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은 동호회의 한 회원이 자신이 다녀온 기가 막힌 유기농 공동체에 대해 발표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농마을이란 곳인데 무릉도원 같은 자연 환경 가운데 생활과 문화, 모든 것이 너무 행복해 보였고,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것은 그곳의 농사와 운영 방법이었다고 한다. 공동체로서, 그것도 농사로써 완전한 자립을 넘어선 운영 방법을 보고 여러 가지로 놀랐다며 설명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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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농마을이라는 곳이 더욱 궁금해졌다. 고민 끝에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싶어 다음 주말에는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말로만 듣던 한농마을을 직접 방문하기로 스케줄을 잡았다. 서울을 떠나 강릉에서 삼척을 지나 동해안의 시원한 정취를 느끼며 울진에 도착하였다. 울진군 곳곳마다 2005년 7월에 열리는 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에 관한 플래카드와 홍보로 가득했다. 울진 읍내를 지나서 봉화 방면 표지판과 불영계곡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싶어 다음 주말에는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말로만 듣던 한농마을을 직접 방문하기로 스케줄을 잡았다. 서울을 떠나 강릉에서 삼척을 지나 동해안의 시원한 정취를 느끼며 울진에 도착하였다. 울진군 곳곳마다 2005년 7월에 열리는 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에 관한 플래카드와 홍보로 가득 …
‘불영사와 불영계곡, 말로만 듣던 곳이 바로 이곳이구나!’ 차를 몰고 조금 오다 보니 길옆으로 불영계곡의 수려한 풍경들이 탄성을 지르게 한다. 우리나라에 많은 절경이 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계곡과 물이 있을까? 도로는 왼쪽으로 불영계곡을 따라 50~100m 낭떠러지이고 우측은 산이다.
이 가파른 산과 강을 어떻게 공사를 해서 이 길을 만들었을까? 계곡을 따라 난 길이어서 얼마나 꼬불꼬불한지, 산길 운전에 서툰 나는 경치에 매료되어 한눈팔다 보면 큰일날 것 같다. 굽이굽이 불영계곡을 따라 30분쯤 지나니 울진군 서면 소재지인 삼근리에 도착했다. 오르막길에 이제 막 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조금 올라와 보니 한농마을 유통 사업부 간판이 보인다. 얼마나 반가운지 …. 길 왼쪽에 높은 곳에 자리잡은 유통 사업부라는 곳에 내려 노크를 했다.
 ▲ 한농마을 울진지부 약도 |
젊은 청년들 같기도 하고 이제 막 결혼한 것 같은 젊은 사람들이 사무실과 창고에서 분주히 일을 하다가 우리 가족을 반가이 맞이해 준다. 모두가 하나같이 밝고 부지런해 보인다. 반가이 영접하는 이들에게 오게 된 경위를 전하고 한농마을을 꼭 보고 싶다고 하니, 시간을 내어 마을을 구경시켜 주겠다고 한다.
통신 시설과 운반 차량 등에 놀라 한농마을을 농사짓는 곳이라고 하던데 어떻게 이런 사무실과 물류 창고, 차들이 있느냐고 하니 한농마을 모두는 농사를 지으며 공동생활을 하는데 그동안 전국에 알려지면서 한농마을의 유기 농산물과 건강식품을 찾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나 부득이 유통 사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잠깐의 인사 후에 함께 차를 타고 출발했다.
한농마을에서 일반인들과 가장 많이 접하는 곳인 삼근 마을은 무척 깨끗하며 정리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집 주위의 화단과 정원들, 화분들이 특이했다.
터덜터덜 흔들리는 차를 타고 정상에 도달했다. 가끔씩 비껴 지나가는 차들, 그리고 운전하는 사람들은 나와 우리 가족을 처음 만났는데도 반가이 인사를 한다. 한참을 꼬불꼬불한 냇가를 끼고 내려가니 길가에 이상한 꽃밭이 형성되어 있다. 자연 그대로 난 꽃은 아닌 듯 싶고, 누가 심은 것 같은 꽃들이다. 무슨 꽃이냐고 물어보니 노란색은 사랑을 나타내는데 사랑을 간직한 달맞이꽃이라고 한다. 이 달맞이꽃은, 꽃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잎이나 씨앗은 사람의 건강을 다스리는 건강 약초로서 예로부터 약재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이 깊은 산속 길가에 이렇게 귀한 약초가 가득히 피어 있다니 ….
달맞이꽃의 아름다움과 향을 만끽하며 조금 더 내려오니 처음 나타난 건물이 보인다. 40분 가량 산길로 들어와서 만난 첫 건물이다.
 ▲ 한농마을 울진지부 햇네마을 전경 |
한농 천연 자재 연구소! 그저 무릉도원 같은 곳으로만 생각했는데 이곳에, 이 깊은 산속에 연구실이 있다. 살펴보니 천연 자재 전시실, 교육장, 자재 생산실, 숙성실, 창고 등 일반 농촌에서 볼 수 없는 것으로 가득하다.
