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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전날(8월3일)의 비응도 앞바다는 비와 함께 엄청나게 험한 천둥번개와 벼락이 내리쳐 연습수영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연습은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지난 5월 12일의 여수대회 경험(1.5Km 34분)이 있어 수영만큼은 자신을 하면서 돌아와 숙소에서 대회 안내책자를 꺼내서 참가자 명단을 보니 전체에서 60세 이상 참가자는 6명 등록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 대회의 참가자 명단에는 나이구간별로 등재는 했지만 개인별 나이는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경기 당일 날도 비가 좀 오고 흐려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전주 집으로 돌아와 11시에 잠자리에 들기는 했지만 긴장한 탓에 잠깐 밖에 눈을 부치지 못하고 3시 30분에 일어나 집사람이 차려주는 아침을 먹고 아들과 함께 군산으로 향했다. 집사람의 인사말은 “날도 더운데 무리하지 마시고 힘들면 포기하고 일찍 와요!” 였다. 그래서 일까 군산 대회장으로 향하는 내 마음은 사실 편안했다. 왜냐하면 계속되는 폭염으로 나 자신도 완주를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그저 최선을 다하다가 안되면 중간에 포기를 해도 오늘 같은 날의 경기에서는 모두가 이해해 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주변 사람들 모두가 걱정을 하면서 해주던 “힘들면 중간에 꼭 포기 하라!”는 말들에 동조해 주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동안 더위를 피해 해질 무렵에만 연습을 해온 나로서는 햇빛아래 정면으로 나선다는 것이 몹시 두려웠다.
8월 4일 6시에 바꿈터에 도착하여 자전거를 내 선수 번호 26자리에 거치하고 나니 바꿈터 주변으로 만은 인파가 몰려 들었고 진행요원들의 안내방송과 행사 등으로 어수선한 시간이 지나고 7시가 되면서 하프코스 선수들이 먼저 출발하는데 바람과 파도가 몹시 거세어 보였다.
8시가 되자 올림픽코스 경기가 시작되었고 이백여명의 선수들이 시작을 알리는 싸이렌과 함께 바다로 뛰어들어 갔다. 나도 같이 출발은 했지만 될 수 있으면 천천히 따라 가면서 부딪치지 않고 가려고 마음을 먹었다. 왜냐하면 빨리 가려고 마구 달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무안경도 벗어지고 물도 먹고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했다. 그런데 막상 뛰어든 바다의 상태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파도와 너울이 거세어 앞으로 나아 가기가 힘들고 숨쉬기 조차 쉽지 않았다.
여수대회에서의 파도는 파도 축에도 들지 않을 것 같았다.
수영이 제일 자신이 있어 이 운동을 시작 했는데 물을 두어번 먹고나니 돌아 나오고 싶은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지만 나만 힘든 것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나니 힘든 것을 참고 천천히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반환점을 돌아 들어오는 동안에는 반환점까지 올때와는 달리 조금 편하게 수영을 할 수 있었는데 두바퀴를 돌고 들어와 시계를 보니 여수대회 보다 15분 정도 더 시간이 걸렸다. 생각 밖으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큰일이다 ! 싸이클도 앞바람 때문에 굉장히 힘들거라고 경험 많은 선배들이 일러 주었는데 잘못하다가는 2시간 안에 싸이클을 못타고 망신 당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마음을 고쳐먹고 싸이클 거치대로 걸어와 연습한대로 싸이클과 마라톤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지난번 여수대회에서는 바꿈터에서 너무 많은 준비시간을 써버려 기록이 좋지 않았던 걸 기억하면서 틈틈이 준비시간을 단축하는 연습을 해왔었다.
연습한 순서대로라면 바다에서 막 뛰어나와 벗은 수영복을 정리 해놓고 물 한목움 마시고, 싸이클복 상의를 입고, 모자 쓰고, 헬멧 쓰고, 썬그라스 걸치고, 운동화 끈 매고, 장갑 끼고 그리고 자전거를 끌고 나가면 되는데 것인데 시간을 보니 8분 정도의 시간을 쓰고 나오는 것 같았다. 그것도 정신없이 부지런히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시간이 걸렸다.
아뭏든 맞바람이 부는 새만금 방조제 40Km 코스를 달리기 시작했는데 단단히 각오한 터라 평균속도 22Km에 맞춰서 시작을 했는데 생각보다 2∼3Km 더 속도가 나고 있어 기분이 좋았지만 더 속도를 올리고 싶어도 싸이클이 끝나면 바로 달리기를 해야 되기 때문에 오버 페이스를 걱정하며 달릴 수 밖에 없었다.
아침에 안개가 조금 끼어서 그나마 덜 뜨겁게 느꼈던 새만금 방조제의 도로는 가로수가 한 그루도 없어 그 흔한 매미 울음소리 조차도 들리지 않는다.
