 약간 흔들기만 했을 뿐, 쓰러지거나 혼절하지는 않았다. 무공이 폐쇠되었다고는 하나, 그의 잠재력은 가히 가공할 정도이다. 음파절기로 인해 의식을 잃는다는 것은 그에게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유회할 기분이 아니외다! 낚시터에서는 조용히 하는 것이 예의외다."그는 거목(巨木)처럼 버티어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눈앞으로 핏빛 구름덩어리가 흘러내렸다. 츠으으읏-! 시뻘건 구름 덩어리는 차츰차츰 인간의 형상으로 뭉쳐졌다. "카카카캇… 역시 거물이로군? 먼 길을 온 보람이 있다."등에 거대한 관(木官)을 떠메고 있 는 혈포노인. 그는 매우 기괴한 용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의 얼굴의 반은 썩어 문드러진 마면(魔面)이었으며, 그의 나머지 얼굴은 청수하기 이를 데 없는 노인장의 얼굴이었다. 어디 얼굴뿐이랴? 그의 손도 일반인의 손과 판이하게 달랐다. 아래턱을 매만지고 있는 오른손은 여인의 손처럼 희고 깨끗하였으며, 하복부에 대어져 있는 왼손의 살은 녹아 버리고 뼈만 남은 촉루마수(壻樓魔手)였다. 그리고 그의 두 눈 또한 각기 다른 빛을 흘리고 있었다. 오른쪽 눈에서는 정광(精光)이 흘러넘쳤고, 왼쪽 눈에서는 핏빛의 마광(魔光)이 분출되어 나 오고 있었다. 악마와 동시에 천신인 듯, 노인은 하나의 몸에 두 개의 기운을 담고 있었다. "큿큿… 노부 평생 무수한 인간을 다루어 보았으되… 큿큿, 네놈처럼 오만한 놈은 처음이 다!"괴노인은 허공을 밟으며 다가섰다. 그의 몸에서는 무시무시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으며, 그 기운은 가히 폐부를 꽈악 쥐어짜는 압도의 기운이었다. 하나, 능조운은 공포와는 거리가 먼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소생 또한 노인장처럼 무례하고 오만한 사람을 보기는 처음인 듯하오. 노인장처럼 오래 살 지는 않았으되!""큿큿… 세 치 혓바닥 놀리는 재간이 보통이 아니로군? 좋아, 네놈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든다!"괴노인은 클클거리며 촉루마수를 쑤욱 내밀었다. 그의 손바닥이 호선을 긋는 찰나, 능조운은 노인의 수법이 우회금룡수(迂廻擒龍手)라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피할 수 없었다. 팟-! 노인의 손은 일순 능조운의 오른쪽 완맥을 거머쥐었다. 차가운 손이다. 어찌나 차가운지 능조운의 오른팔을 꽁꽁 얼려 버리는 것 같았다. "뼈대가 좋다!" 괴노인은 탄성을 발했으며, 능조운은 전류처럼 짜릿한 기운이 혈관(血管)을 타고 치솟아 오 름을 느낄 수 있었다. 괴노인은 내가진기를 발휘하여 그의 근골을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대단한 근골이다. 클클! 그러나… 금이 많이 갔다. 어떠한 자가 네놈을 치료했는지 모르되, 실로 멍청한 짓을 했다. 네놈은… 터지기 직전의 용광로이다. 클클……!""터지기 직전의 용 광로?" "네놈 안에는… 태양(太陽)이 들어 있다. 또한 네놈의 몸뚱이는 터지기 직전의 화산(火山)과 같다. 모르긴 해도, 이렇듯 무식한 치료를 할 사람은… 천하의 돌팔이 의원, 소의화타(素衣 華陀) 바보놈뿐이리라."실로 놀라운 말이었다. 괴노인은 능조운의 맥을 진맥해 보는 것만으로, 그가 누구에게 치료를 받았는지를 정확하게 알아 내는 것이다. "하나, 염려할 것 없다. 이 정도 상처는 말끔히 낫게 할 수 있으니까.""으음……!" "훗훗… 그러나 노부는 자고로 대가를 받지 않고는 치료를 하지 않았다. 