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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살인제황의 탄생
분지(盆地).
태양 빛이 쏟아지고 있다.
삭막한 바람만이 떠도는 죽음의 대지(大地).
그곳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서궁장청과 다골래!
문득 서궁장청이 차분히 입을 열었다.
"이제 무엇을 할 차례이오?"
다골래의 눈에서는 예의 번갯불 같은 정광(精光)이 혁혁하게 쏟아
져 나오고 있었다.
"앞으로 소공자를 따르게 될 일천의 냉혈전사(冷血戰士)들을 보는
일만이 남았을 뿐입니다."
"일천의 냉혈전사!"
"바람의 성, 객리습아가 키워낸 위대한 패혼(覇魂)의 승부사! 그
들은 앞으로 태양천자가 되실 소공자와 함께 황금연횡십삼주(黃金
聯橫十三州)의 신화를 재현할 무적투사(無敵鬪士)들입니다."
"그들은 어디에 있소?"
"이제 곧 보시게 될 것입니다."
다골래의 말이 끝나는 순간, 주위에 기이한 기운이 일기 시작했다.
츳… 츠으으―!
그 기운은 바람마저 차단하며 이내 거대한 무형의 벽(壁)을 형성
했다.
위대한 기운.
그것은 지상에서 가장 강한 냉혈의 승부사 냉혈전사의 몸에서 뿜
어지는 패도의 기운이었다.
그 패도의 기운과 함께 검은 해일이 밀려들듯 무수한 검은 그림자
들이 주위로 밀려들기 시작했다.
소리도, 기척도 없다.
검은 안개.
꾸역꾸역 피어 오르는 검은 안개처럼 나타나는 검은 그림자들.
머리 위에는 흑색철립(黑色鐵笠)을, 옷은 흑색무복(黑色武服)이고
등에는 바람에 펄럭이는 흑색피풍의(黑色避風衣)를 걸쳤다.
손에는 흑색장검을 불끈 쥐고 있고, 각반과 가죽신발 역시 온통 먹
물 같은 검은 빛 차림인 일천 무사(一千武士)들.
그들은 검은 해일이 밀려들듯 동서남북(東西南北)에서 날아들었
고, 서궁장청과 다골래 주위를 완전히 뒤덮으며 낮게 부복했다.
서궁장청의 눈에 기이한 열기가 일렁였다.
'피와 죽음으로 조련된 냉혈전사군단(冷血戰士軍團)! 이들의 몸에
서 풍겨 나오는 패도의 기운만으로도 질식할 것 같다. 너무 강해!'
이 얼마나 공포스러우면서도 장엄한 광경인가?
훗날 냉혈무정군단(冷血無情軍團)이라 불릴 일천(一千)의 냉혈전
사.
그들이 수천 년의 세월을 깨고 마침내 실체를 드러내는 순간이었
다.
"이들은 이제부터 소공자의 주위를 맴돌 것입니다. 그림자(影)처럼
소리 없는 검은 안개(黑霧)가 되어 태양천자인 소공자와 함께할 것입
니다."
다골래의 음성은 미미하게 떨려나왔다.
서궁장청의 그림자.
소리 없는 검은 안개 냉혈무정군단(冷血無情軍團)!
서궁장청은 천천히 팔짱을 꼈다.
그는 결코 기쁜 표정이 아니었다.
"번거롭겠군."
"숙명(宿命)입니다."
서궁장청은 부복한 일천의 냉혈전사들을 조용히 굽어보며 말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무엇이오?"
"바람의 성의 신화는 이제 끝났습니다. 이제 침묵의 탑(塔)에 드실
차례입니다."
"침묵의 탑이라……."
"가시지요."
두 사람은 걸음을 떼어놓았다.
냉혈무정군단(冷血無情軍團).
일천의 냉혈전사들도 소리 없이 사라져갔다.
― 황금연횡십삼주(黃金聯橫十三州)의 모든 제황과 전사들은
죽게 되면 풍장(風葬)을 하게 됩니다.
― 연후 그 유골(遺骨)인 풍골(風骨)은 풍골납당(風骨納堂)인
침묵의 광장에 안치되고 모든 유물은 위패(位牌)와 함께 침묵의 탑에
보관됩니다.
― 침묵의 탑! 그곳은 황금연횡십삼주(黃金聯橫十三州)의 모
든 제황들의 유품(遺品)을 모신 황금연횡제황탑(黃金聯橫帝皇塔)입니
다.
곧 침묵의 탑은 황금연횡십삼주(黃金聯橫十三州)의 모든 신비를 함
께하고 있습니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침묵의 탑에는 황금연횡십삼주(黃金聯橫十三州)
의 모든 절대기학(絶對奇學)과 신병이기(神兵異器), 무가지보(武家至
寶)들이 있다 합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알지 못하게 그 신비를 감추고 묵묵히 서 있기에
침묵의 탑이라 일컫게 된 것입니다.
싸아― 아―! 휘류류류륭―!
사막의 바람이 부는 언덕.
그곳에는 하나의 광장(廣場)이 있었다.
미친 듯한 사풍(沙風)만이 떠도는 황량한 광장이었다.
싸아아― 아―! 휘류류륭―!
그곳에서 두 사람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런데 눈앞에는 기이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적단(赤壇)!
두 개의 돌 받침이 있는 붉은 고인돌 위에는 한 구의 시신(屍身)이
놓여 있고, 수십 마리의 흰 독수리가 시신에 달라붙어 살을 쪼고 있
었다.