삭막한 콘크리트 위의 아스팔트 길이어서 오직 가로등 기둥과 그 그림자, 바람과 파도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쨍하고 비치는 햇빛과 달궈진 도로 말고는 없는 곳이어서 앞으로 나아 가기가 점점 힘들어 져 간다고 느끼는 순간 첫번째 반환점을 돌았다.
순간 야! 이건 정말 신난다!
반환점을 돌아 등바람을 지고 달리니 별 힘들이지 않고도 35 ∼37 km가 쉽게 나온다. 달리면서 받은 물을 먹기도 하고 온 몸에 뿌리기도 하면서 앞으로 신나게 나아갔다
사실 어제 자전거 검차를 받으면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었다. 내 자전거는 싸이클이 아니고 기어가 8단 밖에 없는 하이브리드 자전거로 아는 사람에게서 그저 얻은 초라하기 짝이 없는 자전거인데 핸들이 넓어 위험해서 규정상 이번 대회에는 출전할 수 없는 자전거라며 등록을 해주지 않으려 했는데 대회본부에 사정사정해서 이번 대회 까지만 참가하기로 하고 검차를 마쳤었다.
여러사람들 보는 앞에서 있었던 일이라 자존심이 몹시 상하였고 당황스러워 진땀을 흘렸다. 그래도 이 자전거로 열심히 연습했고 나 혼자 연습할 때는 아무 불편이 없었는데 고급 자전거들 틈에 끼면 조금은 쑥스러웠고 사람들이 나를 고물 처다 보듯 보는 것 같아 이번 대회 직전에 웬만한 중급 자전거를 마련하려고 주문 해놓고 나서 새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꿈도 꾸고 기록도 10분 이상 단축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잠시 가져 보았었는데 2013년형 자전거는 재고가 없어 9월 이후 신형 자전거가 나오면 사기로 하고 나온 터였다.
그런데 막상 코스를 달리면서 맞바람 때문에 힘들게 레이스를 하는 사람들의 자전거를 보니 최소 5백만원 이상 주고 산 자전거들 이었는데 내가 그 사람들을 계속해서 하나 둘씩 추월하고 있었다.
역시 자전거보다는 엔진이 좋아야 한다는 연맹의 선배들 이야기가 다시 한번 떠올랐지만 등바람을 지고 달리니 상황이 달라졌다. 기어가 많고 가벼운 자전거가 역시 빨리 달려 나간다. 따라 가기가 힘들었다. 힘으로 극복할 수 있는 한계를 느끼면서도 부지런히 달려 바꿈터로 들어 왔다.
시간을 보니 1시간 25분 가량이 걸린것 같았다. 연습 때도 내보지 못한 좋은 기록 이었다. 뭔가 잘 못 되었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자전거를 거치대에 걸고 헬멧과 장갑을 벗어 던지고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숨을 고르고 나니 마음은 정말 나가기 싫었지만 몸은 이미 달리기 코스를 달려 나가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와서 바로 달리기 연습을 하는 것을 근전환 훈련이라고 하는데 나 혼자 훈련 하면서도 근전환 훈련을 빼먹지 않고 해온 자신감 때문 이였겠지만 날이 너무 더운 탓에 과연 달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아침에 집사람이 하던 이야기와 여러 사람들의 걱정하는 말들이 먼저 떠올랐다.
중간에 포기하더라도 모두가 나에게 “그래도 도전 했다는 자체 만으로도 대단한 거야” 라는 소리는 들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탈출구가 생긴 것 같아 훨씬 마음이 편해졌고 “그래! 달리는데 까지 가보자! 10Km 여러 번 연습했잖아?!” 하는 마음으로 달려 나가는데 한 여자 대학생이 내 앞에서 달리고 있었다.
나는 여자가 이 종목을 한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바로 아무리 한창때의 여자아이라도 여자에게 져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뒤쳐지지 안으려고 죽기 살기로 뒤쫓아 갔다.
한 3Km쯤 갔을까 싶은데 그 여학생을 내가 추월하기 시작했는데 쫓는 입장에서 쫓기는 입장이 되니 페이스 조절이 되지 않는다. 이제는 나도 포기할 때가 되었나 싶어 둘러보니 의외로 레이스를 포기하고 걷는 사람이 자주 눈에 띠였는데 상당히 달려온 상황에서 그 사람들 처럼 걷는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치 않고 포기라는 자체가 내 성격에 맞지 않아 최대한 페이스를 늦추어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첫번째 반환점에 가기까지 맞바람 때문에 역시 고생을 많이 했는데 등바람을 지니 자전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등바람에서는 달려도 땀이 쉽게 마르지 않아 더욱 지치고 힘들어 몇번이고 걸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 반환점을 돌면서 부터는 얼음물에 얼굴을 씻고나서 얼음 대여섯 개를 모자에 담아 머리에 뒤집어 쓰고 달려보았다. 유난히 몸에 열이 많아 더위를 못 참는 나에게 그것은 뜻밖에 냉각장치가 되어 몸의 열을 식혀 주었고 두 곳이 있는 물 보급소에서 얼음을 얻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넘어갈 듯한 숨울 몰아 쉬며 끝까지 내 페이스를 유지해 달리니 저만치 골인 지점이 보이고 사진을 찍으려는 아들의 얼굴도 보였다. 불과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힘껏 달려 골인지점을 통과했다.