자재 연구실에 들어가니 각종 유기농에 사용될 자재들을 표본으로 전시해 놓았다. 토착미생물, 유산균, 고초균, 한방 영양제, 생선 아미노산, 천혜 녹즙, 인분 발효액, 해초 액비, 목초 숙성액, 보카시, 현미 식초, 감 식초, 주정 등 각종 유기농 거름에 쓰여질 재료들이다.
이 재료들을 직접 농산물에 엽면 시비나 관주로 사용하기도 하고, 퇴비를 발효시키는 데 함께 넣어 작물에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사용한다고 한다. 옆 창고에는 숯가루가 가득 쌓여 있다. 숯은 땅속의 연작으로 인한 유해 요소들을 제거하고, 이온의 균형을 맞춰 주고, 미생물의 서식처가 되며 수분을 적절히 조절하는 등 작물 재배에 큰 유익을 준다고 한다. 숯을 농사에 사용하는 것은 잘 보지 못했다고 하니 한농마을에서는 농사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 숯을 가까이하고 식용, 약용 숯까지 개발해 먹기도 하는데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한 한농의 농법은 토착미생물을 활성화시켜 유기물을 완전 분해하여 작물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다양한 유기 양분을 공급해서 전혀 비료, 농약이 전혀 없이도 병이나 병충해, 그리고 웬만한 자연 재해에도 견딜 수 있는 건강한 작물을 생산하는 것이 그 근본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농법에 앞서 땅을 건강하게 회복하여 건강한 무공해 농산물을 생산함으로 그것을 먹는 사람도 건강해지고, 건강한 몸으로 흙과 자연,
이웃과 더불어 행복하게 봉사하며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모든 한농인들의 건강한 마음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 한농의 농사라고 생활 철학을 이야기한다. 연구실을 떠나 마을 가까이 가니 멀찍이 보이는 집들, 포근해 보이는 마을들, 그리고 산들바람에 들판의 곡식들과 채소들은 춤을 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또 있다. 입구인 삼근 마을에서 느낀 것처럼 이 정도의 마을이라면 길가에 화초 대신 달맞이꽃, 피마자, 오미자, 가시오가피 등 이런 진귀한 약재와 꽃들뿐이다.
마을에 도착했다. 길가에 노란꽃들이 신기했는데 마을에 도착해 보니 더 신기하다. 집 앞이나 뜰에, 마을 이곳저곳에 피마자, 들깻잎, 오이 넝쿨, 고추, 호박 넝쿨, 가지가 가득하다. 한두 집의 부근뿐 아니라 온 마을이 그렇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고구마밭, 야콘, 모로헤이야, 케일, 채소들 …, 온통 농산물 전시장 같은 기분이다.
‘이 모든 것이 다 유기농이라니, 이런 곳도 다 있구나! 이런 것을 흔하게 먹고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 밭 저 밭에서 일하는 주민들의 모습에 건강미가 넘치고 모두들 한결같이 얼굴이 환하다. 농사짓는 행복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함께 농사하는 밭과 하우스들의 농산물도 있지만 집 앞의 뜰에서 매일 농산물 시장을 봐서 밥상에 올린다고 한다.
싱싱한 채소와 채과들을 곧바로 먹으니 영양가가 얼마나 풍성하겠는가? 화분마다 고추나 가지를 심어서 꽃이 필 때는 은은한 꽃을 즐기고, 열매가 달리면 그 열매를 따서 먹는다. 예전에는 식탁에 오르는 식품들을 산이나 들에서 구해 왔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산 시장, 들 시장 보러 간다고들 했는데, 요즘은 문전 시장을 보러 간다고 한다. 시장 보기가 편해진 것이다. 방문만 열면 집 앞뜰에는 화초 대신 풍성한 먹거리 채소들로 꽉 차 있기 때문이다. 지난날 꽃을 보기 위해 집 안팎에 두었던 화분에는 꽃나무 대신 고추, 가지, 토마토 등이 심겨져 있기 때문이다.
집 주변에는 빈 땅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모든 땅을 귀히 여기고 농장처럼 가꾼다. 경사가 진 언덕에는 호박을 심어 넝쿨을 올리고, 집에서 조금 떨어진 노지들은 마을 주민들이 함께 농사짓고 나누어 먹는 공동 경작지로 운영된다. 집 근처의 모든 공터에는 각 가정의 개인 농장이 되어 매끼 식탁에 오를 채소 시장으로 가꾸고, 또 남은 것은 부업으로 소득원이 된다. 마을이 온통 유기농 시장이 된 것이다.
이들의 일과는 이러하다. 공동으로 하는 농장의 일과 특별 부서의 일은 주간의 정상 업무 시간에 공동으로 한다. 그리고 개인 농장은 정상 업무 시간 외로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을 이용해서 개인 농장의 일을 한다. 아침 시간에 운동 또는 취미 삼아 가정별로 가족끼리 행복하고 단란한 농사일을 즐기며 하는 것이다.