큿큿, 네놈은 모름 지기 노부에게 영혼을 팔아야만 내외상(內外傷)을 치료할 수가 있다.""영… 혼?" "쉽게 말하자면, 노부를 사부로 섬기라는 것이지. 큿큿……!"갈가마귀처럼 웃는 괴노인.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허공에 둥둥 떠서 말을 하고 있었다. 그는 능조운이 만난 어떠한 무사보다도 강했다. 그가 무공을 잃어버리기 전이었다 하더라도, 괴노인의 단 일 장(掌)을 받아 내지 못했으리라. "……." 능조운은 괴노인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괴노인은 자신만만하다는 표정을 짓는데, 능조운은 다시 웃음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유감이오. 내게는 지불할 영혼이 없는 듯하오." "뭐라고?" 괴노인의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훗훗… 별 볼일 없는 처지이기는 하나, 고집만은 아직 팔지 않았소. 그리고 살아나가는 데 하나의 규칙 정도는 아직도 지키고 있소.""규칙이라니? 무슨 말이냐?" "내 비록 오래 못 살고 죽을 처지라고는 하나, 타락한 의원에게 영혼을 팔지는 않소. 또한 악마가 되기에는 나의 청춘이 아깝소!""큿큿… 노부가 누구인지 아는 게로군. 하긴, 노부의 소수(素手)를 보고 노부를 알아보지 못할 사람도 없겠지."어깨를 으쓱거리는 노의사. 그는 능조운이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세칭 강호육신(江湖六神) 가운데 하나이며, 의술(醫術)에 있어서는 완벽한 성취를 이룩한 인 물이다. 소수성자(素手聖者) 사마풍(司馬 ). 그는 활의(活醫)라기보다 사의(邪醫)이다. 그는 독을 주로 연구하였으며, 천하각지를 뒤지며, 극독을 채취하는 것을 도락으로 삼았다. 어디 그뿐이랴? 그는 시체를 강시로 만드는 것을 연구하였고, 소수마공(素手魔功)을 창안하여 의학의 새로운 지평선을 개척했다. 그는 정사 중간의 기인으로, 백도에도 속하지 않고 악마동맹에도 속하지 않는다. 번쩍-! 소수성자 사마풍의 두 눈에서는 혈광이 폭출되어 나왔다. 그것은 화산에서 흘러내리는 용암처럼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네놈의 생각이 어떠하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노부가 네놈을 제자로 선택하겠다고 생각 했다는 것이다. 큿큿, 기실 노부는 노부가 백오십 년 내내 애써 연구한 술법을 강호의 애송 이에게 전수하는 것을 마땅치 않게 여겼었다. 하나,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있기에… 후계자 를 구해야만 하는 것이다. 큿큿, 노부는 네놈을 활강시(活彊屍)로 만들겠다. 큿큿, 네놈은 금 강불괴지체(金剛不壞之體)가 될 것이며, 노부의 명령에 복종하며, 노부가 죽이고자 하는 자 를 무조건 죽이는 살인(殺人) 기계(機械)가 될 것이다.""유감이오. 나와 견해 차이가 너무나 도 크다는 것이!" "큿큿큿… 그리 힘든 일은 아니다. 모든 약물은 준비가 되었다. 큿큿, 하룻밤이면 된다. 일컬 어 악마개정술(惡魔開頂術)이지. 큿큿큿……!"실로 고약한 인연(因緣)이었다. 소수성자 사마풍은 천광신홀을 보고 나타났으며… 능조운이 바라든 바라지 않든, 그를 활강 시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큿큿… 너는 노부의 두 번째 창조물(創造物)이 될 것이다.""두 번째……?" "이 년 전, 걸작(傑作)을 하나 만들었지. 일컬어 악마제일화(惡魔第一花)이다. 천하에서 가장 강한 여마(女魔)이지. 한데, 불행히도 노부의 내공이 모자라 심령을 제대로 제거할 수 없었 다."악마제일화! 