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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 장 초시마신위(初試魔神威) "나참……! 산길이 진도(陣圖)보다 더 복잡한 것은 처음 알았군 그래……" 한 인영이 투덜거리며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남루한 옷차림에 칠흑같이 긴 머리는 아무렇게 질끈 묶어 뒤로 늘어뜨렸다. 나이는 갓 이십 정도, 하지만 그의 용모는 눈이 커질 정도였고, 특히 두 눈은 사람을 빨아들일 듯 신비한 힘을 가진 듯했다. 천하에 그런 눈을 가진 사람이 또 있겠는가? 바로 금마곡을 떠나 온 마무쌍이었다. 기련산은 험하기로 이름높은 산이 아니던가. 금마곡 밖은 구경도 못해 본 마무쌍은 그만 길을 잃고 만 것이다. 천연의 거대함이 어찌 인간이 만든 진도와 같을까. 졸졸졸…… 맑은 계류가 서늘함을 느끼게 하면서 흐르고 있었다. 간간히 부는 산들바람이 이곳이 바깥세상임을 느끼게 했다. 바람자체가 금마곡과는 틀렸다. 마무쌍은 시냇물 몇 모금으로 갈증을 해소하고 그 자리에 앉았다. 길 잃은 정도야 그의 능력으로 대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나, 그는 잠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신주팔대마존을 모해할 간담을 지닌 인물이라면 신주팔대마존에 못지지 않은 대효웅(大梟雄)일 것이 분명하다! 그가 신주팔대마존을 함정에 끌어들인 것이 천하를 위하는 마음에서였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그를 막을 자는 너 밖에 없다! 강호에 나가거든 신산귀유(神算鬼儒)를 찾아라! 네가 내 제자임을 알면 그는 목숨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하나 그는 매우 괴팍한데가 있으니 우선 그의 기를 꺾어야 할 것이다!--- ---그들의 바램대로 네가 마중지존이 되어도 좋다! 하나 네 앞에 꿇어 엎드리는 자가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네게 경복(敬服)하는 진정한 지존(至尊)이 되어라!--- "사부님, 무쌍은 결코 사부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겁니다……" 마무쌍은 앞에 가군자가 있는 듯 중얼거렸다. 갑자기 주위가 타는 듯 붉게 변했다. 노을이 지고 있는 것이다. 오늘따라 노을은 유난히 붉다. 무엇인가를 말하려 하는 듯…… 칠흑같이 짙은 어둠이 사위(四圍)를 지배하고 있다. 산속의 어둠은 유난히 빠르고 또 짙다. 노을이 보인다 싶으면 그 순간 주위는 이미 어둠의 장막에 들어있는 것이다. 폐관(廢觀). 그 어둠 속에 금방 도깨비라도 나을 듯 퇴락한 도관(道觀) 하나가 을씨년스레 서 있었다. 형편없이 허물어진 담장, 무너지다 남은 문에는 잡초가 사람의 키를 덮을 듯 머리를 풀었고 스산한 바람에 날리는 낙엽은 귀기(鬼氣)마저 풍기고 있었다. 대낮이라도 머리 끝이 쭈빗할 것 같은 도관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마무쌍이었다. 그는 태어나 처음보는 완벽한 노을을 구경하다가 그만 해가 꼴까닥 넘어가 버린 것이다. 금마곡은 진세의 영향으로 햇빛마져 완전하지 않았다. 마무쌍은 주위를 둘러보고 혀를 찼다. "이것도 집은 집이니까 밤길 가는 것 보다는 낫겠지……" 마무쌍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도관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등 뒤에 비바람에 시달린 목비(木碑) 하나가 서 있음을 그는 보았는지 못보았는지…… 차관귀역 내자귀보(此觀鬼域 來者歸步)! <이 도관은 귀신 나오는 곳임, 온 자는 발길을 돌리라!> 끼-끼-익-! 소름끼치는 음향과 함께 대전(大殿)의 문이 열렸다. 막 문 안으로 들어서던 마무쌍이 흠칫 하다가 천천히 들어갔다. 무너진 천정의 틈으로 스며든 달빛이 희미하게 대청을 비추고 있었다. 대전 안의 황폐는 극심했다. 