또 시간이 되면 해질 무렵에도 개인 농장의 일을 한다. 이렇게 낮에는 마을 식구들의 공동 일 속에서 이웃 사랑을 나누고, 새벽과 저녁에는 가족의 행복을 농장에서, 가정에서 만끽한다. 아침 식전의 충분한 운동과 간단한 농사일이 가족들끼리의 정겨운 대화와 도움, 애정이 넘치는 이웃과의 깊은 정을 간직할 수 있게 해주었다. 모두가 생동력이 있었다. 아침식사 전의 행복한 시간이 이렇게 귀한 줄은 미처 몰랐다.
그리고 한농마을에서는 행복마트를 운영한다. 한농마을의 행복마트는 말 그대로 이기심, 욕심이 없는 행복의 원천인 것 같다. 생필품은 잘 정리되어 있고,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의복들도 각양각색 잘 진열되어 있다. 그런데 한쪽 코너에 빈 병들과 흑설탕, 소금 등이 있어 어디에 쓰느냐고 물어보니 한농인들이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 것들인데 이것은 한농 식구들이 부업에 필요해서 둔다고 한다.
행복마트에 딸린 창고를 열어 보니 생필품과 함께 깨끗이 모아 놓은 다양한 공산품들이 보관되어 있다. 한농 식구들이 논밭에서 농사를 지은 것을 나누어 먹고 남은 것은 가공하여 이렇게 마을 생활부에 전달해 주는데, 생활부에서는 마을 식구들을 대신해서 유기 농산물 가공품인 이 제품들을 시중에 팔기 위해 잠시 보관하여 두었다고 한다. 토마토 캔닝, 마늘장아찌, 들깻잎 장아찌, 오이 피클, 절임 고추, 산나물 말린 것, 피마자 묵나물, 고춧잎 묵나물, 고사리 말린 것 등 종류도 매우 다양했다. <중략>
이곳에서는 식품의 가공도 질서정연한 체계 가운데 이루어진다. 여러 품목을 하루에 하지 않고 요일별로 품목을 정하고 아침에 방송하면 가정별로 공동 가공 공장에 가져다만 주면 되는 것이다.
일요일엔 토마토 캔닝, 월요일엔 오이 피클, 화요일엔 절임 고추 및 통밀가루에 찐 고추 부각, 수요일엔 피마자 묵나물, 고춧잎 묵나물, 목요일엔 들깻잎 장아찌 …, 마을마다 고유의 품목은 다르지만 운영 방법은 비슷하다고 한다. 이러한 가공품을 가정에서 각각 생산하면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을 뿐더러 맛이나 품질의 규격화를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정품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공동 가공 공장에서 책임자가 하는 것이 합당하며 그 시간에 마음놓고 마을을 위해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제조된 농산물 가공품은 한농마을의 유통 사업부인 삼근 마을의 유통 사업부에서 인터넷 창구와 영업망을 통해 구매 의뢰가 들어온 것을 마을에 통보하면 생활부에서는 필요한 가공품을 방송하여 마을 식구들에게서 모아서(또는 미리 창고에 저장) 유통부에 가져다 주면 판매하여 최소한의 유통 수수료만 제하고 마을에 전액 환원시키는데, 그것이 소비자들에게 유기농 농산물이나 home made 식품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 수익금을 생활부에서는 개인들에게 나누어 주며, 개인들은 그것을 가족들을 위해 유용하게 쓰고 또 마을과 마을 식구들을 위해서 사용한다.
한농마을에서는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과 가공은 물론 유기농 축산까지 하고 있었다. 산비탈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한우떼들이 풀을 뜯고 있고, 양계장에서는 방사된 건강한 닭들이 맛있고 영양가 있는 달걀을 생산하고 있었다. 목장 어귀에는 양들이 놀고 있었는데 이 양유를 함께 나눠 먹음으로 건강을 누린다. 달걀도 식구들이 먹고 남은 것은 비싼 값에 팔아서 경제적인 도움이 되며 축분과 계분은 유기농업에 필수 불가결한 재료인데 한농마을 안에서 이 모든 것을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농사는 가장 중요한 것이 농법이다. 누구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비료, 농약, 제초제를 쓰지 않는 건강한 먹거리 생산법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과 함께 중요한 것은 운영 방법이다. 한농마을에서는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조직과 체계만으로는 다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지만 한농마을은 먼저 마음이 유무상통이므로 이 모든 것이 더 완벽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은 유기농의 모델을 보기 위해 쿠바로, 독일로 많이들 견학을 갔다. 그러나 이제는 한농마을이 세계 유기농의 메카이다.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한농의 삶, 모든 사람이 꿈꾸는 무릉도원 가운데서 행복하고 즐거운 유무상통의 삶, 완벽한 생산과 가공과 유통, 그래서 요즘 한농마을은 바쁘다. 한국은 물론 세계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로 인하여 모두가 바쁘지만 이들에게는 행복함이 가득하다. 인류의 건강과 행복과 삶의 지표를 제공하는 행복으로 ….
나도 속세 가운데의 모든 삶을 다 떨치고 한농마을에 가서 살고 싶다. 조화로운 행복 가운데, 천연계 속에서. 한농마을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나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온 세계의 미래가 한농마을 같기만 하다면 …. 한농이 온 세계를 밝혀 주기를 …. 박달재를 넘어서 덜컹거리는 길을 내려왔다.
글=한농사랑 회원 김시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