팍! 파팍! 팍!
흰 독수리의 부리가 시신에 박힐 때마다 시신은 걸레처럼 찢겨져
나갔다.
실로 끔찍하고도 공포스러운 광경이었다.
돌연 서궁장청의 눈에 은은한 경악이 스쳤다.
"사막의 영물(靈物) 백우신악(白羽神 )이……?"
백우신악(白羽神 )!
사막의 흰 독수리.
사막에서 가장 신성한 영물로 사막인들에게는 가히 신적인 경의를
받는다.
이 세상의 조류(鳥類) 중 가장 높이, 그리고 멀리 날며 가장 빠르
다.
그 예리한 발톱과 부리는 아무리 강한 쇳덩이라도 갈가리 찢어발
긴다.
흉폭함과 강인함에도 역시 천하영물 중 으뜸을 차지한다.
특히 백우신악의 깃털 백우령은 금강불괴지신조차 꿰뚫는 천연의
암기라 하여 최상의 무가지보로 꼽힌다.
그러나 이 백우신악은 이미 오래 전에 멸종되었다 전해졌었다.
서궁장청이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이미 오래 전에 멸종되었다고 전해지는 희세의 영물 백우신악이
바람 부는 광장에서 시신을 뜯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수십 마리가 떼를 지어 있지 않은가.
다골래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흰 독수리에게 죽은 시체를 공양하는 저 장례 의식(葬禮儀式)을
풍장(風葬)이라는 것입니다."
"풍장?"
"황금연횡십삼주(黃金聯橫十三州)만이 지닌 고유의 장례 의식입니
다."
"으음……."
"백우신악(白羽神 )은 황금연횡십삼주(黃金聯橫十三州)가 숭배하
는 신성한 영물로 고독한 패도좌(覇道座)의 길을 걷는 창공(蒼空)의
왕자입니다."
"으음……."
"살아서도 용맹한 전사였지만 죽어서조차도 창공의 왕자인 백우신
악(白羽神 )처럼 용맹한 전사의 혼(魂)을 간직하라는 뜻이 담겨 있
습니다. 저 풍장이란 예식은 죽어간 전사에 대한 최고의 예식! 저 의
식이야말로 전사로서 최고의 영광입니다."
비록 사풍만이 떠도는 황량한 광장이었으나 바닥은 투명하고 희귀
한 천산백리석(天山百白里)이었다. 그 속에 풍장을 한 유골이 담긴
항아리가 놓여 있었다.
다골래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 풍골들은 황금연횡십삼주(黃金聯橫十三州)의 조사(組師)들 중
가장 뛰어난 전사들의 유골입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하나의 석탑(石塔) 앞에 이르렀다.
수천 년의 황량한 사풍 속에서도 의연히 버티고 선 거대한 석탑.
그것은 잊혀진 역사의 계절을 침묵으로 지켜온 침묵의 탑이었다.
서궁장청은 석탑의 시선을 고정시킨 채 물었다.
"이곳을 여는 방법은?"
"태양의 새가 그 열쇠입니다."
"태양의 새. 태양화작조가……?"
일순간 서궁장청은 무엇인가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침묵의 탑.
그 한쪽 석면에 태양화작조와 비슷한 형상이 음각(陰刻)되어 있었
던 것이다.
비록 숱한 세월의 사풍으로 인해 그 형상이 완전하지는 않았으나
분명 태양화작조의 형상이었다.
서궁장청은 품속에서 유리조인 태양화작조를 꺼내 들었다. 이어
태양화작조의 형상이 음각된 석면에 태양화작조를 끼워 넣었다.
그 순간 굉량한 마찰음과 함께 침묵의 탑이 서서히 한쪽으로 밀려
났다.
구그그긍―!
그리고 침묵의 탑이 있던 자리에는 하나의 암혈(暗穴)이 모습을
드러냈다.
암혈 속으로는 끝이 없는 백색 계단이 나 있었다.
처음으로 미미한 흥분이 서궁장청의 전신을 휘감았다.
황금연횡십삼주(黃金聯橫十三州)의 모든 제황들의 유품이 간직되
었다는 침묵의 탑의 기연(奇緣).
드디어 그 거대한 신비가 옷을 벗는 순간이었다.
"들어가시지요."
서궁장청은 묵묵히 침묵의 탑 안으로 걸음을 옮겨갔다.
그가 막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구구구구구궁―!
침묵의 탑은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러나 다골래는 언제까지고 제자리를 뜰 줄을 모르고 있었다.
"드디어 방랑과 기다림의 세월은 끝났다. 남은 것은 삭막한 이곳을
떠나 태양천자와 함께 천하에 황금연횡십삼주(黃金聯橫十三州)의 신
화를 꽃 피우게 하는 일뿐이다."
다골래의 불타는 눈은 창공으로 서서히 옮겨졌다.
"풍요의 대지(大地), 대중원(大中原)! 그곳에서 태양천자를 맞으리
라."
다골래는 걷는다.
저벅… 저벅…….
힘찬 발걸음이다.
下巨步)의 발걸음이었다.
뚜벅… 뚜벅!
침묵의 탑(塔).
서궁장청은 그 마지막 계단을 막 내려서고 있었다.
백금전(白金殿)!
서궁장청이 내려선 곳은 온통 백금(白金)으로 뒤덮인 거대한 궁성
(宮城)이었다.
벽, 기둥, 천장 할 것 없이 모든 구조물은 거의 대부분이 백금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단지 바닥만이 희귀한 백수정(白水晶)이었다.