먼지가 산같이 쌓였고, 거미줄은 호랑이라도 잡을 듯 했다. 게다가 더욱 소름끼치는 것은 대전의 좌우에 십여 개의 관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어슴푸레한 달빛 속에 드러난 관(棺), 웬만한 사람은 심장이 멎어 버릴 광경이었다. "금방이라도 뭐가 나올 것 같군?" 마무쌍은 태연하게 중얼거리면서 대전 제단쪽에 가 앉았다. 비교적 제단쪽이 깨끗했던 것이다. "후후…… 첫날 밤이 관하고 동무라……?" 마무쌍은 씁쓸히 웃으며 뒤에 있는 관에 기대고 비스듬히 누웠다. 누가 보았다면 감탄할 담력이었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한데, 끼르르…… 괴이한 소리와 함께 심장이 멎을 듯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의 눈 앞에 있는 관들의 관뚜껑이 저절로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열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끼끼…… 끼----이----익----! 고막을 쑤시는 관뚜껑의 열리는 소리는 마치 귀신의 호곡성(號哭聲)인 듯했다. "이건 또 무슨 일이야?" 마무쌍은 가슴이 섬뜩하여 몸을 일으켰다. 끼끼…… 그가 지켜보는 가운데에도 관뚜껑은 계속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마무쌍은 눈도 깜박이지 않고 그것을 지켜보았다. 삽시간에 사방은 음산한 귀기로 가득찼다. 한데, 마무쌍의 등 뒤에 있는 관에서 희끄무레한 귀영(鬼影)이 소리도 없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암흑 속에서 소리도 없이 일어나는 귀영, 그것은 차라리 공포(恐怖)의 극(極)이었다. 끼끼…… 바로 등 뒤의 이 괴변(怪變)을 아는지,모르는지 마무쌍은 눈 앞의 관만 주시하고 있었다. 귀영이 흉측한 미소를 지으며 마무쌍의 등 뒤에서 천천히 두 손을 쳐들었다. 흔적도 기척도 없이…… "애비!" 그 순간, 느닷없이 마무쌍이 몸을 돌리며 두손을 번쩍 치켜들면서 괴이한 외침을 토해냈다. "으--- 악!" 실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사태에 귀신은 혼비백산하여 뒤로 물러나다가 관에 걸려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하하하…… 귀신이 사람에게 놀라다니 기문(奇聞)이로군!" 마무쌍이 크게 웃었다.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이런 육시랄 새끼…… 뭐 이런 게 다 있어?" 귀신이 노기충천하여 입에 게거품을 물면서 덮쳐왔다. 귀신생활 삼십 년에 오늘같은 경우는 처음이었던 것이다. 마무쌍이 환영처럼 반보 물러나며 손을 쳐들었다. 따---악! "아이고!" 귀신이 따귀를 맞고 이번에는 네 발을 하늘로 하고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그때였다. 뚜껑이 열리던 관에서 십여 명의 인영이 솟구쳤다. "제자리에 들어가!" 마무쌍이 낭랑히 외쳤다. "으……" "윽!" 그 말과 함께 몇 마디의 신음이 일어나며 솟아오르던 인영들이 모조리 관 속으로 처박혔다. "이…… 이런 일이……?" 귀신이 두 눈을 부릅떴다. "아직도 모르겠느냐? 본좌는 옥황타귀문(玉皇打鬼門)의 지존이시다!" 마무쌍이 웃으며 귀신에게 다가갔다. 귀신은 사색이 되었다. "왜, 왜 이러는 것이오? 우리와 무슨 원한이 있기에……" "원한? 귀신놀음은 네가 먼저 하자고 하지 않았느냐?" "그…… 그건……" 머리카락을 산발을 한 귀신은 말문이 막혔다. 마무쌍은 냉소했다. "여기서 귀신장난을 해 사람들의 출입을 막은 이유가 무엇이냐?" "무…… 무슨 소리요?" "말하지 않으면 쓴맛을 보여 주겠다!' "죽어랏!" 귀신이 느닷없이 몸을 날리며 마무쌍의 가슴을 후려갈겼다, 마무쌍은 피하지 않았다. 동시에 귀신의 주먹은 마무쌍의 가슴에 격중되었다. 퍽! "으--- 왁!" 참담한 비명과 함께 귀신이 나가떨어졌다. 그의 손은 피떡이 되어 있었다. 