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공관의 주인은 누구인가?
대한민국은 한반도 외에 다른 국가에도 영토가 있을까? 갸우뚱할지 모르지만 정답은 “있다”이다. 전 세계 대략 130여 곳에 산재한 재외공관, 곧 대사관과 영사관이 바로 그렇다. 비록 다른 나라에 위치하고 있지만 그 나라도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그 곳은 국제법상으로 엄연히 대한민국 땅이다. 그럼 이 베이징에서 보기만 해도 반갑게 태극기 휘날리는 대사관, 영사관의 주인은 누구일까. 바로 대한민국 국민인 재중 교민들이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우리 베이징 교민들이라면 누구나 그 곳에 들어 갈 자유가 있고 그 곳에서 보호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교민 생활을 하다 보면 실제로 그곳에서 군림하며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은 우리 교민들이 아니라 공관 직원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그들은 국민들이 이 어려운 경제실정에 피 땀 흘려 번 돈으로 내는 세금을 통해 꼬박꼬박 월급을 받고 해외수당을 챙기고 주5일 근무를 하며 가난한 베이징 경제에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생활을 하며 국민을 대신해 그 곳을 지키고 있을 뿐인데 때로는 그들이 진짜 주인행세를 하는 바람에 우리 중국교민은 어정쩡한 손님이 돼 버렸다. 우리는 괜히 낯선 남의 집에 부탁하러 간 것처럼 머쓱할 때가 많다.
적어도 대한민국 같은 ‘친절한’ 서비스를 원한다.
문제는 그 양반들이 일반 국민을 대하는 태도를 가끔가다 보면 야박하기 짝이 없을 때가 많다. 교민생활을 하다가 어려움이 닥치면 우리 영사관이나 대사관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물론 무슨 일이 있을 때 주재국 법을 존중하고 주재국의 공공기관에 의뢰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때로는 별다른 일 없어도 태극기가 휘날리는 우리 공관을 지나칠 때면 반가운 마음에 그냥 일이 없어도 들어가 커피 한잔 하고 싶고 그 곳에서 일하는 한국 직원에게 말을 걸고 싶어지기도 하는 것이 우리 교민들의 솔직한 바람이다.
그러나 공관 출입구부터 분위기는 바뀌고, 너무나 사무적으로 대하는 그들 앞에 괜히 들떴던 자신이 쑥스러워지기 마련이다. 어눌한 목소리로 영사 민원 상담을 해주지만 엄연히 자신들이 실수한 것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라는 말은 결코 없고 인간적인 냄새가 풍기지 않는다.
이런 일을 몇 번 겪고 나면, 다시는 영사관이나 대사관을 찾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꼭 찾아야 할 이유도 별로 없고 어쩔 수 없이 가야 할 상황이 있어도 가능하면 가고 싶지 않아진다. 엄연히 내 땅이고 내가 주인인데 다시는 찾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드는 이 역설적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얼마 전 중국 주재 외교 공관직원의 고압적인 자세로 전 국민을 경악시킨 ‘대사관녀’, ‘영사관남’ 사건이 하나의 이유가 될까.
공관직원들이여. 바쁘다고 아우성 치지 말고 주말에라도 시간을 내어 한국 다녀 와봐라.
당신들만큼 안 바쁜 베이징 교민은 없다. 대한민국 정말 많이 좋아졌다. 동네 동사무소에서 등본 하나를 떼도, 외무부에서 여권을 만들어도, 그 무섭던 경찰서나 검찰청을 가도 공무원들은 ‘굽신굽신할’ 정도로 친절하다. 정말 주인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이 와 닿는다.
견제와 감시가 없는 NGO의 무풍지대, 중국 교민 사회
한국에서 공공관서의 강력한 라이벌은 바로 우리 주위에 쉽게 볼 수 있는 은행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공공관서는 이제 은행 못지 않은 친절함에 신속함까지, 편안한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곳이 된 지 이미 오래다.
공관직원들이여, 귀찮은 눈빛과 음성, 경계하려는 몸짓을 버려라. 당신들이 한국에서 근무할 때 혹은 불친절한 자세에 늑장처리를 하다가는, 국민들이 휴대전화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어대고 인터넷 게시판에 댓글까지 올려 호되게 당할 각오를 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옷을 벗을 생각도 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국민이 참정권을 행사하다 보니 정말 진짜 주인대접을 받는다. 더구나 공무원들의 나태함을 감시할 NGO가 곳곳에서 눈을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영사관 홈페이지 민원게시판을 가보면 가끔씩 너무 딱딱하다, 불친절하다는 불만이 자주 올라온다.