가히 죽음의 꽃이고, 피의 꽃이다. 소수성자는 이 년 전 한 소녀를 찾았으며, 지난 일 년에 걸쳐 악마대법을 시전하여 그녀를 악마제일화로 만들었다. 본시 그는 악마제일화를 이용해 천하를 정복할 작정이었다. 하나 악마제일화의 마공은 너무나도 가공스러운지라, 비록 그가 그녀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쉽게 조종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악마제일화를 한철삭(寒鐵索)으로 묶어 두고 그녀를 제압하고자 하였는데, 그녀 는 한철삭을 끊어 버리고 동굴을 파괴하고 떠나가 버린 것이다. "악마제일화의 문제점은 그 계집이 발견될 당시, 백치(白痴)나 다름없었다는 것이다. 하나, 네놈은 천재적인 지혜를 지니고 있으니… 큿큿, 악마제일화에게 벌어졌던 것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으음……!" "또한 노부에게는 하나의 동업자(同業者)가 있다. 그가 노부를 돕는 한, 네놈은 완벽하게 재 창조될 것이며… 우리 동업자들을 위해 천하를 피로 씻게 될 것이다."소수성자는 그렇게 말 하며 등 뒤에서 거대한 관을 내려놓았다. 끼익-! 관뚜껑이 열렸으며, 그 안에 누워 있는 괴인의 모습이 보였다. 실로 처참한 모습이다. 몸의 반은 썩었으며, 반은 피고름에 뒤덮여 있었다. 그러한 상태임에 도 불구하고,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 가히 기적이었다. 보라! 그의 가슴에 부러진 검편(劍片)이 박혀 있는 것을. 검편은 한 마리 나비(蝶)를 관통하고 있었으며, 괴인의 심장을 뚫어 버렸다. 소수성자는 관뚜껑을 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어떠냐? 노부의 솜씨가?" "으음……!" "이 자는 죽기 직전, 노부를 찾아왔다. 큿큿, 재수가 없는 늙은이지. 자신의 제자에게 배반당 해 심장에 구멍이 뚫려 버린……!""제자에게?" "그렇다. 큿큿, 이 자는 제자에게 베임을 당한 것이다. 큿큿, 노부가 아까운 영약을 써 가면 서 이 자를 구해 동업자로 삼은 이유는, 이 자가 비록 제자에게 배반당한 바보이기는 하 나… 한 가지 재간에 있어서는 천하제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암살(暗殺)이라는 재간 이다.""아……!" 능조운은 또다시 탄성을 발했다. 그는 관 속에 누워 있는 인물이 어떠한 인물인지 문득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다. 바로… 마접(魔蝶)이다.' 능조운의 거미가 꿈틀거렸다. 마접! 그는 밤의 제황(帝皇)이며, 죽음의 신이다. 그가 암살하지 못했던 인물은 대륙제일의 상인, 석대숭뿐이라 할 정도로 그의 암살 절기는 천의무봉한 수준이었다. 또한 그는 오대살루(五大殺樓)를 구축하여, 천하자객도(天下刺客道)를 관장하며 무림의 밤을 지배한 바 있었다. '죽었다더니, 아직 살아 있군.' 그가 입술을 질겅질겅 씹고 있을 때. "마접은 거의 죽었다. 그러나… 노부가 비법을 쓴다면, 정신이 깨어나게 된다. 큿큿, 네녀석 은 노부의 의술로 인해 금강불괴지체의 활강시가 될 것이며, 마접이 창안한 마접백팔살예 (魔蝶百八殺藝)를 무의식적으로 전수받게 될 것이다.""으음, 마접백팔살예." "큿큿… 그것은 마접도 모조리 터득하지 못한 절기이다. 그는 백팔 개의 구절 가운데 도합 칠십이 개의 구결만 터득했을 뿐이다. 큿큿……!"소수성자가 회심의 미소를 지을 때였다. 능조운은 혀를 끌끌 차며 이렇게 내뱉었다. "대단한 계획이오. 소생에게는 영광스러울 정도이오. 하나, 유감스럽게도… 시체는 될지언정 강시는 아니 될 것이오.""자신만만하군. 하나, 너는 노부에게 조종당하는 강시가 될 수밖에 없다.""