번쩍! 버― 언쩍―!
백수정으로 만들어진 바닥으로부터는 가히 눈이 멀어버릴 듯한 휘
황찬란한 광채가 폭사되어 나오고 있었다.
장식물은 거의 없었다.
거대한 백색의 궁성은 뜻밖에도 텅 비어 있었던 것이다.
<황금연횡제황천단(黃金聯橫帝皇天壇)―!>
서궁장청은 하나의 대전(大殿) 앞에 이르러 있었다.
"제황천단… 이곳은 하늘이나 제황의 제사(祭祀)를 지내는 곳인
모양이군."
그러나 그곳 역시 텅 비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단지 정중앙에 거대한 제단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제단.
원형의 자수정관(紫水晶棺)이 있고 그 안에는 한 사람이 입을 수
있는 은은한 광택을 뿌리는 흑금(黑金)의 의관(衣冠)이 걸려 있었다.
그 옆에는 하나의 벽화가 걸려 있고 그 밑으로 역시 흙빛의 광채
를 뿌리는 기다란 흑궤(黑 )가 놓여 있었다.
서궁장청은 주위를 한차례 둘러보다가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훗―! 무언가 있을 것 같았는데… 예상 밖이군."
그는 제단으로 천천히 올라섰다.
"이토록 화려한 궁성에 단 한 사람의 제단이라… 누군지 모르지만
가히 막강한 위세와 호강을 누리는군."
서궁장청이 멈춰진 곳은 한 폭의 벽화 앞이었다.
벽화에는 흑색전포(黑色戰袍)를 걸친 한 중년인(中年人)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때였다.
벽화를 응시하던 서궁장청의 시선이 그만 딱딱하게 굳어지고 말았
다.
난생 처음 느껴 보는 거대한 충격의 소용돌이가 그의 전신을 강타
한 것이다.
벽화의 인물은 뒷짐을 진 채 황혼의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청수한 모습의 중년인이었다.
황혼의 노을만큼이나 고독한 중년인.
그러나 이러한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문제는 황혼의 지평선을 바라보는 중년인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였
다.
눈은 고독과 우수에 촉촉이 젖어 있으면서도 싱긋 하얀 이를 드러
낸 싱그러운 미소.
그것은 서궁장청의 미소와 똑같은 미소가 아닌가!
살인소(殺人笑)!
그것은 그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살인제황의 하얀 미소, 바
로 그것이었던 것이다.
서궁장청은 그 미소에 빨려들었다.
그리고 벽화 속의 인물이 자신을 수천 년 동안 기다려 온 것 같은
기이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그것은 수천 년의 시공(時空)을 뛰어넘는 숙명적인 이끌림과도 같
은 것이었다.
문득 서궁장청은 웃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은 누구이기에 이렇게 제 마음을 잡아끄
는 것입니까?"
벽화는 말이 없다.
그러나 벽화 속의 중년인이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 글쎄… 그저 너를 기다린 고독한 무인일 뿐이다.
"훗! 왜 저를 기다렸죠? 무엇 때문에?"
서궁장청은 흡사 살아있는 사람에게 말을 하듯 물었다.
이때 서궁장청의 발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흑궤.
검은 태양(黑太陽)의 문양(文樣)이 박혀 있는 길다란 흑궤가 열려
져 있었다.
그 안에는 예의 검은 태양의 문양이 박힌 한 권의 서책(書冊)과 두
툼한 서찰이 들어 있었다.
서궁장청은 먼저 서찰을 집어들었다.
<황금연횡십삼주(黃金聯橫十三州)의 마지막 황금제황(黃金帝皇)
사로극(査路克)!>
"황금제황 사로극!"
서궁장청의 눈이 이채를 발했다.
그는 한 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서신에 면면히 깔려 있는 어떤 통분(痛憤)과 한(恨)이었다.
<황금연횡십삼주(黃金聯橫十三州)는 제국과 제국을 잇는 지리적
여건과 비옥한 토지… 대륙에서 황금과 비교될 수 있는 소금산 등
무진장한 자원의 풍부함으로 천하에서 가장 문물이 발전하였다.
그야말로 축복 받은 대지였던 것이다.
그러나 하늘의 재앙으로 비가 내리지 않아 천형(天刑)의 땅, 사막
이 되니 그 뛰어난 문물이 무슨 필요 있겠는가!
하지만 황금연횡십삼주(黃金聯橫十三州)는 이미 하늘의 재앙을 알
고 있었다.
하여 다른 제국의 땅으로 이주(移住)하기 위해 주위의 제황들에게
구원의 요청을 청하였다.
물론 황금연횡십삼주(黃金聯橫十三州)는 그만한 대가를 지불할 것
을 약속하였다.
그들은 승낙했다.
당시 황금연횡십삼주(黃金聯橫十三州)는 태양의 제국(帝國)이라 일
컬어지던 천하최강(天下最强)의 제국!
수많은 제국들은 황금연횡십삼주(黃金聯橫十三州)의 평화의 요청
을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황금연횡십삼주(黃金聯橫十三州)는 평화의 제국!
우리는 그들을 믿었다.
그런데 한 가지 가공할 음모가 진행되고 있었다.
태양의 제국 황금연횡십삼주(黃金聯橫十三州)를 질시하고 두려워
하던 수많은 제국들은 서로 동맹을 맺어 우리들을 일시에 몰락시키
려 한 것이다.