그 희열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오직 내가 이 더위를 이기고 완주를 해 내었다는 것이 꿈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의 표현은 아무도 정확하게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순간에 나의 모든 것이 변하는 느낌!
젊었던 날들 속에서 꾸준히 준비하고 노력해서 이루었었던 영광의 순간들에 다시 선듯한 그런 느낌과 흥분...!
잠시 쉬는 사이 빨리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경기 결과를 보지 않고 집으로 돌아와체력회복 프로그램에 들어갔다.
나는 그렇게 두번째 도전한 철인삼종경기대회에서도 완주를 해내었다. . . .
열흘이 지났다…
생각만큼 체력회복이 빨리 되지 않는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MBC TV 에서 새만금대회 녹화분을 방영한대서 보고 있으니 지나갖 순간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흥미롭게 보다가 이번 대회에 최고령(만86세)으로 출전해서 완주를 하신 김홍규회장님의 인터뷰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마침 집사람이 우편물을 하나 가져다 주었다.
열어보니 이번 대회에서 남자 60대 3위라는 상장이 들어 있었다. 일찍 집에 와버려서 입상을 한 것도 몰랐는데 너무 기분이 좋다고 느낀 순간.
인터뷰하는 김홍규회장님의 말씀이 또 한번 내 가슴을 뭉클하고 차분하게 만들었다.
“내가 철인삼종경기에 참가해서 완주를 하는 것은 요즈음 젊은이들이 조금만 힘들면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지!”
아버님 같은 그분은 60살에 철인 삼종경기에 첫 출전 하신 뒤 지금까지 26년 동안 130회 가량 완주를 하셨단다.
기록을 찾아보니 그분의 이번 대회 완주기록은 3시간 59분 04초였다.
나의 완주기록 3시간 40분 22초가 너무 부끄러워졌다.
생전(70년에 작고)에 무엇이든 쉽게 포기 한다고 나를 자주 꾸짖으시던 아버님이 생각났다. 그 분이 꼭 아버님 같이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중간에 포기라도 했더라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 일어 났을거라 생각하니 아찔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버님 같은 그분과 같은 날 같은 코스를 달렸다는 것이 너무 영광스럽고 또한 존경스럽다.
그 분은 나에게 철인삼종경기를 하는 이유를 내 아들들과 모두에게 말할 수 있게 해주셨다.
“작은 것이지만 목표가 있으니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달리는 이유다!”
첫댓글 글 잘 읽었습니다. 수영에서 큰 고비를 넘기셨군요! 앞으로 더 큰 대회 시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제 평생 소원이
입상하는 것인데 왕 형님의 입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막걸리 한 잔 돌리세요...
이번대회에 회장님이 건강 때문에 참석하지 않으셔서 많이 아쉬웠었습니다.
회장님을 비롯해서 이번에 같이 뛰어주신 총무님, 그리고 백영근선배께서 많은 조언과 격려를 해주신 덕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결과입니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제가 백내장 수술로 이번주 까지는 술을 못하지만 아직 신고도 못했고 상도 탔으니 막걸리든 뭐든 한잔 사겠습니다.
진안흑돼지연탄구이에서 28,29일 중에 날자를 잡아주세요! 저는 다른날도 괜찮지만 9월 초에는 3일간 중국 출장이 있으니 고려해 주시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저도 평생 소원이 입상하는거였는데
두번째 대회에서 입상을 하신 큰형님게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백선배님!
고맙습니다!
저의 싸이클 시간이 1시간 24분 이라니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습니다.
백선배님의 앞바람에서 '기어 한단 낮춰 달리기' 조언이 없었다면 끙끙거리고 달리다 지쳐버렸을 것입나다.
너무 고마웠습니다.
체력은 많이 회복 되셨는지요?
조만간 만나서 막걸리 한잔 기울이시지요.
고맙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저는 이화영이라고 합니다.
입상보다는 완주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화영 회원님!
축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더욱 노력 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완주와 입상을 축하 드립니다.
축하 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더욱 노력 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윤기 회원님의 후기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는군요~
참가 후기 잘 봤습니다.
거친 파도를 헤치고 완주하시고, 입상하시고.. 보기 좋습니다
축하와 격려 감사합니다.
급하게 슨 글이라 두서가 없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완주와 입상축하드립니다. 후기를 읽으니 그날의 감동이 생생하게 살아나는군요. 28일 뵙겟습니다
축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8일에 다시한번 이야기로 살려보도록 하시지요!
그 날 뵐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