아예 으스러져진 것이다. "그런 주먹 가지고 귀신 자격이 있겠느냐?" 마무쌍이 코웃음치며 귀신에게 다가갔다. 도검으로도 상할 수 없는 것이 그의 몸이었다. 귀신의 얼굴에 가득 공포의 빛이 떠올랐다. "다…… 당신은 누구요?" 그 순간이었다. "아악!" "아! 아아…… 아아악!" 처절한 여인의 비명이 어디선가 아련히 들려왔다. "이 밑이군! 이건 무슨 소리냐?" 마무쌍이 미간을 찡그렸다. 귀신은 대답하지 않겠다는 듯이 눈을 감았다. "눈을 떠라!" "윽!" 귀신이 신음과 함께 눈을 떴다. 항거불능의 위력이 마무쌍의 목소리에 담겨 있었던 것이었다. "으! 으으으……" 마무쌍과 눈이 마주친 순간, 귀신은 전신이 경련을 일으켰다. 마무쌍의 눈이 소름끼치게 빛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의 몸에서 뻗쳐나오는 괴이한 기운은 또 어떠한가? "말…… 해…… 라! 말해! 이…… 밑……에……서 무……슨…… 일…… 이…… 벌…… 어…… 지…… 고 있……는……지…… 를!" 천사섭령대법(天邪攝靈大法)이 전개된 것이었다. 귀신의 눈빛이 몽롱해졌다. "과…… 관주가 무공을 연마하고 있습니다." "무공? 무공에 무슨 여…… 자…… 냐?" "여자가 없으면 안되는 무공이라고 합니다. 이미 이십 년 전부터 수백 명의 여자를 잡아와 사용……" 마무쌍은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관주라는 자는 여인을 이용해 악독한 마공을 연마하고 있으며 그것을 은폐키 위해 이곳에서 수하에게 귀신행세를 하게 한 것이었다. "아아악…… 아악!" 또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통로가 어디냐?" "저 구석 관 밑……"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마무쌍의 손이 날았다. 와지끈! 관이 산산조각이나 흩어지며 밑으로 뚫린 통로가 나타났다. 마무쌍의 몸은 한 가닥 연기와 같이 밑으로 사라졌다. 통로는 계단이었고 계단 밑에는 거대한 석문이 가로막고 있었다. 석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마무쌍은 소리도 없이 석문 안으로 스며들어갔다. "음!" 천하의 마무쌍도 그만 그 자리에 굳어지고 말았다. 석문 안은 상당히 넓은 석실이었다. 그러나 여기는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는 지옥도(地獄圖)가 펼쳐져 있었다. 나녀(裸女)! 희멀건 나체를 드러낸 여인들이 마치 물건과 같이 나동그라져 있었다. 한 구석에 쌓이다시피 된 그들의 수효는 대략 이 삼십 이상, 갓 이십 대의 나녀들은 이미 시체였다. 그러나 그 죽은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도록 참혹무비했다. 가슴 떨리는 신비로 감추어져 있던 여인의 비역(秘域)은 완전히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머리마저 박살이 나 뇌수(腦髓)는 간 곳이 없었다. 피비린내가 너무도 진하게 피어났다. 석실의 중앙에는 넓이 이삼 장 가량의 석대가 있었다. 그 위에도 세 명의 나녀가 눈부신 나체를 드러내고 누워 있었다. 한데, 그 나녀들 중 둘의 다리는 하늘로 올라가 있고 그 다리쪽에는 웃통을 벗은 노도사가 앉아 있지 않은가? "으으……" 두 사람의 나녀 중 하나의 몸이 미미하게 꿈틀거리며 미약한 신음을 흘려냈다. 맙소사! 이런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일이 있는가? 이제보니 노도사의 두 손이 그 나녀들의 비역을 뚫고 들어가 있지 않은가! "으흐흐흐……" 노도사가 음산한 웃음을 흘려냈다. 동시에 나녀 둘의 온몸이 윤기를 잃고 잿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노도사가 그녀들의 비역에서 피범벅이 된 손을 꺼냈다. 퍽! 그것과 동시에 나체미녀 둘의 머리가 박살이 나면서 노도사의 손에 희멀건 뇌수가 들려졌다. 쩝쩝거리며 단숨에 그 나녀들의 뇌수를 먹어치운 노도사의 눈길이 마지막 남은 나체의 미녀에게 쏟아졌다. 