훗훗……!" "네놈은 노부 최대의 걸작이 될 것이며, 항차 강호로 나아가 악마제일화를 제압하게 될 것 이다. 또한 강호를 정복할 것이며… 큿큿, 정사도의 거두들이 네 손 아래 피떡이 되어 쓰러 질 것이다. 큿큿, 노부를 모독한 모든 기인이사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쓰러질 것이다."소수성 자는 무림계에서 완전한 고독자였다. 그는 의술과 독술을 함께 익히다가 천하의 추물이 되었으며, 그로 인해 광인(狂人)에 가까운 성격을 갖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의술을 집대성하여 악마대법을 창안하였으며, 인체를 마신(魔身)으로 만드는 비 방을 알아 낸 것이다. "자아, 시간이 없구나. 노부에게 필요한 것은 네놈의 가공할 신체일 뿐이지, 다른 것은 없다. 이제부터 너는… 악마가 되는 것이다."소수성자는 잔혹하게 말하며 품에서 약병 하나를 꺼 냈다. 능조운은 약병의 마개가 따이는 순간, 콧등을 찌푸렸다. 그도 약에 대해서는 소수성자 이상으로 잘 알고 있다. 그는 소수성자가 꺼내는 약이 광혼혈 사액(狂魂血死液)이라는 극악한 마약임을 즉시 알아보는 것이다. 광혼혈사단(狂魂血死丹). 그 약이 만들어지기 위해 일천 영아(孀兒)가 죽어야만 한다는 마약이다. 해서, 그것은 천인 혈단(天人血丹)이라고도 불린다. 그것은 극렬한 기를 함유하고 있으며, 또한 복용하는 찰나 마성(魔性)에 빠지게 하는 마약이 다. 하지만 마도인들은 그것을 꿈에서라도 찾고자 하는데… 이유는, 그것을 복용할 경우 내공이 급증하기 때문이었다. "네놈은… 운이 억세게 좋다! 악마제일화에게도 아까워서 먹이지 않았던 이것을 네게 먹이 게 되었으니… 큿큿, 사실 시간이 있었다면 네놈에게 이것을 먹이지는 않았을 것이다."소수 성자 사마풍은 음침한 웃음을 흘리며 손을 내밀었다. 능조운은 눈을 뜬 채 아무런 반응도 취하지 않고, 다만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 었다. 그의 눈빛은 유리처럼 투명하게만 느껴졌다. "약값으로 줄 금자가 내게 없소. 이해하기 바라오." 그는 웃고 있을 뿐이었다. 이윽고 광혼혈사단은 그의 입에 넣어졌다. 그것은 침에 닿는 찰나, 비릿하고 뜨거운 액체로 화하였으며… 걷잡지 못할 기세로 뱃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마치 끓는 기름물이 뱃속으로 들어가듯, 능조운은 전신이 활활 타오르는 듯한 기분에 휘어 감기기 시작했다. 기경팔맥이 확확 달아올랐으며, 골수가 재로 타버리는 듯하다. 지금 그가 느끼는 열기는 가공스러울 정도였다. 그의 눈빛에는 붉은 기운이 은은히 배어 있었으며, 전신 모공에서부터 시뻘건 기운이 치솟 아 오르고 있었다. 휘리리리링-! 시뻘건 안개가 피어 오르기 시작한다. 소수성자는 몹시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능조운의 눈 을 바라보았다. 눈은 마음의 창(窓)이라 한다. 눈을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내심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광혼혈사단은 가공할 마성을 일으키는 것으로, 그것을 복용하게 된다면 거의 찰나적으로 본 래의 신지를 상실하게 된다. 한데, 능조운의 눈은 붉게 달아오르기는 했을지언정 본래의 눈빛과 그리 많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어디 그뿐이랴? 그의 입가에는 여전히 해맑은 미소가 머금어져 있었다. 그것은 어떠한 악의 힘으로도 없애 지 못할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사내의 웃음이 이리도 아름답다니……? 