그러한 음모는 이행되고 말았다.
황금연횡십삼주(黃金聯橫十三州)가 약속된 대지(大地)로 대이동을
하는 날에……!>
태양의 제국, 황금연횡십삼주(黃金聯橫十三州)!
그 위대한 신화가 몰락한 전모가 마침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속수무책이었다.
아무런 준비를 갖추지 못한 황금연횡십삼주(黃金聯橫十三州)는 몰
락을 당하고 말았다.
강하면서도 평화를 사랑했기에 그들을 믿었건만 이것이 평화에 대
한 보답인가?
태양이 쏟아지는 사막에서 피를 뿌리고 쓰러져 간 황금연횡십삼주
(黃金聯橫十三州)의 영령(英靈)들이여!
죄 많은 본황(本皇)을 용서하소서.
본황은 너무도 처절한 한(恨)으로 인해 자진하지도 못하고 이곳에
이르렀다.
바로 훗날을 기약하기 위해서!
태양의 제국 황금연횡십삼주(黃金聯橫十三州)의 영광(榮光)을 구현
할 그대를 기다리기 위해서!
바로 운명의 시대를 열 그대를 위해서!>
<하늘이 열리고 땅이 형성된 후 이 지상에는 가장 막강한 힘을 지
닌 여덟 개의 산화(神話)가 있다.
팔황절대좌의 신화!
본황은 깨달았다.
황금연횡십삼주(黃金聯橫十三州)를 몰락시킨 힘이 바로 팔황절대
좌의 세 힘이었음을…….>
"팔황절대좌의 세 힘이라고!"
서궁장청은 해연히 놀라고 말았다.
그것은 실로 뜻밖의 사실이었다.
황금연횡십삼주(黃金聯橫十三州)를 무너뜨린 힘이 바로 팔황절대
좌의 세 힘이었다니……!
서궁장청은 급히 다음 글을 읽어 내려갔다.
<얼어붙은 동토(凍土)의 땅 북방(北方)의 신화 북림삼자단(北林三
字團).
황량한 황토의 땅 대황야(大荒野)의 신화, 삭풍의 연합노선(聯合路
線) 적군팔로선(赤軍八路線).
바다의 신화 해천밀역(海天密域)!
이 세 힘은 막강했다.
그 힘은 팔황절대좌의 하나인 황금연횡십삼주(黃金聯橫十三州)처
럼 한 제국을 형성하고 지켜주는 근원이었다.
본황은 그 힘이 황금연횡십삼주(黃金聯橫十三州)의 힘으로 깨뜨릴
수 없는 절대의 철옹성임을 깨달았다.>
이로써 마침내 팔황절대좌의 모든 이름이 드러나고, 서궁장청의
눈엔 은은한 경악이 떠돌고 있었다.
"대황야의 신화 삭풍의 연합노선 적군팔로선(赤軍八路線)! 그것은
몽고족이 천하를 정복하는데 가장 주축을 이룬 힘이라 들었는데
……!"
삭풍의 연합노선 적군팔로선(赤軍八路線)!
천하에서 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천하를 정복하고 대원제국을 이룩한 몽고족의 신화!
천하에서 가장 막강하고 잔혹한 피(血)의 무적신화(無敵神話)가 아
니던가!
"그리고 북방(北方)의 신화 북림삼자단(北林三字團)은 과거 대원제
국에 몰락한 대송제국을 유린한 북방의 인물들이 신(神)처럼 추앙하
는 북방의 성전(聖殿)인데……!"
서궁장청의 얼굴에 곤혹감이 스쳤다.
"황금연횡십삼주(黃金聯橫十三州)의 힘이 아무리 막강하다 한들
이 두 힘을 상대키에는 좀 어렵겠구나."
그렇다!
그의 예측은 사실이었다.
황금연횡십삼주가 사막 속에 묻혀 있는 동안, 대황야의 신화 삭풍
의 연합노선 적군팔로선(赤軍八路線)은 천하를 정복하여 대원제국을
형성하고 있었다.
또한 북방의 신화 북림삼자단(北林三字團)은 비록 적군팔로선(赤
軍八路線)의 힘에 밀려 북방에 숨어 있으나, 과거 대송제국을 유린한
대금제국(大金帝國)을 이룩한 막강한 철옹세가 아니던가!
실로 그 막강한 힘들을 물리치고 황금연횡십삼주의 한(恨)을 푼다
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서궁장청은 한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을 스쳐
가고 있었다.
― 바다(海)의 신화 해천밀역!
바로 이 이름이었다.
과거 막궁성이란 인물이 이 해천밀역을 끌어들여 서궁장청의 부친
인 송백일태성 서궁백을 주살하였다는 사실, 그 일로 인해 완자를 만
든 신비의 노인에게 막궁성이 독살당했던 그 사실 말이다.
황금연횡십삼주의 마지막 황금제황 사로극이 남긴 서찰은 계속 이
어졌다.
<이 글을 보는 태양천자(太陽天子)여!
그대는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황금연횡십삼주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만약
그대가 죽음의 지평선 살인제황 된다면 그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죽음의 지평선 살인제황……."
서궁장청의 눈에 기이한 열기가 이글거렸다.
그 말이 다시 그의 피를 끓게 한 것이다.
<본황은 단언할 수 있다.
지상에서 가장 강한 힘들이 팔황절대좌라면, 그 중에서 가장 강한
자는 바로 살인제황이다.
