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야생을 꿈꾸다
내버려둬라 땅강아지 쥐며느리 이상한 발바닥으로 뭉개지 마라 꽃밭에 벌 나비 낚아채지 마라 덩치 큰 누렁아 너는 종종 겨드랑이를 털면서 너는 자주 심심해 죽겠으면서 쫑긋, 어느 길눈 어둔 꽃뱀 하나 가로막고 침을 질질 흘리지만 투명한 야생을 꿈꾸다 추락한, 유리벼랑에 작신 깨어져버린 새들의 영혼만은 건드리지 마라 아프지 않더냐 지난 여름 소쩍이 노래 앞산 뒷산 우던 소리 이태째 멀어져가는 그 연인의 퀭한 눈매를 잊었더냐 놔둬라 떠나게 내버려둬라 날아가게 쥐며느리의 발가락에도 사랑은 있다 땅강아지의 눈에도 별은 있다
김진수의 시 <아주 오래된 외출> 2003. 내일을여는책
|
첫댓글 오랜 시간을 건너 만난 스승님께서 건내 주신 시집속에서..이 시를 보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아주 조금 스승님 마음이 느켜졌나봐요..
졸작들이지만 [포토포엠]방이 심심해서 줄줄이 실어놀 참인디 차오름 말에 유리벼랑에 부딪혀 추락했던 기분이 막 떠오르는 새처럼 놀래고 사랑 찾아가는 쥐며느리의 발가락처럼 행복햐^^
"놔둬라 떠나게" ..자유를 주는 시인의 마음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내 맘에 맞춰 해석하고 좋았어요
조금 어려운 대목도 있어요. '투명한 야생을 꿈꾸다 추락한'은 '유리창에 부딪혀 떨어진'이고, 그렇게 떨어져 기절한 새를 누렁아 무지를 마라 그 뜻이지요.. 작년에도 그렇게 죽은 소쩍새의 눈매를 잊은 것이냐? 그 소쩍새를 잃은 그 연인 소쩍새의 울음소리가 이태 째 얼마나 애처롭더냐 그 뜻! 이렇게 풀어놓으니 시가 공연히 어렵지요?^^
시읽어 주는 선생님...^^...쉬어 졌어요...투명한 야생을 꿈꾸다 유리창에 부딪혀 떨어진 기절한 새...선생님의 시어들은 참 맑아요....못된 저의 속아지를 훑어서 맑은샘 되게 하시는....차오름의 눈물 한 방울을 흉내 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요...
으윽, 하루아침에 노란꽃 따라다니기 숨차다. 이 늙은이가 헉헉.. 어디까지 댓글우물을 팠냐?^^ 시를 쓸 때 이런 시는 스스로 먹먹한 울음이 솟아야 옳지. 하는 일 없이 쥐며느리나 들여다보고 있는 나도 실은 딱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