절세미녀의 웃는 모습은 관능미(官能美)에 가득 찬 아름다움을 주고 있으되, 지금 능조운이 짓고 있는 웃음은 관능미를 오히려 능가하는 묘한 매력을 일으키고 있었다. "훗훗… 노인장의 의술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아나, 나의 근골 또한 보통은 아니외다."" 고… 고약하군. 신지를 잃어버리지 않다니……." 소수성자는 콧등을 잔뜩 찌푸렸다. 그는 능조운의 체질을 어느 정도 추측하고 있었으되, 광혼혈사단이 능조운에게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는 상당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그러나… 노부에게 광혼혈사단만 있는 것이 아니다."소수성자는 치를 부들부들 떨면서 손을 다시 품에 넣었다. 이어, 그는 하나의 작은 나무 갑을 꺼내 능조운의 코앞에 내밀었다. "캇캇… 이것을 쓰지 않고자 했는데, 결국 이것을 쓰게 되는군. 캇캇……!"소수성자는 광폭 한 웃음소리를 터뜨리며 나무 갑을 열었다. 나무 갑 안에는 실로 기괴한 한 마리의 곤충이 들어 있었다. 크기는 어른 주먹만 하며, 열두 개의 핏빛 다리가 복부에 달려 있다. 가장 기괴스러운 것은, 거미(蜘蛛)로 보이는 곤충의 얼굴이 사람의 얼굴과 거의 같다는 것이 었다. '마면혈주(魔面血蛛)다.' 능조운은 문득 의서 안에서 본 내용을 기억할 수 있었다. 마면혈주는 독중독(毒中毒)으로 불리우며, 그것은 천 년을 살며 핏빛 투명한 보석 덩어리처 럼 변화한다. 소수성자가 꺼낸 마면혈주는 천 년 이상 산 것으로, 머리 위를 보면 보관(寶冠) 같은 금빛 물체가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이 귀여운 녀석을 네놈에게 쓰게 될 줄이야. 이 녀석을 길들이기 위해 물경 십 년을 독굴 (毒窟) 속에서 지냈거늘……."소수성자는 손을 천천히 내밀었다. 능조운은 마면혈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으며, 그것이 자신의 입가로 다가서는 찰나 이렇게 내뱉었다. "나는 거미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오. 그러나… 주는 것이라면 사양하지 않겠소.""큿 큿… 배짱이 좋다. 하나, 너의 그 말은 너의 인생 가운데에서 마지막으로 하는 말이 될 것이 다."소수성자는 그렇게 말하며 입술을 가볍게 오므렸다. 순간. 카아아아……! 죽은 듯 웅크리고 있던 마면혈주가 악마의 기침 소리 같은 괴성을 토하며 허공으로 날아올 랐다가, 거의 찰나적으로 능조운의 벌어진 입술 사이로 파고들었다. 소수성자는 지극히 애석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마면혈주의 값은 황금으로 따질 경우, 마차 열 대에 가득 찬 순금(純金)이라 할 수가 있다. 한데, 그것을 네놈에게 쓰게 되다니…….""……." 능조운은 여전히 눈을 뜨고 있었다. 지금 그의 얼굴빛은 핏빛으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머리카락마저 핏빛으로 물들었으며, 심지어 열 손가락마저 새빨갛게 물들고 있었다. 소수성자는 득의만만해 하며 손바닥으로 아래턱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좋아, 좋아! 곧 마인(魔人)으로 화신하게 될 것이다."그가 느긋하게 말할 때, 능조운의 두 눈이 반짝 빛을 내기 시작했다. 이어, 그의 입가에는 예의 그 미소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름답고 순수한 미소가……. "맛이… 생각보다 괜찮구려. 처음에는 비릿했는데, 나중에는 향긋한 맛이 나는구려. 