다른 팔황절대좌는 각기 지닌 세력의 힘이 막강하지만 살인제황은
혼자만의 힘으로 그 세력과 필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천자여.
그대는 이곳에서 살인제황, 그분의 모든 것을 이어받게 될 것이
다.>
"살인제황! 그가 얼마만치 막강하기에… 단신의 힘으로 제국을 이
룬 힘과 필적할 수 있단 말인가?"
서궁장청은 놀라움 이전에 그저 망연해지고 말았다.
황금제황 사로극의 서찰은 계속 이어졌다.
<태양천자여!
본황이 이루고자 하는 소망은 단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잊혀진 역사의 대지 황금연횡십삼주를 몰락케 한 원흉(元
兇)을 꺾어 달라는 것이다.
결코 피(血)의 복수를 바라지는 않는다.
단지 그 원흉을 꺾어 황금연횡십삼주의 이름을 만천하에 떨쳐주기
바란다.
황금연횡십삼주란 이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는 것은 무척
이나 괴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황금연횡십삼주의 후손들을 풍요의 대지 대중원에 정
착시켜주기 바란다.
그리고 후손들로 하여금 영원히 황금연횡십삼주를 기억하게 해준
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으리라.
망국(亡國)의 황금제황 사로극 서(書).>
장문(長文)의 서찰은 그렇게 끝을 맺고 있었다.
서궁장청은 서찰에서 조용히 시선을 거두었다.
"황금제황! 나는 귀하에게 약속할 수는 없소. 하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오. 이유야 어쨌든 귀하에게 많은 것을 받았으니까."
잠시 후, 서찰이 담겨 있던 흑궤를 살펴보던 서궁장청이 의혹의 눈
을 빛냈다.
"기이하군. 살인제황의 유품(遺品)이 어떤 것이지?"
기다란 흑궤.
그 안에 있는 것이라곤 방금 읽은 서찰과, 검은 태양의 문양이 박
힌 두툼한 서책뿐이었던 것이다.
서궁장청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그 서책을 집어들었다.
<나의 사전(死前)과 사후(死後)를 통틀어 유일한 친구가 될 후대
에게 남긴다.
나의 이름은 호철화(湖鐵華)!
세인들은 나를 가리켜 살인제황이라 부른다.>
첫 장을 펼치자 전자체로 된 서찰이 시야에 들어왔다.
서궁장청은 기이한 감성을 느꼈다.
"살인제황 호철화 이분은 흡사 나를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구
나."
살인제황 호철화!
지상에서 가장 고독하고 강인한 절대좌의 위치를 차지한 그의 신
화가 드러나고 있었다.
<후대의 친구여! 의문을 갖지 마라.
이 세상에서 벽화에 그려진 나의 하얀 미소를 보고 견딜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
인세에서 유일하게 나와 똑같은 죽음과 환상의 눈, 자룡천안(紫龍
天眼)을 지닌 그대뿐이기 때문이다.>
"죽음과 환상의 눈, 자룡천안? 내가……?"
서궁장청의 눈에 강렬한 의혹이 솟아났다.
이 순간 그의 뇌리 속에는 전날 단왜수명사 완안주가 들려준 말이
번개처럼 스쳐가고 있었다.
― 그대가 지상최강의 신체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자룡천안
을 지닌 인물만큼은 조심해야 할 것이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기운은 태극자강맥(太極紫剛脈)! 그 기운은
하늘과 땅이 합치되어 생성되는 가장 위대한 기운!
그 기운을 돌(石)이 쏘이게 되면 화려하고 진기한 환상의 보석(寶石)
이 되고, 짐승이 받게 되면 희귀한 영물(靈物)이 되며, 만약 인간이
갖게 되면 그는 불가사의한 능력을 지닌 초인이 된다네.
바로 자룡천안은 태극자강맥의 기운을 가진 자가 외관(外觀)으로 드
러나는 유일한 특징일세.
서궁장청은 고소를 머금었다.
"훗! 내가 이분 살인제황과 함께 태극자강맥을 지니고 있었다니…
실로 기이한 우연의 일치로군."
<후대여!
그대는 자룡천안을 지닌 그대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나고 특별한
것인지를 잘 모를 것이다. 또 그 특별한 능력이 얼마나 불행하고 무
서운 것인지도…….
그것은 우리들의 특별한 능력이 살인제황이 되기에 가장 적합하고
고도화(高度化)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로… 우리들은 보통 사람들과 달리 선천적으로 피를 즐기는
사(死)의 찬미론자(讚美論者)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 지상의 그 어떤 야수도 따를 수 없는 냉철한 야성(野
性)의 본능과 감각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우리들의 혜지(慧智)와 신뢰(信賴)는 하늘을 능가할
정도인데, 그 뛰어난 혜지와 신뢰가 상대의 약점을 분석하는 직관력
(直觀力)과 관찰력(觀察力)으로 변하여 상대를 죽이게 될 것이니, 우
리는 하늘이라도 죽일 수 있는 선천적인 살인제황의 능력을 가지고
있음이다.
"선천적인 살인제황의 능력?"
서궁장청의 등줄기로 이해할 수 없는 전율이 치달렸다.
<그러나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들에게 인세의 모든 것을
탐하지 않고 철저하게 고독만을 즐기는 천재(天才)의 본능이 잠재되
어 있다는 것이다.
하여 나는 인세에 해를 끼치는 악인들을 추살하는 것을 직업 삼
아 천하를 주유하는 고독한 방랑무객(放浪武客)이 될 수 있었다.
