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진희,염정아 주연의 " 오래된 정원"이라는 영화가 개봉중이다.
영화는 황석영의 소설을 영화화한것으로 사회성 멜로(?)로 흥행은 그저그런것 같다.
근데 이영화의 감독이 저와 같은 임상수 감독이다.
엊그제 지방여행중인데 고등학교 동창으로 부터 전화가왔다.
토요일 점심시간인데 간밤에 늦게까지 술마시고 늦잠을자
집사람한테 잔소리를 반찬삼아 막 점심을 먹었단다.
이 친구의 첫마디가 요즘도 영화일 하냐였다. 뭐라고 하기도 그렇고 해서 이것 저것 고민하고있다고
인사치례로 얼버무리는데 수화기저편에서 그의 아내인듯한 목소리로 오래된정원 했냐고 물어보란다.
물론 호기심이 잔뜩묻어있다. 난 그저 동명이인이라고 말해주고 운전중에 그친구와 쓸데없는 통화를
20분이나 계속했고 마지막엔 산삼닭백숙을 먹으러 영주에가자고 약속까지 하며 끊었다.
사실 영화감독 임상수도 62년생이고 영화아카데미출신이고 해서 나와도 교분이있다.
또한 그의 부친이 영화평론가여서 내가 영화기획일을 할때 업무적으로도 자주뵈었던분이기도 하다.
그의 절친한 친구가 내가 설립한 영화사 기획실장이기도 했지만 분명 그는 영화감독이다.
3년전쯤 한참 여행일을 하던때 논현동 여행사 사무실로 고등학교 선배라는분과 그의 아들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원주에서 의료기 사업을 하시는분인데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영화하는
후배가 있다고 수소문해 영화연기자가 되겠다는 아들과 사무실로 찾아온것이다.
이런저런 이야기후 어렵게 돌려보냈는데 . 얼마후 선배라는분이 저녁에 꼭 시간을 내달라며
사무실 밑에서 기다린단다. 저녁식사를 제가 대접한다고 하니 마치 큰일이나
날것처럼 자기가 계산을 하고선 이번엔 강남 최고의 룸싸롱에 가잔다.
평소 술도 안좋아하지만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많이 만났기때문에 어렵사리 타일러서 원주로 내려가게 했다.
이후로도 계속 전화를해 나중엔 매니지먼트하는 후배를 소개 시켜줬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그의 존재를 잃어버릴때쯤 선배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거의 욕설에 가까운 대화는 어쩌면 자기를 그렇게 속일수가있느냐는거다.
선배로서 자기는 자랑스러웠는데 수치스럽다는둥 ,아들볼 면목이없다는둥 나를 사기꾼이상으로 몰아친다.
한참후 왜그러시냐니까 내가 영화감독 임상수가 아니었다는 사실때문이었다. 처음부터 그는 내가 영화감독
인줄 알았고 만나보니 영화계에대해 너무나 잘알고있고 ,
자기 자식의 장래에 어떤 끄나플을 잡은기분이었으리라 ..!!
근데 영화감독 임상수가 아닌것을 안다음부터는 내가 영화인이었다는 사실조차도 그에겐 모든것이
다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그때 불쑥 떠오른것이 술집에 안가기를 정말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가까운 친지들이나 가족들이 모여 뉴스를 보다 한국영화 천만명돌파 , 한국영화의 성장 ,한류 아시아정복
이런 내용 나오면 누군지 슬쩍 채널을 다른곳으로 돌린다. 특히 우리엄니는 영화얘기만 나오면
그때 그시절의 애환이 앞을 가린다.
내가 해적을 제작할때 당초 15억의 순제작비와 3억원의 광고 홍보비등 18억이면 끝낼것으로 예상하고
제작에 들어갔는데 개봉즈음해서는 25억에가까운 돈이 들어갔다.
그래서 어머니, 매형 , 내집까지 3채가 영화진흥공사,삼성 드림박스 ,한일은행3군데로 분산되어
담보로 설정되었고 , 급기야는 해적의 흔행 실패로 1차 경매까지 넘어갔다가
레옹의 흥행으로 가까이 찾을수있었던 그때 , 어머님은 친척들을 불러 잔치를 했었다.
나도 친척들도 무슨 잔치인지도 모르고 진수성찬의 밥상을 지금도 기억한다.
엄니에게 임상수(집을 날리지 않은)는 친척들과 잔치를 벌리면서 까지 고마운 이름 일지도 모른다.
중요한건 임상수 감독의 신작 영화가 나올때마다 이런 전화가 계속된다는것이다.
10년전쯤 처녀들의 저녁식사라는 데뷰작때는 친구들의 전화가 벌떼같이 걸려왔다.
그후 "바람난 가족", "그때 그사람들"을 거치면서 뜸해지더니
"오래된 정원"에서는 친구의 와이프가 당신친구 영화 다시했다고 전화해보라고 야단이라는거다.
요즘 ! 오랬만에 걸려오는 친구들 핸드폰이 무섭다 .
그때 영화일을 같이 하던 동료들은 만날때마다 , 영화일 안할거냐고 닥달이다.
사단법인 영화 기획협회 부이사장으로 스크린쿼터 ,한미 FTA반대 농성에 참여하는정도가
전부인 요즘에는 영화인의 정체성이 의심받고 있는건 아닌지 괜시리 조급함도 느껴진다.
영화가 산업의 예술이고 한편의 신작이 개봉되게 되면 각종 메스컴에서 난리가난다.
현재 임상수 감독은 대중의 스타다.
그의 "오래된정원"이 1월 4일 개봉되었으니 엄청많은 사람들이 그을 알것이다.
하지만 여행일을 하는 임상수로 살아가고있는 현재의 나는
우리 카페 회원가입수가 말하듯 250명정도가 ...전부다.
하지만 나를 알아주고 내 시선이 미치는 그들과
행복한 만남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지금이 더없이 행복하다.
2006년 4월쯤 현대백화점 버스테마여행을 가는 고속도로 정안휴게소에서 그를 잠깐봤다.
머리도 염색하고 색깔있는 안경을 쓴 그의 모습이 촬영현장에 가는것같다.
순간 아는척을 할까하다 고개를 돌렸다. (그가 향하던 곳이 나중에 알아보니 전주시 완산구 은석골" 갈 뫼"
라는 곳이었다.
내가 만나러 가는 세상에도 오래된 정원이 있다.
그 정원에는 사람의 입과 눈과 귀로는 셈할수없는 무수한 별(STAR)이 떠있다.
작금의 나는 자연속에서 빛나는 별이 되고싶다.
아니 여행을 떠나는 우리모두는 저마다의 별을 가슴속에 담아오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오늘밤도 내 마음속의 오래된정원" 광풍제월"(시원한 바람과 맑은달)에 수많은 별이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