내 생전 이러한 미식(美食)은 처음이오.""……." 소수성자는 한 대 맞은 표정으로 변화되고 말았다. 의도(醫道)의 상식대로 한다면, 능조운은 이미 마인이 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그는 정신조차 잃어버리지 않고 있으니, 어찌 된 일인가?'설마… 이 놈의 체내에 있는 잠재력이 십이 갑자 (甲子)를 넘어서고 있단 말인가?'소수성자의 눈빛이 차츰차츰 흐트러졌다. 적어도 의술에서는 실패한 바가 없는 천하괴의. 그는 의술을 이용하여 천하의 모든 사람들을 조롱하며 산 바가 있다. 한데, 폐인이나 다를 바 없는 청년에게 자신의 의술이 두 번에 걸쳐 거듭 실패할 줄이야. 마면혈주는 능조운의 혈관 속으로 들어가서 능조운의 피를 마혈(魔血)로 만들어 버려야만 했다. 그러나 그것은 능조운의 위장에서 순간적으로 녹아 버린 것이다. "네… 네놈을 찢어 죽이겠다!" 소수성자의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그는 손을 번쩍 쳐들어 능조운의 천령개(天靈蓋)를 내리칠 자세를 취했다. 하나, 능조운은 전혀 공포스럽지 않은 듯 여전히 웃을 뿐이었다. "훗훗… 나는 맞아 죽지 않아도 오래 못 살고 죽을 몸이오. 지금 죽어도 유감은 없소."그는 너무나도 느긋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거해(巨海) 같은 자세. 소수성자는 차마 그를 향해 살수를 쓸 수 없었다. 그는 능조운의 느긋하고 거만한 자세에서 한 사람을 기억할 수 있었다. 그가 경멸하면서도, 존경하고, 두려워하는 인물. 그는 문득 그의 얼굴을 뇌리 가득히 떠올리는 것이다. '설마… 이 놈이 상황(商皇)의 후예라도 된단 말인가? 어이해, 이 놈의 표정이 그 놈의 표정 과 그리도 닮았단 말인가?'소수성자는 손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고약한 놈! 좋다. 네놈은 결국 노부로 하여금… 금기가 되어 있는 마법을 쓰게 만드는구나. 무슨 수를 쓰던 간에 네놈의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지게 하겠다."소수성자는 치를 떨기 시작 했으며, 지난 일 갑자 동안 꺼내지 않았던 하나의 녹피(鹿皮) 주머니를 꺼내게 되었다. 녹피 주머니 안에는 한 무더기의 녹침(綠針)이 들어 있었다. "이것은 인골(人骨)로 만든 침이다. 크크, 다른 침과는 달리… 피맛을 좋아한다. 살에 꽂히 면, 살 속으로 한 치 한 치 파고들며 녹아 들어간다. 그리고 침을 맞는 사람은 실로 가혹한 고통에 사로잡히게 된다."백골사황침(白骨死皇針). 그것은 소수성자가 만든 것이 아니라, 전설상의 마교 묘강독신교(苗疆毒神敎)의 물건이었다. 묘강독신교에서는 백골사황침을 만들기 위해 무림고수 백 명을 산 채로 독살시켰으며, 그들 의 진원지기(眞元之氣)와 마독기(魔毒氣)가 고스란히 함유되어 있는 척추골을 뽑아 내어 백 골사황침을 만들었다. 묘강독신교는 그 정도로 잔혹한 짓을 일삼았기에, 오백 년 전 소림(少林)의 오백나한(五百羅 漢)에 의해 붕괴되고 말았다. 소수성자는 채독(採毒)하기 위해 묘강의 오지를 뒤지는 가운데 묘강독신부의 폐허를 발견하 였으며, 천하에서 사라졌다 여겨지던 일백 개의 백골사황침을 찾게 되었던 것이다. 단 하나를 써도 천 명의 무림인을 독살할 수 있는 절대극독이 응축되어 이루어진 녹색의 백 골침. 그것은 소수성자가 죽을 위험에 처해서도 쓰지 않았던 최후독병(最後毒兵)이었다. "네놈은… 살려달라고 애원하게 되리라!" 소수성자는 이를 드러내다가 내공을 발휘했다. 피잉-! 녹색 선이 번뜩 일어난다. 하나, 둘, 셋……. 백골사황침은 탄지미간주(彈指眉間珠)라는 암기술(暗器術)에 의해 하나하나 퉁기어졌고. "……." 능조운의 입가가 조금씩 일그러졌다. '정말… 아프군.' 