어쩌면 그대와 나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살인예술사(殺
人藝術士)인지도 모른다.
불필요한 인간벌레들을 없애 천하를 정화(淨化)시키는 숙명의 살
인예술사.>
"숙명의 살인예술사(殺人藝術士)… 훗! 이분은 무척 운치가 있는
분 같구나."
서궁장청은 고소를 머금었다.
<자랑스러운 나의 후대여!
그대를 생각하는 기쁨에 내가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떠들었구
나.
이제부터 나의 유일하고 소중한 직업이자 취미인 살인예술(殺人藝
術)의 본체를 논하기로 하자.>
"살인이 유일하고 소중한 직업이자 취미라고. 흡사 살인을 예술로
승화시킨 듯 진지하지 않은가!"
서궁장청은 중얼거리다가 다시 눈길을 돌렸다.
<나는 원래 황금연횡십삼주 중에서도 학문과 예술이 가장 발달한
성하국(聖河國)의 왕자로 태어났다.
그로 인해 나는 어려서부터 예술과 학문에 정통했다.
특히 철과 불을 다루어 온갖 기기와 신병을 만드는 장인의 세공기
예에는 가히 독보적인 성취를 이루었다.
또한 무예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분야는 온갖 병기를 다루는
무기학(武器學)이었다.
노부는 온갖 기병을 만들고 그 기병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무기학을 완성하는데 평생을 주력하였다.
결국 노부는 해냈다.
노부는 십이 종(十二種)의 살인병기를 만들었고, 그것을 휴대하
기에 가장 간편하게 의관(衣冠)과 패물(佩物)로 만들 수 있었다.
이름하여 살예태궁십이혼(殺藝太窮十二魂)―!
그것은 바로 자수정관 속에 들어 있는 의관과 패물이다.
바로 살인제황의 신호를 탄생케 한 천하최강의 무적신병이요, 노
부의 신체 일부분이나 다름없는 소중한 운명의 동반자이다.
그대가 입어 보면 그 묘용을 확실하게 알 수 있으리라.>
"십이 종(十二種)의 살인병기 살예태궁십이혼(殺藝太窮十二魂)
……!"
의혹에 찬 서궁장청의 시선이 자수정관을 향해 천천히 돌려졌다.
벽화 옆에 나란히 세워진 자수정관.
그 안에는 살인제황의 말대로 한 사람이 입을 수 있는 흑색의관
(黑色衣冠)과 몸을 장식하는 여러가지 패물이 걸려 있었다.
"저 의관과 패물이 살인병기 살예태궁십이혼(殺藝太窮十二魂)?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이기에……."
서궁장청은 강렬한 호기심을 느끼며 자수정관을 열었다.
그리고 살예태궁십이혼(殺藝太窮十二魂)을 하나씩 몸에 걸치기 시
작했다.
살인제황의 무적신병 살예태궁십이혼!
그것은 놀랍게도 평범한 의관처럼 보이나 무림사상 전무후무한 최
고최강의 가공할 살인병기였으며, 그 묘용은 지상의 모든 병기의 장
점을 취하고 있었다.
서궁장청의 시선은 다시금 한쪽에 놓인 흑색의 전포(戰袍)로 돌아
갔다.
<흑장인주천의(黑葬人蛛天衣)는 동물의 보호색처럼 그 어떤 적으
로부터라도 자신을 숨길 수 있으며, 도검수화(刀劍水火)가 불침하는
절세보의(絶世寶衣)이다. 또한 거미의 실처럼 가공할 접착력을 가지
고 있어 어떠한 물체에도 달라붙는 거미인간과 같은 묘용을 지니고
있다.>
"으음……."
서궁장청은 거듭 놀라며 병기 아닌 병기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흑양피풍(黑陽避風)!
일명 죽음(死)의 검은 망토로 등에 걸치는 바람막이다.
이 흑양피풍은 일종의 살인철판도(殺人鐵板刀)와 같다.
공력을 주입시키면 거대한 철판도와 똑같은 위력을 나타낸다.
가장 큰 특징은, 흑양피풍 자체가 면철(面鐵)로 되어 있어 연( )
이나 날개와 같은 역할을 하여 새처럼 허공을 자유자재로 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살인흑건(殺人黑巾)!
머리에 두르는 흑색 띠.
일명 홍살면도(紅殺面刀).
평범한 흑건으로 보이나 기실은 가장 예리하고 섬칫한 날을 지닌
필살면도(必殺面刀)이다.
가장 무서운 점은, 홍보석은 막대한 흡력을 가진 자옥석(磁玉石)으
로 되어 있고 살인흑건 자체는 조각조각의 편린으로 되어 있어, 유사
시에 공력을 주입시키면 수천 수만 조각으로 분리되어 폭사해 주위
십 장을 완전히 폐허로 만들어 버리는 가공할 살상병기라는 사실이
다.
자룡옥대(紫龍玉帶)!
허리에 두르는 옥대.
두 마리 자룡이 서로 입을 맞문 형상을 취하고 있는 특이한 옥대
였다.
일명 쌍룡검(雙龍劍).
자전대검(紫電大劍)과 자전소검(紫電小劍)으로 이루어진 쌍검이다.
그러나 검신의 중앙에 검륜(劍輪)이 박혀 쌍검이 접합, 십자탈(十
字奪)이라는 초강병(超强兵)이 된다.
흑양묵철추(黑陽墨鐵錐)!
검은 단추.
