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6.08.17. 12:50 작성 이병호(xinchon)
한겨레 원문보기: 대입 개편안, 내년 3월 공표는 이르다 [왜냐면] 차정인(가운데) 국가교육위원장과 최교진(맨 오른쪽) 교육부 장관이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교육부·국가교육위·문체부·국가유산청 등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과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내신 평가에 서술·논술형 평가 문항을 도입하고 평가 체제를 절대 평가로 전환하는 내용의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안을 올 하반기 대국민 공론화를 거쳐 내년 3월 공표하겠다고 밝혔다.
업무보고를 받은 이재명 대통령은 5지 선다 등 객관식 평가 방식의 문제점과 개선에는 동의하지만, 새로운 사교육을 유발할 가능성과 제도의 혼란 가능성을 언급하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이번 국교위와 교육부의 대통령 업무보고는 윤석열 전 정부의 ‘무늬만’ 국가교육위원회와 비교하면 매우 큰 발전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교위 대학입학제도 특별위원회가 출범한 지 1년3개월여 만인 내년 3월, 내신과 수능의 평가 방식과 표기법 등을 포함한 새로운 대학입시 개편안을 발표하는 것은, 한국 교육정책사에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짧은 시간에 대학입시 개편안을 발표하는 것으로, 1970~80년대 잦은 입시 개편으로 큰 혼란을 초래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국가 교육과정 개정은 평소 교육과정 학자와 연구자들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본격적인 개정에는 보통 2~3년이 걸린다. 국가 교육과정 개정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는 대학입시 개편안은 훨씬 많은 연구 개발 및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2000년 초 고교 내신 성적 표기 방식이 오직 절대평가만을 하자 전국의 많은 고교에서 이른바 ‘점수 부풀리기’(교사가 학생들에게 점수를 가능한 후하게 주는 것) 현상이 벌어졌다. 이 현상에 많은 대학들이 신입생 선발에 내신 성적을 반영하지 않거나 최소화하였다. 대학은 신입생 선발 시 ‘고교 등급제’와 같은 입시정책을 펼치기도 하였고, 수능 반영 비율 확대와 대학별 고사 중시 정책 등을 펼쳤다. 이런 이유로 내신과 수능의 성적 표기는 고교 교육과 대학의 신입생 선발 두 기능을 고려하고, 현재와 같이 과목의 특성을 반영하여 절대평가 또는 절대평가·상대평가 병기가 필요하다.
수능에 서술·논술형 평가 문항을 도입하는 것도 여러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현재 수능이 끝나면 교육부는 바로 정답을 발표한 후 이의 신청을 받는다. 이의신청 심사를 거쳐 최종 정답을 확정하고, 오엠알(OMR) 카드에 작성된 수십만 응시생의 답안지를 컴퓨터로 채점해 수능 20여일 후(지난해 기준) 수험생에게 성적표를 전달한다. 그런데 서술·논술형 시험을 채점하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까? 1차 인공지능 채점을 사람이 2차 점검한다고 객관성, 공정성, 신뢰성,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참고로 2026학년도 대입 전형에서 4년제 대학 모집 인원은 34만여명이었고, 응시자는 49만여명이었다. 이중 논술 입학 전형을 치른 대학은 44개 대학으로 선발 학생수는 1만2천여명이었다. 대학별 고사로 논술 전형을 치른 대부분 대학의 수험생들은 수능 후 논술 전형을 치렀으며, 기본적으로 해당 대학 교수들이 논술 채점을 했다.
국교위와 교육부의 이번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은 지난해 큰 논란이 된 고교 학점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매우 큰 국가 교육 문제이다. 따라서 국교위와 교육부는 내년 3월까지는 연구 용역 결과와 국민 여론에 대한 중간보고 형태를 취하고, 2029년 말경으로 추정되는 차기 개정 교육과정 고시 때, 개정 교육과정과 함께 고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병호 | 남북교육연구소장·‘북한교육과 평화통일교육’ 저자 남북교육연구소장. 교육학 박사. 북한연구학회 부회장. 한국통일교육학회 부회장. 통일부 '평화통일교육개혁 TF' 위원. 교육대개혁 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교육대개혁국민운동본부 평화공영교육센터장. 전 고려대 교대원 초빙교수. 논문 - 교과교육과정기준 개선에 관한 연구(2008) 외. 저서『북한교육과 평화통일교육』(2025) xinch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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