마지막 나녀의 아름다움은 여타의 나녀를 십 배 능가하고 남음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자의 나신은 이미 아름다울 수 없다. 그런데도 그 나녀의 나신은 황홀할 정도였다. "크흐흐흐…… 이제 이 계집만…… 그러면 음혈사령공(陰血死靈功)이, 으흐흐흐…… 그렇게 되면 천하는 내 것이다!" 노도사는 소름끼치는 음소를 터뜨리며 피로 물든 손을 나녀의 비소(秘所)로 가져갔다. 나체(裸體)의 미녀(美女)! 어둠 속에 빛나는 여체(女體)의 아름다움은 가슴 떨리는 것이었다. 석대에 비스듬히 누운 얼굴은 흐트러진 머리카락에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바로 누웠음에도 조금도 흐드러짐없이 융기한 그녀의 유방이나 격렬하게 조여진 허리, 둥글게 퍼져나간 둔부등 천하에 다시 보기 힘들게 완벽한 여인의 나신은 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남자라고는 맞아본 적도 없는 처녀궁이 상상치도 못할 참혹한 운명에 처해있는 것이다. 노도사는 나녀의 다리를 벌렸다. "크흐흐흐…… 이 계집의 원음(元陰)만 흡취하면 음혈사령공(陰血死靈功)을 대성케 된다! 그러면 나는 천하를……" "천하 이전에 네놈의 목부터 조심해라!" 뼈를 깎을 듯한 차가운 음성이 노도사의 말을 잘랐다. 막 행동에 옮기려던 노도사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관옥같은 얼굴, 만면에 분노의 기색을 떠올린 소년이 그의 뒤 입구에 서 있었다. "웬놈이냐?" 마치 말과 같이 길쭉하게 긴 괴이한 생김의 노도사가 음산히 외쳤다. 흉광이 번뜩이는 그의 눈에는 한 가닥 의혹의 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너에겐 그런 것을 물을 자격이 없다!" 마무쌍이 차갑게 말했다. "뭣이?" 노도사의 눈에서 흉광이 폭사되었다. "크크크…… 건방진놈! 다행히 오늘은 본좌의 신공이 대성하는 날이니 목숨만은 붙여주마! 썩 꺼져라!" "너는 내 목숨을 살려주고 싶은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너를 살려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 마무쌍은 냉랭히 말했다. 그의 기색은 얼음같이 차가왔다. "이런 찢어죽일 놈! 내 오늘 네놈을 신공의 첫 제물로 삼으리라!" 노도사가 두 눈을 부릅떴다. 동시에 그의 온몸이 회색으로 변했다. 한데 괴이하게도 두 손바닥만 금방 선혈이 쏟아질 듯 시뻘겋게 변하는 것이 아닌가? 실로 공포(恐怖)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보는 마무쌍의 맑은 두 눈에는 추호의 동요도 없었다. "아직 두 손이 붉다는 것은 음혈사령공이 십일성임을 말하고, 동시에 그것은 이미 구백구십 팔 명의 여인이 희생되었다는 뜻이지……" 노도사의 안색이 대변했다. "너, 너는 누구냐? 너는 누구이기에 중원의 그 누구도 모르는 음혈사령공을 아느냐?" 마무쌍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마지막 구백 구십 구 명째의 여인은 지극원음(地極元陰)을 지닌 여인이라야 하며, 그러한 체질의 여인은 백 년에 한 명 만나기도 힘들지!" "머, 멈춰라!" 노도사가 소리쳤다. 그는 어이없게도 한순간에 이 괴이한 소년에게서 공포감을 느낀 것이다. 마무쌍은 싸늘하게 웃었다. "너는 지옥사신을 멈출 능력이 있느냐?" 마침내 노도사의 분노가 폭발했다. "건방진 꼬마! 십일성의 음혈사령공으로도 당금 천하를 독보할 수 있다!" 쏴아---- 노도사의 장심에서 시뻘건 기류가 무섭게 쏟아졌다. 찰나, 괴이한 기운이 무섭게 파동쳤다. "큰소리 칠만하지! 소뢰음사 백팔마존공(白八魔尊功)중의 제사위가 바로 음혈사령공이니까!" 그의 몸이 환영처럼 미끄러져 노도사의 음혈사령강(陰血死靈 )을 피했다. 꽈쾅! 석벽 한쪽이 박살이 나면서 진동했다. "쥐새끼 같은 놈! 얼마나 피할 수 있는가 보자!" 노도사가 음산한 괴소와 함께 잇달아 삼장을 떨쳤다. 손그림자가 크게 일어나며 마무쌍에게 시뻘건 기류가 덮쳐갔다. "흥! 