흑양묵철추는 정중앙을 누르면 예리한 날(刃)이 퉁겨져 나와 어떠
한 호신강기(護身 氣)라도 파괴하는 조그마한 살인륜(殺人輪)이다.
그러나 흑양묵철추의 진실로 무서운 점은 그 자체가 가장 강력한
화력(火力)을 지닌 화탄(火彈)이라는 사실이다.
이것 하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어지간한 장원(壯院) 하나는 통째
로 날려 버릴 수 있다.
제황흑라화(帝皇黑羅靴)!
무릎까지 올라오는 검은 흑장화.
가장 복잡한 구조와 숱한 묘용을 가지고 있으나 가장 큰 특성을
꼽으라면 가공할 살인암기고(殺人暗器庫)라 할 수 있다.
삼십이 종(三十二種)의 무서운 살인암기가 바로 흑장화 속에 숨겨
져 있기 때문이다.
흑양호심경(黑陽護心鏡)!
전포의 심장 부위에 부착된 흑경(黑鏡).
일명 죽음의 검은 태양(黑太陽).
심장 부위를 방어하는 방패처럼 보이나, 이것이야말로 살예태궁십
이혼 중에서도 가장 오묘한 기병이다.
가장 큰 특성은 흑양호심경은 어떠한 기운도 무지막지하게 빨아들
이는 가공할 흡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독(毒), 광채(光彩)… 하다못해 사마(邪魔)의 정혈(精血)인 사정(邪
精)과 마정(魔精)까지도…….
어떤 극악한 독이나 마정, 사술도 흑양호심경 앞에서는 무용지물
이 되고 만다. 동시에 그 빨아들인 기운을 사용할 수도 또 발출할 수
도 있다.
다시 말해 흑양호심경은 광채를 빨아들이는 집광(集光) 능력과 뿜
어내는 발광 능력을 함께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드러나는 가장 무서운 특징의 하나는, 상대의 병기마저 잡
아끄는 자력을 지니고 있어 상대로 하여금 제대로 초식을 펼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위의 일곱 가지는 신체에 걸치는 의관류였다.
그리고 나머지 다섯 가지는 사람의 몸을 치장하는 패물들로 이루
어져 있었다.
흑금탈(黑金奪)!
얼굴에 쓰면 가면.
살인가면(殺人假面)이라고도 한다.
흑금탈은 평범한 사람은 보는 것만으로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공
포의 가면이다.
바로 살인제황을 가장 특징 지어주는 상징으로써, 살예태궁십이혼
중 가장 위급할 때 사용되는 마면탈이다.
적란화(赤蘭花)!
가슴에 꽂는 장식용의 붉은 꽃이다.
일명 유성(流星)의 꽃!
적란화는 비화륜(飛花輪)이라 불리는 천하제일의 암기(暗器)이다.
한 줄기 화향(花香)이 퍼지매 그 누구도 살아날 수 없다는 죽음의
전설을 만든 암기지황(暗器之皇).
꽃잎 하나하나가 유성의 암석이라는 유성홍화석(流星紅花石)으로
만들어져 허공을 나는 순간 붉은 유성화(流星花)를 뿌린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작렬하면 천지는 그야말로 유성의 비로
가득 차니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칠보풍령(七寶風鈴)!
황홀한 칠채보석(七彩寶石)이 매달린 노리개.
일명 죽음의 노리개!
딩― 딩― 딩―!
바람이 불 때마다 울려 퍼지는 청아한 칠보풍령의 소리는 곧 죽음
을 부르는 소리다. 또 그 자체는 칠채벽등(七彩碧燈)이라는 불꽃의
기병이기도 하다.
칠채탄강화(七彩彈 火)!
각기 색깔이 다른 칠채의 불꽃강기(彈 火)를 찰나지간에 모조리
내뿜는 가공스러운 기병이다.
금색흑각적(金色黑角笛)!
검은 각적(角笛=뿔로 된 피리)이 달린 황금 목걸이.
살인음(殺人音)!
그야말로 가공할 살인음을 쏟아내는 천하제일음병(天下第一音兵)
이다.
제황흑양궤(帝皇黑陽 )!
물건을 넣는 흑색 옥궤.
그것은 살예태궁십이혼 중 위의 열한 가지 기병을 담고 다니는 함
(函)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제황흑양궤 역시 그 자체가 가공할 살인병기다.
"이것이야말로 움직이는 살인병기고(殺人兵器庫)군."
서궁장청은 빙긋이 웃었다.
<살예태궁십이혼은 천하의 모든 병기의 이점을 지닌 신병(神
兵)!
그러나 진실로 어려운 것은 살예태궁십이혼을 활용할 수 있는 완
벽한 살인절학을 탄생시키는 일이었다.
기실 살예태궁십이혼을 완벽하게 다루려면 십기(十技), 십술(十術),
십예(十藝), 십도(十道)에 능통해야 했다.
검술, 검도, 검예만 이룩하는 데에도 평생을 진력해도 이루지 못하
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늘…….
그것은 실로 어렵고도 험난한 일이었다.
그러나 노부는 오늘에 이르러 살예태궁십이혼을 완벽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곧, 노부는 지상이 생긴 이후 최초로 모든 병기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십기십술십예십도(十技十術十藝十道)의 초인(超人)이 된 것
이다.>
"으음… 실로 이분의 능력은 하늘을 희롱하고도 남을 정도로구나.
가히 살인제황이라 불릴 만하다."
