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천지 거름

[풀천지]

올해는 거름도 넉넉하고

때맞추어 거름도 뿌리고 미리 밭도 갈아 놓으니

이제야 농사꾼이 된듯 하다.

아직도 부지런한 마을 분들에 비하면 어림없는 일이지만

예년과 비하면 스스로 뿌듯하다.

처음 귀농했을 때 이 밭을 보기만 해도 무서웠다...^^

거름하나 없이 한달여동안 그 유명한 파라솔 농법으로 생풀을 뽑느라 고생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너른밭이 좁기만 한 것 같다. 정말 눈같이 게으른게 없고 손같이 부지런한게 없다.

한무더기 거름을 여기저기 갖다 쓴 빈자리에 두달 후에 쓸 거름을 다시 만들 예정이다.

겨우내 등겨 가루랑 왕겨를 비롯하여 온갖 농사 부산물들이 닭똥 오리똥 토끼똥 들과

잘 반죽되어 충분히 숙성이 된 양질의 거름이 되었다.  

거름을 치우는데 거름 더미 속에서 어린 새끼가 꿈틀 거린다.

처음엔 토끼 새끼인 줄 알았더니 자세히 보니 꼬리가 긴게 쥐새끼 인것 같다.

아 ~ ! 살려 줄 수 없는 얄궂은 녀석들...

토끼와 닭을 같이 기르면 병이 없단다. 바닷속 용왕님도 병이 나면 토끼를 찾는다.

대식가인 토끼는 똥도 많이 싸고 오줌도 엄청 싼다.

잘 먹고 잘 크지만 흠이 있다면 새끼들을 잘 죽인다.

교미가 끝나면 바로 수컷을 격리해주어야 한다. 그대로 놔두면 수컷의 왕성한 정력 등쌀에

새끼를 낳자마자 바로 또 임신하여 새끼를 돌보지 않아 죽이거나 죽는다.

거위는 3일마다 꼬박꼬박 알을 낳고 오리들도 알을 낳기 시작한다.

거위를 길러보니 좋은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약간 시끄럽긴 하지만 집도 잘 지킨다는데

무엇보다 오리와 거위는 걸어다니는 거름 공장들이다;.

아무래도 닭들은 가두어 기르는 게 좋지 않은 것 같다.

요즈음 뉴스에서 조류독감 때문에 마음대로 밖에 돌아다녀서도 안되는 놈들이지만

역시 농가의 풍경은 걔들한테 쫓겨 지붕으로 날아 오르는 닭들이 병아리를 몰고 다니며 

날개 밑에 병아리를 숨기는 정겨운 모습에 있다.  

미처 시간이 없어 한쪽 곁에 닭장을 치워주는 대로 쌓아놓았던 거름들이 각종 부산물들과 섞여

기가막힌 거름이 되었다. 좋은 거름을 보고 즐겁고 행복해본적이 있는가 ?

지금 바로 써도 될만큼 생각보다 발효가 잘 되었다.

얼마나 좋은 거름이  되는가는 얼마나 정성을 기울이는가에 달려있다.  

세 남자들이 거름더미를 만드는 동안 아내는 복분자 전지를 한다.

이제 곧 복분자 모종도 옮겨심어야 한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 몇분이서 복분자 모종을 부탁한건 같은데

작년 겨울에 너무 추워서인지 모종들이 시원치 않다.

부지런하기로 치자면 으뜸이라 칠만한 우리 밭과 인접해 있는 동네 형님 부부의 모습이다.

풀천지 게으른 농사꾼들이 하루 200 평 일하면 형님 부부는 한 천평쯤 일을 할 것이다...^^

지금도 그 너른 밭을 일일이 손수레 끌고 다니며 돌을 주워낸다.

안타까운 점은 작년에 콩이랑 감자 시세도 형편 없었고 고추도 큰돈이 안되었고

그나마 약초는 값이 떨어져 팔지도 못했다.  

썩은 물도 충분히 섞어 수분을 넉넉히 보충하여 다시 만들어 두었으니 한달만 지나면

최상의 거름이 되어 풍년 농사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자가 퇴비의 중요성과 만드는 법 그리고 얼마나 땅을 살리는데 이바지 하는 가는

그동안 틈나는 대로 여러번 설명을 하였으니 생략을 하겠지만 아무리 강조 하여도

농사에 있어서 좋은 퇴비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돌이켜보면 거름 만드는 일이 농가를 떠나 면서부터 땅이 죽어가게 되었다.

큼지막한 거름더미를 만들어 놓으니 세상 부럽지 않은 부자가 되었다.

새싹의 환희도 설레는 일이지만 좋은 거름의 구수한 향내 또한 어떤 술맛보다 더 달콤하다.

[작두콩]

가축을 기르고 있으므로 좋은 거름 만들기에는 아주 최적의 조건이군요. 저는 올해도 텃밭에 거름없이 그냥 씨뿌리고 싹나면 되는데로 조금씩 먹거리로 할렵니다. 퇴비를 만들수 있는 조건이 안됩니다.

[풀천지]

형편이 그러하시겠지만 수고로운 땅을 위해 양식은 조금 주셔야지요...^^ 방앗간에서 등겨라도 얻어다 뿌려주시면 어떨런지요...

[카르마]

저도오늘 겨울에 펴놓은 거름이 좀덜썩었기에 일찍이 로터리작업햇습니다 작년에 아는분 우사에서 퍼왔거던여 오늘은 날씨가 많이 춥더군여 건강 조심하세여

[풀천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올해 카르마님에게 많은 변화가 있는것 같더군요. 땅문제 농사문제 솔로탈출 문제 등... 언제나 반가웁고 좋은 느낌의 카르마님 올 농사 풍년되길 바랍니다. 특히 탈출에 꼭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우자]

퇴비 한 가마니가 곡식 한 가마니 만큼 소중하지요. 같은 일이라도 농사 일은, 마치고 나서 뒤돌아보게 되고, 다음날 아침 일찍 나가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요.

[풀천지]

그렇지요... 컴컴할때까지 거름더미를 만든날이면 다음날 날이 밝자 마자 거름더미를 구경하며 뿌듯해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