네가 소뢰음사의 마공을 배웠다면 그 위에 군림하는 마공이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콰르릉! 마무쌍의 몸이 시뻘겋게 변하며 무서운 마기가 치솟았다. 노도사의 가공할 장세가 퇴로를 봉쇄하며 마무쌍을 덮치는 순간, "천인공노할 노적(老賊)! 구백 수십 팔 명의 원혼(寃魂)이 지하에서 울부짖고 있다! 용서치 않으리라!" 벼락을 때리는 듯한 마무쌍의 외침이 터져나왔다. 그의 몸이 불덩어리로 화해 노도사의 장세 속으로 뛰어들었다. 동시에 한 가닥 섬광과 같은 홍광이 노도사의 장세를 뚫고 들어갔다. 파파팟! 꽝! "으---아--악!" 한 소리 폭음과 함께 처절한 비명이 석실을 진동했다. 같은 순간에 한 인영이 마치 짚단처럼 날아가 석벽에 처박혔다. 금이 간 석벽에서 피떡이 된 한쪽 팔을 움켜쥐고 있는 인영은 바로 노도사였다. "다, 단 일초에 음혈사령공이 파, 파괴되다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부릅뜬 그의 목소리는 떨렸고, 그의 온몸은 공포로 더욱 떨렸다. 마무쌍의 몸에서 피어나던 가공할 마염(魔焰)이 걷히며 그의 모습이 드러났다. "소뢰음사의 반도를 처리키 위한 호사마공(護寺魔功)이 수라분천마염신공이며, 소뢰음사 모든 마공의 최강이 수라분천마염신공이지……" 마무쌍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천천히 공포에 질린 노도사에게 다가갔다. 마무쌍의 말을 들은 노도사는 혼비백산했다. "수, 수라부, 분천마염신공……? 그, 그, 그럼……?" 순간, 노도사의 몸이 벽으로 푹 꺼져 들어갔다. 뜻밖에도 거기에는 비밀통로가 있었던 것이다. "게 서라!" 뜻밖의 사태에 마무쌍은 깜짝 놀라 벼락같이 외쳤다. 차---아---앙! 동시에 그의 허리에서 한 가닥 섬광이 번개같이 뻗어났다. 그 속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라 이미 노도사의 몸을 베고 있었다. "으헉!" 노도사는 이런 쾌검(快劍)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한지라 기겁을 했다. "으악!" 쿵! 한가닥 피보라가 이는 가운데 석벽은 원상복구 되었다. 눈 깜짝할 사이였다. "간교한!" 마무쌍이 이를 갈며 두 눈을 부릅떴다. 그의 손에서 시뻘건 마염(魔焰)이 무서운 기세로 쏟아져 나갔다. 꽈꽝! 일진 폭음과 함께 석벽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비밀통로가 나타났다. 가공할 위력이었다. 통로가 나타나자 거기에는 피떡이 된 팔 하나가 어깻죽지에서부터 잘려져 나뒹굴고 있었다. 노도사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앗다. "뜻밖인데? 이자가 구천섬광마검의 제일초 구천단섬광(九天斷閃光)에 팔 하나만 남겨놓고 도망치다니……" 마무쌍의 안색에 낭패의 빛이 떠올랐다. 그러나 노도사는 당금의 절정고수였다. 그의 음혈사령공이 마무쌍의 수라분천마염신공에 단숨에 파괴된 것은 수라분천마염신공이 그것의 극성이기 때문이었고 마무쌍의 공력이 삼백 년에 가까운 가공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마무쌍이 그를 다른 무공으로 상대했다면 그토록 간단히 처리할 수는 없었으리라. 마무쌍이 극성(剋性)인 마공을 가지고도 노도사를 단숨에 죽여버리지 못한 것은 그의 수라분천마염신공이 아직 칠성수준이기 때문이다. 그의 수라분천마염신공이 아직 칠성수준임은 공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시간의 부족으로인한 것이었다. "ㄴ 너를 놓친다면 마무쌍이 될 수 없지!" 마무쌍이 막 몸을 날리려는 순간이다. "아……아…… 으음!" 애 끓는 듯한 농염(濃艶)한 신음이 마무쌍의 발을 잡았다. 석대 위의 나체여인이 미미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고개를 돌린 마무쌍은 눈부심을 느꼈다. 풀어헤쳐진 머리에 가리워진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으나 드러난 앵두빛 입술은 타는 듯 붉었고, 살짝 벌어진 입술 속의 치아는 눈이 시릴 듯 희었으며, 갸름한 턱의 선은 천하의 모든 부드러움이 집중된 듯했다. 