백골사황침은 그의 살 속으로 무자비하게 파고들었다. 화살이 무수히 날아와서 몸을 고슴도치로 만들어 버리듯, 일백 개의 백골사황침은 능조운의 앞가슴에 그득히 꽂히어 그의 가슴을 시뻘건 피로 물들였다. 츠으으- 츠으으-! 살이 녹고 뼈가 타 들어간다. 뿌연 안개가 치솟아 올랐으며, 능조운의 콧등에는 땀방울이 매달리기 시작했다. 소수성자는 다시 회심의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그것은 보통 물건이 아니다. 노부가 지니고 있는 네 가지 보물 가운데 하나이다. 크크 ……!""……?" 능조운의 얼굴은 야릇하게 일그러졌다. 그의 입술 사이에서는 핏물이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순간, 그는 얼굴이 새까맣게 물든 채 말라 버린 입술을 가볍게 벌렸다. "꽤… 고통스럽소이다." "크크……!" "그러나… 참을 만하구려." 그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웃었다. 비록 소리 없는 웃음이었으나, 그의 웃음은 소수성자에게 실로 엄청난 충격과 공포를 안겨 주었다. "백… 백골사황침마저 소용이 없단 말인가? 으으, 그렇다면 네놈의 몸 안에는 수레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의 영약(靈藥)이 흘러 들어갔음에 틀림이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네놈이 뼈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으로, 백골사황침을 일백 개 맞고도 쓰러지지 않는단 말이냐?"소수 성자는 이제야 능조운의 신체 비밀을 완전히 알게 되었다. 그는 능조운의 체내에 막대한 잠력이 스미어 있음을 알고 있었다. 한데, 그 힘은 그가 상상 했던 것보다 다섯 배 거대했다. 그가 사용한 절대독물(絶對毒物)들이 능조운을 쓰러뜨리지 못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었다. "쓸모 없는 폐인에게… 그리도 많은 영약을 먹일 수 있는 재력(財力)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당세에 오직 두 사람이다.""……." "하나는 대명천자(大明天子) 주홍무(朱洪武), 그리고 또 하나는 대륙상가의 막후지배자인 석 대숭(石大崇)! 크크, 네놈은 천자의 아들이거나… 석대숭의 제자이다!"소수성자의 눈이 화등 잔만하게 확대되었다. 그는 의원으로 늘 성공하기만 하였는데, 오늘 밤 처음으로 뼈저린 패배감을 맛보는 것이다. '악마제일화를 잃어버린 원한을 풀기 위해 천하재목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지금 노부에게 중요한 것은…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다.'고금제일의(古今第一醫)를 자처하고, 화타(華陀)와 편작(扁鵲)의 의술을 잡학이라고 조롱했던 소수성자. 그는 일생일대의 위기에 접하기라도 한 듯, 몹시 엄숙한 표정이 되었다. 그는 능조운을 바라보다가 입술을 떼었다. "네놈은 위대한 신체를 지니고 있다. 그러하기에, 노부의 위대한 독술이 네놈에게 자꾸만 실 패하고 마는 것이다.""훗훗……!" "하나, 노부에게는 아직도 비장의 수법이 있다." "……." "그것은 노부가 갖고 있는 소수삼보(素手三寶) 가운데 하나다."소수삼보란 소수성자가 자신 의 목숨과 마찬가지로 아끼는 세 가지 물건이었다. 첫째가 소수마록(素手魔錄). 그 안에는 그가 일생 내내 연구하여 얻은 모든 의술(醫術)과 무공이 세세하게 기록이 되어 있다. 소수성자가 도달한 의술의 경지는 천하제이의 의원이라는 소의화타의 경지를 초월하고 있 다. 그것을 누구보다도 정확한 사실로 인정하는 사람은 바로 소의화타 자신이었다. 