재외공관의 서비스에 대해 국민이 불만을 토로하는 이유는 이런 국내 상황과 판이한 그곳의 상황 때문이다. 외국에서 일하다 보니 그렇겠지, 직원이 적고 예산이 적어서 그렇겠지, 민원 중에서는 별의별 황당한 민원도 있고 억지 쓰는 사람도 있겠지 생각하며 최대한 너그럽게 봐주려 해도 국내의 민원서비스와 비교할 때 그 괴리는 너무 크다. 영사관 홈페이지 민원게시판에는 재외 교민들에게 다가서는 느낌이 들도록 민원 전화 번호부터 좀 잘 보이게 크게 해달라
베이징 교민을 주인으로 생각하라.
중국 교민사회에는 이들의 불친절함을 꾸짖고 감시할 NGO가 존재하지 않는다. 유일한 NGO인 재중 한국인회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때로는 불친절이 화가 나서 영사관 홈페이지 총영사 게시판에 글을 올려도 답변을 총영사가 직접 한다고 믿는 교민들도 없다. 아니, 전화 리셉션의 불친절한 담당자가 누군지 조차 알 길이 없다. ‘규정상’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보안상’ 이름은 그렇다 치고 최소한 숫자라도 식별하게끔 할 수 있을 텐데 담당자가 누구인지 결코 스스로 밝히지 않는다. 자신이 먼저 “~ 입니다”라고 밝히는 것은 공무원의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전화 예의다.
익명에 가려진 직원은 책임의식이 떨어지기 때문에 때로는 불친절해질 수 밖에 없다. 실수를 인정하기도 싫다. 책임 추궁할 길도 없다. 제도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민간 항공에 서비스 교육을 위탁을 받고 돈을 써도 소용없는 일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영사사고가 빈발하게 터지면서, 외교통상부는 영사보호 체제의 대대적인 개선을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영사 관련 부서가 확대되는가 하면 영사콜센터도 설치 되고 관련 인원과 예산도 크게 늘었다. 이런 개선작업에도 불구 하고, 이른바 ‘대사관녀 사건’이라든지, 이번에 터진 ‘영사관 남 사건’ 같은 것이 빈발하는 이유는, 재외공관에서 일하는 사람의 의식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을 왕으로 생각하고, 영사관과 대사관의 주인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직원 감독 소홀 때는 공관장 소환, “일 못하면 집에 가라”
우리 국민의 중국 진출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다 . 2008년 북경 올림픽을 앞두고 재중 교민 곧 1백만 시대를 맞는다고 한다. 이에 따라 주중 재외공관에 대한 서비스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히 수요만 느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주문 내용도 다양해질 것이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재외 공관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특권의식을 버려라. 이제 재외공관은 바로 ‘해외 동사무소’라는 인식 아래 일선 민원기관으로서 국민의 편의를 도모하고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억울하게 생각하지 말아라. 계약직 직원이든 일용직이든 그건 공무원이 감수 해야 할 최소한의 기본적인 도리다. 앞으로 직원들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하는 등 기강해이가 지적된 공관장들이 본국으로 소환된다.
최근 정부는 재외공관 서비스 제고를 위해 공관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기강 해이가 적발되는 공관장은 빠른 시일 내 본국으로 소환 조치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해외 공관들의 대민 서비스 강화를 비롯, 기강을 다잡기 위한 강경한 조치로 보여진다.
교민들도 수동적인 존재에서 이제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재외공관에서 받는 불친절과 부당함이 있다면 그러려니 넘어갈게 아니라 주인의식을 발휘하여 강력하게 대응을 해야 한다. 각 해당 부서로 되돌아오는 청와대 신문고에 항의 글 올리는 것 같은 형식적인 방법이 아니라 정식으로 외교부에 전화나 항의방문을 알고 한국에 소재한 여러 NGO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아니 직접 NGO를 만들어 대응할 수도 있다. 우리 스스로 주인의식을 포기하고 소극적인 자세는 곤란한다.
재중교민들을 위해 낮고 섬기고 봉사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 달라.
약 300명에 불과한 외교부 영사 인력으로는 약 700만 명에 달하는 재외동포들이 만족할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해외에서 연 평균 7천건 이상 생기는 한국인 관련 사건.사고를 감당하기에 벅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낮은 예산과 인력부족의 재외 공관에 요술방망이처럼 교민들의 모든 고충을 다 처리해 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재중교민들을 위해 사무적으로 딱딱하게 일하는게 아니라 낮고 섬기고 봉사한다는 기본적인 마음가짐만 있으면 충분하다. 외교관 권리만 밝히지 말고 공무원 윤리 헌장과 대한민국 헌법 7조를 읽으며 공무원의 책무를 가슴에 새겨라. 그 기본을 잊어서는 안된다.
첫댓글 언제나 우리가 원하는 공관이 될른지.........우리 모두 힘을 합하여 우리의 권리를 찿기위해....