어깨에서 이어진 호선(弧線)은 풍만한 가슴에 이르러 더욱 미묘함을 더했고, 바로 누었으매도 전혀 흐트러지지 않는 유방에 맴도는 호선의 유혹은 폭발적이었다. 게다가 노도사가 벌려놓은 두 다리로 인해 여인의 그 신비역(神秘域)은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으며, 그곳은 이미…… "지독하게 아름답군!" 마무쌍이 신음했다. 천하제일이라는 천마요희의 나신을 수없이 본 그였다. 그러나 이 여인의 나신 또한 그녀에 못지 않았다. 아니, 남자의 손길을 모르는 그녀의 나신은 오히려 신선(新鮮)한 것이었다. "으--- 음! 아아---" 여인이 또 다시 신음하며 미미하게 몸을 꿈틀거렸다. 동시에 백옥같던 그녀의 몸이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신비역에서…… 마무쌍이 눈살을 찌푸렸다. "체내의 모든 원음(元陰)이 음부로 모이도록 최정사혼향( 精死魂香)을 썼군……" 최정사혼향( 精死魂香)은 오대춘약(五大春藥) 중에서도 가장 악독한 것이다. 일단 중독된 사람은 체내의 모든 원정(元精)을 단 한 번에 발산하고 죽어가야 했다. 해약도 없다. 이성과 관계해도 원정을 모두 빼앗기고는 페인이 된다. "내가 간다면 그사이에 이 여인은 모든 원음지기를 쏟아내고 죽고 말 것이다!" 마무쌍은 노도사를 쫓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음혈사령공이 파괴된 이상 새로 연마할 수는 없겠지!" 마무쌍은 여인에게 다가갔다. "최정사혼향을 해독할 능력을 가진 사람은 천하에 단 두 사람 뿐인데 당신은 참으로 운이좋소." 마무쌍은 담담히 중얼거렸다. 그러나 내뻗는 그의 손길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마무쌍의 손은 쥐어잡듯 여인의 비역을 덮었다. 눈을 감았다. 퉁퉁…… 가슴이 뛰었다. 손바닥에 와 닿는 그 괴이한 느낌은 그의 피를 들끓게 하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신색은 별 변함이 없었다. 천하의 구대고수에게 키워진 그가 아니던가? 마무쌍은 길게 숨을 들이키며 천마요희의 소녀표향신공(素女飄香神功)을 일으켰다. 그의 몸에서 한 가닥 담담한 향기가 피어나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마무쌍의 손이 축축히 젖어들며 여인의 원음지기가 그의 몸 속으로 빨려들기 시작했다. 잠시 후, 여인의 붉게 달아올랐던 몸이 완전히 백지장과 같이 창백하게 변했다. 보는이로 하여금 공포스럽기조차 할 정도로 여인의 온몸이 희고 거칠게 변한 것이다. 마무쌍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것인가? 설마 그가 노도사처럼 여인의 원음을 흡취하기라도 하는 것일까. 순간, 여인의 온몸이 다시 천천히 윤택을 되찾기 시작했다. 거의 멈추어지는 것 같던 가슴의 기복도 커지면서, 풍만한 가슴은 다시금 터질 듯한 매력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그에 비례해 마무쌍의 안색이 창백해지는 것 같더니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아…… 으음……" 여인이 기이한 신음을 토하며 벌렸던 두 다리를 오므렸다. 탄력있는 허벅지의 감촉이 느껴졌다. 순간, 마무쌍의 몸이 부르르 떨리더니 눈을 떴다. 동시에 나머지 그의 한 손이 그녀의 가슴을 눌렀다. 타는 듯 뜨거운 기운이 물밀듯 그녀의 몸 속으로 들어갔다. "아---악!" 한 마디 비명과 함께 여인이 번쩍 눈을 떴다. 잠시 얼떨떨한 상태였던 여인은 자신의 가슴과 가장 중요한 곳이 침범받고 있음을 알고는 대경실색했다. 그러나 몸을 움직일 수는 없었다. "이, 음적! 소, 손을 치우지 못하겠느냐?" 여인이 자지러지게 다급한 비명을 질렀다. '한 번만 더 소리치면 나도 당신을 구할 수 없소!' 냉담한 전음이 그녀를 소스라치게 했다. 그제서야 마무쌍과 그녀의 눈이 마주쳤다. 