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새 하나
심억수
당신과 함께 걷는 인생길
숨결 따라 촉촉이 번지는 계절
바람에 퍼져가는 지난 추억
차갑고도 순수한 가을빛 아래
숨죽인 시간마저 머뭇거리는 순간
마지막 춤추는 빛바랜 나뭇잎
끝이 아닌 시작의 문턱 가을
당신과 나 사이 시간의 들녘
우리 이야기 건네는 잎새 하나
해바라기
심억수
햇살의 하품 사이로 까치발 드는
당신 향한 끝 모를 가슴앓이
바람의 간지럼에 세상이 흔들려도
그대 향한 믿음 한 줄기 빛으로 남아
당신의 눈길 닿길 바라며
아직 다 익지 않은 꿈들 알알이 세는
부서질 듯 어설픈 사춘기 설렘
존재의 작고도 넓은 바다 한가운데
가슴 깊이 가라앉은 푸석한 기다림
흔들리지 않은 애틋한 침묵
삶의 의미로 보듬은 나의 시간
고목
심억수
떠나간 잎새들의 애잔한 서사
깊이 내려앉는 고요한 침묵
말없이 여물어 흔들리지 않는
안으로 다스린 세월
외면의 소용돌이 당당히 맞선
홀로 삼킨 지난 기억들
계절 다독이며 밤을 안는
붉은 노을 드리워진 서쪽 하늘
끝맺음이 아닌 또 다른 시작
어제와 또 다른 오늘의 힘찬 노래
고독 속에 피어난 삶의 자취
가지 끝 작은 생명 잉태하는 고목
士峰 심억수 시인
등단: 《문예한국》(2001)
저서: 시집 『물 한 잔의 아침』,수필집 『여물지 않은 곡식은 버려진다』, 『억수로 좋은 날』
수상: 청주문학상, 문학저널창작상, 충북우수예술인상 외 다수
문학활동: 청주문인협회장, 중부문학회장, 충북시인협회장, 충북시사랑 회장 역임
10회 청주공예비엔날레 문학감독 겸 대표감독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