의도에서 소수성자는 가히 독보적(獨步的)이라 할 수 있었다. 두 번째의 물건. 그것은 천마각(天魔角)이라는 것으로, 하나의 은빛이 나는 호각이었다. 그것은 악마제일화를 파멸시킬 수 있는 살인 음파를 흘리어 내며, 어떠한 수법에 의해 만들 어진 강시라 하더라도 천마각의 소리를 이겨낼 수는 없다. 또한 금수(禽獸)를 제압하고, 내가기공을 파괴시킨다. 소수성자의 무공이 지금 보다 두 배만 강했더라면, 그는 천마각을 이용해 무림을 정복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마지막 독보(毒寶). 그것이 어떠한 것인지는 소수성자만이 알고 있다. 소수성자는 지금 마지막 보물을 사용하려 하고 있었다. "네놈이 다른 독물의 독은 이겨낼 수 있었으되, 노부가 지금 사용하고자 하는 물건의 독기 를 이겨낼 수는 없을 것이다.""……!" "큿큿… 그것을 쓰면 네놈의 입가에서 그 오만한 웃음이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직 한 방울만으로도……!"대체 어떠한 것이기에 소수성자가 이렇듯 자신하고 있는 것일까?소수 성자는 천천히 촉루마수를 쳐들었다. 일순, 그의 해골만 남은 촉루마수가 허공을 갈랐으며……. 팟-! 촉루마수와는 대조적으로 희고 부드러운 소수(素手)가 촉루마수에 의해 반촌(半寸) 가량 베 어져서 문득 팔뚝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뚝… 뚝……! 한 방울씩 떨어져 내리는 핏물. 놀랍게도 그의 피는 붉은색이 아니라, 녹색이었다. 녹혈(綠血)은 호숫가의 이끼 뒤덮인 바위 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 순간, 바위에 엄지손가락 끝 크기의 구멍 하나가 뚫리며, 매캐한 연기가 위로 피어 오르 지 않는가?"보았느냐? 노부의 피가 얼마나 독한지를? 노부의 선혈(鮮血)은 천하에서 가장 지독한 독이다. 노부의 피가 네놈의 혈관 속으로 흘러 들어간다면 네놈은 그 웃음을 잃어버 리게 될 것이다."소수성자는 천천히 촉루마수를 내밀어, 능조운의 오른팔을 거머쥐었다. 일순 능조운의 팔뚝에도 상흔(傷痕)이 만들어졌으며, 시뻘건 핏물이 뚝뚝 흘러내리기 시작했 다. 소수성자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능조운의 팔뚝에 자신의 소수를 대었다. "네놈의 피는 약혈(藥血)이고, 노부의 피는 독혈(毒血)이다. 두 사람의 피 가운데 기운이 강 한 사람의 피가 이기게 될 것이다."실로 야릇한 대결이었다. 무공의 대결도 아니고, 지혜의 대결도 아니다. 두 사람이 하는 대결은 피의 대결이었다. 일순 상처 부위가 하나로 맞붙었으며, 소수성자의 독혈은 능조운의 동맥(動脈) 속으로 흘러 들기 시작했다. 피는 매우 빠른 속도로 흘러 들어갔다. "……!" "……!" 이상한 침묵이다. 능조운도 말을 하지 않았으며, 소수성자도 말을 하지 않았다. 능조운의 피는 소수성자의 체내로 흘러 들어갔으며, 소수성자가 온갖 독물을 먹고 만든 독 혈은 쉬임없이 능조운의 몸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한 시간 내내 두 사람은 석상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몸에는 실로 기이한 변화가 벌어지고 있었다. 능조운의 얼굴색은 초록색으로 물들었으며, 무시무시한 광채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마치 독인(毒人)이 된 듯, 그의 피부는 새파랗게 물들어 가며 빛을 발하는 것이다. 반면 소수성자의 피부는 눈처럼 희어졌으며, 그의 눈빛은 시뻘겋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