뜻밖에도 그녀는 십 칠팔 세 가량의 앳된 소녀였고, 그 미모 또한 몸매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절색(絶色)이었다. '의모(義母)만한 미색은 천하에 없으리라고 하더니 이 소녀는 그녀에 못지 않군!' '아---! 저토록 맑은 눈을 지닌 사람이 있다니!' 소녀는 아득한 심연에 빠져드는 느낌에 넋을 잃었다. 다음 순간, 그녀의 온몸이 타는 듯 뜨거워지는 것 같더니 마무쌍의 음성이 들려왔다. "이젠 됐소. 불편한 곳이 없는가 살펴보시오." 어느 새 마무쌍이 몸을 돌리고 서 있었다. 몸이 움직여졌다. 소녀는 쫓기듯 일어나 두 손으로 몸을 가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처참한 여인들의 시체가 막바로 눈에 들어왔다. "악!" 혼비백산한 소녀는 주춤 물러나다가 그만 석대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순간, 그녀는 구름을 탄 기분이 되었다. 마무쌍이 그녀를 안아든 것이다. "어디 불편한 데라도 있소?" 마무쌍이 물었다. "……" 소녀는 고개를 숙이고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몸을 움츠렸다. 그것은 마무쌍의 품 속으로 파고드는 꼴이었다. 마무쌍은 이내 그녀의 가슴이 쿵쾅거리는 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마무쌍은 덩달아 가슴이 뛰며 숨이 가빠옴을 느꼈다. 너무도 아름다왔다. 고개 숙인 모습이 그러했고, 한 손으로 다 가리지 못해 넘쳐나온 젖가슴이 그러했으며, 손가락 사이로 은은히 보이는 비림(秘林)이 그러했다. 그의 우람한 팔에 걸쳐져 뻗어내린 종아리선의 눈부신 매끄러움이 또 그러하였다. 마무쌍은 눈을 감았다. 자신을 억제키 어려울 정도였기 때문이다. "내, 내려주세요……" 그때 소녀가 떨리는 음성으로 기어 들어가듯 말했다. "괜찮겠소?" "예에……" 기어들어가는 대답, 마무쌍이 팔을 풀자 소녀는 덜덜 떨리는 손길로 황급히 옷을 입었다. 다행히 옷이 부근에 있었던 것이다. 그 와중에도 옷이 어디 있는지 대번 찾을 수 있음은 실로 여인의 신비였다. 감히 눈도 뜨지 못하는 것 같은 상황에서 옷이 어디 있는지 알아둔 것이 아닌가. 옷을 다 입자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등을 보이고 선 마무쌍에게 떨리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저…… 소녀의…… 목숨을 구해주신 은…… 혜 무엇으로 갚아야 하올지……" 마무쌍은 몸을 돌렸다. 그녀의 옷은 마구 찢겨져 속살이 은은히 노출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의 절속(絶俗)한 아름다움을 가릴 수는 없었다. 오히려 더욱 뇌쇄적이라 할까. "그 많은 여인들이 처참히 죽어갔는데 유독 소저만 횡액을 면했으니 그것은 아마 하늘의 뜻일 것이오. 내게 감사할 필요는 없소!" 마무쌍은 담담히 말했다. 소녀는 주위를 둘러보고 새삼 몸서리를 쳤다. "그 마면귀령관(馬面鬼靈官)은 어찌 되었나요?" "그 귀신 말이오? 도망갔소. 하지만 팔 하나는 남겨두고 갔으니 더 이상 나쁜짓은 못할 것이오." 마무쌍은 노도사의 팔을 가리켰다. 소녀의 안색에 경악의 빛이 가득 떠올랐다. "소…… 소협께서 그를 쫓았단 말이예요?" 마무쌍은 희미하게 웃었다. "거짓말 같소? 소저를 치료해야 하지 않았다면 그는 팔하고 이별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오." 놀란 빛으로 마무쌍을 쳐다보던 소녀는 그의 미소를 보자 멍청해지고 말았다. '세상에! 저런 신비한 미소가 있다니……" 그녀는 마무쌍의 얼굴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선천인심소(先天引心笑)! 천마요희가 마무쌍에게 심어놓은 웃음의 위력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것은 마공도 아니었다. 마무쌍이 가진 웃음의 위력인 것이다. |
첫댓글 잼 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