서궁장청은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서찰은 이어지고 서궁장청은 점점 살인제황이란 존재에 깊숙이 매
료되어 가고 있었다.
<허허허! 노부 평생 유일하게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살예태궁십이
혼을 사용하는 살인기학(殺人奇學)!
그것이야말로 절대무적(絶對無敵)이라 말할 수 있다. 지상의 최강
자라는 팔황절대좌 중 네 세력의 수뇌들이 노부의 살인기학 앞에 무
릎을 꿇었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
서궁장청의 눈이 커졌다.
"팔황절대좌의 네 수뇌들이 무릎을 꿇었다고?"
실로 경악할 만한 사실이 아닌가?
팔황절대좌의 일인(一人)의 힘은 곧 하나의 제국(帝國)의 힘에 필
적하는 것이니!
<허허허! 그 일은 노부 평생에 가장 통쾌한 순간이었다.
기실 살인기학을 완성한 노부는 천하를 방랑하게 되었고 팔황절대
좌의 네 세력의 수뇌들과 필연적으로 부딪히고 말았다. 결국 그들과
겨루게 되었고 노부는 통쾌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한 가지 애석한 일이 있다면 팔황절대좌 중 선악(善惡)의 집단으
로 대변되는 십자태성찰과 사흑련, 그리고 황금연횡십삼주의 태양천
자와 만날 수 없음이 통탄스러울 뿐이다.
생전에 만났다면 그들에게 나의 사랑스러운 살예태궁십이혼의 맛
을 톡톡히 보여주었을 텐데 말이다.>
"후훗!"
서궁장청은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이분은 무척이나 살예태궁십이혼을 자랑스럽고 또 아끼신 것 같
구나."
입가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또 태양천자가 될 나와 겨루지 못한 것조차 애석해 하다니… 정
말 이분은 살인예술을 그 무엇보다 사랑한 살인제황답다."
<그런데 노부가 팔황절대좌의 네 수뇌들을 꺾음으로 인하여 황금
연횡십삼주가 몰락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느
냐?
팔황절대좌의 세 수뇌들.
북림삼자단!
적군팔로선!
해천밀역!
그들은 노부를 두려워한 나머지 서로 동맹하게 되고, 노부가 있는
황금연횡십삼주가 두려워 연합 공격케 된 것이다. 결국 노부의 존재
로 인해 황금연횡십삼주가 몰락하는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는 것이
못내 한스럽구나.>
후대여!
친구로서 말하나니 기회가 있다면 그들 세 수뇌들에게 살예태궁십
이혼으로 통쾌한 죽음을 선사해주기 바란다.
아울러 노부가 만나지 못한 십자태성찰과 사흑련의 수뇌들에게도
살예태궁십이혼의 참 맛을 보여주는 즐거움을 누리기를 바란다.>
"훗! 이분의 말씀대로라면 내가 나에게 살예태궁십이혼의 참 맛을
보여주어야 하겠군!"
서궁장청의 실소는 당연했다.
서궁장청 그 자신이 바로 십자태성찰의 수뇌 고독한 십자성이 아
닌가!
<살인제황에게 있어 살인은 천직(天職)이자 취미.
살인제황은 곧 살인의 전문가이다.
살인제황은 어떠한 불가능한 살인도 가능케 해야 되며, 철저하게
살인이란 일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그러한 일을 수행하는데 절대적인 도구(道具)인 살예태궁십이혼은
곧 그대 몸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후후… 거듭 말하지만 살예태궁십이혼은 정말 좋은 놈들이다.
후대여!
부디 그 좋은 놈들과 함께 좋은 일 많이 하기 바란다.
끝으로 그대가 신주팔황(神州八荒)을 발아래 굽어보고 이 세상의
모든 완성의 도(道)를 이룩한 명실상부한 십도천작(十道天爵)이 되어
주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살인제황 호철화 서(書)>
살인제황의 긴 서찰은 그렇게 끝을 맺고 있었다.
문득 서궁장청의 빛나는 눈이 살인제황의 모습이 그려진 벽화로
옮겨갔다.
가슴이 뛴다.
그리고 시선!
그의 순간적인 시선을 무엇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그 눈동자 깊숙한, 그 차갑고 유현한 동공 깊숙한 곳에서 활활 타
오르고 있는 무서운 투혼(鬪魂)의 불길.
한순간 그의 고개가 무겁고도 조용하게 끄덕여졌다.
"물론입니다. 선배님! 장청은 선배님을 능가하는 살인제황이 될 것
입니다. 아울러 명실상부한 십도천작(十道天爵) 역시……!"
십도천작!
지상의 모든 기하 십예십기(十藝十技)를 완벽하게 최고경지인 도
(道)로 이룬 지상의 최강자.
한마디로 인간이 이룰 수 있는 모든 성취를 이룩한 완벽한 꿈의
최강자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선배님이 원하시는 모든 일을 이행할 것입니다. 전 저와
선배님이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으니까요."
마치 서궁장청의 말을 들은 듯 살인제황이 웃고 있었다.
"훗―!"
서궁장청도 역시 미소를 머금었다.
살예태궁십이혼을 소중하게 쓰다듬으며 그는 기이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살인제황의 미소.
그것은 하얀 미소였다!
세월여류(歲月如流).
덧없이 흐르는 것이 세월이라 하지만 역사(歷史)와 영웅(英雄)은
세월 속에서 잉태된다.
이년(二年)! 그 짧은 세월, 사막의 한 귀퉁이에서 불멸의 십도천작
은 탄생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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